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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2화

한성우는 단톡방에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이토록 큰 묘원에서 하현주 무덤 앞의 빨간 옷이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

카메라가 멀리 떨어져 뒷모습만 찍혀 있어 한성우는 그게 강한서인 줄은 몰랐지만, 하현주를 묻을 때 한성우도 와 있던 터라 하현주의 묘소임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한현진은 강한서가 빨간 옷을 입고 묘소에 갔다는 걸 누군가가 보고 웃음거리가 될까 걱정도 했었지만 설마 오늘이 전통적인 제삿날도 아니고, 볼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에는 설마가 사람을 잡는 일이 벌어졌다.

누군가가 묘소에서 이 광경을 보고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었다.

마당발에 가십거리를 즐기는 한성우는 마침 인스타그램을 훑어보다가 빨간 옷 입은 사람이 춤추었다는 묘소가 한현진 어머니의 묘소임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단톡방에 전달했던 거였다.

[도대체 얼마나 큰 원한을 품었길래 새해에 저따위로 입고 묘소에 찾아가서 경축하는 거예요? 형수님, 제가 찾아 드려요? 우리 이 자식 잡아다 뚜드려 팰까요?]

차미주도 세 사람의 단톡방에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어떤 죽일 놈이야! 찾아서 목을 졸라 버릴 거야, 내가!]

한현진은 메일을 보고 있는 강한서를 몰래 사진 찍어 단톡방에 보냈다.

묘소에서 춤추던 놈을 패네 죽이네 하던 두 사람은 갑자기 조용해 졌다.

차미주가 감탄하며 말했다

[와, 진짜 멋지네!]

한성우는 어리둥절 해졌다.

차미주는 절대 아부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멋있어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들은 한 번도 강한서가 빨간색을 입은 걸 본 적이 없었다.

워낙에 어울리기 힘든 색이라 잘못 입으면 그야말로 재난이었다.

그러나 하얗고 준수한 강한서한테는 빨간 정장이 난해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 올려줬다.

만약 검은색 정장이 차분한 느낌이라면 빨간색 정장은 냄 염함 그 자체였다. 거기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검정 셔츠는 그의 관능미를 플러스 해줬다. 현진이 괜히 색욕에 눈이 먼 게 아니었다.

한성우는 툴툴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멋있어도 머리에 구멍 뚫린 건 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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