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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6화

송가람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해금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람아. 넌 어릴 때부터 말 잘 듣고, 엄마가 시키는 건 다 잘 해왔잖아. 엄마가 너를 위해 애쓴 건 네가 나중에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길 바란 거지, 누군가의 아내로 살게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

“강한서가 설령 마음이 바뀌어 너를 좋아한다고 해도 생각해 봐. 오늘은 너를 위해 한현진을 버릴 수 있지만,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너를 버리지 않겠니?”

서해금은 이를 악물고 다시 강하게 밀어붙였다.

“넌 송씨 성을 가졌지만, 송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야. 네 아빠와 오빠가 너를 아무리 사랑해도, 사람은 결국 자기 피붙이를 더 챙기기 마련이야. 그러니 송씨 가문은 네 평생의 뒷배가 될 수 없다고. 넌 반드시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해. 깔린느에서 중요한 자리에 오르면 아무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

“내가 한현진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렇게 짜증 내지 마. 한현진은 네 아빠에게 인정받아 송씨 가문으로 돌아왔고 또 강한서와 다시 잘되고 있으니, 그녀의 인생은 대박 난 거야. 근데 그녀가 멈춘 적 있어? 네 아빠가 준 가게든 스트레인지든 심지어는 본인이 연기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하나도 소홀히 한 적 없잖아.”

“걔는 너만큼 스타트가 좋지 않았지만 네가 여기서 멈춰 있으면 걔가 널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야. 일단 걔가 깔린느에서 자리를 잡으면 넌 평생 걔한테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송가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서해금은 물잔을 건네며 말했다.

“강한서가 내 말 한마디에 너와 연락을 줄였다는 건, 네가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빨리 포기하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거야. 대보름이 지나면 정식으로 입사해. 그때 성월을 붙여줄게.”

서해금의 쓴소리가 이제야 가슴에 와닿은 듯 송가람은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응수했다.

서해금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제는 어른이니 뭐가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할 나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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