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SNS 게시물에는 금세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4천억이라니! 월급 500만 원으로는 6천여 년 동안 먹지도 않고 벌어야 겨우 모을 돈이야!][부자들이 기부하는 건 다 뻔한 얘기지.][그게 무슨 뜻이야? 잘 모르겠네.][세금 피하려고 하는 거지, 이왕이면 홍보도 하고.][윗분, 잘난 척 그만해. 기부금은 내야 할 세금에서 공제하는 거지, 네가 내는 세금이 아니야. 게다가 한도도 있어. 진짜 입법자들이 바보인 줄 알아? 외국의 상속세도 아니고 뭘 아는 척해?][4천억이나 기부했는데 홍보 좀 하는데 어때서? 넌 4천 원을 기부하고도 SNS에 자랑하고 싶어 하잖아.][난 기업들이 다 이렇게 기부 경쟁하면 좋겠어. 어차피 내 돈 나가는 거 아니니까 누가 많이 내든 상관없어. 한성 짱!][강 대표님, 인터넷에서 루나 2세 테스트 영상 올라온 거 봤어요. 우리 와이프가 그거 사달라고 졸라대는데, 와이프가 단념하게 가격 좀 말해주세요.][네 엄마가 일부러 사람 다치게 한 거 덮으려고 일부러 올린 거지? 그 미친 여자가 계단에 기름칠해서 청소부 두 명이나 그렇게 다치게 해놓고, 집에 돈 많으니까, 돈으로 입 막을 생각이잖아? 이런 인기 검색어까지 사서 덮어버리면 사람들이 다 잊어버릴 줄 알아?][입막음한 것 같진 않은데? 아내가 직접 가서 위로도 했고, 보상안도 논의했잖아.][보상금 주는 거야 책임 면하려고 그러는 거지. 그 미친 여자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벌써 돈으로 다 해결했나 봐.][말은 쉽지. 돈 안 받고 고소만 하면 네가 치료비랑 변호사비 다 대줄 거야? 어른답게 현실을 좀 보라고. 내 친구가 병원에 있는데, 그 청소부들 경상도 아니래. 하지만 한성은 언론을 막은 것도 없고 책임도 회피하지 않았잖아. 그리고 경찰 조사 결과도 아직 안 나왔는데 성급하게 결론 내리려는 사람들 왜 이렇게 많아? 강 대표가 네 귀에 대고 자기 엄마를 돈으로 빼냈다고 말해주던?]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크게 일었다. 많은 사람들은 한성
서해금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뭐?”송가람이 입을 꾹 다물었다. 서해금은 이미 송가람과 강한서를 이어주려던 생각을 접은 지 오래였다. 만약 송가람이 아직도 서해금 몰래 강한서와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또 한바탕 핀잔을 받을 것이 뻔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엄마 이 시간에 왜 아직도 안 자?”“머리가 아파서 잠이 안 와.”송가람 옆에 자리 잡고 앉은 서해금이 무심코 말했다. “너 요즘 왜 민준이 안 찾아? 예전엔 계속 붙어있으려고 했잖아.”송민준 얘기에 송가람의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 “오빠는 마음이 전부 친동생에게 가 있잖아. 날 신경 쓸 여유 같은 게 있을 리가 있겠어?”“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너 어렸을 때, 민준이는 널 제일 예뻐했어. 나와는 별로 얘기를 안 했어도 넌 항상 데리고 다니길 좋아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떨어져 있었던 한현진이 돌아왔으니 남매 사이가 당연히 더 돈독해졌겠지지. 하지만 너랑은 함께 자란 정이 있어. 민준이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고 너도 다가가지 않으면 걔가 얼마나 섭섭하겠어.”송가람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오빠가 나한테 무슨 정이 남았어? 날 향했던 사랑은 한현진이 돌아온 후로 전부 그쪽으로 넘어갔어. 난 그냥 오빠가 친동생을 잃은 슬픔을 기탁할 대체품에 불과했던 거야. 지금은 그 친동생이 돌아왔는데, 내가 뭐라고.”“그건 네가 계속 한현진을 적대시하니까 그런 거잖아. 네 아빠 앞에서 한현진과 비교하며 애정을 갈구하면 네가 어떻게 친딸을 이길 수 있겠니? 네가 한현진에게 잘해줘야 네 아빠도 너한테 잘할 수 있어. 그래야 네 불쌍한 처지를 조금씩 알아챌 수 있다고. 알겠니?”서해금의 말에 송가람이 멍해졌다. 그녀는 서해금의 말뜻을 어쩌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심하면 네 오빠한테 자주 연락해. 누구랑 만나는지도 살펴보고.”송가람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건 왜 살펴보라고 하는 거야?”서해금이 덤덤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네 오빠도 이젠 어린 나이가
강민서가 가져온 보고서를 보던 민경하가 웃으며 말했다. “대표님께서는 일하실 때는 완전이 몰두하시는 편이시라 시간을 자주 깜빡하시거든요. 어떨 땐 일부러 그렇게 늦게까지 일하시는 거 아니세요.”“약속 있으면 먼저 가요. 제가 나중에 대표님께 말씀드릴게요.”강민서가 입을 삐죽였다. “다들 퇴근 안 했는데 저만 가면 눈에 띄잖아요. 나중에 또 뭐라고 할 거예요. 그리고 오늘 할머니께서 저랑 같이 본가에 저녁 먹으러 오라고 했던 거 잊었어요?”까맣게 잊고 있었던 듯 민경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안 가면 안 돼요?”민경하는 선뜻 강민서의 본가로 가기가 꺼려졌다. 워낙 꿍꿍이가 많은 어르신이라 밥 한 끼를 먹는 것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했다. “안 가도 되죠. 직접 안 갈 거라고 말씀드려요.”강민서의 말에 민경하는 입을 꾹 닫았다. 물을 마시고 있는 강민서를 힐끔 쳐다보던 민경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민서 씨가 회장님께 저와 데이트 할 거라고 말씀드려요. 단둘이 있고 싶다고요.”입안에 머금었던 물을 뿜은 강민서는 사레가 들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누가 실장님과 단둘이 있고 싶대요. 그렇게 말하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해요. 그런 말은 전 창피해서 못 해요.”“그래요. 제가 말씀드릴게요.”민경하는 대답 하며 서류를 내려놓았다. 휴대폰을 꺼내 정인월에게 전화했다. 강민서는 귀를 쫑긋 세우고 민경하가 어떻게 정인월의 말을 거역하는지 들어볼 생각이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민경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회장님, 오늘 저희 둘 본가로 안 가도 될까요?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오늘 저녁에 연등 축제 있잖아요? 민서 씨가 저랑 같이 가보고 싶다고 해서요...”강민서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실장님이 전화 드리라고 했더니 내 탓으로 돌려?’강민서가 막 화를 내려는데 민경하가 초콜릿 하나를 집어 강민서의 입에 넣어주더니 웃으며 수화기 너머의 정인월에게 말했다. “네, 알겠어요. 민서 씨에게 사진 많이 찍어서 회장님께 보내드리
민경하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강한서의 비서 실장이라는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아부는 대표의 취향에 따르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니 민경하 역시 강한서가 좋아하는 것을 잘 이용했다. 다만 민경하의 상사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사모님이었을 따름이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 강한서는 도착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있는 한현진을 볼 수 있었다. 멈칫하던 강한서가 물었다. “나가려고?”한현진이 짐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전에 사고 났을 때 내가 유호촌에 있는 절에서 널 위해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거든. 이젠 네가 건강도 회복했으니 감사의 의미로 예참을 드리고 오려고.”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잠시 멍해졌다. “왜 갑자기 지금 예참을 드리러 가는 거야?”“내가 잊고 있었는데, 민 실장님께서 귀띔해 주셨어. 네가 돌아온 지도 시간이 꽤 지났고 내 소원도 이루어졌으니 나도 그때 했던 약속을 지켜야지. 공양도 좀 올리고.”‘민 실장... 아주 얍삽한 놈이었네.’‘현진이가 다급하게 전화해서 돌아오라길래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민경하의 조언이었다는 말에 강한서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날 회사에서 내보내고 일찍 퇴근해서 명절을 보내려고 그런 거였네.’입술을 앙다물었던 강한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절 말이야. 주강운이 널 위해 평안을 비는 부적을 받아 온 곳이지.”그 말에 어리둥절해졌던 한현진이 말했다. “네가 말하니까 생각났네. 주 변호사님이 나에게 준 부적은? 전에 네가 정장 주머니에 넣었었잖아. 집에 돌아와서도 돌려주지 않았어.”“...”‘쓸데없이 그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어!’“부적은?”한현진이 손을 내밀었다.강한서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몰라. 아마 계속 그 주머니에 있을 거야. 안 건드렸거든.”의심하는 눈초리로 강한서를 한참 쳐다보던 한현진이 입을 열었다. “내가 찾아볼게.”말하며 몸을 일으킨 한현진이 드레스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침묵했다. “설마 제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는 거야?”한현진이 일부러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혹시나 네가 내키지 않으면 타이밍을 봐서 주 변호사님께 돌려드리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넌 그다지 신경—”“일부러 그런 거야!”얼른 말을 바꾼 강한서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날 앞에 두고 현진 씨에게 부적을 건네다니, 걔는 네 첫사랑과 다를 바 없는 놈이야. 그 두 사람 모두 그저 그런 인간이야.”‘한 명은 내 앞에서 선물을 주고 또 한 명은 고백까지 했어. 이놈이나 저놈이나 양심 없는 것들!’한현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실 나도 받을 생각 없었어. 그러게 누가 너더러 부적을 물에 떨어트리래? 내가 안 받으면 얼마나 뻘쭘하겠어.”한현진의 설명에 강한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어?”강한서가 조금은 후회 섞인 말투로 말했다. “내가 얘기할 기회도 없이 바로 툭, 물에 떨어트렸잖아. 그 타이밍에 내가 싫다고 하면 뭐가 되겠어?”‘그러니까 내가 부적을 받을 수밖에 없게 기회를 제공했다는 거야?’강한서는 짜증이 솟구쳤다. “그럼 주강운이 전에 줬던 목걸이는? 그땐 나도 그 자리에 없었잖아. 그건 왜 받은 거야? 전에도 줄곧 하고 있었잖아. 강아지 목줄처럼 생긴 걸 뭐가 이쁘다고.”그의 말에 한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강아지 목줄이 맞긴 하지. 펜던트 안엔 사진도 있어. 엄청 멋있는데, 볼래?”한현진의 말에 강한서는 심장을 부여잡고 싶어졌다. “내가 없는 동안 주강운과 강아지까지 키웠어? 검둥이를 만지는 거로는 부족했어?”한현진이 서랍을 열어 안에 넣은 목걸이를 꺼내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검둥이도 좋긴 하지만 내가 키우지 않아서 나와는 안 친하잖아. 난 그래도 내가 직접 기른 게 좋아. 다른 사람에겐 으르렁대고 나만 좋아하는 그런 거.”강한서가 냉소 지었다. “고작 1달을 돌아오지 않았을 뿐이야. 한 달 사이 강아지가 완전히 주인으로 인정하게 하려고 하다니... 널 이용
강한서의 모습에 한현진은 웃음이 났다. “무거워서 아마 안 내려갈걸?”강한서가 바득 이를 갈았다. “일부러 나 신경 쓰이라고 침대맡에 목걸이를 둔 네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한현진은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씩 미소 지었다. “네가 언제까지 아닌 척할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강한서는 화난 척 입을 열었다. “선 좀 지켜. 주강운에게 대체 선물을 얼마나 받는 거야?”“선물 받은 적 몇 번 없어. 목걸이 하나에 부적이 전부야.”화난 척하던 강한서가 진심으로 화를 냈다. “휴대폰은 먹어버렸나 봐?”“...”한현진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깜빡했어.”그녀가 곧이어 변명을 늘어놓았다.“그리고 나 그때 공짜로 받은 거 아니야. 넥타이로 보답했거든. 139만 원이나 썼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밑진 것 같아. 그 휴대폰은 그 정도 가격은 아니었는데.”강한서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141만 원이었어. 2만 원 적게 계산했잖아.”멈칫하던 한현진은 순간 양말 한 쌍을 떠올리고는 참지 못하고 말을 내뱉었다. “2만 원짜리 양말을 대체 언제까지 마음에 담아둘 생각이야?”강한서가 바득 이를 갈았다. “평생 기억할 거야.”말하며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노려보았다. “너 또 나 몰래 주강운에게 다른 거 받은 거 있어?”“없어. 가만히 있다가 내가 뭘 받—”말을 잇던 한현진이 갑자기 멈칫하며 입을 닫았다. “추석 전에, 주 변호사님께서 나한테 송편을 보낸 적이 있어.”강한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정말 받은 적이 있다고?”한현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추석에 다윈 송편을 두 박스 보냈는데 미소가 좋아해서 받았어.”강한서의 말에 대답하며 순간 송편 선물 상자에 따라온 토끼 키링을 떠올렸다. 하는 차미주가 가져갔고 다른 하나는 한현진이 자주 들고 다니던 가방에 달았었다. 납치 사건 후 경찰 측에서 그녀에게 개인 소지품을 가져가라고 했을 당시 가방에 달렸던
강한서가 한현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갖고 싶은 사진 있으면 내가 인쇄해 줄게. 그리고 20살 때 내가 뭐 볼 게 있다고 그러는 거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일 뿐이야.”“아니거든. 내 눈엔 멋있어 보여.”한현진이 눈을 예쁘게 휘며 아부를 떨었다. “지금보다 훨씬 멋져. 완전 네 미모의 전성기라니까. 넌 안 그렇게 생각해?”강한서는 한현진의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린 강한서가 덤덤하게 말했다. “난 그래도 지금의 내가 더 좋아.”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강한서의 준수한 미모는 회사에서는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아무리 제일 선진적인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얼굴 반반하고 소년미 가득한 남자아이의 외적인 모습으로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어려웠다. 꽤 긴 시간 동안 줄곧 헬스를 해온 그 습관은 운동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건장한 체격과 이미지를 갖추어 소년다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일찍 벗어나기 위한 그의 노력이었을 뿐이었다. 비록 지금도 여전히 똑같은 미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덩치에서 오는 카리스마와 수년간 비즈니스로 다져진 경험에서 나오는 아우라로 인해 아무도 강한서를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20살의 강한서는 준수했고 30살의 강한서는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 더해졌다. 20살의 그는 어린 여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30살의 그는 한현진과 같은 새댁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한현진은 참지 못하고 강한서를 끌어안은 채 입을 맞추었다. “얼른 짐 정리 해. 늦으면 유호촌으로 가는 막차를 놓치게 될 거야. 거긴 길이 안 좋아서 운전해서 가면 더 불편하거든.”한현진이 말하며 강한서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는데 그가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예참을 드리는 건 조금 더 나중에 가. 지금 이 시간엔 기도를 올리러 가는 사람들도 많아서 복닥거릴 텐데 지나다니다 만약 너한테 부딪히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리고 길도 험한데 임산부한테 안 좋아.”강한서의 말에 한현진은 순간 머뭇거렸다
주씨 가문의 가족 모임은 언제나 주시윤이 중심이었다. 멀리서 온 시동생이든, 아니면 줄곧 주진철을 보살펴 온 막내 아들 가족이든 모두 주진철의 총애는 받지 못했다. 그건 주진철이 남자보다 여자를 귀히 여겨서는 아니었다. 주시윤을 편애하는 것은 단지 그녀가 주진철에게 버려졌던 그의 첫사랑과 닮아서였기 때문이었다. 명문가의 도련님인 그는 어떤 여자든지 연애는 할 수 있었지만 결혼은 집안이 맞는 여자로 선택해야 했다. 주강운의 할머니가 바로 그 집안이 맞는 여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주진철에게 버려진 그의 첫사랑은 주진철의 결혼식 날 강에 투신했다는 소문도 있었고 목공과 결혼해 남강으로 이사를 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어쨌든 그 첫사랑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었다. 바람둥이였던 명문가 도련님은 결혼 후 아내를 존중하고 그녀를 깍듯이 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강운의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네 번의 임신을 했지만 유산만 세 번을 했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은 지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었고 주씨 가문의 어른들은 계속 그 아이를 족보에 넣는 것을 반대했다. 그리고 아이가 3살이 되던 해, 주진철은 밖에서 아들과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데려왔다. 그 아이는 친아들의 이름으로 주씨 가문의 족보에 들어가 가족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아이가 바로 주강운의 큰아버지였다. 그리고 마침 그때가 주강운의 할머니의 본가가 쇠퇴하고 있던 상황이라 그녀는 주씨 가문의 집안일을 신경 쓸 겨를이 도무지 없었다. 그러니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욕을 견뎌야만 했다. 처음이 있으니 두 번째가 있고 또 세 번째가 있었다. 둘째 삼촌과 아버지, 그리고 작은고모 주시윤까지 큰아버지를 데려온 후 몇 년 사이 하나둘 주씨 가문에 이름을 올렸다. 대외적으로 주진철은 슬하에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네 명의 아이 모두 주강운의 할머니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의 유일한 아들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