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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8화

민경하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강한서의 비서 실장이라는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아부는 대표의 취향에 따르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니 민경하 역시 강한서가 좋아하는 것을 잘 이용했다. 다만 민경하의 상사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사모님이었을 따름이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 강한서는 도착하자마자 짐을 정리하고 있는 한현진을 볼 수 있었다.

멈칫하던 강한서가 물었다.

“나가려고?”

한현진이 짐을 정리하던 손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전에 사고 났을 때 내가 유호촌에 있는 절에서 널 위해 소원을 빌었던 적이 있거든. 이젠 네가 건강도 회복했으니 감사의 의미로 예참을 드리고 오려고.”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잠시 멍해졌다.

“왜 갑자기 지금 예참을 드리러 가는 거야?”

“내가 잊고 있었는데, 민 실장님께서 귀띔해 주셨어. 네가 돌아온 지도 시간이 꽤 지났고 내 소원도 이루어졌으니 나도 그때 했던 약속을 지켜야지. 공양도 좀 올리고.”

‘민 실장... 아주 얍삽한 놈이었네.’

‘현진이가 다급하게 전화해서 돌아오라길래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민경하의 조언이었다는 말에 강한서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날 회사에서 내보내고 일찍 퇴근해서 명절을 보내려고 그런 거였네.’

입술을 앙다물었던 강한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절 말이야. 주강운이 널 위해 평안을 비는 부적을 받아 온 곳이지.”

그 말에 어리둥절해졌던 한현진이 말했다.

“네가 말하니까 생각났네. 주 변호사님이 나에게 준 부적은? 전에 네가 정장 주머니에 넣었었잖아. 집에 돌아와서도 돌려주지 않았어.”

“...”

‘쓸데없이 그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었어!’

“부적은?”

한현진이 손을 내밀었다.

강한서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몰라. 아마 계속 그 주머니에 있을 거야. 안 건드렸거든.”

의심하는 눈초리로 강한서를 한참 쳐다보던 한현진이 입을 열었다.

“내가 찾아볼게.”

말하며 몸을 일으킨 한현진이 드레스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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