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15화

작가: 조십일
“적게 연락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강한서는 한현진의 약혼자야, 가깝게 지내서 뭐 할 건데?”

송가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엄마, 예전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신미정 이모한테 우리를 주선해 달라고 했었잖아, 왜...”

“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서해금은 송가람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그때 한현진은 송씨가문에 인정받지 못했을 때고 이혼까지 했었잖아. 네가 강한서를 좋아한다 해서 지지했었지만, 지금은 어때? 한현진은 너의 의붓동생이고 강한서랑 약혼까지 했어. 그 두 사람 사이에 왜 끼어들어. 남들이 뭐라 하는지 알아? 이 세상에 무슨 남자가 없다고 하필 제삼자가 되려고 그러는 거야?”

말이 귀에 거슬린 송가람은 창피하면서도 짜증 나는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만약 한서 오빠가 날 좋아하면?”

서해금은 차갑게 대답했다.

“기억을 잃고 네가 며칠을 돌봐 줬다고 너한테 마음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그런 거면 그를 돌봤던 의사며 간호사며 강한서를 생사의 길에서 살려준 사람들인데 돌아가면서 다 좋아해야겠네?”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한들 큰 사모님 관문은 어떻게 넘을 건데? 큰 사모님은 가문의 명예를 가장 중요시하시는데 강한서가 너랑 결혼하게 놓아둘 거 같아? 강한서는 큰 사모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어. 강씨 가문에 들어도 못 갈 텐데 그럼 뭐 강한서의 숨겨놓은 여자라도 할래? 만 보를 물러서서 이 모든 걸 다 극복했다고 쳐, 강한서가 기억력을 회복한다면?”

“송가람, 너와 강한서의 시간은 훔친 거에 불과해. 일단 강한서가 한현진을 떠올리고 그들 사이의 모든 것을 전부 기억해 내면 네가 한현진을 이길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 강한서 몸의 상처는 전부 한현진을 위한 거야. 유언장마저 한현진의 이름이고. 강한서 마음속에 있는 한현진이라는 무게는 고작 목숨을 구해준 은혜로 넘을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때 되면 넌 어떡할래?”

송가람은 먼 훗날의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강한서를 빨리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6화

    송가람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해금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가람아. 넌 어릴 때부터 말 잘 듣고, 엄마가 시키는 건 다 잘 해왔잖아. 엄마가 너를 위해 애쓴 건 네가 나중에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길 바란 거지, 누군가의 아내로 살게 하려고 한 게 아니었어.”“강한서가 설령 마음이 바뀌어 너를 좋아한다고 해도 생각해 봐. 오늘은 너를 위해 한현진을 버릴 수 있지만,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너를 버리지 않겠니?”서해금은 이를 악물고 다시 강하게 밀어붙였다.“넌 송씨 성을 가졌지만, 송씨 가문의 혈육이 아니야. 네 아빠와 오빠가 너를 아무리 사랑해도, 사람은 결국 자기 피붙이를 더 챙기기 마련이야. 그러니 송씨 가문은 네 평생의 뒷배가 될 수 없다고. 넌 반드시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해. 깔린느에서 중요한 자리에 오르면 아무도 널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야.”“내가 한현진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렇게 짜증 내지 마. 한현진은 네 아빠에게 인정받아 송씨 가문으로 돌아왔고 또 강한서와 다시 잘되고 있으니, 그녀의 인생은 대박 난 거야. 근데 그녀가 멈춘 적 있어? 네 아빠가 준 가게든 스트레인지든 심지어는 본인이 연기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하나도 소홀히 한 적 없잖아.”“걔는 너만큼 스타트가 좋지 않았지만 네가 여기서 멈춰 있으면 걔가 널 추월하는 건 시간 문제야. 일단 걔가 깔린느에서 자리를 잡으면 넌 평생 걔한테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송가람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서해금은 물잔을 건네며 말했다.“강한서가 내 말 한마디에 너와 연락을 줄였다는 건, 네가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빨리 포기하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거야. 대보름이 지나면 정식으로 입사해. 그때 성월을 붙여줄게.”서해금의 쓴소리가 이제야 가슴에 와닿은 듯 송가람은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응수했다. 서해금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제는 어른이니 뭐가 중요한지 스스로 판단할 나이였기 때문이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7화

    강한서는 일을 하면서도 그녀의 행동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 그녀가 소파에서 다리를 찢으려는 걸 보자 결국 참다못해 말했다.“가만히 좀 앉아 있으면 안 돼?”한현진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앉아 있어도 나랑 말 걸어주는 사람 없으니 심심하잖아. 움직이면 덜 심심해.”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차라리 내가 성우를 불러줄까? 수다나 떨게?”“아니, 민 실장님이랑 얘기하면 돼. 민 실장님, 바빠요?”한현진은 순진한 눈빛으로 물었다.민경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제 일은 거의 다 마쳤고, 이제 대표님께서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한현진은 바로 자리에 앉아 물었다.“민 실장님, 요즘 민서랑은 어떻게 된 거예요?”민경하...강한서...그녀가 심심한 건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실은 가십거리에 대한 궁금증을 더 이상 참지 못해 속이 터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당사자에게 직접 돌직구를 날려버렸다.민경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다른 얘기 하면 안 될까요?”한현진: “한서 씨가 민 실장님을 협박해서 이렇게 참고 있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다 얘기해 봐요. 내가 실장님 편 들어줄게요. 그딴 억지 결혼 절대 못 하게 할 테니까.”강한서: “?”‘그가 그런 사람이었나?’민경하: “정말 그런 일 없어요. 대표님은 그런 분 아니에요.”“그럼, 실장님은 민서를 좋아하는 거예요?”질문이 너무 직설적이라 민경하는 어떻게 대답할지 난감해하며 강한서의 눈치를 살폈다.강한서는 그를 흘겨보았다. 마치 ‘아까 내 아내한테 아부할 때는 왜 그렇게 용감했냐?’는 듯한 눈빛이었다.농담은 농담이고, 그래도 강한서가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꺼냈다.“왜 그렇게 민 실장의 연애에 관심이 많아?”한현진은 금세 강한서에게 말려들어 생각이 딴 데로 갔다.“당신 동생이 민 실장님을 괴롭힐까 봐 그러지. 걔가 전에 사람들 괴롭힌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민 실장이 그렇게 만만해? 예전에 민서가 회사에 왔을 때도 민 실장이 데리고 다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8화

    한현진...그녀가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한 번 더 말해봐!”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잡아 부드럽게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어깨 위에 얹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내가 여기 있는데, 남의 연애사에 그렇게 관심을 가져도 되는 거야?”“그럼, 우리 둘 얘기나 해볼까?”강한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던 한현진은 여러 번 말을 꺼내려 했지만, 끝내 멈췄다. 그러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망했다. 느낌이 안 와.”남자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현진은 그의 눈을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그렇게 달콤하게 쳐다보지 마. 난 아직 당신이 기억을 되찾은 게 적응이 안 되거든. 아니면 예전처럼 내가 살짝만 건드려도 꼭 순결한 여인인 것처럼 펄쩍 뛰어봐.”그러고는 수줍게 말을 이었다.“그게 나름 설렜었거든.”강한서...그는 그녀를 감싸던 팔을 풀고 살짝 옆으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앉았다. 곧 그의 눈빛은 차갑게 변했고 턱에도 힘이 바짝 들어갔다.한현진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바로 이거야, 이 느낌!’그녀는 강한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강한서는 몸을 약간 뒤로 빼며 말했다.“현진 씨, 자중하세요.”한현진은 웃으며 다가가 그의 셔츠를 덥석 잡았다.강한서는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제지했다.“아니, 여자가 어떻게 남자 옷을 막 벗겨요? 부끄러운 줄도 몰라요?”한현진은 장난스럽게 그의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부끄럽긴? 마침, 내 남편이 기억을 잃었잖아. 평소에는 감히 바람도 못 피웠는데 지금 기억이 없을 때 빨리 서둘러!”강한서??그가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도도한 걸 원하는 거 아니었어? 왜 중간에 대본을 바꿔?”그것도 불륜 대본이라니!한현진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웃으며 한참을 있다가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안고 코끝을 그의 코에 살짝 맞대고는 그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내 말이면 뭐든 다 들어주네? 당신도 참, 너무 원칙이 없어.”강한서의 귀는 그녀의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19화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강한서는 올려다보며 눈빛에 미소를 띄웠다.“그날 내가 계속 당신 짐이 됐다면 우리 둘 다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이 아이들도 없었겠지.”그는 손을 천천히 그녀의 배 위에 얹으며 말했다.“하나 대신 셋을 얻었으니, 충분히 값진 거야.”한현진은 화가 난 듯 말했다.“아니야! 당신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어! 당신이 죽었는데 내가 애를 낳을 거라고 생각해? 꿈도 꾸지 마! 당신이 안 돌아오면 난 바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해서 매일 빨간 옷 입고 당신 무덤 앞에서 돌아다녔을 거야. 영웅이 된들 어떡하겠어? 아내가 다른 놈이랑 살게 될 텐데.”강한서는 그녀의 화난 말에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네 그런 '배은망덕'한 잔소리가 들려서, 못 떠나고 다시 돌아온 거잖아.”한현진은 그를 꼭 안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내가 도시락 싸줄까? 다친 뒤로 근육이 빠져서 안으니까 느낌이 별로야.”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임신 중인데 도시락을 만들어 준다고? 민준이가 알면 내 목을 몇 바퀴는 비틀려고 할 걸.”한현진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당해도 싸지. 네가 예전에 못된 짓을 많이 했잖아.”“아, 맞다. 송가람한테 최면 걸어서 뭔가 알아낸 거 있어?”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물에서 구해준 사람은 송가람이 아니었어. 다른 사람이 나를 구해서 병원에 두고 송가람의 연락처를 남긴 거야.”“그럼, 송가람이 당신을 강가에서 발견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어?”강한서가 대답했다.“그날, 물속에서 의식을 잃기 직전에 누군가 날 붙잡았어. 그때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 힘은 여자 같지 않았어.”물속에서 의식을 잃은 성인 남자를 한 손으로 끌어올리는 건 웬만한 여성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사실 성인 남성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사람은 분명 엄청난 체력과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그 사람은 그를 구했지만, 곧바로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송가람의 연락처를 남겼다. 그 사람은 그를 죽이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20화

    한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당신 집에 이런 비밀이 있었다니!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봐.”강한서는 평소에 입이 정말 무겁기로 유명해서 이렇게 오랫동안 비밀을 지켰다는 건 거의 아무도 몰랐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이미 양시은한테서 들었을 것이다.강한서는 뜸을 들이며 얘기했고, 반나절이 지나서야 한현진은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그도 그들 사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아버지의 장례식 때, 그는 강단해와 신미정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어떤 일은 일단 의심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신경을 쓰게 마련이었고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이었다. 그 당시 신씨 가문은 한주시에서 꽤 잘나가는 집안이었고 신미정과 남동생 신표는 명문가 자제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미남미녀로 유명했다.하지만 신씨 가문은 자식들을 지나치게 감싸줬다. 자식을 버릇없게 키우는 건 자식을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속담은 신씨 가문에는 딱 맞는 말이었다.신표는 어린 나이에 이미 도박에 빠져 있었고, 신씨 가문의 재산은 신미정이 결혼하기 전에 거의 바닥났기에 신미정은 결혼 후에도 자주 동생에게 돈을 보태주었다.강한서의 아버지는 도박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에 신미정은 감히 그에게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증표가 도박에서 지고 돈을 갚지 못할 때마다 신미정은 강단해에게 부탁했다.강한서는 처음에 이 사실을 몰랐다가 어느 날 술에 취한 증표가 그의 어깨를 감싸안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누나는 정말 잘못된 선택을 했어. 네 아빠랑 결혼해서 크게 성공하려 했는데, 결국 네 아빠는 우리 누나를 지지하지도 않고 일찍 죽어버렸잖아. 차라리 그때 네 둘째 삼촌이랑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네 아빠가 죽어도 그녀는 여전히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건데. 그때가 되면 누가 감히 나를 쫓아낼 수 있겠어?”이 말에 열몇 살이었던 강한서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때부터 그는 강단해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자신뿐만 아니라 강민서도 그와 멀리하게 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21화

    강한서...이건 정말 예전에 그가 했을 법한 말이었다. 아니, 어쩌면 어릴 때 신미정이 늘 그에게 했던 말이었다.어렸을 때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신미정은 늘 같은 말이었다.“자만하지 마, 다음번엔 다른 애가 널 따라잡을지도 몰라.”“나와 네 아빠가 너한테 돈을 그렇게 많이 썼는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니?”그는 그녀에게서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 사랑하는 사람과 기쁨을 나눌 때도 어떻게 제대로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그래서 그가 생각한 격려는 상대방에게 상처와 비하로 들렸을 뿐이었다.신미정은 그에게 가장 잘못된 본보기를 주었기에 강한서는 자신이 그녀와 다르다고 믿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받들어지다 보니 자신도 그녀와 같은 착오를 범하고 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강한서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며 작은 강아지처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은 예전의 나를 더 좋아해, 아니면 지금의 나를 더 좋아해?”한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한서 씨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고치는 사람이니까, 언제나 다 좋아해.”그의 눈이 별처럼 반짝이며 환하게 빛났다.그는 나지막이 말했다.“사실 나 그 영화 봤어. 개봉 전에 감독님 댁에서 원본을 봤는데, 연기 정말 좋더라.”“50원짜리 연기라며?”강한서가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80원은 되던데.”한현진이 양서은에게 먼저 연락하기 전에 양시은이 먼저 연락을 해왔다.요 며칠 동안 전씨 가문의 일은 온 바닥에 소문났다.전태평의 죄목은 거의 확정된 상태로, 현재 관련 기관에 구속되어 절차만 기다리고 있었다.양시은은 사업 수완이 뛰어나지만, 지나치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정치계의 회색지대는 전태평에게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계속해서 주의를 줬었다.그녀는 자산도 충분하고, 가정의 경제 사정도 여유로워 굳이 위험한 돈을 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돈을 만졌다가 사고가 나면 집안이 완전히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전태평은 말로는 잘 알겠다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22화

    양시은은 오랫동안 참아온 화가 폭발한 모양이었다. 전태평을 구속시킨 뒤, 그녀는 바로 변호사를 찾아가 그가 애인인 최지영과 그 아들에게 쓴 모든 돈을 되찾아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최지영을 전태평, 신미정과 공모해 자신을 사기 친 혐의로 고소했다.그녀가 오랫동안 모아온 증거들로 승소는 확실했지만, 문제는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절차가 너무 느리니 양시은은 답답했다. 그녀는 그 모자가 자신의 돈으로 산 집에서 사는 꼴을 더는 볼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호텔에서 힘 좋은 보안 요원 일곱 명을 데려와, 설 연휴 기간에 그들을 집에서 쫓아냈다.한현진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양시은은 이미 그들을 아파트 마당으로 내몰았고, 보안 요원들이 차례차례 그들의 짐을 밖으로 던져내고 있었다.단지 안은 여자의 욕설과 울음소리로 가득했다.차미주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시은 언니 진짜 세게 나가는데. 이렇게 사람을 쫓아냈다가 소송도 아직 안 끝났는데 경찰에 신고라도 당하면 어떡하려고 그러지?”한현진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전태평이 정말 그렇게 대범하게 집을 그 여자 명의로 해줬을 거 같아? 이 집, 전태평 엄마 명의야. 그러니까 시은 언니는 그 여자를 쫓아낼 정당한 이유가 있는 거야. 자기 집에 남을 공짜로 살게 할 이유가 없잖아?”차미주가 놀라서 말했다.“헐. 그 개자식 완전 교활하네. 난 그가 진심으로 상간녀를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 뒤에서 다 대비하고 있었던 거네?”“애인 관계가 제일 불안정해. 부부는 적어도 법적으로 보호받지만, 애인은 아무런 보호가 없잖아. 그 여자가 집을 팔아버리고 도망가면, 전태평은 어디에 가서 찾겠어? 집 한 채로 묶어두면 아들까지 봐주니까 본인은 그저 매일 두 여자를 즐기면 되었던 거야. 시은 언니는 남편이 순박하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머리가 너무 팽팽 돌아가.”“근데 생각해 보면, 시은 언니도 참 운이 없어. 그 나쁜 놈이 횡령하고 뇌물 받은 것 때문에 벌금 물리면 결국 언니가 돈을 내야 할 거고, 남편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23화

    한현진은 그녀에게 우유를 건네며 말했다.“상속권이 있다고 해서 꼭 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전태평이 아직 멀쩡히 살아있잖아요?”차미주...양시은은 이 말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남편 집안사람들은 20년 동안 그녀를 속였고, 시어머니는 아들을 낳지 못한 것을 두고 늘 은근히 그녀를 괴롭혔다. 매년 며느리 중에서 자신이 섬긴 돈이 제일 많고, 선물도 제일 비쌌지만, 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로 좋은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어제 시어머니는 친척들을 모아 그녀 집 앞에 몰려와 난리를 피우며 집안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전태평의 빚을 메우고 그를 구해내라고 했다.돈을 상간녀에게 주면서 집안 재산은 다 상간녀의 아들에게 넘기겠다고 해놓고, 자신을 부양하는 며느리에게는 아들을 못 낳았다며 불평하고, 손녀들마저도 차갑게 대하는 인간이 정말 무슨 염치로 그러는 건지.“좋아.”양시은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전태평이 죽고 나서 그때 상속받으러 와. 하지만 그 사람은 아직 살아 있고, 우리도 이혼하지 않았으니까, 그의 재산 처분권은 나한테 있어!”그러고는 뒤에 있던 보안요원들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잠시 후에 자물쇠를 바꾸고, 매일 돌아가면서 여길 지켜요. 그 두 사람이 우리 집 근처 3미터 안으로 오면, 그날부로 회사 나오지 마세요.”일고여덟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일제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전태평의 아들은 젊은 혈기로 속이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양시은이 돌아서는 순간, 그는 어디선가 커터 칼을 꺼내 들고 그녀를 향해 휘둘렀다.한현진은 깜짝 놀라 외쳤다.“조심해요!”이때 양시은 옆에 있던 건장한 남자가 재빠르게 상대방의 칼을 붙잡고, 무릎을 걷어찼다. 소년은 짧게 신음하며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다른 보안 요원들도 서둘러 달려와 제압하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맨손으로 칼을 잡은 남자의 손이 피투성이인 걸 보자 양시은은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옆에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빨리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비는 회사에서 부담하고.”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70화

    강한서가 가식적인 말투로 말했다. “부탁할게. 나중에 내가 너랑 여정 씨에게 크게 한 턱 쏠게.”강한서에게 등을 돌린 신우가 손을 들어 중지를 내밀었다.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신우 씨가 널 꽤 귀찮아하는 것 같아. 전에 여정 씨에게 신우 씨는 욕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아닐 걸?”강한서가 헛소리를 지껄였다. “난 우리 사이가 좋다고 생각해. 봐봐, 지금 얼마나 열심히 우릴 도와주고 있어.”한현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그래? 난 왜 신우 씨가 마지못해 하는 것 같지?’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이제 이런 일로 신우 씨 번거롭게 하지 말자. 우리 다른 방법 찾아보자. 언제까지 부탁할 순 없잖아.”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계속 신우에게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신우처럼 능력 있고 입도 무거운 사람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언제까지 신우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다. 신우의 할아버지가 위독하시기 때문에 지금은 삼촌들의 후계자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였다. 수많은 눈이 서로의 약점을 노리고 있었기에 신우의 처지 역시 살얼음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그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신씨 가문에서 요즘 경쟁이 제일 치열한 것이 바로 제일 많은 계약금이 걸린 프로젝트였다. 강한서는 이 기회를 빌려 신우에게 투자금을 보태 그동안 진 신세를 갚을 생각이었다. 그날 오후, 지문 대조 결과가 나왔다. 편지 봉투와 그림에는 한현진과 강한서의 지문을 제외한 세 사람의 지문이 있었다. 그 세 사람 중 한 명은 주혁의 아내였고 또 다른 사람은 주혁의 아들인 주지호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지문 대조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또 다른 사람의 지문이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 정보를 따라 뭔가를 캐낼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이렇게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사 결과는 결국 시스템에조차 등록되어 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9화

    시원하게 욕을 날린 신우는 의리 있게 강한서의 부탁을 들어줬다.10여 년 전 주혁이 경찰서에 남겼던 지문을 받은 강한서는 곧 생체 인식 실험실에 보내 두 지문을 대조하도록 했다. 2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과가 나왔다. 한지와 편지봉투에서는 주혁의 지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 결과에 한현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냐? 그때 직접 손으로 나에게 건네줬었어. 심지어 장갑도 하지 않았는데, 지문이 안 나왔다고?”신우가 말했다. “여긴 여정이와 여정이 사수가 함께 만든 실험실이에요. 게다가 형사들과 자주 협력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지문 대조 시스템은 여길 따라올 곳이 없어요. 한 번도 틀린 적 없었어요.”신우의 말은 지문 대조 결과가 틀렸을 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신우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냈다. 이제 막 담배 한 대를 꺼내려던 그때, 손에 들린 담배가 강한서의 손에 내쳐져 툭, 쓰레기통으로 떨어졌다. 신우: ???머리가 복잡했던 한현진은 두 사람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럼 왜 없는 거지?”여전히 오리무중에 빠진 한현진과 달리 강한서는 이미 눈치 채고 있은 듯 말했다. “혹시... 지금 그 사람은 애초부터 주혁이 아니었던 거야. 그래서 경찰에게 지문이 남아있을까 봐 그런 방법의 자신의 모든 지문을 지워버린 거야.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강한서의 추측에 한현진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떻게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그건 너무 많이 앞서간 거 아냐? 기사님은 가족도 있고 아이도 있어. 만약 정말 사람이 바뀐 거라면 가족들은 눈치 채야 하는 거 아냐?”“데가 이 세상에는 그렇게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어. 아무리 닮은 쌍둥이라고 해도 가족들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잖아.”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어쩌면 가족들은 원래 그 사람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을 수도 있지.”한현진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얼른 강한서에게 물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8화

    “얼른 다시 가져와. 급히 쓸데가 있어.”강한서: ?“왜 그래?”한현진이 말했다. “전화로 얘기하긴 복잡한 일이야. 아무튼 얼른 전화해서 그림 다시 가져오라고 해. 만약 안 건드렸으면 못 건드리게ㅔ 하고 만약 꺼냈으면 얼른 다시 포장하라고 해. 내가 금방 갈게. 만나서 더 자세하게 얘기해 줄게.”강항서가 대답했다. “알겠어. 지금 당장 다시 가져올게.”한현진은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향했다. 전화에서 한현진이 워낙 급하게 얘기한 탓에 강한서도 그녀가 걱정이라 손에 있던 일을 미리 마친 후 칼퇴근해 집으로 돌아왔다. 만나자마자 강한서를 본 한현진이 물었다. “기사님 아직 그림 안 넣었지?”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네가 너무 일찍 얘기해서 넣지도 못한 상황이야. 네가 그림을 가진 후로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림을 본 적이 없어.”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랍에서 일회용 장갑을 꺼내 낀 후 그림과 평지를 함께 꺼내 일회용 봉투에 넣었다. 한현진의 행동을 본 강한서의 눈가가 파를 뛰었다. “증거 수집해?”한현진은 봉토를 밀봉하며 말했다. “정말 증거가 될 수도 있어. 일단 가직해 둬.”“대체 무슨 일이야?”한현진이 장갑을 벗고 나서야 강한서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과 본인의 의심과 의혹을 얘기했다. “이번 주에 기사님께서 뭔가 사고를 친게 틀림없어. 그래서 재판장에서 지문 인식하는 걸 거부하는 거겠지. 만약 기사님이 전과범이고 회사에서 그 사람을 그대로 둔다면 기사님이 영향을 끼치는 것 나뿐만이 아니야. 그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내가 생각해봤는데 일단 지문을 수집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일단 고여정 씨께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아봐. 그래야 만일이 사태에 대비를 하지.”한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가 의문을 제기했다. “주혁 씨의 지문은 이미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어.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신상 조회를 하면 바로 나올 텐데 지문을 지우는 게 무슨 소용 있어?”한현진이 멈칫했다. “없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7화

    주현의 생각은 성월과 달랐다. 송가람은 사랑에 눈이 멀어 남자의 사랑을 바랐지만 주현은 아니었다. 그녀의 목표를 애초부터 매우 명확했다. 주현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신분과 지위를 노렸다. 그건 20년, 30년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금 주현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눈앞에 놓였는데 그 기회를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주현은 성월의 성격을 잘 알았다. 성월은 반평생을 야심으로 가득 찬 서해금 곁을 지키며 진작 서해금의 충직한 개가 되었다. 성월에게 신분은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거였고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 기회를 잡아 개척해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서해금 역시 자신의 두 손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송병천과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서민 출신에 남편을 잃고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 무슨 수로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웃기지 말라 그래.’하지만 그 말을 주현은 감히 성월 앞에선 할 수 없었다. 주현은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이모, 도와줘요. 신씨 가문으로 돌아가든 아니든 저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송가람 씨와 조금이라도 가까이 할 수 있는 일로 부탁해요. 활동이든 파티든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자리로요. 그래야 신씨 가문에 호감을 살 수 있죠.”성월의 학창 시절, 그녀의 집안은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주현의 부모님이 빌려주신 돈으로 급한 불을 끈 덕에 성월은 늘 주현의 집안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주현의 애교에 견디지 못한 성월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송가람 씨 비서로 전근 보내볼게. 너, 네 남자친구한테 기본적인 건 잘 가르쳐. 묻는 말에 아무 것도 대답 못하면 안 돼.”주현이 순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성월에게 팔짱을 끼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이모! 역시 이모가 날 제일 예뻐할 줄 알았어. 주말에 집에 와서 식사해요. 안 가신지 꽤 됐잖아요...”한편, 사무실로 돌아온 한현진의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만약 어제 바로 세정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6화

    서해금이 입술을 짓이기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냉정하다니, 한현진 답지 않아.”성월이 말했다. “사실 전 그렇게 냉담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오일을 깨뜨린 것도 주혁 씨였고 몰래 부업을 하다 한 대표님 얼굴에 먹칠한 것도 주혁 씨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원망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말이 없던 서해금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인사팀에 잠깐 다녀와요. 일단 주혁을 가람이 운전기사로 전근시켜요.”성월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표님, 가람 아가씨에게 운전기사를 붙일 생각이시면 제가 다른 기사님을 찾을게요. 회사에는 지금 마침 새로 입사한 젊은 신입사원들이 많아요. 어리고 건강하고 운전 경력도 전부 5년이 넘었어요. 주혁 씨는 한현진 곁에서 한동안 일을 하신 분인데, 가람 아가씨 운전기사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요.”“전근시키라고 하면 시켜요. 제가 이렇게 하는 덴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성 비서는 나서지 말아요.”성월이 다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성월이 사무실을 나서자 주현이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모, 어떻게 됐어요? 대표님께 말씀 드렸어요?”성월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대표님께서 이미 송가람 씨에게 다른 운전기사를 붙이셨어. 이미 결정된 일이야.”순간 주현은 조바심이 났다. “왜 갑자기 결정 난 거예요? 회사에서 요즘 새로 신입사원 모집했잖아요. 보안팀은 싫어할 거란 말이에요.”성월이 말했다. “대표님께서 주혁을 송가람 씨 운전기사로 전근시켰어. 지금 인사팀에 가서 그 일부터 처리해야 해.”그 말을 들은 주현이 투덜거렸다. “한현진 밑에 있던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본인 상사를 배신까지 했고요. 대표님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딸 운전기사로 쓰시겠다는 거예요?”순간 얼굴을 일그러뜨린 성월이 주현을 구석진 곳으로 끌고 갔다. 성월은 주변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혁의 팔을 내치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너 미쳤어? 여긴 회사야. 여기서 집인 줄 알고 그렇게 큰 소리로 대표님 뒷담화를 하는 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5화

    직원들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어떤 직원은 회사의 조치가 꽤 인간적이라며 칭찬했고 또 어떤 직원은 아무리 화장실 청소라도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세제를 쓰진 말았어야 했다며 안전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회사의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청소 직원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그쳤지만 만약 누군가 범행을 저지르려고 한다면 부식성이 강한 세정제는 범죄자에게 칼을 준비해준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꼴이었다. 의문을 제기하던 직원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한현진과 눈을 마주쳤다. 그제야 실언했다는 것을 인지한 직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표님, 전 회사에서 조치를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 아니라요. 단지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저도 모르게 제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본 거예요.”한현진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위험 요소요?”그 직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못... 못 들으셨어요?”“죄송해요.”한현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친구 문자에 답장하느라 못 들었어요.”직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직원이 얼른 말을 이었다. “회사에서 며칠 동안 청소하시는 직원분들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잖아요. 그 일 때문에 다들 마음이 뒤숭숭해요.”한현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직원이 말을 이었다. “아, 맞다. 대표님. 다치신 분 중에 대표님이 아는 사람도 있어요. 전에 대표님 운전 기사셨던 주혁 기사님이요. 그 분이 제일 심하게 다치셨어요.”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기사님이요? 확실해요? 어제 볼 일 보러 갔다가 기사님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셨는데. 언제 다치신 거예요?”한현진의 말에 직원이 멍해졌다.“그럴 리가요. 며칠 전에 이미 다치셨어요. 대표님과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내셨어요.”한현진이 곰곰이 생각했다. “그날 제가 급한 일 때문에 길게 얘기를 나누진 못했어요. 손에 붕대 같은 건 본 기억도 없고 기사님께서도 저한테 그런 얘기는 없으셨는데... 심하게 다치셨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4화

    막 전화를 끊으려던 그 순간, 박안수가 다시 불렀다.“아, 그리고...”“뭔데?”“오늘 경찰서에서 한현진과 마주쳤어.”서해금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한현진이 경찰서엔 왜?”“나도 자세한 건 안 물어 봐서 잘 몰라. 하지만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간 것 같아. 혼자가 아니라 6, 7살 쯤 되는 어린 아이와 함께 왔었어.”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하던 서해금이 또 물었다. “한현진이랑 얘기했어? 무슨 얘기했는데?”“괜히 의심할까봐 내가 경찰서에 간 이유를 사실대로 얘기했어. 한현진도 더 묻지 않았고.”우물 쭈물거리며 숨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당당하게 대답하는 편이 오히려 의심을 덜 사는 방법이었다. “그게 다야?”“응.”생각의 잠겼던 해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한테 손에 상처는 뭐라고 얘기했는데?”“회사에서 청소하다가 부식성 제품에 다친 거라고 했어.”서해금이 원망하듯 말했다. “왜 회사에서 다친 거라고 했어. 회사에서 그렇게 부식성이 강한 제품을 쓸 리가 없잖아.”“그렇다고 내가 집에서 다친 거라고 할 순 없잖아. 집에는 회사에서 다친 거라고 했는데. 조사 협조 요청을 나한테만 하는 게 아니잖아. 게다가 그 두 사람은 거짓말을 아예 못 해. 만약 경찰이 내 손에 관해 묻기라도 한다면 바로 들켜 버리는 거잖아.”서해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여자는 미쳤고 애는 귀가 먹었는데, 그런 병X도 제대로 통제 못 해?”순간 얼굴을 찡그린 박안수가 말했다. “말 그렇게 하지 마. 두 사람 불쌍한 사람들이야.”“뭐가 불쌍해. 도박쟁이 가정폭력범을 성실하고 부지런한데다 박학다식한 남편으로 바꿔줬는데. 우리한테 고마워해도 모자라.”서해금의 말에 박안수는 왠지 마음이 불편해졌다.너는 대화를 이어 가고 싶지 않았던 서해금이 당부하며 말했다. “이만 끊어. 가람이한테 당신을 기사로 쓰라고 얘기하러 갈 거야. 소식 기다려.”박안수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그래.”전화를 끊은 서해금은 아무리 생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3화

    “아니.”서해금이 미간을 찌푸렸다.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경찰에겐 뭐라고 했어?”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대로 얘기했어.”“박안수!”서해금은 참기 힘들 정도로 화가 끓어올랐다. “지금이 농담할 때야?”“농담 아냐.”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더 가라앉았다. “그럼 내가 뭐라고 말할까? 네가 준 신분이니 난 당연히 주어진 대본대로 연기할 수밖에. 그럼 내가 난 박안수라고 얘기했어야 해? 죽은지 27년도 더 된 사람이야. 박안수가 어떻게 돌아와?”그의 목소리엔 고통과 원망으로 가득 했다. 그 순간, 서해금의 얼굴이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날 탓하는 거야?”말이 없던 상대방은 잠시 후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적 없어.”“박안수, 지금 날 탓하는 거잖아.”서해금이 공격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때 빚을 진 사람도 당신이고,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당신이었어. 당신이 가람이를 키울 능력이 없었던 거고, 당신이 가람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살길 바랐고, 그래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사정한게 당신이었어.”“내가 당신한테 돈 안 줬어? 지금껏 내가 당신한테 준 돈이 얼만데. 당신은 얼마든지 해외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었어. 굳이 한주에 남겠다고 한 건 당신이야. 내가 당신에게 그럴 듯한 신분을 만들어주지 않았으면 당신이 무슨 명분으로 가람이 앞에 나타날 건데? 당신이 이렇게 당당하게 가람이를 만날 수나 있었을 것 같아?”목이 메인 남자는 한참만에야 눈을 감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네 탓한 거 아냐. 난 그저 이렇게 조마조마 마음 졸이는 생활에 지쳤을 뿐이야. 난 집에서도 감히 옷을 못 벗어. 잠도 깊게 잘 수가 없어. 길에서는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그 사람은 날 보면서 반갑게 인사하는데 난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라. 그러면서도 아는 척, 반가운 척 인사를 해야 해. 심지어 아무리 아파도 검사도 못 해. X발, 병원도 가질 못한다고!”남자가 깊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362화

    “네, 볼 일 봐요. 회사로 복귀하면 다시 얘기하죠.”한현진이 전화를 끊었을 때 차는 이미 회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한현진은 곧바로 로비로 향했다. 회사의 프런트가 한현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짧게 인사를 받은 엘리베이터에 탄 한현진은 사무실이 아닌 2층을 눌렀다. 회사 건물은 2층부터 화장실이 있었기에 1층엔 화장실이 없었다. 한현진은 아예 2층부터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역시 공교롭게도 2층에 도착한 한현진은 마친 청소 중인 직원과 마주쳤다. 근무 시간이 화장실엔 사람이 없었다. 직원은 바닥을 닦고 있었고 세면대와 멀지 않은 곳에 청소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 위엔 청소 용품으로 가득 했다. 한현진은 고개를 숙여 청소 용품을 확인했다. 청소차엔 수많은 플라스틱 통과 병이 있었고 그 안엔 전부 액체가 담겨져 있었다. 굳이 뚜껑을 열지 않아도 소독제의 냄새가 올라왔다. 그러나 그 제품들은 그 어떤 별다른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부식성이 그렇게 강한 용액을 플라스틱 병에 담진 않았을 거 아냐.’“누구세요?”청소차를 관찰하는 한현진의 등 뒤로 사투리 억양이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현진이 몸을 돌리니 청소 중이던 직원이 보였다. 그 직원은 아래층 청소를 도맡아 하는 분이라 한현진을 본 적이 없었다. 단순히 한현진이 화장실을 사용하려는 것이라 생각한 직원이 말했다. “아직 소독제를 쓰지 않았으니까 볼 일 보려면 얼른 봐요.”한현진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청소차의 물건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주머니, 여쭤볼게 있어요. 화장실 청소를 하실 때 어느 브랜드의 농도가 얼마인 세정제를 사용하세요?”직원이 말했다. “도매 시장에서 파는 회색통이요. 커다란 거. 엄청 싸요.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사려고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장실이 항상 깨끗해서요. 저도 집에서 써보려고요.”청소 직원이 얼른 한현진을 말렸다. “절대 사지 마요. 변기의 때는 우리가 항상 솔로 조금씩 닦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