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031 - Chapter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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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1화

강한서가 한현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갖고 싶은 사진 있으면 내가 인쇄해 줄게. 그리고 20살 때 내가 뭐 볼 게 있다고 그러는 거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일 뿐이야.”“아니거든. 내 눈엔 멋있어 보여.”한현진이 눈을 예쁘게 휘며 아부를 떨었다. “지금보다 훨씬 멋져. 완전 네 미모의 전성기라니까. 넌 안 그렇게 생각해?”강한서는 한현진의 그 말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린 강한서가 덤덤하게 말했다. “난 그래도 지금의 내가 더 좋아.”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강한서의 준수한 미모는 회사에서는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아무리 제일 선진적인 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얼굴 반반하고 소년미 가득한 남자아이의 외적인 모습으로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어려웠다. 꽤 긴 시간 동안 줄곧 헬스를 해온 그 습관은 운동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건장한 체격과 이미지를 갖추어 소년다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일찍 벗어나기 위한 그의 노력이었을 뿐이었다. 비록 지금도 여전히 똑같은 미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덩치에서 오는 카리스마와 수년간 비즈니스로 다져진 경험에서 나오는 아우라로 인해 아무도 강한서를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20살의 강한서는 준수했고 30살의 강한서는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 더해졌다. 20살의 그는 어린 여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30살의 그는 한현진과 같은 새댁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한현진은 참지 못하고 강한서를 끌어안은 채 입을 맞추었다. “얼른 짐 정리 해. 늦으면 유호촌으로 가는 막차를 놓치게 될 거야. 거긴 길이 안 좋아서 운전해서 가면 더 불편하거든.”한현진이 말하며 강한서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는데 그가 다시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예참을 드리는 건 조금 더 나중에 가. 지금 이 시간엔 기도를 올리러 가는 사람들도 많아서 복닥거릴 텐데 지나다니다 만약 너한테 부딪히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리고 길도 험한데 임산부한테 안 좋아.”강한서의 말에 한현진은 순간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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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2화

주씨 가문의 가족 모임은 언제나 주시윤이 중심이었다. 멀리서 온 시동생이든, 아니면 줄곧 주진철을 보살펴 온 막내 아들 가족이든 모두 주진철의 총애는 받지 못했다. 그건 주진철이 남자보다 여자를 귀히 여겨서는 아니었다. 주시윤을 편애하는 것은 단지 그녀가 주진철에게 버려졌던 그의 첫사랑과 닮아서였기 때문이었다. 명문가의 도련님인 그는 어떤 여자든지 연애는 할 수 있었지만 결혼은 집안이 맞는 여자로 선택해야 했다. 주강운의 할머니가 바로 그 집안이 맞는 여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주진철에게 버려진 그의 첫사랑은 주진철의 결혼식 날 강에 투신했다는 소문도 있었고 목공과 결혼해 남강으로 이사를 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어쨌든 그 첫사랑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었다. 바람둥이였던 명문가 도련님은 결혼 후 아내를 존중하고 그녀를 깍듯이 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강운의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네 번의 임신을 했지만 유산만 세 번을 했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은 지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이었고 주씨 가문의 어른들은 계속 그 아이를 족보에 넣는 것을 반대했다. 그리고 아이가 3살이 되던 해, 주진철은 밖에서 아들과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데려왔다. 그 아이는 친아들의 이름으로 주씨 가문의 족보에 들어가 가족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아이가 바로 주강운의 큰아버지였다. 그리고 마침 그때가 주강운의 할머니의 본가가 쇠퇴하고 있던 상황이라 그녀는 주씨 가문의 집안일을 신경 쓸 겨를이 도무지 없었다. 그러니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욕을 견뎌야만 했다. 처음이 있으니 두 번째가 있고 또 세 번째가 있었다. 둘째 삼촌과 아버지, 그리고 작은고모 주시윤까지 큰아버지를 데려온 후 몇 년 사이 하나둘 주씨 가문에 이름을 올렸다. 대외적으로 주진철은 슬하에 아들 셋에 딸 하나를 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네 명의 아이 모두 주강운의 할머니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그녀의 유일한 아들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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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3화

‘재밌네.'주강운은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고개를 들다 마침 주강운의 그 웃음을 본 주시윤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강운아. 너 요즘 양진환 대표님 따님과 가깝게 지낸다며. 둘이 사귀는 거야?"양진환이라는 이름에 주진철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일자무식의 벼락부자를 말하는 거니?”안 그래도 주름 가득한 얼굴에 미간까지 찌푸리자 야박한 이미지만 더 진해졌다. 주강운이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양 대표님은 그저 가방끈이 짧으신 것뿐이에요. 비전과 아이디어는 누구보다 뛰어나신 분이에요. 아니면 어떻게 에너지 산업의 리더가 되셨겠어요.”그의 말에 주진철이 코웃음 쳤다. “타이밍만 잘 맞으면 아무리 멍청한 놈도 돈은 벌 수 있어.”그러나 주강운은 주진철의 말에 오히려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에너지 산업을 지원할 거라는 소식은 고모께서도 제일 먼저 알게 된 사람 중 한 분이시잖아요. 고모께서 그 타이밍을 놓치신 건 에너지 산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기 때문인가요?”주씨 가문의 뿌리는 여기저기 뻗쳐 복잡하게 얽혀 똘똘 뭉쳐있었다. 그러니 위에서 어떤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할 거라는 소식이 있다면 그들이 제일 먼저 알게 될 것이었다. 에너지 산업은 주시윤이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주시윤이 그 산업의 가치를 무시한 탓이었다. 그녀가 그 산업의 가치를 알게 되었을 때는 투자를 하기엔 이미 최적의 시기를 놓친 후였다. 주시윤과 그녀의 파트너는 에너지 산업에 꽤 큰 손실을 보았었다. 다행히도 다른 프로젝트가 성공한 덕에 그 구멍을 메꿀 수 있었고 그 덕에 엉망진창까지는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니 주강운의 말은 주시윤의 상처를 들추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주시윤의 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 그녀와 달리 주진철은 참지 않고 주강운을 향해 분노를 표현했다. 그는 손을 뻗어 옆에 있던 컵을 들어 그대로 주강운에게 던져버렸다. 주강운은 날아오는 컵을 피하지 않았고 주진철이 던진 컵은 그대로 주강운의 이마에 부딪혔다. 그의 이마는 바로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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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4화

주강운은 말없이 주시윤 옆에 서서 계단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눈빛에 담긴 감정을 숨겼다. 그의 생각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주강운이 입을 열었다. “담배 있어요?”주시윤이 담배와 라이터를 주강운에게 던져주었다. 첫 모금을 빨아들인 주강운이 참지 못하고 기침을 내뱉었다. 그런 주강운을 힐끔 쳐다본 주시윤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너 전엔 아버지 말씀이라면 전혀 거역하지 못하더니, 귀국 후엔 많이 변했네.”“그래요?”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빤 주강운이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제가 예전엔 어땠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전 지금의 제 모습이 꽤 마음에 들거든요.”멈칫 행동을 멈춘 주시윤이 티 나지 않게 주강운의 표정을 살폈다. 담배 연기가 주강운의 얼굴을 감쌌다. 흐릿한 그 모습이 어쩐지 현실 같지가 않았다. 주시윤이 피식 웃더니 덤덤하게 말했다. “기억 못 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담배 한 대를 다 태운 주강운이 내려가려고 하자 주시윤이 그를 불러세웠다. “강운아, 너 한현진 좋아하지.”움찔 몸을 굳힌 주강운이 고개를 돌려 주시윤을 쳐다보았다. 주시윤이 담배꽁초를 눌러 담배를 껐다. “네가 좋아하는 거면 고모가 도와줄게.”잠시 주시윤을 쳐다보던 주강운이 물었다. “어떻게 도와주실 건데요?”주시윤이 씩 웃더니 말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결국 소유욕인 거야. 한현진에게 약을 먹여 너와 이어지면 한서가 그래도 한현진을 만날 것 같아?”주강운도 주시윤을 따라 웃었다. 다만 그는 주시윤을 비웃고 있었다. 주시윤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웃는 거니?”몸을 돌린 주강운이 하대하듯 주시윤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그 나이를 먹고도 그런 말을 할 있다는 걸 웃는 거예요. 고모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아 본 적 없으시죠?”주시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의 말투마저도 차갑게 가라앉았다. “난 널 위해 방법을 생각해 준 건데, 넌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주강운이 냉담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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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5화

주승윤이 말했다. “지금 올라가려고.”주강운의 어머니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주승윤을 쳐다보았다. “됐어요. 내가 가 볼게요. 당신은 주방에 가서 가족들 챙겨요. 술 많이 마시지 말고요.”주승윤이 알겠다며 대답했다. 주강운의 어머니가 약상자를 들고 주강운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시윤이 갑자기 말했다. “형님은 여전히 현모양처시네요.”주승윤이 움찔 몸을 굳혔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주시윤은 이미 주방으로 돌아간 후였다. 주방에선 인사치레를 건네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승윤은 서늘한 기운이 발바닥으로부터 천천히 손끝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감정을 잘 추스르고 나서야 주시윤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강한서와 한현진은 새벽이 되어서야 유호촌으로 향했다. 한현진은 어둠을 헤치며 강한서를 데리고 증조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아직 짐을 내려놓지도 못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나 큰 소리로 짖어대며 강한서에게 달려들었다. 순간 강한서는 전에 없던 힘을 뿜어냈다. 그는 심지어 강아지를 똑바로 볼 새도 없이 한현진을 안아 들고 강아지를 피해 마당을 뛰어다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현진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는 강아지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서의 반응 때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한현진은 행여나 강한서가 실수로 자기를 놓쳐 떨어뜨리기라도 할까 봐 강한서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꽤 큰 소란에 곧 주변 이웃이 모여들어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증조할아버지는 혼자 지내셨던 터라 주변 이웃들과 사이가 좋았다. 시끄러운 소리에 도둑이라도 든 줄 알았던 이웃들은 도구를 들고 문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마당의 불이 켜지고 조그만 강아지에게 쫓기며 마당을 뛰어다니는 강한서를 본 그들은 침묵에 빠졌다. ‘이거... 먼저 도둑을 잡아야 하나, 사람을 구해줘야 하나...?’옷을 입고 나온 증조할아버지 역시 마당에 펼쳐진 장면을 보고는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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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6화

이 마을에서만 수십 년을 살아온 이씨의 아내는 그동안 만나면 큰소리로 인사나 건네는 덩치 큰 무뢰한만 많이 봐왔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파리도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이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넘긴 엘리트는 몇 번 만나본 적이 없었다. 지난번에 만난 주강운도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주강운은 강한서보다는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었다. 강한서는 너무 반듯하게 잘생긴 느낌이라 비록 미소를 띠고 있긴 하지만 그에게서 흐르는 타고난 귀티는 어쩐지 높으신 분이 시찰을 내려온 것만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이씨의 아내는 순간 어쩌면 좋을지 몰라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옷에 두어 번 문지른 후에야 강한서의 손을 맞잡았다. “강, 강, 강... 강 무슨 서라고.”강한서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강한서예요. 넓고 큰 모양 한, 상서 서를 쓰고 있어요.”고급스러운 소개에 멍해진 이씨의 아내가 말했다. “그럼 한서 씨라고 부를게요.”“...”그 모습을 본 한현진은 웃다가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잔뜩 폼을 잡으며 소개했지만 상대방은 결국 두 글자만을 기억했다. 강한서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굳어져 갔다. “한서라고 부르시면 돼요.”이씨의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가 성격은 좋은 것 같은데 안 웃을 때면 사나워 보인단 말이야. 웃을 때면 잘 생기긴 했어.’게다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강한서의 모습은 187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이씨 아내의 눈엔 그저 연약해 보이기만 했다. 강한서는 자신이 주강운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먼저 이웃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사교성은 비즈니스를 하는 능구렁이들에겐 먹힐진 몰라도 목소리만 크고 다른 사람 얘기를 하기 좋아하는 완벽한 외향인 재질의 사람들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씨가 말했다. “키도 크고 손발도 큰 것이 곡식 옮기는 건 엄청 잘 할 거야. 지난번에 온 강운이 녀석도 혼자서 두 포대씩 옮겼잖아.”그 말에 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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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7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증조할아버지의 말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캐리어에는 스티로폼에 쌓인 강아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강아지보다는 훨씬 못생긴 쇠뭉치가 들어있었다. 이렇게 생긴 물건은 처음 본 사람들은 그저 희한하기만 했다. 방금까지 강한서를 제일 심하게 놀리던 허씨가 이번에도 제일 큰 소리로 웃었다. “자네 손주사위가 장난감이라도 사 준 거야? 그럴듯하게 생기긴 했지만 너무 못생겼어. 왜 털이 달린 건 안 샀대? 스피커라도 달아서 방문 앞에 두고 매일 개 짖는 소리를 재생하면 정말 놀라긴 하겠어.”그 말에 이웃들이 박장대소했다. 증조할아버지가 허씨를 힐끔 쳐다보았다. “털이 없어도 난 마음에 들어. 최소한 선물이라도 할 줄 알잖아. 자네 손주는 일자리를 찾은 지도 몇 년이나 지났는데 한 번도 자네에게 뭐라도 사 온 꼴을 본 적이 없어.”말문이 막힌 허씨가 변명하며 말했다. “큰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은 부담이 커.”증조할아버지가 받아쳤다. “그렇지. 우리 집 손주사위는 털이 없는 철 강아지를 선물로 줬지.”눈가를 파르르 떨던 허씨가 고집스레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렇다고 아이들에게만 기대며 살 수는 없잖아.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증조할아버지가 말했다. “우리 집은 털이 없는 철 강아지를 줬어.”“...”증조할아버지가 또 말했다. “털이 없는 철 강아지를 말이야.”허씨가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닥쳐.”두 분은 젊었을 적엔 아내와 자식을 비기더니 나이가 드니 손자와 증손자로 비교하기 일쑤였다. 이웃들은 진작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저 재미를 위한 말다툼에 불과했다. 진심으로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일은 없었다. 한현진은 강한서를 잡아끌며 그에게 자랑을 좀 하라고 눈짓했다. 강한서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할아버님, 이건 털이 없는 철강아지가 아니라 로봇 강아지예요.”증조할아버지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로봇 강아지... 그것도 철 강아지 아냐?””...그렇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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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8화

“강 교수, 젊은 나이에 전도가 유망하군.”“강 교수, 어렸을 때 공부 엄청 잘했겠네.”어깨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증조할아버지는 과장을 보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거야 당연하지. 천재팀이 함부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당연히 어렸을 때부터 잘해야지. 3살에 글을 떼고 5살엔 천자문을 거꾸로 외울 수 있었고 7살엔 더 이상 모르는 글이 없었어.”증조할아버지의 말에 사레가 들린 강한서는 기침하느라 얼굴마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한현진은 손을 뻗어 강한서의 등을 두드리며 참지 못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몰랐는데.”강한서가 말했다. “나도 방금 알았어.”마을 사람은 당연하게도 강한서에게 천자문을 거꾸로 외워보라고 했다. 하지만 강한서가 외운다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오히려 그에게 몇 글자 적어보라며 부추기기 시작했다. 몇 글자 적어보라는 주민들의 말에 증조할아버지는 순간 마음에 켕겼다. 그는 단지 한현진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손주사위를 잔뜩 띄워준 것이었다. 강한서의 실력이 어떤지는 사실 그도 잘 알지 못했다. 강한서는 주민들이 계속 소란스럽게 굴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가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내일요. 원하시면 내일 몇 글자 적어드릴게요. 오늘은 너무 늦었어요. 저녁이라 어둡기도 하고요.”강한서의 말에 마을 주민들도 더 이상 소란스럽게 굴지 않고 몇 마디 인사를 건넨 후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이씨의 아내는 낮에 끓인 백숙이라며 집에서 냄비 하나를 가져왔다. 냄비에 남은 백숙은 아직 먹지 않았던 것이라며 따뜻할 때 먹으라며 말이다. 유호촌의 주민들은 수십 년을 같은 마을에서 살아온 이웃들이라 평소에도 서로 도와주며 지내왔다. 순박하기 그지없는 사이였다. 한현진은 냄비를 받아 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녀는 이씨의 막내 손주에게 용돈을 쥐여주었다. 이씨의 아내가 한사코 거절했지만 강한서가 말했다. “이모님, 명절이라 아이에게 용돈 주는 거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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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9화

강한서는 뜨거운 귓불을 어루만지며 한현진을 따라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한 앞부분의 말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서자 강한서는 증조할아버지와 한현진이 잠자리를 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젠 제법 눈치를 볼 줄 아는 강한서가 얼른 앞으로 다가가 잠자리 정돈을 도왔다. 증조할아버지도 거절하지 않으시고 침대 시트와 이불을 강한서에게 던져주고는 오곡밥을 먹이겠다며 한현진을 데리고 나갔다. 강한서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잠자리를 펴야 했다. 오곡밥에 반찬까지 가져오고 나서야 증조할아버지가 물었다. “이젠 다 괜찮니?”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돌려 강한서가 있는 방으로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다 제자리를 찾았어요.”“괘씸한 녀석, 괜히 사람 걱정시키더니.”중얼거리던 증조할아버지가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게, 내가 그랬잖아. 저렇게 밉상인 녀석을 염라대왕도 받지 않을 거라고.”한현진이 증조할아버지를 따라 웃었다. 그동안 있었던 험난했던 일은 오직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돌아온 것만으로도 이미 하늘이 그들을 불쌍히 여겨준 덕이었다. “아, 맞다. 할아버지, 강한서가 할아버지께 드릴 보양식도 많이 가져왔어요. 제가 가져올게요.”증조할아버지가 꽤 놀라워하며 말했다. “처세가 이렇게 많이 늘었어? 지난번에 한주에 있을 때만 해도 널 따라 간 관광지에서 눈치도 없이 물 한 병 사는 것도 알려줘야 움직이더니 말이야. 혹시 네가 산 건데 일부러 저 놈이 샀다고 말해서 내 점수를 따려는 건 아니지?”한현진이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제가 산 거 아니에요.”증조할아버지를 속이려 하는 말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캐리어 두 개와 큰 가방 하나를 들고 왔다. 두 사람이 갈아입을 옷과 일상용품 조금을 제외하면 전부 유호촌으로 오는 길에 강한서가 산 선물이었다. 강한서는 다른 처세는 잘 몰라도 사람을 찾아뵙고 선물을 드리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꼼꼼하게 챙겼다. 그는 유상수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유상수의 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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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0화

한현진이 차미주의 문자에 답장했다. [송가람이 또 무슨 짓을 벌인 거야?]차미주가 얼른 문자를 작성했다. [대박, 이걸 알아맞힌다고?][송가람이 뭘 했는데?][개자식이 그러는데, 네 새엄마가 송가람을 데리고 요즘 실력 있는 조향사를 만났대. 그분은 조향사 쪽에서는 거의 원조라고 하더라고. 그 원조급 거물이 손가락을 제자로 받아들였다는 소식이 이미 여기저기 전해지고 있어. 나도 방금 봤는데 마케팅 계정에서도 그 기사를 업로드하고 있어.]차미주가 기사 하나를 보내왔다. 한현진이 그녀가 보낸 링크를 클릭해 기사를 확인했다. [조향의 대가, 지민욱의 제자. 송씨 가문 규수로 추정,]기사 아래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 것으로 보아 핫이슈까지는 아닌 듯했지만 기사의 인기 순위는 계속 오르고 있었다. 누군가가 의도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한현진은 댓글창을 슥 훑어보았다. 알바 군단이 작성한 댓글을 제외하고도 재밌는 댓글이 꽤 있었다. [송씨 가문? 운해 그룹을 말하는 거야?][전에 친딸을 찾아 떠들썩하게 피로연을 연 재벌가가 바로 송씨 가문이었잖아. 역시 부잣집이야. 친딸을 데려오자마자 이렇게 엄청난 사람을 스승으로 모시다니.][금방 돌아온 그분은 아직 하늘에서 뚝 떨어진 부귀에 정신을 못 마치고 있을 것 같은데. 기사에서 보니까 이분은 송씨 가문에서 어렸을 때부터 돈과 노력을 들여 기른 진짜 부잣집 규수더라고. 각종 악기는 물론 전통 회화도 할 줄 아는 사람이야. 글씨체는 서예의 대가인 마지철에게서 전승받아 강단 있으면서도 우아하고 활기찬 모양이 일품이야. 정말 전형적인 타고날수록 노력하는 인간이라니까.][그 사람은 송씨 가문 규수가 아니지 않아요?][양딸은 딸도 아니라는 거야? 부모님이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딸이 아니라는 거지?][남들과는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했음에도 이렇게 노력하다니. 오히려 금방 집으로 데려온 친딸이야말로 운이 따른 케이스지. 2, 30년을 떨어져 있었으니 그사이 벌어진 거리는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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