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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7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증조할아버지의 말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캐리어에는 스티로폼에 쌓인 강아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강아지보다는 훨씬 못생긴 쇠뭉치가 들어있었다. 이렇게 생긴 물건은 처음 본 사람들은 그저 희한하기만 했다.

방금까지 강한서를 제일 심하게 놀리던 허씨가 이번에도 제일 큰 소리로 웃었다.

“자네 손주사위가 장난감이라도 사 준 거야? 그럴듯하게 생기긴 했지만 너무 못생겼어. 왜 털이 달린 건 안 샀대? 스피커라도 달아서 방문 앞에 두고 매일 개 짖는 소리를 재생하면 정말 놀라긴 하겠어.”

그 말에 이웃들이 박장대소했다. 증조할아버지가 허씨를 힐끔 쳐다보았다.

“털이 없어도 난 마음에 들어. 최소한 선물이라도 할 줄 알잖아. 자네 손주는 일자리를 찾은 지도 몇 년이나 지났는데 한 번도 자네에게 뭐라도 사 온 꼴을 본 적이 없어.”

말문이 막힌 허씨가 변명하며 말했다.

“큰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은 부담이 커.”

증조할아버지가 받아쳤다.

“그렇지. 우리 집 손주사위는 털이 없는 철 강아지를 선물로 줬지.”

눈가를 파르르 떨던 허씨가 고집스레 말을 이었다.

“우리가 그렇다고 아이들에게만 기대며 살 수는 없잖아.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증조할아버지가 말했다.

“우리 집은 털이 없는 철 강아지를 줬어.”

“...”

증조할아버지가 또 말했다.

“털이 없는 철 강아지를 말이야.”

허씨가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닥쳐.”

두 분은 젊었을 적엔 아내와 자식을 비기더니 나이가 드니 손자와 증손자로 비교하기 일쑤였다. 이웃들은 진작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저 재미를 위한 말다툼에 불과했다. 진심으로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일은 없었다.

한현진은 강한서를 잡아끌며 그에게 자랑을 좀 하라고 눈짓했다.

강한서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할아버님, 이건 털이 없는 철강아지가 아니라 로봇 강아지예요.”

증조할아버지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로봇 강아지... 그것도 철 강아지 아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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