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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6화

이 마을에서만 수십 년을 살아온 이씨의 아내는 그동안 만나면 큰소리로 인사나 건네는 덩치 큰 무뢰한만 많이 봐왔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파리도 미끄러져 떨어질 것 같이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넘긴 엘리트는 몇 번 만나본 적이 없었다.

지난번에 만난 주강운도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주강운은 강한서보다는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었다. 강한서는 너무 반듯하게 잘생긴 느낌이라 비록 미소를 띠고 있긴 하지만 그에게서 흐르는 타고난 귀티는 어쩐지 높으신 분이 시찰을 내려온 것만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이씨의 아내는 순간 어쩌면 좋을지 몰라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옷에 두어 번 문지른 후에야 강한서의 손을 맞잡았다.

“강, 강, 강... 강 무슨 서라고.”

강한서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강한서예요. 넓고 큰 모양 한, 상서 서를 쓰고 있어요.”

고급스러운 소개에 멍해진 이씨의 아내가 말했다.

“그럼 한서 씨라고 부를게요.”

“...”

그 모습을 본 한현진은 웃다가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잔뜩 폼을 잡으며 소개했지만 상대방은 결국 두 글자만을 기억했다.

강한서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굳어져 갔다.

“한서라고 부르시면 돼요.”

이씨의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애가 성격은 좋은 것 같은데 안 웃을 때면 사나워 보인단 말이야. 웃을 때면 잘 생기긴 했어.’

게다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강한서의 모습은 187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이씨 아내의 눈엔 그저 연약해 보이기만 했다.

강한서는 자신이 주강운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먼저 이웃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사교성은 비즈니스를 하는 능구렁이들에겐 먹힐진 몰라도 목소리만 크고 다른 사람 얘기를 하기 좋아하는 완벽한 외향인 재질의 사람들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씨가 말했다.

“키도 크고 손발도 큰 것이 곡식 옮기는 건 엄청 잘 할 거야. 지난번에 온 강운이 녀석도 혼자서 두 포대씩 옮겼잖아.”

그 말에 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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