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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8화

“강 교수, 젊은 나이에 전도가 유망하군.”

“강 교수, 어렸을 때 공부 엄청 잘했겠네.”

어깨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증조할아버지는 과장을 보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거야 당연하지. 천재팀이 함부로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당연히 어렸을 때부터 잘해야지. 3살에 글을 떼고 5살엔 천자문을 거꾸로 외울 수 있었고 7살엔 더 이상 모르는 글이 없었어.”

증조할아버지의 말에 사레가 들린 강한서는 기침하느라 얼굴마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한현진은 손을 뻗어 강한서의 등을 두드리며 참지 못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도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몰랐는데.”

강한서가 말했다.

“나도 방금 알았어.”

마을 사람은 당연하게도 강한서에게 천자문을 거꾸로 외워보라고 했다. 하지만 강한서가 외운다고 해도 알아듣지 못하니 오히려 그에게 몇 글자 적어보라며 부추기기 시작했다.

몇 글자 적어보라는 주민들의 말에 증조할아버지는 순간 마음에 켕겼다.

그는 단지 한현진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손주사위를 잔뜩 띄워준 것이었다. 강한서의 실력이 어떤지는 사실 그도 잘 알지 못했다.

강한서는 주민들이 계속 소란스럽게 굴도록 놔두지 않았다. 그가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내일요. 원하시면 내일 몇 글자 적어드릴게요. 오늘은 너무 늦었어요. 저녁이라 어둡기도 하고요.”

강한서의 말에 마을 주민들도 더 이상 소란스럽게 굴지 않고 몇 마디 인사를 건넨 후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이씨의 아내는 낮에 끓인 백숙이라며 집에서 냄비 하나를 가져왔다. 냄비에 남은 백숙은 아직 먹지 않았던 것이라며 따뜻할 때 먹으라며 말이다.

유호촌의 주민들은 수십 년을 같은 마을에서 살아온 이웃들이라 평소에도 서로 도와주며 지내왔다. 순박하기 그지없는 사이였다.

한현진은 냄비를 받아 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녀는 이씨의 막내 손주에게 용돈을 쥐여주었다. 이씨의 아내가 한사코 거절했지만 강한서가 말했다.

“이모님, 명절이라 아이에게 용돈 주는 거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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