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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6화

송병천의 말에 한현진이 멍해졌다. 그녀는 줄곧 그녀와 송민준의 입장에서만 이 문제를 생각했었다. 송병천의 입장을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송병천이 재혼을 했고 재혼의 상대가 하필이면 하현주가 생전 제일 친한 친구였다는 것이 꽤 마음에 걸렸다는 사실을 한현진은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의 일에 있어서 한현진은 그 일을 직접 겪은 당사자가 아니었다. 그러니 송병천이 대체 어떤 상황에서 서해금과 재혼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현주가 세상을 뜨고 송병천이 재혼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송병천이 얼마나 많은 저항을 했는지는 그만이 알고 있을 일이었다.

아이 딸린 홀아비, 집에는 병상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계셨다. 서해금의 출현은 마치 윤활유처럼 녹이 슬어 삐걱거리던 집안을 다시 돌아가게 했다. 나이 지긋한 어머니는 본인이 돌아가신 후 혼자 쓸쓸히 남겨질 아들과 손주가 걱정이 되었을 테고, 때마침 나타난 현명한 여자와 아들을 이어주고 싶어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살아가면서 미련 둘 것이 생긴 사람은 많은 것을 원하는 대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송병천은 아마도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소원을 마다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자기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여자에게 이혼 얘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

한현진은 심지어 그런 생각까지 했다. 어쩌면 송병천이 서해금에게 깔린느의 권한을 쥐어준 것도 어쩌면 마음을 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서해금이 송병천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송병천에 대해 아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몸을 숙여 송병천을 꼭 끌어안은 한현진이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아빠.”

송병천이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한현진은 송병천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아빠. 아빠는 오빠도 잘 기르셨고 저도 찾아주셨어요. 아빠가 우리 가족을 온전하게 만드신 거예요. 너무 대단하세요.”

눈시울을 붉힌 송병천이 고개를 돌려 북받치는 감정을 추슬렀다. 그는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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