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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3화

알겠다며 대답한 박해서는 동료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송가람을 지켜보았다.

송가람 곁에 있던 동료가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가람 씨, 한 대표님 비서와 많이 친하세요?”

송가람은 그저 씩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해서는 조금은 틀에 박힌 듯 한 사람이라 규정대로만 일을 처리하려고 했고 융통성이 없는 편이었다. 사실 송가람은 박해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당시 박해서가 면접 보러 왔을 때 송가람은 마침 볼 일이 있어 송민준에게 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녀는 송민준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면접을 마치고 나온 박해서와 마주쳤다.

사실 송가람은 박해서라는 사람을 잊은지 오래였다. 박해서가 먼저 인사를 건네며 두 사람이 동창이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송가람에게 초등학교 시절의 일은 그리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그러니 박해서가 그녀에게 어린 시절 얘기를 꺼냈을 때, 송가람은 그저 아무런 감정 없이 대꾸해줬을 뿐이었다.

하지만 박해서는 의외로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수도 없이 비서를 바꾸고도 눈에 차지 않아하던 까다로운 송민준은 박해서를 마음에 들어 한 것은 물론 벌써 몇 년 동안 그를 곁에 두고 있었다.

송가람은 마음을 나누지 않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녀에게 박해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서해금은 늘 그녀에게 박해서와 어느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동창이니 서로 도와주라면서 말이다.

그 당부는 서해금이 박해서에게서 한현진의 유전자 검사 소식을 전해들은 이후로 최고조를 찍었다.

송가람은 박해서가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일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최소한 한현진이 깔린느에 출근하기 전까진, 그녀는 박해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제 보니 서해금의 선경지명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송가람은 손에 들린 밀크티를 동료에게 건넸다.

“이거 현이 씨가 마셔요.”

주현이 멈칫하더니 물었다.

“박 실장님이 일부러 사오신 건데 안 마셔요?”

송가람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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