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54화

작가: 조십일
송가람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에요? 전 꽃을 배달시킨 적이 없는데요.”

“전화번호 끝자리가 8286인 남성분이 주문하셨어요. 꼭 직접 꽃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하셨는데, 내려오실 수 있으세요?”

익숙한 전화번호 뒷자리에 송가람이 멈칫했다.

‘8286이면, 한서 오빠 전화번호잖아.’

송가람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잠깐만 기다려요.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로비.

배달원이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들고 프론트에 서 있었다. 로비를 오고가는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힐끔힐끔 배달원 손에 들린 꽃다발을 쳐다보더니 곧 고개를 돌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회사로 꽃이 배달되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이지 현실에선 흔한 광경이 아니었다. 그러니 다들 꽃다발의 주인이 누군지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송가람이 성큼성큼 프론트 쪽으로 걸어갔다.

본인 확인을 마친 배달원이 송가람에게 사인을 부탁하고 나서야 꽃다발을 전해주었다.

꽃다발을 받아든 송가람이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죄송한데 꽃을 주문한 남성분이 또 다른 말은 없었나요?”

배달원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사장님께 카드도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카드는 꽃다발 속에 있어요.”

송가람이 손을 뻗어 꽃을 뒤지자 그 안에는 예쁜 빨간색 카드가 들어있었다.

프론트에 있던 직원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물었다.

“가람 씨, 남자친구가 보내 준 거예요?”

송가람이 붉게 물든 얼굴로 카드를 다시 꽃다발 속으로 넣으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뇨, 친구가요.”

그녀의 말에 다들 알겠다는 듯 말했다.

“아, 가람 씨 짝사랑하시는 분이 보내신 거구나.”

씩 미소 지은 송가람은 그들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꽃다발을 안은 채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송가람은 적지 않은 동료들과 마주쳤다. 곧, 송가람을 좋아하는 남자가 그녀에게 꽃을 선물했다는 소식이 회사 전체에 전해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송가람은 그런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지 않았다. 비록 입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55화

    강한서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보름에 할아버님 댁에 있었을 때, 네 휴대폰에 있던 그 추석 인사는 누가 보낸 거야? 누가 보낸 건데 한 밤중에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건데?]멈칫하던 한현진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날 밤 잠에 들기 전 그녀는 주강운이 보낸 명절 축하 인사를 받았다. 당시 그녀는 문자를 보며 토끼 키링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던 것이다. [너 그때 잠든 거 아니었어?][내가 잠들었는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묻잖아. 앞으로 걔 문자는 내가 너 대신 답장할게. 그래도 돼?]한현진은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말했다. [네가 하고 싶으면 해. 난 청렴결백해서 무서울 것도 없어.]원하는 대답을 들은 강한서는 순간 한현진에게 이용 당했다는 사실도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겸허한 태도로 한현진에게 조언을 구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송가람에게는 내가 뭐라고 답장하면 되는 건데?][답장할 거 없어. 앞으론 내가 옆에 없을 땐 송가람이 뭘 보내든 답장하지 마. 어차피 자기가 알아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거야.][...]강한서와 문자를 주고받는 한현진의 앞으로 송가람이 식판을 들고 와 맞은편에 자리잡고 앉았다. 고개를 들어 송가람을 마주 본 한현진은 조용히 대화창을 껐다. 송가람이 웃음기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현진 씨, 밥은 먹을 만해요? 만약 입에 안 맞으면 사무실 아래에 있는 식당도 맛있어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제가 사오라고 할게요.”멈칫하던 한현진이 미소 지으며 예의상 대답했다. “괜찮아요. 이것도 충분히 맛있어요.”송가람이 젓가락을 닦으며 무심코 흘리는 말인 듯 얘기했다. “현진 씨, 제 사무실에 꽃이 좀 있는데, 조금 이따 와서 몇 송이 좀 가져가서 사무실 꽃병에 꽂아요. 바쁠 한 번씩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낚였다.’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웃으며 물었다. “좋아요. 무슨 꽃인데요?”송가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 테이블에 앉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56화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점심도 배불리 먹지 못한 한현진은 사무실에 앉아 강한서가 준비해준 산모 간식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오물거리며 성월이 가져 온 깔린느 각 부서의 자료를 살펴보았다. 센트가 깔린느로 이름을 바꾼 후 회사의 규모는 점자 확대되었다. 핵심 팀원들도 서해금에 의해 물갈이 되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몇 명 안 되는 초창기 멤버는 아마 서해금 본인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 사이에 틈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자기 사람을 올려 보내야 했다. 송민준이 데려올 그 여자 아이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었다. 02년생이라, 너무 어린 나이였다. 웅,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순조로운 첫 출근이냐며 묻는 차미주의 문자였다. 한현진은 휴대폰을 치켜든 한현진은 사무실을 빙 돌며 파라노마 모드로 사진을 찍은 후 차미주에게 전송했다. [완전 크지!]차미주: [!!! 커! 비서 부족하지 않아? 내가 면접 보러 갈게!]한현진이 살풋 웃음을 지었다. [한 대표가 비서로 있어주면 월급으로 1000만 원을 준다고 해도 싫다고 했던 애가 내가 줄 월급이 마음에 들기나 하겠어?][이건 달라. 한성우에게서 급여를 받는 건 왼쪽 주머니의 돈이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은 거잖아. 하지만 너에게서 받는 돈이야말로 정말 버는 거지. 얼마든 상관없어. 다른 건 모르겠고 복은 같이 누리고 힘든 건 네가 혼자 감내하는 거야.]차미주의 문자에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좋은 건 늦게 배워도 나쁜 건 빨리도 배웠네. 너 지금 네가 말하는 꼴 좀 봐. 한성우 씨 그 조잔한 인간이랑 너무 비슷하지 않아?]한참 동안 웃음을 터뜨리던 차미주가 물었다.[이제 첫 출근인데 손가락 모녀가 네 뒤에서 이상한 짓거리는 하지 않았어?][서해금은 내가 멀리 보내버렸어. 그리고 송가람은... 무서워할 것도 없어.][어디로 보냈는데?]어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차미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대단한 애라니까. 아빠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57화

    한현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걔가 널 경찰서에 신고했던 게 미안해서 일부러 값을 많이 쳐준 거야.]차미주가 답장했다. [그때 그 사실을 알았을 땐 그까짓 돈 때문에 머리를 숙이고 싶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두 시간 갇혀있는 대가로 2억이면 난 충분히 할 수 있어. 지금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넌 모를 거야. 최근 6개월 사이에 웹드라마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어서 나 요즘 줄곧 그쪽 일 하고 있었다니까.][너무 인지도 있는 배우도 필요 없고 3일에서 5일 사이면 촬영이 끝나. 대본은 인터넷으로 모집하고 촬영 주기가 짧고 촬영 비용이 적게 들어. 최대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이면 충분하거든. 하지만 한 작품만 성공시켜도 수십억을 벌어들일 수 있어. 수익이 충격적일 정도로 높다니까. 그러니 지금 우리 업계에서는 제작사마다 웹드라마 제작을 위한 팀을 하나씩은 꾸리고 있거든. 내가 불행하게도 그 팀으로 발령 났지. 매일 투고된 막장 대본을 읽고 있자니 머리가 다 터질 지경이야.]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숏츠도 많이 보지 않게 된 한현진은 차미주가 말한 것들에 대해 잘 알 리가 없었다. 그녀는 차미주에게 무슨 웹드라마냐며 묻자 차미주가 사이트 하나를 보내주었다. 사이트로 들어가 한참을 보던 한현진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반짝하며 떠올랐다. 그녀는 다급하게 문자를 작성했다. [미주야, 나 대본 좀 써줄래?][뭐?]한현진이 말했다. [좀 이따 퇴근하면 너한테 갈게. 만나서 얘기해.]문자로 얘기하기엔 타자 속도가 너무 느렸고 할 말도 너무 많았다. 한현진이 순간 떠올린 아이디어는 바로 차미주에게 수십 년 전 송씨 가문의 일을 웹드라마로 제작하고 한현진이 돈을 써 그 웹드라마를 인기 차트에 올려 이슈화 만드는 것이었다. 만약 서해금의 공범이 있다면 당시 실제 사건과 비슷한 내용의 웹드라마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 어쩌면 안절부절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안에 떨며 평정심을 잃는다면 덜미를 잡힐 수도 있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58화

    송가람은 흰색 실크 소재의 셔츠를 입고 머리를 느슨하게 뒤로 땋아 내렸다. 진주 귀걸이는 그녀의 마른 몸매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그녀의 뒤에 따라 붙은 두 사람은 두 손 가득 물건을 바리바리 싸들고 있었다. 포장을 보아하니 명품 화장품인 듯 했다. 쇼핑백의 개수로 보아 적은 양은 아니었다. 송가람이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 바쁘신데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연휴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다들 바쁘셔서 사무실에 함께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은 현진 씨 첫 출근이라 모처럼 모두 계시니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한현진이 생각했다. ‘작은 선물? 환심이나 사려는 거겠지. 어쩐지 주현 씨더러 날 여기까지 불러내더라니. 이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였네.’선물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흥미를 보이며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사무실 분위기도 뜨거워졌다. 한현진은 송가람이 사온 선물을 슥 훑어보았다. 역시나 그녀의 생각대로 화장품과 향수였다. 너무 비싼 것도, 그렇다고 너무 싼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절대 사람들이 사지 못할 수준의 제품은 아니었다. 마음에 들든 아니든 사람은 선물을 사온 송가람의 성의를 생각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컬러는 전부 품절이라 살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고마워요, 팀장님.”“세상에, 불과 며칠 전에 이 파운데이션 리뷰를 봤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선물로 받게 되다니. 팀장님, 센스가 너무 좋으세요.”“이 향수 진짜 좋아요. 저희 엄마가 계속 쓰시 거든요. 엄청 좋아하실 거예요.”“가람 씨, 무리하신 거 아녜요?”...송가람은 직원들의 인사에 일일이 대답해 주었다. 그녀는 심지어 웃으며 말했다. “별로 비싸지 않았어요. 저한텐 그다지 가치도 없는 물건일 뿐이에요. 친구가 가방 살 때 기다리면서 보다가 여러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 그냥 샀어요.”그녀의 말에 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눈을 마주쳤다.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가 전보다 옅어졌지만 송가람은 전혀 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59화

    한현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별 거 아녜요. 올해가 유난히 춥잖아요. 보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날이 풀리지 않아서 몸을 따듯하게 해 줄 수 있는 걸 선물하면 어떨까 생각했었거든요. 평소에도 방한 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고요.”‘방한 용품?’‘모자, 목도리, 장갑 아니면 무릎보호대인 건가?’방한이라는 두 글자에 사람들의 호기심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런 물건들은 겨울이 다가오면 회사에서 늘 나누어주었었다. 그러지 도무지 기대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한현진의 첫 출근 기념 발언을 떠올린 그들은 한현진을 그저 아무 생각도 없는 재벌 2세로 정도로 생각했다. ‘고작 저런 인간이 송가람 씨 모녀와 경영 다툼을 하겠다는 거야?’사람들의 눈빛을 보며 송가람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진 씨, 이미 준비한 건데 차라리 지금 나눠줘요. 방한 용품이라 조금만 늦으면 아마 올해는 몇 번 사용하지도 못할 거예요.”주현도 송가람을 거들었다. “한 대표님이 고르신 건데, 방한 용품이라고는 해도 절대 평범한 건 아닐 거예요.”“한 대표님이 하고 계신 목도리도 예쁘잖아요. 혹시 전부 그 목도리로 준비하신 거예요?”“구찌 목도리요? 세상에. 진짜 그 목도리면 전 좋아서 미쳐 버릴 지도 몰라요. 한 대표님, 뜸 들이지 마시고 얼른 공개해주세요. 너무 기대돼요.”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그들은 한현진을 높이 띄워주고 있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송가람의 눈가에는 비웃음이 서려있었다. 한현진이 준비한 물건이 직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뻘쭘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 분명했다. 송가람 혼자 조향팀을 마주해야 했기에 서해금은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언질을 해둔 상황이었다. 그덕에 송가람은 조향팀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깔린느에는 똑똑한 사람으로 가득했다. 절대 공략하기 쉬운 곳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창피도 좀 겪어봐야지. 고작 창립자의 딸이라는 신분만으로 깔린느에서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60화

    누군가 기다리지 못하고 물었다.“한 대표님,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한현진이 앞으로 나서며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방금 말했잖아요. 날이 추워져서 여러분께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물건으로 준비했다고요.”“아니, 방금 통일된 물건을 준비하셨다고 하셨는데 전혀 같은 제품들이 아닌데요. 전부 다른 디자인이잖아요.”한현진이 말했다. “전부 같은 거예요. 제가 여러분들 옷 사이즈를 모르잖아요. 이제 첫 만남이라 직접 물어보기도 실례인 것 같고 그래서 전부 S사이즈로 구매했어요. 오늘 출근하고 보니까 몇 명은 저와 몸매가 비슷하신 것 같아서 몇 개는 M 사이즈로 바꾸려고 했었거든요. 하지만 가람 언니가 계속 오늘 주라고 하시고 또 여러분들도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아서 가져올 수밖에 없었어요.”말하며 한현진은 옷의 재질을 매만지며 말했다. “이 옷들 보기에 두꺼운 것 같아도 입으면 보온성이 꽤 좋은 편이예요. 입기에도 편하고요. 가람 언니도 평소 이 브랜드의 옷을 좋아해서 같은 또래라 안목도 비슷할 것 같아 준비해 봤어요.”주현의 입 꼬리가 부들거렸다. 통일했다는 의미가 같은 사이즈로 구매했다는 뜻이었다니.‘일부러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는 거 아냐?’주현이 고개를 돌려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송가람의 표정은 흉악스러워 보인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물론 주현은 송가람이 왜 저토록 화를 내는지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송가람에게 눈앞의 광경은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옷걸이에 걸린 모든 옷은 그녀가 한현진을 농락하기 위해 선물했던 옷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부 한현진은 입을 수 없는 사이즈의 옷이었다. 송가람은 한현진이 그 옷들을 전부 가져와 깔린느의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며 마음을 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말은 또 왜 저렇게 거창하게 하는 거야.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사람들은 한현진이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연기를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명품 브랜드의 옷은 한 벌당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61화

    한현진은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시선을 주위를 슥 훑어보았다. A구역 1팀의 팀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른 팀의 팀원들 역시 몇 명만 보였고 오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옷을 가지는 사람과 가지지 않는 사람은 비례는 대략 3:7 정도였다. 역시나 서해금은 깔린느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듯 했다. 조향팀의 절반 이상이 모두 그녀의 사람이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한현진은 갑자기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자료를 전달하러 온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내밀고 이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현진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쪽으로 와서 같이 골라요.”멈칫하던 젊은 여자가 얼른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전 조향팀 팀원이 아니에요.”한현진은 여자의 목에 걸린 사원증을 슥 훑었다. 재무팀 은서하. 어린 나이로 보아 이제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입인 것 같았다. 고개를 든 한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본 사람 몫도 있어요. 지금 있을 때 얼른 줄 서요. 공짜잖아요.”은서하가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귓불을 한 채 고맙다고 인사하더니 곧 줄을 서러 달려갔다. 은서하를 빤히 쳐다보는 송가람의 눈에는 불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 한현진 앞으로 다가갔다. “현진 씨가 팀원들을 위해 심사숙고해서 고른 옷들이 제가 전에 현진 씨에게 선물해줬던 옷과 같은 것 같네요. 혹시 제가 준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거예요?”그 말에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게 지금 한현진이 안 입는 옷이라는 거야?’한현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웃음을 머금고 송가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람 언니가 선물한 옷을 제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주겠어요.”송가람 역시 웃으며 말했다. “제가 기억력이 나쁜 편도 아니고, 전부 제가 고른 옷인데 설마 모르겠어요. 구매 지출 내역도 아직 제 휴대폰에 기록되어 있는 걸요.”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송가람과 눈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062화

    주현은 창백해진 얼굴로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들은 분명 송가람이 표정으로 눈치를 줬기에 내뱉은 것이었다. 만약 그 말을 꺼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왜 현장에서는 제지하지 않은 걸까?한현진은 송가람보다 선물도 훨씬 좋은 것으로 준비했고 말도 그녀보다 더 잘했기에 송가람은 창피를 당해야 했고 그녀의 화를 돋웠다. 마음이 언짢아진 송가람은 화풀이 대상을 찾아 분노를 터뜨려야 했다. 그리고 주현이 바로 그 화풀이 대상이었다.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린 송가람이 드디어 진정하자 주현은 그제야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팀장님, 사실 전 이것도 꼭 안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오늘 일로 최소한 사람들의 마음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잖아요. 앞으로 어떤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하는지 이제 판단이 서시겠죠.”송가람은 이제야 이성을 되찾았다. 한현진은 준비한 옷들을 전부 나눠주지는 못했다. 서해금의 사람과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아직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깔린느는 스트레인지가 아니었다. ‘한현진, 고작 이런 수단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려고 했겠지만 네 생각처럼 쉽진 않을 거야.’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직원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창피를 당하고도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면 송가람은 도무지 그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었다. 주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팀장님, 저에게 생각이 있어요. 한 사람을 벌해 백 사람이 경계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랫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주어 누구의 물건을 가져도 되고 누구의 물건을 건드리지도 말아야 하는지 똑똑히 알려주면 돼요.”송가람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주현을 바라보았다. “어떻게요?”“금방 재무팀에서 온 은서하있잖아요. 재무팀은 전부 서 대표님 인맥이에요. 눈치도 없이 한현진이 주는 선물을 받았으니 본보기를 보일 제일 좋은 대상이죠.”잠시 침묵하던 송가람이 말했다. “엄마는 제가 아무런 이유 없이 직원을 자른

최신 챕터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3화

    한현진은 반나절이 걸려서야 일의 자초지종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쩐지 지난번 홍혜림 씨 사건이 있었을 때 왜 진윤 씨가 갑자기 나타나 상황을 반전시키나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는 거잖아.’순간 한현진은 뻘쭘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방금 전화를 받고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입도 벙긋하지 말았어야 했다. 진윤의 말처럼 이건 정말 비열한 짓이었다. 유치한 강한서가 벌일 만한 일이 맞긴 한 것 같았다. 강한서 본인 역시 이번 일은 너무 얍삽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어쩌다 아이를 달래주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 [정상에서]에서 지금 자체 테스트 중인 스킨 한 세트 줄게. 어때?”진윤이 작게 울먹이며 말했다. “스킨 세 세트?“강한서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 와중에 딜을 하는 걸 보니 그리 큰 상처를 받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세 세트 전부 줄게.”진윤이 곧바로 울음을 멈췄다. 절판되어 더는 살 수 없는 게임 스킨과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여신 중 아무리 바보라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오해한 거라고 하죠.”말하며 한현진을 쳐다보던 진윤은 여전히 아쉬워하며 말했다. “현진 누나, 왜 이렇게 빨리 결혼하셨어요. 남자 때문에 손에 넣었던 트로피도 놓칠 수가 있어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결혼이 커리어 영향주지 않아. 이간질 하려고 하지 마.”“형님은 남자니까 당연히 영향을 안 받으시겠죠.”강한서에게 농락을 당한데다 하루아침에 구닥다리에게 여신을 뺐긴 진윤은 누구보다 빨리 흑화 했다. “결혼하면 아이도 낳아야 하잖아요. 어떤 유명한 감독이 임산부를 캐스팅하려고 하겠어요. 제일 예쁠 나이를 남편과 아이에게 바치면 나중에 아이가 클 때쯤엔 본인의 레전드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요. 제가 다 아쉬워서 그래요. 너무 불공평해요.”비록 진윤은 그저 이간질을 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그 말은 현실이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은 여자의 커리어엔 고난과 역경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2화

    한현진: ?강한서가 들고 있던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차미주의 목소리였다. “현진아! 너 내연녀가 되어버렸어. 게다가 그 상대가 네 사촌 동생이래.”강한서: ?강한서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한현진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웠다. ‘전여친, 현여친이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게다가 이 목소리, 왜 이렇게 귀에 익은 거지?’“저... 저기 혹시 전화 잘못 하신 거 아녜요?”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곳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 현진 누나?”한현진이 멍해졌다. ‘날 알아?’“네. 제가 한현진이예요. 누구세요?”상대방은 말이 없었다. 그에게서는 그저 조금 흥분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무슨 일이야?”진윤이 이를 악물었다. “방금 전화 받은 사람 누구예요!”강한서가 말했다. “내 와이프.”“그럴 리가 없어!”진윤이 바득 이를 갈았다. “이 사생팬 같은 아저씨가! 혹시 일부러 날 속이려고 옆에 성대모사하는 분이라고 모셔놓은 거 아녜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너처럼 유치한 인간인 줄 알아? 그리고 현진이는 아무도 대체할 수 없어.”진윤은 강한서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거짓말 좀 그만 해요. 현진 누나는 지금 그 티베탄 마스티프와 데이트하는 중이라고요. 만약 누나가 정말 형님 와이프라면 형님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누나가 딴 남자와 데이트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요?”더 이상 진윤을 대꾸하기 귀찮았던 강한서가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 몇뿐 후, 휴대폰 화면으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던 여신과 딱 붙어 앉아있는 전남편 형님을 확인한 진윤은 순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한현진은 휴대폰에 비춰진 진윤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진윤 씨가 강한서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인 거야?’진윤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울어댔다. “거짓말쟁이! 뻔뻔한 인간! 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1화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0화

    “하하하.”한현진이 마른 웃음을 지었다.“오빠. 제가 티슈 없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강한서가 눈을 씰룩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핑계였다. 그는 입술을 달싹여 아내를 따라 염치 없이 말했다. “형님, 저도 없어요.”송민준이 가방과 티슈를 두 사람에게 던지며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탁, 소리와 함께 문이 닫겼다. 한현진: ...“오빠가 나한테 화 난 건 아니겠지?”강한서가 우울하게 말했다. “너보단 날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아. 네 오빠가 아무리 너에게 화가 나도 결국은 나에게 그 화살이 돌아올 거야.”한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마음이 좀 놓이네.”강한서: ?한현진이 그의 손을 잡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차피 오빠가 널 탐탁지 않아 한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오늘 이 일로 크게 달라지진않을 거야.”“...”‘행복은 본인이 누리고 잘못은 내가 뒤집어쓰고. 정말 좋은 아내네.’강한서는 한현진을 데리고 호텔 라운지로 향했다. 입덧이 끝난 이후로 한현진의 식욕은 줄곧 안정적이었다. 매 끼니마다 많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지만 배고픔도 빨리 찾아왔기에 하루에 몇 끼씩 먹어야 했다. 그 덕에 지금의 한현진은 송아지처럼 튼튼하기만 했다. 강한서는 임신한 한현진을 위해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한현진에게는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 그의 주변엔 임산부가 많이 없었지만 많은 아내들이 임신 후 남편을 괴롭힌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현진에겐 모든 임신의 호르몬 변화가 거짓말처럼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의사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큰 반응 없이 잘 먹고 잘 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강한서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을 자주 다니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한현진은 정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조금 유치해지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팔을 끌며 굳이 아이들의 흔들 목마에게 타게 해달라며 떼를 썼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9화

    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채영 언니.”문채영이 가방에서 포장한 선물 박스를 건넸다. “첫 만남이라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지 몰라 제가 직접 향낭을 만들었어요. 향 맡아봐요.”한현진이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 “언니도 조향하세요?”문채영이 미소 지었다. “제가 조향에 입문하게 된 것도 민준이 덕분이었어요. 전엔 이런 거 만드는 거 좋아했었거든요.”한현진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조향하는 송민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줄곧 송민준은 그쪽으론 취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민준은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불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주문부터 해. 배고파.”멈칫하던 문채영이 시선을 내려 눈에 맴도는 서운함을 숨겼다. 한현진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언니, 오랜만에 오셨을 텐데 오늘은 한주 음식으로 드시는 게 어때요?”문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현진 씨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주문한 음식 서빙을 마치고 룸을 나서려는 종업원에게 송민준이 갑자기 말했다. “장어 국수도 주문할게요.”문채영이 힐끗 송민준을 쳐다보자 시선을 올린 그가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말했다.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지.”‘그래,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다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하고 많은 국수 중에 왜 하필 장어 국수야?’‘오빠가 장어 국수라고 말할 때 언니 표정을 보면 설마 두 사람 사이에 장어 국수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었던 건가?’호기심이 활활 불타오른 한현진이 몰래 테이블 아래로 강한서의 손을 꼬집었다. 그러자 강한서는 그녀에게 새우를 발라 주었다. 한현진: ...강한서과 문채영은 너무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한현진은 문채영의 외할머니와 강한서의 할머니가 먼 친척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촌수가 먼 사이라 피가 거의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알고 지낸지 한참 후에야 두 가문이 몇 세대 전에는 친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8화

    한현진이 고개를 들자 옆에 서 있는 벤틀리가 보였다. 송민준이 운전석에 앉아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차창은 닫혀 있었으니 송민준은 당연히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강한서의 차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차를 세운지 한참이 지나도 두 사람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송민준은 강한서가 또 이상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송민준의 목소리를 들은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을 놓고 그녀의 옷을 정리하며 단정하게 자리에 앉았다. 민경하는 은연 중에 자신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차에서 내린 송민준은 카키색의 캐주얼한 외투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평소 한열이 자주하던 헤어스타일과 비슷했고 선글라스를 콧등에 걸친 채 입술을 앙다물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넓은 어깨에 긴 다리의 그가 우뚝 서 있으니 카리스마와 매력이 흘러넘쳤다. 전엔 그가 한열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런 차림에 선글라스까지 쓴 모습을 보니 만약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그를 한열로 착각할 것도 같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차에서 내린 한현진이 가방을 메고 송민준을 향해 걸어갔다. “오빠, 오늘 왜 이렇게 멋져요?”송민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가 언제 안 멋진 적이 있었어?”한현진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어떤 날이든 멋지긴 하죠. 그래서 언제 데뷔할 생각이요?”송민준이 한현진의 가방을 건네받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난 열이와 캐릭터가 너무 비슷해. 내가 데뷔하면 연예계에 걔 자리가 있긴 할 것 같아?”한현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송민준은 손을 들어 검지로 콧등에 걸린 선글라스를 아래로 내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강한서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쟨 차에서 뭐하는 거야?”“업무 통화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한현진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가자. 우린 먼저 올라가는 게 좋겠어. 혼자 미적거리라고 해.”룸에 도착하자 송민준은 그제야 물었다. “너희 두 사람, 대체 무슨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이렇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7화

    한현진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강한서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마음 약해질 줄 알았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한현진이 말했다. “처음엔 마음이 약해졌는데 조금 전 불쾌한 일이 있었거든.”한현진은 간단하게 주혁이 무릎 꿇은 일을 서술했다. “난 사실 그렇게까지 화가 난 건 아니었어. 하지만 꿇어앉아 있는 기사님 모습을 본 순간 화가 치밀더라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러니까 날 강박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 기회를 빌려 바로 전근시켰어.”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오는 길에 계속 마음이 불편했어. 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한 건 아닌가 싶었거든. 기사님은 지금 아들에게 인공 달팽이관을 해줄 돈이 부족한 상황이거든. 전근하면 월급은 당연히 전보다 줄어들 텐데.”강한서가 한현진의 손등을 토닥였다.“인공 달팽이관은 보청기와 비슷한 거야. 생명과 직결된 문제도 아니니 돈이 부족하다고 해도 당장 급할 건 없어. 하지만 굳이 너를 속여 가며 부업을 하려고 했어. 난 그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멈칫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기사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무릎을 꿇고 자존심 따위는 쉽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원하는 건 자신의 존엄보다 훨씬 더 소중한 걸 거야. 전근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어. 네가 그 사람을 곁에 두는 건 내가 불안해.”강한서는 한현진의 손을 잡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 약해지지 마. 네가 마음 약해질 때마다 난 심장이 떨려.”“휴. 신세를 지기도 했고 기사님 집에는 장애인이 두 명이나 있잖아. 안타까워서 그러지. 내가 언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약해지는거 봤어? 난 아주 독한 사람이라고.”강한서는 곧바로 태클을 걸었다. “강운이에겐 마음 약하게 굴었잖아.”지나간 이야기를 꺼내려는 강한서의 태도에 한현진이 얼른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불쌍해 보이는 주 변호사님 외모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6화

    한현진이 민경하를 살펴보았다.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얼마 전 야근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 거 아냐? 신제품 발표회도 마무리 됐으니 이젠 좀 쉬게 해줘야지. 민 실장님이 쓰러지면 나중에 너만 고생할 거야.”강한서가 한현진에게 텀블러를 건넸다. “내가 부하 직원 생사도 나 몰라라 하는 그런 대표 같아? 민 실장이 쉬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휴가 줄 거야.”그 말에 민경하가 재빨리 대답했다. “괜찮아요, 사모님. 저 건강해요. 휴가 필요 없어요.”만약 평소였다면 휴가를 주겠다는 강한서의 말에 당연히 쉬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 그 상황을 겪고 나니 지금의 민경하는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 민경하가 강민서와 밤낚시를 약속했다는 것을 알게 된 강한서는 한현진과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얼마나 갔을까,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밤낚시... 몇 명이 가는 거예요?”민경하가 말했다. “밤낚시 모임이 있어요. 아마 20명 정도 있을 거예요. 다들 스케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을 땐 8명에서 10명 정도 모여요. 적을 땐 4, 5명이 만날 때도 있고요.”“그래요.”단답으로 대답한 강한서는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민경하에게 물었다. “밤새 낚시하면 피고하지 않아요?”민경하가 말했다. “텐트가 있어서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면 돼요.”강한서가 또 다시 “그래요”라며 단답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그가 또 물었다. “두 사람... 같은 텐트에서 자요?”“...”그 질문에 민경하는 바짝 긴장했다. 어쩐지 그 어떤 대답도 목숨을 걸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4, 5명이면 텐트 2개를 사용해요. 피곤한 사람끼리 돌아가면서 쉬고요.”강한서는 더는 말이 없었다. 5분 후. “두 사람 같이 쉰 적 있어요?”“...”‘같이 잤냐고 묻는 일만 남았네.’민경하가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누워서 얘기만 좀 나눴어요.”“그래요.”10분 후. “얘기만 조금 나눈게 전부예요?”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5화

    남자는 들고 있던 담배를 다 태울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서해금이 또 말을 이었다. “당신이 뿌리를 제대로 뽑지 못해 이렇게 큰 후환을 남기지만 않았다면 우리 가람이 처지도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을 거야.”서해금이 말한 후환은 당연히 한현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한현진 말이 나오자 남자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어두워졌다.그 여자 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일은 그 역시도 송씨 가문에서 한현진을 데려오기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당시 그 여자가 품에 안아 보여주던 여자 아이는 애초부터 송씨 가문의 딸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다른 곳에서 죽은 아이를 안아와 한아람의 딸이라고 그를 속였던 것이다.친딸이 태어나는 모습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그는 곧 자신의 친딸에게 인생을 빼앗길 아이를 마주했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그는 심지어 아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아이의 죽음을 확인하기만 하면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포섭당한 사람 중 누군가가 마음이 약해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한현진이 죽지 않았으니 송씨 가문이나 한씨 가문에서는 기필코 당시 분만실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서해금은 일처리를 함에 있어서 화근을 남기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당시 그 일에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전부 죽거나 도망간 상태였기에 아무리 쥐 잡듯이 뒤져도 그 해의 진실은 알아내 수 없을 것이었다. “내가 뭐 도와줄까?”남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아니.”서해금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한현진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쓸데없는 짓해서 괜한 의심 사지 마. 걔는 걔 엄마랑 똑같아. 의리가 치명적인 약점이거든. 잠깐만 조용히 지내.”잠시 멈칫하던 서해금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내 지시 없이 함부로 회사에 나타나지 마. 회사는 여기저기 보는 눈이 많아. 조그만 실수라도 있었다간 우리 가족 전부 끝장이라고.”우리 가족이라는 두 단어에 남자는 그만 멍해졌다. 그의 눈빛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반짝였다. 그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