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041 - Chapter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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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1화

송가람은 역시 자기 생각이 맞았다면 속으로 기뻐했다. [현진 씨는 평소 말이 많은 편도 아닌데 시끄럽다니. 한서 오빠, 두 사람 혹시 싸웠어요?]한현진은 점점 더 능숙하게 강한서인 척 연기했다. [현진 씨가 민서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만나기만 하면 싸우니까 시끄러워 죽겠어.]이건 더할 나위 없이 합리한 설명이었다. 마침 얼마 전 강민서가 송가람에게 전했던 소식과도 일치했다. 송가람이 강한서를 위로하며 말했다. [현진 씨가 좀 욱하는 성격이긴 하죠. 평소 집에선 엄마와 아빠께서 참아주라고 하세요.]상대방은 또 한참 동안 답장이 없었다. 강한서가 답장이 없자 조급해진 송가람이 아예 전화를 걸었다. 한현진은 전화를 뚝 끊어버리고는 송가람에게 문자했다. [여기 신호가 안 좋아. 할 말 있으면 카톡으로 해.]송가람은 어쩔 수 없이 다시 문자를 작성했다. [한서 오빠. 요즘 몸은 좀 어때요? 현진 씨가 오빠 집에 가 있은지도 꽤 됐는데, 뭐 좀 기억나는 거 있어요?]한현진이 답장했다. [여전히 똑같지, 뭐.]송가람이 떠보듯 물었다. [한서 오빠. 현진 씨가 그렇게 오래 오빠 곁에 있었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는데 내보낼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그러니까 제 말은,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계속 오빠 집에 같이 있으면 남들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게다가 민서랑도 사이가 안 좋으니 계속 그렇게 다투다간 두 집안 사이도 멀어지게 할 수 있잖아요.]송가람의 문자를 읽던 한현진이 입 꼬리를 씩 올렸다. ‘날 강한서 옆에서 떼어내시려고? 핑계도 제법 잘 찾네.’한현진이 답장했다. [나중에. 그 얘기만 나오면 할머니께 고자질해서 귀찮을 지경이야. 매일 하는 일도 없고 아무 것도 하려고도 하지 않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전혀 독립적이지 못해. 보기만 짜증이 난다니까.]상대방에게서 온 답장을 보며 적잖이 놀란 송가람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자 한현진은 혹시 들킨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교양 있는 강한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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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2화

총망하게 유호촌을 찾았던 두 사람은 또 바삐 한주로 돌아갔다. 아쉬운 마음에 증조할아버지는 화선지 한뭉치를 꺼내며 강한서에게 붓글씨를 조금 더 쓰고 가라며 부탁했다. 떠나기 직전까지 손주사위의 자랑거리를 만들어 두려는 증조할아버지의 부탁에 한현진은 두 손 두 발 다 들어야했다. 강한서는 증조할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고 바로 한선지에 붓글씨 수집 장을 써내려갔다. 곧 증조할아버지의 마당 곳곳엔 한선지가 가득 걸렸다. 한현진의 귓가로 먹을 말리며 중얼거리는 증조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씨가 변변치 않은 서예 실력으로도 붓글씨 하나에 1만 6천 원에 팔던데. 한서는 실력도 출중하니 최소한 2만 원은 받지 않겠어?”그 말에 한현진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장사 좀 할 줄 아시네.’한주로 돌아가는 길, 한현진은 사망한 기장의 장례와 기타 뒷일을 잘 마무리했다는 송민준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지금 주세은의 학교 수속을 도와주기 위해 H국으로 가는 중이며 3일이면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돌아가면 같이 회사로 가.”송민준은 여전히 막 깔린느에 발을 들인 한현진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걱정이었다. 그는 한현진과 함께 회사로 가 그녀의 체면을 세워줄 생각이었다. 그 말을 들은 한현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 그럴 필요 없어요. 마음 놓고 그쪽 일 잘 해결해요. 전 어차피 낙하산이잖아요. 오빠가 가든 안 가든 어차피 당분간은 인정받을 수 없어요. 오빠가 오면 오히려 제가 오너 가문 딸이라는 신분으로 위세를 떨치려고 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러면 미움만 더 살 거라고요.”송민준은 여전히 걱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빠가 비록 깔린느의 지분을 너에게 많이 주셨지만 사실 아빠는 조향에 대해 잘 모르셔서 회사 운영에 별로 참여하지 않으셨어. 지금껏 줄곧 아주머니께서 실권을 장악하고 계서서 회사에서도 입지가 꽤 높아. 처음엔 인정을 받는 게 쉽지 않을 테니까 마음의 준비 좀 해야 할 거야.”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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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3화

“사실 오빠가 M국에서 만난 그 간호사 있잖아. 그다지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주지 않았어. 그 간호사는 모든 일의 변두리에 있는 아주 작은 캐릭터일 뿐이야. 알고 있는 사실도 한정적이고. 만약 내가 범인이라면 난 진작 그 여자가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전할 수도 없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럼 내가 왜 굳이 오빠에게 손을 썼을까. 그건 내가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바로 그 비행기 추락사고 때문에 송민준과 한현진은 범인이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솔직히 말하면 비행기 사고를 일으킨 것은 너무 멍청한 수단이었다. 자신을 완전히 용의선상으로 폭로했기 때문이었다. 한현진의 의심은 바로 강한서도 고민한 적 있는 문제였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가 자신의 추축을 말했다. “혹시, 범인이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냐? 내부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마음 급한 한 명이 들킬까 봐 겁이나 형님에게 손을 쓴 거라면?”서해금은 매우 똑똑한데다 신중하기까지 한 사람이었다. 만약 서해금이라면 절대 이렇게 쓸데없는 멍청한 짓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강한서의 말에 한현진이 멍해졌다. ‘한 명이 아니라...’이건 그녀가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 추측이었다. 만약 상대방을 완전히 믿을 수 없다면 감히 누군가의 생명을 해치는 일에 동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 생각해.”강한서가 한현진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지금 상대방은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있고 우리는 밝은 곳에 노출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야. 너무 큰 움직임이 있어서는 안 돼. 아직 당시 일을 알고 있는 사람 한 명을 못 찾았잖아. 그 사람을 찾으면 어쩌면 모든 것이 쉽게 해결될지도 몰라.”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람이 살아있길 바래야지.”차로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두 사람은 저녁이 되어서야 한주에 도착했다.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강한서는 도중에 차를 갈아타고 회사로 향했다. 민경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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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4화

한현진의 말에 송병천이 침묵했다. ‘내가... 현진이에게 저런 말을 한 적이 있었나?’한현진이 집으로 돌아온 후, 송병천은 사실 한 번도 그녀와 서해금의 일에 관해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린 것이라 그가 재혼했다는 사실로 오해가 생겨 한현진과 멀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서해금과 결혼하고 지금까지 그녀의 도움으로 이 가정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마운 마음을 착한 딸의 입으로 들으려니 어쩐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고마운 마음은 다른 것으로 표현하면 되는 건데, 왜 꼭 여행을 보내는 거야.’송병천은 몰래 한현진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한현진은 전해 내색하지 않고 그의 손에 팔을 빼냈다. “...”한현진의 말에 처음엔 놀라는 듯 보이던 서해금은 곧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녀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는 가족끼리 무슨 고맙다는 말을 하고 그러니. 네 아빠와 나는 부부야. 그러니 네 아빠와 민준이를 보살피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오히려 너야 말로 어려서부터 곁에 없어서 얼마나 고생했겠어. 네 아빠는 그 생각만 하면 오랫동안 마음 아파 하셔.”“내일이면 출근할 텐데, 처음 입사하는 거라 일이 꽤 많을 거야. 각 부서도 너에 대해 잘 모를 텐데 내가 이 타이밍에 여행을 가면 너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을 거야. 네 아빠도 마음이 놓이지 않을 테고.”서해금은 말하며 송병천을 쳐다보았다. “그렇죠, 여보.”막 대답하려는 송병천에게 한현진이 또 대추 하나를 건넸다. “아빠, 하나 더 드세요. 소화에 좋아요.”송병천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키고 대추를 건네받았다. 한현진은 티슈 한 장을 뽑아 살며시 손가락을 닦았다. 턱을 살짝 치켜올리고 은은한 미소를 띠며 농담을 던지듯 송병천에게 말했다. “아빠, 아주머니가 저를 어린애 취급해요.”말하며 한현진은 서해금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회사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모르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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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5화

송병천도 여행을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딸의 효심을 차마 저버릴 수 없어 대답했다. “당신, 조금 이따 비서에게 얘기해서 밀 좀 미뤄둬. 애가 어쩌다 마음 써줬는데 우리도 쉬러 간다 생각하자고.”서해금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당신 말대로 해야죠.”한현진은 몰래 혀를 찼다. 서해금은 참을성이 좋은 것은 물론 너무 냉정하기까지 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평정심을 잃고 실수한 것은 피로연이 유일했다. 꾀병을 부린 송가람에게 한열이 한승을 투척해 깨어나게 만든 그 일 말이다. 하지만 그 일로 서해금이 이성을 잃은 것은 단지 몇 분 뿐이었다. 당시 그녀는 곧 이성을 되찾았었다. 하지만 고작 그 몇 분으로 서해금은 그녀의 약점을 들키고 말았다. 서해금 같은 강적은 만약 그녀에게 발목을 잡는 파트너만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상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송병천 앞에서는 너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송병천에게 서해금은 온화하고 이치에 밝은 사람이었다. 송민준과 한현진, 그리고 송가람 사이에 다툼이 생기면 서해금은 늘 송민준이나 한현진의 편을 들었다. 게다가 효심이 지극하고 송병천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만약 한현진에게도 서해금 같은 사람이 간쓸개 다 내줄 것처럼 그녀를 사랑한다면 설사 그를 사랑할 수는 없더라도 상처는 주지 않을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서해금이 둔 신의 한 수였다. 그런 생각에 한현진은 또 저도 모르게 송병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이 어쩐지 따끔거려 송병천은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심지어 짐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송병천은 등 뒤로 날아오는 날카로운 한현진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그 눈빛을 견딜 수 없었던 송병천이 참지 못하고 옷을 개는 한현진에게 물었다.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거야?”“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시선을 내리고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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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6화

송병천의 말에 한현진이 멍해졌다. 그녀는 줄곧 그녀와 송민준의 입장에서만 이 문제를 생각했었다. 송병천의 입장을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송병천이 재혼을 했고 재혼의 상대가 하필이면 하현주가 생전 제일 친한 친구였다는 것이 꽤 마음에 걸렸다는 사실을 한현진은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의 일에 있어서 한현진은 그 일을 직접 겪은 당사자가 아니었다. 그러니 송병천이 대체 어떤 상황에서 서해금과 재혼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현주가 세상을 뜨고 송병천이 재혼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송병천이 얼마나 많은 저항을 했는지는 그만이 알고 있을 일이었다. 아이 딸린 홀아비, 집에는 병상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계셨다. 서해금의 출현은 마치 윤활유처럼 녹이 슬어 삐걱거리던 집안을 다시 돌아가게 했다. 나이 지긋한 어머니는 본인이 돌아가신 후 혼자 쓸쓸히 남겨질 아들과 손주가 걱정이 되었을 테고, 때마침 나타난 현명한 여자와 아들을 이어주고 싶어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살아가면서 미련 둘 것이 생긴 사람은 많은 것을 원하는 대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송병천은 아마도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소원을 마다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자기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 여자에게 이혼 얘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 한현진은 심지어 그런 생각까지 했다. 어쩌면 송병천이 서해금에게 깔린느의 권한을 쥐어준 것도 어쩌면 마음을 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서해금이 송병천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송병천에 대해 아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몸을 숙여 송병천을 꼭 끌어안은 한현진이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아빠.”송병천이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한현진은 송병천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아빠. 아빠는 오빠도 잘 기르셨고 저도 찾아주셨어요. 아빠가 우리 가족을 온전하게 만드신 거예요. 너무 대단하세요.”눈시울을 붉힌 송병천이 고개를 돌려 북받치는 감정을 추슬렀다. 그는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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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7화

재벌집 막내딸 특유의 오만한 기질이 있는 강민서가 흥 콧방귀 뀌며 말했다. “필요 없어.”한현진이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월급 올려줬어? 배짱이 좋네.”강한서가 말했다. “아뇨. 여전히 340만 원이죠.”“아니야. 지금은 우리 집에 살고 있는데 월세를 안 깎았잖아. 여긴 별장이니까 월세로 100만 원을 받는 건 괜찮지?”한현진의 말에 강민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엄습했다. 잠시 생각하던 강한서가 말했다. “조금 적은 것 같아요. 남향의 게스트 룸에 욕실도 혼자 쓰고 있고 수영장도 있잖아요. 베란다와 안마 의자도요. 민 실장이 전에 살던 회사 근처의 오피스텔도 월세가 140만원이었는데, 우린 별장이잖아요.”“민서는 네 동생이니까 할인해줘야지.”강한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현진 씨가 100만 원이라고 했으니 100만 원으로 하죠. 나중에 재무팀에게 직접 현진 씨 계좌로 넣으라고 할게요.”한현진이 말했다. “우리 집에서 끼니도 해결하고 있어. 우리 정도면 반찬이 나쁘지는 않은데. 킹크랩, 굴, 상어 지느러미, 연와, 캐비아... 이 정도 수준이면 매달 100만 원을 받아도 무리는 아니겠지?”강한서가 말했다.“가성비로는 최고네요. 전에 제가 한세 한식당에서 예약 주문했을 땐 매달 260만 원이었어요. 식재료도 저희만큼 풍부하진 않았고요. 100만 원이면 식재료 값으로도 부족해요.”한현진이 강한서를 나무랐다. “100만 원으로 해. 오빠랑 새언니가 되어서는 동생이 얹혀 살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보태야 하지 않겠어?”강한서가 대답했다. “그럼 그것도 재무팀에 얘기해서 매달 민서 월급에서 100만 원을 현진 씨 계좌에 이체하라고 할게요.”“그리고 민서 방에 있는 매트리스. 그 매트리스 엄청 비싼 건데 매일 거기서 자고 있으니 그로 인한 손실도 계산해서 해야 하는 거 아냐? 그때 아마 가격이 일—”“오빠, 오빠. 내가 할게. 들어가서 쉬어. 새언니, 이것만 하면 돼?”강민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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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8화

한현진이 정리한 옷들을 툭툭 두드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 옷들, 누가 선물한 건지 알아?”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표정을 살펴보던 그가 떠보듯 물었다. “송가람?”“똑똑하네.”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네가 임신하지 않았다고 해도 안 맞는 사이즈잖아. 입지도 못할 옷은 왜 선물한 거야?”‘왜냐고? 당연히 날 기분 나쁘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사고를 강요당했으니 마음에 내키지 않아 선물을 주는 것도 꼼수를 부린 것일 테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자기가 나보다 날씬하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겠지. 다리도 젓가락처럼 가늘고 곧아서 나보다 예쁘고. 안 그래?”“눈 여겨 본 적 없어.”강한서는 한현진이 판 함정에 전혀 뛰어들지 않았다. 눈치가 빨라서가 아니라 그는 정말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강한서에게 이성은 한현진과 다른 여자 두 종류뿐이었다. 다른 사람이야 예쁘든 몸매가 좋든, 강한서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강한서가 기억하는 송가람에 대한 이미지는 그저 지나치게 부각되어 보이던 쇄골이 전부였다. 물론 그 쇄골이 예뻐 보여서 기억에 남은 건 아니었다. 다만 그는 송가람의 쇄골을 보며 불현듯 시사 뉴스에서 보았던 앙상하게 마른 피난민의 모습을 떠올렸다. 영양실조가 분명해 보였다. 그에 비해 한현진은 아기처럼 동글동글한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선명한 이목구비에 생기발랄한 분위기가 넘쳐났다. 그녀의 피부는 언제나 탱탱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몸매는 너무 마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뚱뚱하지도 않았다. 혈색이 좋아 그녀의 입술은 언제나 빨갛게 윤기가 돌았기에 립스틱을 바르지 않아도 바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한현진은 심지어 머리숱도 풍성했다. 그녀가 이렇게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전부 편식하지 않는 그녀의 식습관 때문이었다. 한현진이 마르든 뚱뚱하든 강한서는 아무 상관없었다. 그는 단지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기를 바랐다. 지금처럼 말이다. 하지만 송가람처럼 삐쩍 마른 건 용납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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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9화

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넌 워낙 도도한 애라 싸구려 시계를 착용하면 오히려 더 의심스러울 거야. 민 실장이 이 시계가 제일 좋댔어. 네 이미지와 완벽히 어울리다면서. 그리고 설사 빼앗는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비싼 시계를 당장 팔수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범인이 시계를 팔기 전에 내가 반드시 널 먼저 찾을 수 있어. 하지만 난 영원히 이 시계를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네 이미지와 완벽히 어울린다는 말이 어쩐지 비꼬는 것 같아 이를 갈았다. “내 이미지가 어때서? 졸부 같다는 거야?”순간 어리둥절해진 강한서가 씩 웃으며 한현진을 끌어안았다. 그는 한현진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 “사실 난 돈을 좋아하는 네 모습이 너무 좋아.”한현진이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네 취향도 정말 특이해.”강한서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왜냐면 난 돈이라면 충분히 많거든.”“...”한현진은 예상치도 못한 돈자랑 공격을 당하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박해서는 한현진에게로 도착했다. 그들은 먼저 송병천과 서해금을 공항에 데려다줬다. 박해서는 눈시울을 붉힌 송병천과 서해금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한현진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꼭 안전에 주의하고 매일 전화하라며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 아직 출발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보고 싶은 것 같다던 한현진은 두 사람이 대합실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눈물을 거두었고 심지어 선바이저를 내려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쳤다. 박해서는 몰래 그런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자 한현진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왜요?”박해서가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아니에요.”머리를 정리한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박해서를 쳐다보았다. “박 실장님. 오빠한테서 들었는데 가람 언니 동창이라면서요?”박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초등학교 동창이에요.”“그럼 두 분은 사이가 좋으시겠네요. 오빠가 박 실장님을 채용한 것도 가람 언니가 실장님을 근면성실하신데다 정직한 분이시라고 말해줬기 때문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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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0화

말을 마친 성월이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도 하나둘 성월을 따라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다만 그들은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현진을 훑어보았고 어떤 사람은 인정할 수 없다는 눈빛을 보냈다. ‘인정하지 않는게 맞는 거지.’한현진이 생각했다. ‘나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을 거야.’영문도 없이 떨어진 낙하산 직장 상사가 아직 실력은 보여주지도 않고 위신만 세우고 있으니 그 누구라도 그 상황에 놓이면 불쾌했을 것이다. 서해금은 비록 현장에 없었지만 한현진을 위해 꽤 많은 장애물을 설치해 놓은 듯 했다. 한현진이 이제 그만하라는 뜻으로 손을 들었다. 박수 소리가 점차 줄어들자 한현진은 그제야 입을 열어 성월에게 물었다. “성 비서님, 전에 가람 언니가 첫출근하셨을 때도 이렇게 성대한 환영 의식을 열어줬었나요?”성월이 웃으며 말했다. “가람 씨는 그저 제향 부서의 작은 팀장일 뿐이에요. 다른 사람들처럼 일반적인 입사 절차를 밟으셨고요. 하지만 현진 씨는 다르잖아요. 대표님이시니까요. 그러니 어느 정도의 스케일은 있어야죠.”송가람 역시 성월의 말에 맞장구치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진 씨, 전 현진 씨와는 달라요. 전 깔린느에 첫출근은 아니거든요. 전엔 입사를 안 한 것뿐이라 여기 계신 분들은 절 아시거든요. 현진 씨는 처음이시니까 정식으로 인사할 기회를 마련해드려야죠.”한현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가람 언니나 저나 그저 다 같은 낙하산인데 무슨 직책을 따지고 그래요? 이렇게 성대한 환영 인사라니, 모르는 분들이 보시면 제가 첫날부터 대표라고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겠어요.”한현진의 말에 송가람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송가람은 한현진이 그녀를 공격하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릴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었다. 본인이 낙하산이라는 것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물귀신 작전이라도 쓰듯 송가람도 같이 물속으로 끌어내렸다. 낙하산은 그 어느 때에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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