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진의 말에 송병천이 침묵했다. ‘내가... 현진이에게 저런 말을 한 적이 있었나?’한현진이 집으로 돌아온 후, 송병천은 사실 한 번도 그녀와 서해금의 일에 관해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린 것이라 그가 재혼했다는 사실로 오해가 생겨 한현진과 멀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서해금과 결혼하고 지금까지 그녀의 도움으로 이 가정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고마운 마음을 착한 딸의 입으로 들으려니 어쩐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고마운 마음은 다른 것으로 표현하면 되는 건데, 왜 꼭 여행을 보내는 거야.’송병천은 몰래 한현진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한현진은 전해 내색하지 않고 그의 손에 팔을 빼냈다. “...”한현진의 말에 처음엔 놀라는 듯 보이던 서해금은 곧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녀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는 가족끼리 무슨 고맙다는 말을 하고 그러니. 네 아빠와 나는 부부야. 그러니 네 아빠와 민준이를 보살피는 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오히려 너야 말로 어려서부터 곁에 없어서 얼마나 고생했겠어. 네 아빠는 그 생각만 하면 오랫동안 마음 아파 하셔.”“내일이면 출근할 텐데, 처음 입사하는 거라 일이 꽤 많을 거야. 각 부서도 너에 대해 잘 모를 텐데 내가 이 타이밍에 여행을 가면 너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을 거야. 네 아빠도 마음이 놓이지 않을 테고.”서해금은 말하며 송병천을 쳐다보았다. “그렇죠, 여보.”막 대답하려는 송병천에게 한현진이 또 대추 하나를 건넸다. “아빠, 하나 더 드세요. 소화에 좋아요.”송병천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키고 대추를 건네받았다. 한현진은 티슈 한 장을 뽑아 살며시 손가락을 닦았다. 턱을 살짝 치켜올리고 은은한 미소를 띠며 농담을 던지듯 송병천에게 말했다. “아빠, 아주머니가 저를 어린애 취급해요.”말하며 한현진은 서해금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회사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모르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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