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Bab 2051 - Bab 2060

2283 Bab

제2051화

직원들이 각자 자리로 돌아간 후 성월은 한현진을 데리고 그녀의 사무실로 향했다. 서해금은 송가람보다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쉽게 경계를 늦출 만한 곳에서 함정을 파놓긴 했지만 절대 대놓고 괴롭히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지금 이 사무실이 그랬다. 서해금이 한현진을 위해 준비해준 사무실의 규모는 강한서와도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넓었다. “한 대표님, 여기가 바로 업무를 보실 사무실이에요. 옆 사무실엔 대표님을 위한 보좌관 사무실과 비서실이 준비되어 있으니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그쪽으로 연락하면 되세요.”주위를 빙 둘러본 한현진이 물었다. “서 대표님 사무실은 어디예요?”“한 대표님 바로 위층이에요.”“그래요. 먼저 나가보세요.”한현진이 휘휘 손을 내저었다. “전 여기서 구경하고 있을게요.”고개를 끄덕인 성월이 사무실을 나섰다. 한현진이 박해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박 실장님, 밀크티 한 잔 사다줘요. 아무 맛이든 괜찮아요. 너무 달지 않게요.”알겠다며 대답한 박해서가 문을 열고 자리를 비웠다. 앞으로 한 발 나선 한현진은 박해서가 사무실을 벗어난 후 조용히 문을 걸어잠궜다. 그리곤 가방에서 강한서가 준 탐지 장비를 꺼내 사무실 곳곳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강한서의 말대로라면 도청 기계가 있거나 카메라가 있으면 장비가 진동할 것이다. 그녀는 꼼꼼하게 사무실의 모든 곳을 스캔했다. 그녀는 심지어 그 어떤 구석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탐지되지 않았다. ‘설마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건가?’사무실을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한현진이 탐지 장비를 티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하지만 그 순간, 장비가 웅웅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멈칫, 행동을 멈춘 한현진이 장비를 들고 티 테이블 주변을 훑었다. 이윽고 장비가 돈을 불러온다는 의미를 가진 파키라에 가까워지자 또다시 진동이 울렸다. 입술을 앙다문 한현진이 화분 표면의 이끼를 들어냈다. 그러자 그 아래에는 랩으로 휘감은 물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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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2화

협박이 통하지 않자 한현진은 노선을 바꿔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여보가 도와주면 내가 이번 달은 뭐든 당신 말만 들을게.]힐끔 달력을 확인한 강한서가 말했다. [이번 달이 지나기까지 13시간 남았어.][그럼 다음 달까지 네 말 들을게. 다음 달은 네가 가장인 거야. 네 말이 다 맞아.]지켜지지 않을 한현진의 약속에 많이 당한 강한서는 그녀의 말은 전혀 믿지 않았다. 그는 능청스럽게 책임을 전가했다. [됐어. 난 가장이 될 그런 자격이 없어. 그러니까 억지로 그런 책임은 지지 않을래. 내가 보기엔 네가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난 네가 관리해 주는 게 좋아. 우리 집은 고생스럽겠지만 사모님이 가장하셔야겠네요.]강한서의 말에 한현진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약속을 하기만 하고 지키지 않으니 바보 같은 강한서도 이젠 쉽게 당하지 않았다. ‘뭐든 희생해야 해.’생각한 한현진이 회심의 한 방을 날렸다. [여보. 황후가 입었던 촬영 의상 아직 기억해? 내가 입었던 것들 중에 사실 예쁜 의상이 몇 벌 더 있었어. 만약 네가 원한다면 내가 차이현 씨에게 전화해서 우리가 전부 사오는 거야. 내가 밤새 한 벌씩 입어서 보여줄게, 어때?]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신 강한서는 한현진이 답장한 내용을 보며 하마터면 사레가 들려 죽을 뻔 했다. 기침을 하느라 귓불마저 새빨개져 있었다. 한현진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입력 중이라는 글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문자를 기다리며 그의 소식을 기다리다 세월이 다 흘러버릴 것 같다는 기분을 느낄 쯤, 강한서가 드디어 문자를 보냈다. [아니, 내가 차이현 씨에게서 예약할게. 하지만 배달 어플 아이디는 빌려줄 수 있어.]한현진은 “오빠, 알겠어.”라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강한서가 씩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가 한현진에게 귀띔했다. [네가 한 약속 잊지 마. 이번에도 안 지키면 다신 더 안 믿어.]누이 좋고 매부 좋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현진은 창피함을 무릅쓰고 차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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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3화

알겠다며 대답한 박해서는 동료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송가람을 지켜보았다. 송가람 곁에 있던 동료가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가람 씨, 한 대표님 비서와 많이 친하세요?”송가람은 그저 씩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해서는 조금은 틀에 박힌 듯 한 사람이라 규정대로만 일을 처리하려고 했고 융통성이 없는 편이었다. 사실 송가람은 박해서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당시 박해서가 면접 보러 왔을 때 송가람은 마침 볼 일이 있어 송민준에게 가고 있던 중이었다. 그녀는 송민준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면접을 마치고 나온 박해서와 마주쳤다. 사실 송가람은 박해서라는 사람을 잊은지 오래였다. 박해서가 먼저 인사를 건네며 두 사람이 동창이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송가람에게 초등학교 시절의 일은 그리 좋은 추억은 아니었다. 그러니 박해서가 그녀에게 어린 시절 얘기를 꺼냈을 때, 송가람은 그저 아무런 감정 없이 대꾸해줬을 뿐이었다. 하지만 박해서는 의외로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수도 없이 비서를 바꾸고도 눈에 차지 않아하던 까다로운 송민준은 박해서를 마음에 들어 한 것은 물론 벌써 몇 년 동안 그를 곁에 두고 있었다. 송가람은 마음을 나누지 않은 사람과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녀에게 박해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서해금은 늘 그녀에게 박해서와 어느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동창이니 서로 도와주라면서 말이다. 그 당부는 서해금이 박해서에게서 한현진의 유전자 검사 소식을 전해들은 이후로 최고조를 찍었다. 송가람은 박해서가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일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최소한 한현진이 깔린느에 출근하기 전까진, 그녀는 박해서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제 보니 서해금의 선경지명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송가람은 손에 들린 밀크티를 동료에게 건넸다. “이거 현이 씨가 마셔요.”주현이 멈칫하더니 물었다. “박 실장님이 일부러 사오신 건데 안 마셔요?”송가람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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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4화

송가람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말이에요? 전 꽃을 배달시킨 적이 없는데요.”“전화번호 끝자리가 8286인 남성분이 주문하셨어요. 꼭 직접 꽃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하셨는데, 내려오실 수 있으세요?”익숙한 전화번호 뒷자리에 송가람이 멈칫했다. ‘8286이면, 한서 오빠 전화번호잖아.’송가람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잠깐만 기다려요.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로비.배달원이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들고 프론트에 서 있었다. 로비를 오고가는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힐끔힐끔 배달원 손에 들린 꽃다발을 쳐다보더니 곧 고개를 돌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회사로 꽃이 배달되는 것은 드라마에서나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이지 현실에선 흔한 광경이 아니었다. 그러니 다들 꽃다발의 주인이 누군지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송가람이 성큼성큼 프론트 쪽으로 걸어갔다. 본인 확인을 마친 배달원이 송가람에게 사인을 부탁하고 나서야 꽃다발을 전해주었다. 꽃다발을 받아든 송가람이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죄송한데 꽃을 주문한 남성분이 또 다른 말은 없었나요?”배달원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사장님께 카드도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카드는 꽃다발 속에 있어요.”송가람이 손을 뻗어 꽃을 뒤지자 그 안에는 예쁜 빨간색 카드가 들어있었다. 프론트에 있던 직원이 빙그레 미소 지으며 물었다. “가람 씨, 남자친구가 보내 준 거예요?”송가람이 붉게 물든 얼굴로 카드를 다시 꽃다발 속으로 넣으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뇨, 친구가요.”그녀의 말에 다들 알겠다는 듯 말했다. “아, 가람 씨 짝사랑하시는 분이 보내신 거구나.”씩 미소 지은 송가람은 그들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꽃다발을 안은 채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송가람은 적지 않은 동료들과 마주쳤다. 곧, 송가람을 좋아하는 남자가 그녀에게 꽃을 선물했다는 소식이 회사 전체에 전해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송가람은 그런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지 않았다. 비록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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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5화

강한서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보름에 할아버님 댁에 있었을 때, 네 휴대폰에 있던 그 추석 인사는 누가 보낸 거야? 누가 보낸 건데 한 밤중에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건데?]멈칫하던 한현진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날 밤 잠에 들기 전 그녀는 주강운이 보낸 명절 축하 인사를 받았다. 당시 그녀는 문자를 보며 토끼 키링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던 것이다. [너 그때 잠든 거 아니었어?][내가 잠들었는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 말고. 내가 묻잖아. 앞으로 걔 문자는 내가 너 대신 답장할게. 그래도 돼?]한현진은 전혀 개의치 않아하며 말했다. [네가 하고 싶으면 해. 난 청렴결백해서 무서울 것도 없어.]원하는 대답을 들은 강한서는 순간 한현진에게 이용 당했다는 사실도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겸허한 태도로 한현진에게 조언을 구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송가람에게는 내가 뭐라고 답장하면 되는 건데?][답장할 거 없어. 앞으론 내가 옆에 없을 땐 송가람이 뭘 보내든 답장하지 마. 어차피 자기가 알아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거야.][...]강한서와 문자를 주고받는 한현진의 앞으로 송가람이 식판을 들고 와 맞은편에 자리잡고 앉았다. 고개를 들어 송가람을 마주 본 한현진은 조용히 대화창을 껐다. 송가람이 웃음기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현진 씨, 밥은 먹을 만해요? 만약 입에 안 맞으면 사무실 아래에 있는 식당도 맛있어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제가 사오라고 할게요.”멈칫하던 한현진이 미소 지으며 예의상 대답했다. “괜찮아요. 이것도 충분히 맛있어요.”송가람이 젓가락을 닦으며 무심코 흘리는 말인 듯 얘기했다. “현진 씨, 제 사무실에 꽃이 좀 있는데, 조금 이따 와서 몇 송이 좀 가져가서 사무실 꽃병에 꽂아요. 바쁠 한 번씩 보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낚였다.’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웃으며 물었다. “좋아요. 무슨 꽃인데요?”송가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 테이블에 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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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6화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점심도 배불리 먹지 못한 한현진은 사무실에 앉아 강한서가 준비해준 산모 간식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오물거리며 성월이 가져 온 깔린느 각 부서의 자료를 살펴보았다. 센트가 깔린느로 이름을 바꾼 후 회사의 규모는 점자 확대되었다. 핵심 팀원들도 서해금에 의해 물갈이 되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몇 명 안 되는 초창기 멤버는 아마 서해금 본인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 사이에 틈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자기 사람을 올려 보내야 했다. 송민준이 데려올 그 여자 아이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었다. 02년생이라, 너무 어린 나이였다. 웅,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순조로운 첫 출근이냐며 묻는 차미주의 문자였다. 한현진은 휴대폰을 치켜든 한현진은 사무실을 빙 돌며 파라노마 모드로 사진을 찍은 후 차미주에게 전송했다. [완전 크지!]차미주: [!!! 커! 비서 부족하지 않아? 내가 면접 보러 갈게!]한현진이 살풋 웃음을 지었다. [한 대표가 비서로 있어주면 월급으로 1000만 원을 준다고 해도 싫다고 했던 애가 내가 줄 월급이 마음에 들기나 하겠어?][이건 달라. 한성우에게서 급여를 받는 건 왼쪽 주머니의 돈이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은 거잖아. 하지만 너에게서 받는 돈이야말로 정말 버는 거지. 얼마든 상관없어. 다른 건 모르겠고 복은 같이 누리고 힘든 건 네가 혼자 감내하는 거야.]차미주의 문자에 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잠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좋은 건 늦게 배워도 나쁜 건 빨리도 배웠네. 너 지금 네가 말하는 꼴 좀 봐. 한성우 씨 그 조잔한 인간이랑 너무 비슷하지 않아?]한참 동안 웃음을 터뜨리던 차미주가 물었다.[이제 첫 출근인데 손가락 모녀가 네 뒤에서 이상한 짓거리는 하지 않았어?][서해금은 내가 멀리 보내버렸어. 그리고 송가람은... 무서워할 것도 없어.][어디로 보냈는데?]어제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차미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대단한 애라니까. 아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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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7화

한현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걔가 널 경찰서에 신고했던 게 미안해서 일부러 값을 많이 쳐준 거야.]차미주가 답장했다. [그때 그 사실을 알았을 땐 그까짓 돈 때문에 머리를 숙이고 싶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두 시간 갇혀있는 대가로 2억이면 난 충분히 할 수 있어. 지금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넌 모를 거야. 최근 6개월 사이에 웹드라마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어서 나 요즘 줄곧 그쪽 일 하고 있었다니까.][너무 인지도 있는 배우도 필요 없고 3일에서 5일 사이면 촬영이 끝나. 대본은 인터넷으로 모집하고 촬영 주기가 짧고 촬영 비용이 적게 들어. 최대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이면 충분하거든. 하지만 한 작품만 성공시켜도 수십억을 벌어들일 수 있어. 수익이 충격적일 정도로 높다니까. 그러니 지금 우리 업계에서는 제작사마다 웹드라마 제작을 위한 팀을 하나씩은 꾸리고 있거든. 내가 불행하게도 그 팀으로 발령 났지. 매일 투고된 막장 대본을 읽고 있자니 머리가 다 터질 지경이야.]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숏츠도 많이 보지 않게 된 한현진은 차미주가 말한 것들에 대해 잘 알 리가 없었다. 그녀는 차미주에게 무슨 웹드라마냐며 묻자 차미주가 사이트 하나를 보내주었다. 사이트로 들어가 한참을 보던 한현진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반짝하며 떠올랐다. 그녀는 다급하게 문자를 작성했다. [미주야, 나 대본 좀 써줄래?][뭐?]한현진이 말했다. [좀 이따 퇴근하면 너한테 갈게. 만나서 얘기해.]문자로 얘기하기엔 타자 속도가 너무 느렸고 할 말도 너무 많았다. 한현진이 순간 떠올린 아이디어는 바로 차미주에게 수십 년 전 송씨 가문의 일을 웹드라마로 제작하고 한현진이 돈을 써 그 웹드라마를 인기 차트에 올려 이슈화 만드는 것이었다. 만약 서해금의 공범이 있다면 당시 실제 사건과 비슷한 내용의 웹드라마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 어쩌면 안절부절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불안에 떨며 평정심을 잃는다면 덜미를 잡힐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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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8화

송가람은 흰색 실크 소재의 셔츠를 입고 머리를 느슨하게 뒤로 땋아 내렸다. 진주 귀걸이는 그녀의 마른 몸매에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했다. 그녀의 뒤에 따라 붙은 두 사람은 두 손 가득 물건을 바리바리 싸들고 있었다. 포장을 보아하니 명품 화장품인 듯 했다. 쇼핑백의 개수로 보아 적은 양은 아니었다. 송가람이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 바쁘신데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연휴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다들 바쁘셔서 사무실에 함께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은 현진 씨 첫 출근이라 모처럼 모두 계시니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한현진이 생각했다. ‘작은 선물? 환심이나 사려는 거겠지. 어쩐지 주현 씨더러 날 여기까지 불러내더라니. 이걸 보여주려고 그런 거였네.’선물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흥미를 보이며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사무실 분위기도 뜨거워졌다. 한현진은 송가람이 사온 선물을 슥 훑어보았다. 역시나 그녀의 생각대로 화장품과 향수였다. 너무 비싼 것도, 그렇다고 너무 싼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절대 사람들이 사지 못할 수준의 제품은 아니었다. 마음에 들든 아니든 사람은 선물을 사온 송가람의 성의를 생각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컬러는 전부 품절이라 살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고마워요, 팀장님.”“세상에, 불과 며칠 전에 이 파운데이션 리뷰를 봤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선물로 받게 되다니. 팀장님, 센스가 너무 좋으세요.”“이 향수 진짜 좋아요. 저희 엄마가 계속 쓰시 거든요. 엄청 좋아하실 거예요.”“가람 씨, 무리하신 거 아녜요?”...송가람은 직원들의 인사에 일일이 대답해 주었다. 그녀는 심지어 웃으며 말했다. “별로 비싸지 않았어요. 저한텐 그다지 가치도 없는 물건일 뿐이에요. 친구가 가방 살 때 기다리면서 보다가 여러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아 그냥 샀어요.”그녀의 말에 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눈을 마주쳤다. 얼굴에 드리웠던 미소가 전보다 옅어졌지만 송가람은 전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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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9화

한현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별 거 아녜요. 올해가 유난히 춥잖아요. 보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날이 풀리지 않아서 몸을 따듯하게 해 줄 수 있는 걸 선물하면 어떨까 생각했었거든요. 평소에도 방한 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고요.”‘방한 용품?’‘모자, 목도리, 장갑 아니면 무릎보호대인 건가?’방한이라는 두 글자에 사람들의 호기심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런 물건들은 겨울이 다가오면 회사에서 늘 나누어주었었다. 그러지 도무지 기대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한현진의 첫 출근 기념 발언을 떠올린 그들은 한현진을 그저 아무 생각도 없는 재벌 2세로 정도로 생각했다. ‘고작 저런 인간이 송가람 씨 모녀와 경영 다툼을 하겠다는 거야?’사람들의 눈빛을 보며 송가람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진 씨, 이미 준비한 건데 차라리 지금 나눠줘요. 방한 용품이라 조금만 늦으면 아마 올해는 몇 번 사용하지도 못할 거예요.”주현도 송가람을 거들었다. “한 대표님이 고르신 건데, 방한 용품이라고는 해도 절대 평범한 건 아닐 거예요.”“한 대표님이 하고 계신 목도리도 예쁘잖아요. 혹시 전부 그 목도리로 준비하신 거예요?”“구찌 목도리요? 세상에. 진짜 그 목도리면 전 좋아서 미쳐 버릴 지도 몰라요. 한 대표님, 뜸 들이지 마시고 얼른 공개해주세요. 너무 기대돼요.”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그들은 한현진을 높이 띄워주고 있었다. 미소를 짓고 있는 송가람의 눈가에는 비웃음이 서려있었다. 한현진이 준비한 물건이 직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뻘쭘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 분명했다. 송가람 혼자 조향팀을 마주해야 했기에 서해금은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언질을 해둔 상황이었다. 그덕에 송가람은 조향팀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깔린느에는 똑똑한 사람으로 가득했다. 절대 공략하기 쉬운 곳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창피도 좀 겪어봐야지. 고작 창립자의 딸이라는 신분만으로 깔린느에서 주인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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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0화

누군가 기다리지 못하고 물었다.“한 대표님,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한현진이 앞으로 나서며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방금 말했잖아요. 날이 추워져서 여러분께 몸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물건으로 준비했다고요.”“아니, 방금 통일된 물건을 준비하셨다고 하셨는데 전혀 같은 제품들이 아닌데요. 전부 다른 디자인이잖아요.”한현진이 말했다. “전부 같은 거예요. 제가 여러분들 옷 사이즈를 모르잖아요. 이제 첫 만남이라 직접 물어보기도 실례인 것 같고 그래서 전부 S사이즈로 구매했어요. 오늘 출근하고 보니까 몇 명은 저와 몸매가 비슷하신 것 같아서 몇 개는 M 사이즈로 바꾸려고 했었거든요. 하지만 가람 언니가 계속 오늘 주라고 하시고 또 여러분들도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아서 가져올 수밖에 없었어요.”말하며 한현진은 옷의 재질을 매만지며 말했다. “이 옷들 보기에 두꺼운 것 같아도 입으면 보온성이 꽤 좋은 편이예요. 입기에도 편하고요. 가람 언니도 평소 이 브랜드의 옷을 좋아해서 같은 또래라 안목도 비슷할 것 같아 준비해 봤어요.”주현의 입 꼬리가 부들거렸다. 통일했다는 의미가 같은 사이즈로 구매했다는 뜻이었다니.‘일부러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는 거 아냐?’주현이 고개를 돌려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송가람의 표정은 흉악스러워 보인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물론 주현은 송가람이 왜 저토록 화를 내는지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송가람에게 눈앞의 광경은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옷걸이에 걸린 모든 옷은 그녀가 한현진을 농락하기 위해 선물했던 옷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부 한현진은 입을 수 없는 사이즈의 옷이었다. 송가람은 한현진이 그 옷들을 전부 가져와 깔린느의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며 마음을 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말은 또 왜 저렇게 거창하게 하는 거야.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사람들은 한현진이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연기를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명품 브랜드의 옷은 한 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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