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2061 - 챕터 2070

2283 챕터

제2061화

한현진은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시선을 주위를 슥 훑어보았다. A구역 1팀의 팀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른 팀의 팀원들 역시 몇 명만 보였고 오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옷을 가지는 사람과 가지지 않는 사람은 비례는 대략 3:7 정도였다. 역시나 서해금은 깔린느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듯 했다. 조향팀의 절반 이상이 모두 그녀의 사람이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한현진은 갑자기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자료를 전달하러 온 젊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내밀고 이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현진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쪽으로 와서 같이 골라요.”멈칫하던 젊은 여자가 얼른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전 조향팀 팀원이 아니에요.”한현진은 여자의 목에 걸린 사원증을 슥 훑었다. 재무팀 은서하. 어린 나이로 보아 이제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입인 것 같았다. 고개를 든 한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본 사람 몫도 있어요. 지금 있을 때 얼른 줄 서요. 공짜잖아요.”은서하가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귓불을 한 채 고맙다고 인사하더니 곧 줄을 서러 달려갔다. 은서하를 빤히 쳐다보는 송가람의 눈에는 불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 한현진 앞으로 다가갔다. “현진 씨가 팀원들을 위해 심사숙고해서 고른 옷들이 제가 전에 현진 씨에게 선물해줬던 옷과 같은 것 같네요. 혹시 제가 준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거예요?”그 말에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게 지금 한현진이 안 입는 옷이라는 거야?’한현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웃음을 머금고 송가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람 언니가 선물한 옷을 제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주겠어요.”송가람 역시 웃으며 말했다. “제가 기억력이 나쁜 편도 아니고, 전부 제가 고른 옷인데 설마 모르겠어요. 구매 지출 내역도 아직 제 휴대폰에 기록되어 있는 걸요.”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송가람과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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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2화

주현은 창백해진 얼굴로 손가락을 빙빙 돌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말들은 분명 송가람이 표정으로 눈치를 줬기에 내뱉은 것이었다. 만약 그 말을 꺼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왜 현장에서는 제지하지 않은 걸까?한현진은 송가람보다 선물도 훨씬 좋은 것으로 준비했고 말도 그녀보다 더 잘했기에 송가람은 창피를 당해야 했고 그녀의 화를 돋웠다. 마음이 언짢아진 송가람은 화풀이 대상을 찾아 분노를 터뜨려야 했다. 그리고 주현이 바로 그 화풀이 대상이었다.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린 송가람이 드디어 진정하자 주현은 그제야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팀장님, 사실 전 이것도 꼭 안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오늘 일로 최소한 사람들의 마음이 누구를 향해 있는지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잖아요. 앞으로 어떤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하는지 이제 판단이 서시겠죠.”송가람은 이제야 이성을 되찾았다. 한현진은 준비한 옷들을 전부 나눠주지는 못했다. 서해금의 사람과 중립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아직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깔린느는 스트레인지가 아니었다. ‘한현진, 고작 이런 수단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려고 했겠지만 네 생각처럼 쉽진 않을 거야.’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지만 직원이 가득 모인 자리에서 창피를 당하고도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면 송가람은 도무지 그 분노를 잠재울 수가 없었다. 주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팀장님, 저에게 생각이 있어요. 한 사람을 벌해 백 사람이 경계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아랫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주어 누구의 물건을 가져도 되고 누구의 물건을 건드리지도 말아야 하는지 똑똑히 알려주면 돼요.”송가람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주현을 바라보았다. “어떻게요?”“금방 재무팀에서 온 은서하있잖아요. 재무팀은 전부 서 대표님 인맥이에요. 눈치도 없이 한현진이 주는 선물을 받았으니 본보기를 보일 제일 좋은 대상이죠.”잠시 침묵하던 송가람이 말했다. “엄마는 제가 아무런 이유 없이 직원을 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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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3화

송가람의 인스타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강한서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타자했다. [웨딩 사진 줄곧 네 휴대폰에 있었어?]한현진이 어리둥절해졌다. ‘지금 그게 중요한 거야?’강한서가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 [너 전엔 이혼하면서 사진 다 지웠다며? 나 속인 거였어?][...]강한서가 추측을 이어갔다. [사실 너 그때 나 안 좋아한다고 말한 것도 거짓말이었지? 현진아, 너 혹시... 결혼할 때부터 이미 나 좋아하고 있었던 거 아냐?]한현진이 답장했다. [그럴 리가. 내가 너와 결혼한 건 유상수에게 끌려 아저씨 같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어. 그때 나 좋다고 따라다닌 사람 많았거든? 정명석만 봐도 어떤 사람들이 날 좋아했었는지 바로 알 수 있잖아. 내가 그런 남자들을 두고 왜 널 좋아하겠어?]강한서가 천천히 문장 한 줄을 작성했다. [날 좋아해서, 그래서 나와 결혼했던 거지.][아니. 난 네 돈이 좋아서 결혼한 거야.]문자 전송을 누르자마자 강한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무실에 도청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한현진은 감히 전화를 받을 수가 없어 통화를 거절해버렸다. 하지만 강한서는 다시 곧 전화를 걸어왔다. 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녀가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물었다. “뭔데?”‘꼭 통화를 해야 하는 거냐고.’강한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현진을 불렀다. “현진아.”한현진이 말했다. “듣고 있어. 말해.”강한서는 여전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현진아. 현진아...”부를 때마다 조금씩 더 끈적끈적해지는 목소리에 한현진의 귓불이 빨갛게 물들었다.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강한서는 말없이 그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만족스럽다는 듯 그제야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 마음엔 계속 나밖에 없었던 거지?”한현진은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강한서의 웃음소리가 심장을 두드리기라도 하듯 찌릿한 기분이 들어 괜히 부끄러워졌다. 입가를 맴돌던 “아니”라는 대답을 다시 삼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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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4화

당황하던 송가람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녀는 얼른 변명하듯 말했다. “엄마는 장미과 중에서도 해당화에 알레르기가 있으신 거예요. 장미과 식물이 꼭 해당화인 건 아니잖아요. 분명 다른점이 있어요. 모란과 작약이 모두 작약과이긴 하지만 작약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꼭 모란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듯 말이에요. 같은 품종은 아니니까요.”“그렇군요.”고개를 끄덕이던 한현진이 또 물었다. “가람 언니, 이 꽃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천식은 다 나은 거예요?”오늘 한현진에게 뒤통수를 맞은 송가람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생뚱맞게 천식에 대해 묻다니, 설마 그 핑계로 날 조향팀에서 내보내려는 거야?’송가람이 신중하게 대답했다.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전 원래 꽃가루 알레르기는 없었거든요. 아니면 조향팀에 들어올 수도 없었겠죠. 조향팀은 후각에 대한 요구가 높은 편이잖아요.”“그래요? 제가 가람 언니를 만나고 일 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언니가 발병하는 모습을 두 번이나 봤어요. 게다가 그 두 번 모두 약이 있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런 상태로 정말 조향팀에 있어도 괜찮아요? 가람 언니, 물론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지 않겠어요? 만약 천식 때문에 자리에서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아빠는 언니가 회사에 입사하도록 허락하신 걸 분명 후회하실 거예요.”송가람은 당연히 한현진이 건강을 핑계로 그녀를 깔린느에게 추방시키도록 놔둘 리가 없었다. 한현진의 말을 들은 송가람이 얼른 말했다. “현진 씨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제가 조향팀으로 들어온 건 당연히 교수님께서도 허락하셨기 때문이에요. 교수님께서 저에게 검사 보고서를 주셨으니 그거로 제 지금 건강 상태가 조향팀에서 근무하기에 적합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거예요.”“그래요?”송가람을 잠시 훑어보던 한현진이 물었다. “그러니까 향수를 제조하기 위한 재료들과 꽃가루에도 발병하지 않는다는 얘기죠?”송가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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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5화

송가람이 아무런 소리조차 내지 않자 서해금이 목소리를 높였다. 입을 삐죽이던 송가람이 입술을 짓이기며 말했다. “알겠어요.”서해금이 말했다. “한현진은 애플 망고와 체리를 좋아해. 나중에 사람을 시켜서 준비해뒀다가 사무실로 보내줘. 그리고 인사팀에 얘기해서 기사도 한 명 붙여주고. 섭섭한 것 없이 하나하나 다 챙겨줘. 네 아빠도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실 거야.”송가람이 뾰루퉁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서해금에게 은서하의 얘기를 꺼내고 싶었다. 주현의 말이 계속 귀에서 맴돌았다. 송가람은 사실 도무지 이 일을 이렇게 넘길 수는 없었다.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송가람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해금은 그녀에게 사고치지 말라고 당부한 후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입술을 앙다문 송가람은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내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송가람이 화장실로 들어서려는데, 완전히 닫히지 않았던 문 사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말했다. “샤넬 향수, 아르마니 파운데이션이라니. 대단하기도 하지. 난 또 얼마나 비싼 선물을 준다고. 그 오만한 말투 좀 봐. 누군 그 정도도 못 사는 줄 알아? 마음은 사고 싶고 돈 쓰기는 아까우면서 그까짓 자존심은 내려놓지도 못하면서 말이야. 그러니 너무 오냐오냐 키우면 애를 망친다는 얘기가 있는 거야. 서 대표님이 아무리 대단하신 분이면 뭐해. 딸은 저렇게 보잘것없는데.””그러니까 말이야. 고작 화장품 따위가 얼마나 한다고. 사용할 수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안 맞는 제품이면 당근에 내놔도 모조품이라고 의심만 할 거야. 조금 실용적인 선물을 했으면 얼마나 좋아.””한 대표님께서 주신 선물은 완전 실용적이잖아. 옷 재질 좀 봐. 대박이더라니까. 방금 지은 씨가 사무실에서 입어봤는데 엄청 예쁜 거 있지. 방금 안 가진 거 후회돼 죽겠어. 자기들 고래 싸움에 우리 같은 작은 새우가 대체 무슨 죄야? 난 누가 대표가 되는 전혀 관심 없어. 난 그저 어느 대표님이 더 호탕하신 분인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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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6화

한성우는 대답 대신 한현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 한성우가 그녀에게 물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구멍인가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오늘 차미주가 그녀에게 알려준 웹드라마의 발전 가능성을 부풀리며 한성우를 낚으려 했다. “지상파 드라마는 손익분기점이 높지만 웹드라마는 아니예요. 투자가 적으니 수익률이 높죠. 게다가 지금은 제한도 많지 않아 어떤 장르든 전부 촬영이 가능해요. 지금 웹드라마에 뛰어들지 않았다가 나중에 다른 제작사들이 웹드라마로 재미를 봤을 땐 이미 아무런 기회도 없을 거예요.”고양이에게 간식을 먹이던 한성우가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 그렇게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왜 혼자선 하시지 않으시는 거예요?”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지금 몸이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한성우는 그 핑계를 받아들인 듯 시선을 내리고 고양이를 만지며 또 질문을 던졌다. “아이디어는 좋네요. 하지만 대본을 찾는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한현진이 말했다. “미주에게 부탁해요. 미주 대본 잘 쓰잖아요. 미주에게 대본을 맡기면 그 기회에 사이가 좋아질 수도 있고 성우 씨 능력도 보여줄 수 있잖아요. 미주는 저와는 달리 똑똑한 남자를 좋아하는 편이라 일 할 때 지성적인 남자가 완전 취향이거든요.”한성우가 피식 웃었다. 한현진의 말을 믿은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꽤 좋은 제안이네요.”한현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니까 성우 씨 말은...”한성우가 말했다. “형수님, 어떤 장르든 상관없어요. 네가 제작비를 전액 투자하는 것도 괜찮아요. 하지만 딱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한현진이 헛웃음을 지었다. “성우 씨 돈 벌라고 한 말인데 저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요.”“아, 네.”한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됐어요. 전 지금 돈 버는 데엔 별 관심이 없거든요. 한서는 먹여 살려야 하는 마누라에 자식까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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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7화

차미주는 한현진을 보자마자 그녀를 끌고 한참을 푸념을 늘어놓았다. 출근하고 있었던 일부터 일생적인 것까지 전부. 그녀의 말에서 얼마나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꿀꺽꿀꺽 물을 마신 차미주는 그제야 본론으로 돌아갔다. “아, 맞다. 너 문자로 대본 써달라고 했잖아. 무슨 웹드라마인데?”한현진이 가방에서 오후 내내 사무실에서 끄적인 콘티를 꺼내 차미주에게 보여주었다. “대충 이런 스토리와 인물 설정이야. 이걸 바탕으로 대본 쓸 수 있을지 봐줘.”그녀가 가져온 콘티를 본 차미주가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 가능하지. 하지만 이런 서술 방식으론 안 돼. 스토리가 너무 고구마라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 지금은 주로 복수 장르가 인기거든. 스토리는 그대로 두고 착안점만 조금 바꾸면 될 것 같아.”차미주는 한현진에게 그녀가 생각한 스토리 라인을 들려주었다. 차미주의 말을 들은 한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말한 스토리를 들었을 땐 재밌을 것 같아.”절정이 가득한 차미주가 말했다. “내가 요 며칠 야근해서라도 대본 완성시킬게. 나중에 대본 나오면 한 번 읽어보고 다시 회의하자.”“그래.”주방에서 나온 한성우가 외투를 입으며 말했다. “도둑아, 생각이 없어서 가서 사올게. 불 좀 봐줘.”“잠깐만. 나랑 현진이가 갈게. 넌 하던 일마저 해.”차미주가 몸을 일으켜 한현진을 잡아끌었다. “생강만 사? 아니면 다른 거도 살까?”한성우가 외투를 내려놓았다. “다른 건 네가 봐서 사. 간식도 다 떨어졌어. 먹고 싶은 거로 골라. 현관 서랍에 현금 있어.”집에서 나온 후 차미주는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힐끔 쳐다보던 한현진이 말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차미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설에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얘기했어.”그 말에 한현진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벌써 얘기했구나.’하지만 한현진은 곧 만약 아주머니와 얘기가 잘 끝났다면 이렇게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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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8화

한현진은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차미주의 말이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런 한현진의 반응에 차미주가 더 직설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니까 엄마 말은, 꼭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거야. 만약 개자식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면 죽마고우든 뭐든 때려서라도 갈라놓겠다는 거지. 엄마는 왕위를 이를 사람이 필요한 건데 난 가망이 없는 것 같으니 손주를 키워보시겠대.”“...”한현진의 인생 대본이 차미주 인생에서 거꾸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 혼란해진 한현진이 물었다. “아주머니가 물려주고 싶어 하시는 왕위가 대체 뭐야?”우물쭈물 거리던 차미주가 한참만에야 옆에 있던 데일리마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마트 보여?”한현진이 처미주의 손길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전국 10위 안에 드는 대형마트였다. ‘저 마트가 미주네 왕위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그리고 곧 한현진의 귓가로 제일 친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마트가 바로 엄마가 창립하신 거야. 마트 외에도 야채와 과일 재배기지, 축산물 기지, 각종 음료와 육류 가공 공장도 있어...”충격에 빠진 한현짐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엔 워낙 티 내지 않고 지낸데다 한현진 보다 더 따졌던 탓에 그녀는 차미주를 일반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집안의 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한현진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친구가 숨겨진 부자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 보니 사실 차미주도 완벽하게 숨긴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그녀의 손에는 언제나 데일리마트의 상품권이 있었다. 데일리마트는 절대 싼 편이 아니었다. 차미주는 다른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면 몇 번이고 고민하며 골랐다. 하지만 데일리마트에서는 가격을 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어느 한현진의 생일엔 데일리마트의 100만원 상품권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당시 한현진은 차미주가 술에 취해 비싼 상품권을 샀다고 생각해 감히 선물을 받지도 못했었다. 그리고 신미정이 한현진의 카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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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9화

“그럼 넌 지금 어떻게 할 생각이야?”한현진이 물었다. 그 말에 차미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개자식은 눈치가 없기가 나무 같다니까. 내가 어젯밤 잠옷만 입고 개자식 방으로 갔더니 이 자식이 글쎄 밤새 같이 게임만 한 거 있지. 레벨 올리려다 잠들어버렸다니까.”차미주가 분노를 터뜨렸다. “개자식, 야한 농담은 툭툭 잘만 던지더니 기회를 줄 땐 바보처럼 가만히 있더라고.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어.”그녀의 말에 한현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정말 환상의 짝꿍 같았다. 한 명은 부모님을 찾아뵙고 결혼 허락을 받는 모든 절차를 거친 후 첫날밤을 치루기 위해 갖은 애를 썼고 다른 한 명은 온통 첫날밤을 치룰 생각뿐이었다. 심란해하던 차미주가 웃음을 터뜨린 한현진을 보더니 갑자기 물었다. “현진아, 넌 그게 하고 싶을 땐 어떻게 강한서가 눈치 챌 수 있게 해?”한현진은 순간 웃을 수가 없어졌다. 그런 한현진과 달리 차미주가 눈을 반짝였다. “네 경험 좀 알려줘. 나도 개자식 쓰러트리게.”“... 나도 그 방면엔 경력이 전혀 없어.”차미주가 한현진을 노려보았다. “경력이 없이 네 아이는 어떻게 온 건데?”비록 한현진 본인도 스스로가 뻔뻔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배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 앞에선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한서에게 어떻게 눈치를 줬냐고? 강한서는 목젖에 입맞추면 참질 못했어...’마른기침을 한 한현진이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그건 말이야. 분위기를 봐야지. 분위기만 생기면 자연스럽게 되는 거야.”“그럼 그 분위기는 어떻게 만드는데?”한현진은 다시 한 번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아니면 같이 살래?”차미주가 어리둥절해졌다. 한현진이 보낸 코스프레 의상을 판매하는 링크를 클릭한 차미주는 얼굴을 붉히며 한현진을 노려보았다. “너희 두 사람 너무 안 순결한 거 아니야?”한현진이 생각했다. ‘내가 너에게 보내준 바니 의상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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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0화

안방 문을 힐끔 쳐다보던 한현진이 목소리를 낮추며 한성우에게 말했다. “운동 열심히 하고 엽산도 좀 먹어요. 성우 씨 소원이 곧 이뤄질 거예요.”한성우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 포크를 한현진에게 건넸다. 그는 또 과일 접시를 한현진 쪽으로 밀며 겸손한 태도로 조언을 구했다. “운동이라뇨. 도둑이가 절 데리고 장모님 만나러 가게 설득해달라고 했잖아요.”포크를 건네받은 한현진이 사과를 찍으며 말했다. “방금 제가 말한게 바로 성우 씨가 최대한 빨리 미주 집에 인사갈 수 있는 방법이에요.”멍해진 한성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일단 일을 저지르고 나중에 해결하란 얘기에요?”‘엽산은 임신을 위해 먹는 거잖아.’잠시 침묵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도 돼요.”‘성우 씨 미래 장모님께서 성우 씨가 아이를 낳지 못할까 봐 먼저 테스트해보는 거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얼마나 자존심 상하겠어요.’한현진을 보는 한성우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 “미주는 형수님을 제일 좋은 친구로 여기는데 형수님은 대체 어떻게 그걸 방법이라고 알려주시는 거예요.”“성우 씨가 최대한 빨리 아주머니에게 인정받고 싶다면서요. 그게 얼마나 빠른 방법인데요. 아이가 생겼는데 설마 아주머니께서 결혼을 반대하시겠어요?”한성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형수님은 미주 제일 친한 친구잖아요. 지금 절 부추겼다가 제가 책임지지 않으면 어쩌시려고요. 잘 들어요. 제가 미주와 결혼하고 싶은 건 진심이지만, 절대 그런 비열한 수단은 쓰지 않을 거예요.”말하며 한성우는 한현진 손에 들린 포크를 빼앗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무슨 자격으로 과일을 먹어요!”“...”한현진이 막 입을 열어 변명하려는데 국을 들고 나오던 차미주가 마침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소리쳤다. “개자식아, 누구한테 소리를 지르는 거야.”한성우는 차미주를 떠보라고 한현진을 꼬드겼던 일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양심도 없는 강한서의 와이프에게 간 쓸개 다 내줄 것처럼 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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