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2081 - 챕터 2090

2367 챕터

제2081화

동기가 장난스레 말했다. “무슨 일인데? 아이라도 생겼어? 우리 중에 네가 제일 먼저 결혼했잖아. 아이는 이제 뛰어다닐 나이가 된 거 아냐?”한현진 역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아주 착 달라붙어 있으려고 한다니까.”“너도 애가 너무해. 결혼할 때 청첩장도 안 돌리고 몰래 결혼해 버렸잖아.”“에이, 그땐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우리 돈도 별로 없었잖아. 어떻게 청첩장을 돌려. 내가 너희 생활비는 아껴줘야지.”한현진의 말에 동기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설희 병문안 마치면 다들 같이 밥이라도 먹자. 네 남편도 불러. 대체 어떤 사람인지 봐야겠어. 대체 어떤 사람이 우리 과 여신을 손에 넣은 거야?”한현진이 두 손을 모아 부탁한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언니 오빠들, 좀 봐주세요. 우리 그이는 특별한 것 없이 그저 작은 사업이나 하면서 겨우 저 먹여 살리고 있어요. 얼굴은 반반한데 욱하는 성격이라 괜히 불렀다가 그 입으로 밉상인 얘기라도 하면 다들 다신 나 안 보려고 할 걸요.”“얘가 또 연기하네. 네가 얼마나 눈이 높은 앤지 우리가 다 알거든?”한참 농담을 주고받은 후 한현진이 말했다. “나 먼저 설희 좀 보고 올게. 나와서 다시 얘기해.”과일 바구니를 든 민경하가 한현진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대표님께서 사모님이 사람들 앞에선 얘기도 못 할까 봐 걱정이라고 하시더니 괜한 걱정이었잖아. 사모님은 마음만 먹으시면 얼마든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말이야.’과대표 김빈을 비롯한 동기들은 여전히 병실에 앉아 있었다. 한현진이 들어가자 여자 동기 두 명이 침대에 누워있는 사람을 잡고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한현진은 아무 말없이 태연한 표정으로 정설희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정설희의 얼굴에서 손목까지 훑어내렸다. 정설희의 손목에는 옅은 갈색의 모반이 있었다. 그 모반은 상현달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실에 누워있는 사람의 손목에서는 아무런 반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입술을 짓이긴 한현진은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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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2화

멈칫하던 한현진이 몸을 돌려 주강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코트를 입은 주강운이 서류 가방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다. 살짝 헝클어진 머리를 보아하니 다급하게 병원으로 온 것 같았다. 한현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넨 주강운이 침대로 다가와 정서희에게 말했다. “서희 씨,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셨어야 해요. 정설희 씨는 이미 사망신고를 마쳤어요. 누군가 서희 씨에 대해 조사한다면 이건 도저히 숨길 수가 없는 일이라고요. 이러다 사기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어요.”정서희가 잔뜩 흥분한 채 말했다. “그럼 저더러 어떡하라고요? 변호사님이 유서로는 죄를 단정 짓기 어려우니 더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제가 대체 어디서 증거를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전 심지어 설희 주변 사람들과 친분도 없어요. 저에겐 이 방법밖에는 없다고요! 설마 제가 제 동생을 그렇게 만든 인간들 떵떵거리며 잘 사는 꼴을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건가요?”주강운이 말했다. “일단 신고부터 해요.”정서희가 피식 냉소 지었다. “설희가 살아있을 때 제출한 고발장은 쥐도 새도 모르게 전부 사라졌어요. 인터넷에 폭로하려고 했을 땐 피드를 업로드 하기도 전에 계정을 정지당했고요. 만약 신고해서 경찰이 설희를 도와줄 수 있었다면, 그래도 설희가 죽었을까요? 그래도 죽었을 것 같냐고요!”한현진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정설희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고 그녀의 가족이 겪은 고통에 깊은 유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현진이 도와줄 수 없었다. 이런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돈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뿐이었다. 만약 정말 정서희의 말처럼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전부 통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술수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정서희가 선택한 이 길은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막다른 길일지도 몰랐다. 끝까지 파헤친다고 해도 결국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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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3화

강한서: [스탠딩 티켓이라도 사서 옆에 서 있을 수는 없어요?]민경하는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강민서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커피 주문 해뒀어요. 얼른 와요.]그리곤 카페 위치를 강민서에게 알려주었다. 주강운이 한현진을 위해 커피를 주문하려고 하자 한현진이 손을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할 얘기가 뭐예요? 약속이 있어서 너무 오래는 못 있을 것 같아요.”메뉴판을 가리키던 주강운의 손가락이 멈칫 공중에서 멈췄다. 라테 한 잔을 시키고 나서 주강운이 고개를 들었다. “한서 요즘 어때요? 기억은 좀 돌아왔어요?”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계속 그렇죠, 뭐. 의사가 최면 치료를 권유하더라고요. 주 변호사님, 혹시 실력 있는 최면사 아시는 분 있으세요?”주강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제가 해외에서 알게 된 정신과 치료를 전담하는 최면사 한 분이 계세요. 나중에 제가 연락처 알려드릴게요.”덤덤한 태도의 주강운에게서는 그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한현진이 씩 미소 지었다. “알겠어요. 고마워요.”알바생이 물 한 잔을 가져오자 컵을 받아 든 한현진이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들었다. “여기까지 절 데려온 이유가 이 얘기를 하시려고 그런 건 아니죠?”주강운은 말없이 서류 가방을 열어 안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 한현진 앞에 내밀었다. “정설희 씨가 돌아가시기 전 남긴 유서 복사본과 다른 자료들이에요. 한 번 보세요.”한현진은 가만히 움직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주 변호사님, 저 설희가 겪은 일 유감스럽게 생각해요. 설희의 죽음은 저에게도 슬픈 일이에요. 하지만 전 이런 일에 개입되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이 자료도 안 볼 거고요. 변호사님도 웬만하면 이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이번 일은 한두 사람이 힘을 모은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서희 언니가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설득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설득할 거예요. 하지만 이 자료는 현진 씨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말하며 주강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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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4화

주강운의 상처받은 눈빛과 슬픔은 너무도 진실처럼 다가왔다. 만약 예전의 한현진이라면 그의 모습을 보며 그런 말을 내뱉은 자신을 탓했을 것이다. 한현진이 강한서와 이혼하고 제일 힘들었던 그 시간 동안 주강운은 그녀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줬었기에 설사 주강운이 강한서와 친구 사이가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그녀는 주강운을 친구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주강운이 납치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로 한현진은 도무지 주강운이 내뱉는 말의 진위를 파악할 수가 없어졌다. 눈을 감은 한현진은 최대한 냉정해질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녀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어요.”시선을 내린 주강운이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현진 씨. 한서가 실종됐을 동안 저와 보낸 시간이 현진 씨는 혐오스러웠어요?”입을 꾹 다문 한현진이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 “그 시간 동안 도와주신 거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미안하기도 하고요. 강한서를 나타나게 하려고 염치도 없이 변호사님을 이용했어요. 제가 변호사님에게 화를 낸 건, 강한서가 이 일에 연루될까 봐 그런 거였어요. 아무리 그래도 변호사님께 화를 내면 안 되는 거였는데. 죄송해요.”주강운이 쓴웃음을 지었다. “현진 씨. 저에게 이렇게까지 선을 그을 필요는 없어요. 현진 씨가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전부 알고 있어요. 한서가 현진 씨를 기억하든 아니든, 현진 씨의 선택은 늘 한서겠죠. 그래서 전 다시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어요. 오늘 현진 씨에게 이 얘기를 한 건 제가 현진 씨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현진 씨에게 알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만약 제게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한 거라면 제 사심은 그저 현진 씨를 한 번 만나는 거, 그거뿐이었어요. 만약 그것마저도 불편하다고 하면... 미안해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주강운이 서류를 다시 가방에 넣고는 몸을 일으켰다. “갈게요.”그러자 한현진이 그를 불러세웠다. “주 변호사님.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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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5화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에서 물뿌리개를 가져가서야 한현진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왔어?”한현진의 곁에 앉은 강한서가 나지막이 물었다. “왜 그래?”한현진이 말했다. “강한서, 너 하우스클럽 간 적 있어?”강한서는 오히려 평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설희 씨 사건과 내가 연관이 있는 건지 묻고 싶은 거야?”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넌 그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걸 알아. 난 단지 네가 그때 그곳에 왜 간 건지, 그게 궁금한 거야. 너 하나도 빼놓지 말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얘기해. 그래야 대책을 세울 수가 있어.”오후 사이 한현진은 모든 생각을 정리했다. 강한서가 정설희가 눈에 익다고 했었던 건 아마 그때 마주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저 한 번 본 것이 전부이니 바로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한현진이 걱정되는 건 정설희의 사건에 강한서가 연루되는 것이었다. 그 사진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다. 설사 강한서가 그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 사진 한 장으로 충분히 연루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초조해하는 한현진의 얼굴을 보며 강한서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강한서가 나지막이 물었다. “오후 내내 걱정하더니, 그 이유 때문이었어?”잡힌 손을 빼내며 한현진이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가볍게 장난처럼 웃어넘기지 마. 지금 이거 심각한 상황이야. 만약 정설희가 정말 그날 그 파티에서 누군가에게 속아 마약을 한 거라면 그 자리에 있었던 넌 아무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이 일이 밝혀지면 네가 아무리 결백해도 다른 사람 눈엔 그저 가해자와 다름이 없는 거라고.”이제 겨우 강단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만약 이 일이 밝혀진다면 그건 강단해가 강한서를 찍어 누를 칼이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한현진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한서가 나지막이 물었다. “주강운이 대체 너에게 뭘 보여준 거야?”“사진. 네가 하우스클럽에서 정설희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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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6화

한현진이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서희 언니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는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정서희 씨가 꾸민 알이 아닐 수도 있어. 난 왠지 정서희 씨를 강운에게로 인도한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만약 주강운이 이 일을 이용해 강한서를 공격하려는 거라면, 그건 너무 주강운스럽지 않은 방식이었다. “왜 서희 언니를 끌어들여 주 변호사님이 이 사건을 맡게 한 거야? 서희 언니를 끌어들인 사람은 누구고 그 사람 목적이 뭐지?”강한서의 분석에 한현진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잠시 생각하던 강한서가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강운이는 다른 변호사와는 달라. 강운이 뒤에는 주씨 가문이 있잖아.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감히 받지 못하는 사건을 강운이는 받을 수 있어. 그 사람은 어쩌면 그 점을 노렸을 지도 몰라.”혹여 주강운이 이 사건을 거절할까 그 사진을 미끼로 던진 것도 꽤 합리적인 추측이 될 수 있었다. “아, 맞다. 너 방금 그날 밤 있었던 추락사고 기사를 덮은 이유가 장준 때문이라고 했잖아. 주 변호사님이 보여준 설희 사진에 장준 씨와 찍은 사진도 있었어. 혹시 설희가 마약에 중독된 거 장준 씨와 관련되어 있는 거 아닐까?”“그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야.”강한서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네 친구를 돕고 싶어서 내가 뭐라도 해주길 바라는 거야?”잠시 침묵하던 한현진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난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바라지 않아.”소변 검사도 조용히 덮을 수 있다는 건 장씨 가문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한현진은 강한서가 그런 사람들을 건드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건 너무 큰 모험이었고 그녀는 그 정도로 고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어깨를 꼭 감싸 안고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 맞췄다. “네 말대로 할게.”강한서의 품에 안겨 한참을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우리 그때 장준이 하우스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조사해 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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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7화

“넌 시간도 안 보고 전화하는 거냐?”신우가 욱, 화를 냈다. “넌 와이프가 없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은 아니야.”강한서가 생각했다. ‘나도 있어. 난 아이도 있다고. 그것도 두 명이나!’자랑하고 싶은 충동을 누른 강한서가 마친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미안해, 신우야. 이 시간에 전화한 건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서 그래.”신우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예의 있게 말을 해?’입술을 짓이긴 신우가 물었다. “무슨 부탁?”“너 네 와이프가 사용하는 업무 시스템 해킹해서 뭐 좀 알아—”강한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우가 뚝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휴대폰이 꺼진 상태였다. ...신우는 어두운 얼굴로 휴대폰을 서랍에 넣어두었다. 더 이상 휴대폰에 눈길도 주고 싶지 않았다. 욕실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신우는 얼른 위쪽 단추를 풀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책 한 권을 가져오더니 진지하게 읽어 내려갔다.고여정이 아직 물기가 조금 남은 머리를 털며 이불을 걷었다. 침대에 기대앉은 그녀는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누가 보낸 문자인 건지 고여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장하고 있었다. 가끔은 생각에 잠기고 또 가끔은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 위에서 춤추듯 빠르게 움직였다. 옆에서 누워 있는 신우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소외당하고 있던 신우가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서에서 온 문자야?”고여정이 상대방의 답장을 기다리는 틈에 대답했다. “아니, 강한서 씨 문자야. 최근에 일이 생겨서 나한테 물어볼게 있대.”신우는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는 티 나지 않게 고여정을 떠보았다. “무슨 일인데?”고여정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친구 분 지인이 모함으로 자살했대. 그 분은 쌍둥이 언니가 있는데 동생을 위해 진범을 찾고 싶다나 봐. 하지만 인맥도 없고 도무지 방법이 없어서 동생인 척 연기하면서 동생이 생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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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8화

신우가 미간을 꾹 눌렀다. “강한서. 너 이 개자식, 나한테 제발 좀 합법적인 일을 시킬 수는 없어? 내가 언젠가 너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질 거야.”‘개 같은 자식. 자긴 사람들 앞에서 성인군자인 척, 선량한 시민인 척 하면서. 법 아주 잘 지키시네, 위법 행위는 전부 나한테 시켰잖아.’강한서가 말했다. “미안하게 됐다. 정말 어쩔 수 없었어. 네가 아니면 아무도 조사 못해.”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대놓고 서버를 해킹할 수 있고 해킹했던 참에 버그도 해결해주잖아. 얼마나 많은 사기 사이트를 해킹해 사기 집단 검거에 도움을 줬는데. 이것도 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건 법률이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거야.”강한서의 아부에 전혀 낚이지 않은 신우가 사나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닥쳐. 지금 네 놈이 하는 말은 전혀 듣고 싶지 않으니까.”신우에게 부탁을 해야 했던 강한서는 그의 말에 곧 입을 꾹 다물었다. 신우가 씩씩거리며 굳은 얼굴로 물었다. “너 여정이에게 했던 말 무슨 뜻이야?”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냥 물어본 거야. 우리 와이프 친구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 나한테 물어보더라고. 난 그런 건 전혀 모르잖아. 여정 씨는 법의관이시니까 알 것 같아서 물어봤어.”‘그냥 물어본 거라고?’신우가 냉소 지었다. ‘방귀도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하고 뀔 것 같은 자식이 그냥 물어본 거라고?’그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물었다. “너 기억 잃었다며. 한현진 씨와 파혼할 거라고 하지 않았어? 한현진 씨 일이 너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이러는 거야?”강한서가 말했다. “부부였던 것도 인연인데, 굳이 얼굴 붉히며 헤어질 필요는 없잖아.”“허.”신우는 헛웃음을 뱉으며 컴퓨터를 켰다. “부부였던 것도 인연이라 돌아오자마자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파혼하려 했던 거야?”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화제를 좀 바꿀 수 없어?”“왜? 네가 그렇게 행동할 땐 언제고 이젠 나더러 얘기도 하지 말라는 거야?”신우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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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9화

신우의 표정을 살피던 고여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비켜.”신우는 모니터 앞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아무 것도 아냐. 여보 먼저 들어가.”고여정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여보가 알아야 할 게 있어. 시민에겐 경찰 조사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어. 조사에 응하지 않다가 덜미가 잡히면 감형 받을 자격이 없는 거야.”신우가 멈칫,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 서려있었다. “그 정도로 심각한 거야?”고여정이 신우의 옷을 꼭 잡았다. “저리 비켜.”말하며 고여정이 신우를 잡아당기자 모니터 속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흘러나오는 장면을 확인한 고여정은 그대로 자리에 굳어졌다. 스피커에서는 간드러진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로 뒤엉킨 몸은 살색의 향연이었다. 야하기가 이루 말할 것 없었다. 고여정의 얼굴이 점차 빨갛게 달아올랐다. 신우는 고여정의 등 뒤로 다가오며 빨간 그녀의 귓불에 입 맞추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 형사님, 퍼뜨리지 않고 저만 보는 건 불법 아니죠?”고여정이 이를 악물었다. “배고파서 뭐 좀 먹어야겠다며?”“그랬지. 배도 채우고 인강으로 공부도 하고.”고여정이 신우의 손을 탁 쳐냈다. “지워.”신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힘들게 강한서한테서 받은 거야. 아직 다 못 봤는데, 다 보고 지우면 안 돼?”수화기 너머로 부부의 야한 농담을 듣고 있던 강한서가 침묵했다. 부끄러운 듯 고여정은 한참만에야 입을 열었다. “얼른 지워. 남자들은 같이 모였다 하면 좋은 일이 없다니까.”신우가 아쉽다는 듯 말했다. “알았어. 네 말대로 할게.”말하며 그는 고여정이 보는 앞에서 영상을 지웠다. 영상이 삭제되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고여정이 말했다. “컴퓨터도 꺼. 내가라면 끓여줄게. 같이 먹어.”신우가 고여정을 품에 꽉 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여보~”고여정이 방을 나서자 신우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자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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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0화

강한서가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망연자실한 눈빛의 그가 한참만에야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현진아, 은서 이젠 아빠 없어. 내가 은서에게 했던 약속 다신 지킬 수 없게 됐어.”강한서의 말에 한현진이 멍해졌다. “뭐?”강한서의 눈빛이 처량하게 빛났다. 그는 한현진에게 비밀을 털어놓았다. “6년 전, 하우스클럽에서 추락해서 사망한 사람이 바로 은서 아빠야.”한현진이 중얼거렸다. “은서는 정말 주 변호사님 딸이 아니었던 거야?”그 말에 강한서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넌 대체 무슨 허황된 생각을 한 거야?”한현진이 말했다. “주강운 씨와 잠입 수사 중인 형사가 서로 죽고 못살 다가 같이 교통사고를 당해 간민혜가 돌아가시기 전에 너에게 은서를 부탁한 거 아냐?”강한서는 한현진의 상상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언제 은서가 강운이 딸이라고 했어?”한현진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은서는 주강운 씨와 함께 사고 났던 전 여자 친구 사이에서 낳은 아이 아니야?”대답하려던 강한서가 갑자기 멈칫했다. “네가 간민혜 씨를 어떻게 알아?”한현진이 모른 척 눈을 깜빡였다. “내가 간민혜라고 했어? 네가 잘못 들은 거겠지.”강한서가 냉정하게 말했다. “너 분명 얘기했어. 분명 간민혜가 나에게 은서를 부탁했다고 했잖아. 누가 너한테 무슨 얘기를 한 거야?”“하하. 누가 나한테 무슨 얘기를 해?”한현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도 나한테 무슨 얘기한 적 없어.”한현진을 살펴보던 강한서가 갑자기 말했다. “한성우, 그 방정맞은 자식이지?”한현진이 강한서의 시선을 피했다. “난 아무 말도 안 했어.”낮게 욕을 읊조린 강한서가 물었다. “한성우가 너한테 무슨 얘기를 지어낸 거야?”“성우 씨는 별 얘기 안 했어. 그때 성우 씨는 한주에 없어서 아는게 많지 않다며 간민혜 씨와 강운 씨가 헤어진 일만 얘기해줬어. 그리고 나중에 두 사람이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도. 나머지는 전부 내 추측이야.”말을 마친 한현진이 화제를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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