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101 - Chapter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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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1화

김경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가 친척은 한성우를 열성적으로 환영했다. “세상에. 경선아, 미주가 능력도 좋아.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만나다니. 보기만 해도 화면이 훤하네.”“어쩐지 내가 전에 친구 아들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니까 시큰둥해하더라니. 미주가 이미 만나는 사람이 있었네. 두 사람 벌써 합가까지 했어? 어울리는 것 좀 봐봐.”“자네, 나이가 몇이야? 어디 사람인가? 직업은?”“아이까지 생겼는데 식은 언제 올려?”...한성우가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아이라니요. 아주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자네가 방금 전화해서 애가 어쩌고 했잖아. 미주가 임신한 거 아냐?”한성우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상대방은 키워드 하나만 듣고 자기 마음대로 한성우의 말을 재해석했다. 심지어 한성우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말이다. 지금 한성우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미래의 장모님이었다. 아무리 뻘쭘해도 함부로 전화를 끊을 수는 없었다. 앞으로의 결혼생활이 행복할지 아닐지는 전부 장모님이 그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큼, 목을 가다듬은 한성우가 해명했다. “아주머니께서 잘못 들으신 거예요. 제 말은 미주는 지금 나이가 어리고 이제 막 커리어를 쌓고 있으니 급하게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거였어요. 먼저 미주가 본인 인생을 먼저 즐기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생겼을 때 아이를 갖고 싶어요. 저는 미주가 제 옆에서 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요.”옆에 있던 아주머니들은 한성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김경선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눈앞의 젊은이를 빤히 살펴보았다. 진지한 상대방의 눈빛은 김경선에게 그의 결심과 진심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김경선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당시 그녀가 결혼하기 전 차미주의 아버지도 이렇게 진지한 고백을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결말은 결국 이혼이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약속할 때, 그 마음이 진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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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2화

한성우의 눈빛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그의 반응에 희망을 본 차미주가 한 번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었다. “야옹.”꿀꺽 침을 삼킨 한성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누가 너더러 이렇게 입으래?”첫 연애라 경험이 없었던 차미주는 뻣뻣하게 한성우의 어깨를 감싸안고 애교 섞인 목소리를 쥐어짜 내며 말했다. “이런 거 싫어?”이상한 목소리에 한성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차미주의 머리에 달린 고양이 귀를 잡아당기더니 웃으며 물었다. “성대가 뭐 어디 끼이기라도 한 거야?”그 말은 겨우 잡아놓은 분위기를 단꺼번에 망쳐버렸다. 차미주가 한성우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이를 악물었다. “미친 X이 웃긴 뭘 웃어!”차미주의 곁으로 옮겨 앉은 한성우가 그녀를 품에 안고 웃으며 말했다. “그냥 편하게 말하면 되잖아. 그렇게 톤 올리면 안 힘들어?”무드라고는 없는 한성우를 차미주가 툭 쳐냈다. 화가 잔뜩 난 차미주가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몸을 일으킨 순간 찌익 소리와 함께 바지가 잡아당겨지는 것 같았다. 상황 파악을 하는 차미주의 귓가로 유유한 한성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꼬리 떨어졌어.”차미주가 고기를 돌리자 한성우의 엉덩이 밑에 깔린 부들부들한 자신의 꼬리가 보였다. 몸을 일으키는 순간적인 힘에 꼬리가 떨어진 것이었다. 힘없이 축 처진 꼬리가 침대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고 심지어 꼬리 끝에는 천 한 조각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한성우는 고개를 숙여 차미주의 엉덩이 쪽을 보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바지 안쪽으로 스쳤다. 차미주가 손을 뻗어 만져보니 바지에 구멍이 뚫려 있었고 바람은 바로 그곳을 타고 들어온 것이었다. 한성우가 친절하게도 차미주에게 귀띔했다. “너 엉덩이...”차미주는 두 손을 등 뒤로 보내 엉덩이에 난 구멍을 가리며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닥쳐!”한성우는 부끄러움과 난감함이 섞인 차미주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앉아. 앉으며 가려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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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3화

차미주의 행동에 한성우가 어리둥절해졌다. “죽고 싶은 거야?”차미주는 한성우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럼 참지 마. 내가 안 된다고 한 적도 없잖아.”손을 뻗어 차미주의 볼을 꼬집은 한성우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차미주가 한성우와 관계를 가지려는 동기가 잘못되었다. 그녀가 관계를 가지려는 목적은 임신을 해 엄마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그건 한성우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관계는 두 사람이 다른 이유 없이 그저 사랑하는 마음만이 가득한 그 순간에 함께 쾌락을 즐기는 것이었다. “...”‘이미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아직도 때가 아니라고?’‘내가 요즘 얼마나 애써서 오늘 겨우 진전이 보이는데, 얘는 대체 뭐 하는 거야?’미간을 잔뜩 찌푸린 차미주가 한성우를 밀어냈다. “지금이 아니면 대체 그 때라는 게 언제라는 거야?”한성우가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내가 어머님 공략에 성공하면.”차미주가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 “너... 너 뭘 안 거야?”한성우가 차미주를 품에 안았다. 낮게 깔린 그의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뭘 알아?”차미주는 한성우가 진실을 알게 되는 걸 원하지 않으니 한성우는 모른 척해줄 생각이었다. 투박하게 유혹하는 차미주의 모습이 사실은 꽤 흥미롭기도 했다. 한성우는 이제야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되었다. 조금 전 차미주를 데리고 영상통화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김경선이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 한성우였다. 그러니 굳이 차미주를 그 사이에 끌어들여 모녀 사이를 갈라놓는다면 그건 너무도 비호감을 유발하는 방법이었다. 한성우가 모른 척하자 차미주의 의심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 엄마를 공략한다는 게 무슨 뜻인데?”“내가 너와 결혼하려면 먼저 어머님 허락부터 받아야 되잖아. 어머님께 인사 드리게 해달라고 해도 안 된다고 하니까 그럼 어머님이 날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거구나, 한 거지. 그럼 당연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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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4화

멈칫하던 주강운이 물었다. “어디로 가면 돼?”한성우가 주소를 알려주었다. 주강운이 물었다. “한서도 가?”한성우가 짜증 난 말투로 말했다. “그 배은망덕한 놈 얘기는 꺼내지도 마. 기억을 잃더니 우리가 뭐 자기한테 빚이라도 진 것처럼 굴잖아. 그리고 한현진 씨도 똑같아. 매번 내가 미주랑 싸우기만 하면 헤어지라고 부추기잖아. 우리 사이는 전부 그 인간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오늘도 이 일 때문에 미주가 또 나한테 화를 냈다니까. 짜증 나게.”시간을 확인한 주강운이 말했다. “위치 보내줘. 좀 이따 택시 타고 갈게.”주강운이 만나기로 약속한 바에 도착했을 때, 한성우와 신우는 이미 룸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룸에는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다른 재벌가의 아들딸도 있었다. 주강운이 룸으로 들어섰을 때 그들은 모여 게임을 즐기는 중이었다. 한성우는 입에 담배를 물고 주사위를 돌리며 옆에 앉은 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유머러스한 멘트를 날리는 한성우의 모습은 바람둥이 그 자체였다. 여자들은 한성우의 말에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앉은 신우는 시끌벅적한 한성우 주변에 비하면 비교적 조용한 썰렁한 편이었다. 신우는 애초부터 유흥을 즐기는 재벌 2세들과는 달랐다. 예전부터 이런 자리엔 신학이 어쩌다 한 번 나오고는 했다. 하지만 신학은 미친놈과도 다름이 없었다.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을 중상에 이르도록 폭행한 사건이 두 번이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친구들은 신학을 술자리에 잘 부르지 않게 되었다. 예전의 신우라면 절대 이런 자리엔 나오지 않았다. 고여정과 결혼 후 신우는 인기가 많아지기라도 한 듯 가끔 술자리에 들러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비록 말은 별로 없었지만 인사를 건네는 사람에게는 예의 있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모두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니 서로 비즈니스를 함께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서로 인맥을 쌓는다면 앞으로 일을 함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예전의 신우는 매너는 몸에 밴 사람이었지만 융통성이 부족해 너무 딱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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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5화

모임 비용이 굳은 한성우는 바로 주사위를 옆에 있는 사람에게 던져버리고는 술 두 잔을 들어 하나를 주강운에게 건넸다. 그러고는 주강운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사무실에서 오는 거야?”“응.”이라고 대답한 주강운이 한성우가 건네는 술잔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넌 차미주 씨와 왜 싸운 거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성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술자리에선 술만 마셔. 기분 나쁜 얘기는 뭐 하러 꺼내?”주강운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미주 씨는 의리도 있고 좋은 사람이야. 너보다 많이 어리잖아. 네가 더 이해해 줘야지.”“내가 참아준 게 적다고 생각해?”한성우가 술잔을 내려놓고 표정을 굳혔다. “내가 아무리 많은 여자를 만났어도 다른 여자에겐 간 쓸개 다 내준 적 있었어? 의리 있지. 그 마음이 친구에게만 전부 집중되어 있어서 문제지. 언제 날 생각해 준 적이 있긴 해? 미주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식사라도 한 끼 하고 싶다고 해도 싫다잖아. 내가 그렇게 창피해?”그 말을 들은 주강운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여자는 원래 쑥스러움이 많잖아. 아마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러는 걸 거야. 너희 지금 안정적으로 잘 만나고 있는데 지금 당장 급하게 밀어붙일 필요는 없잖아.”한성우가 손을 내저었다. “술이나 마시자고 부른 거야. 설교나 들으려는 게 아니라고. 더 얘기하면 안 마실 거야.”그러자 주강운은 말없이 술잔을 들어 한성우의 잔에 짠, 부딪혔다. 술 몇 잔을 마신 주강운이 신우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여정 씨 부서 옮긴다고 하지 않았어? 옮겼어?”신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완전히 매달리고 있어서 옮기려고 하지 않아. 하고 싶은 대로 놔두려고. 그 일을 하는 게 좋다잖아. 여정이가 행복해하면 나도 좋아.”고개를 끄덕인 주강운이 툭 던지듯 물었다. “여정 씨 경찰로 근무한 지 얼마나 됐지?”잠시 생각하던 신우가 말했다. “아마 6, 7년 정도 된 것 같아.”“6, 7년...”주강운이 신우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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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6화

신우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그가 얼른 한성우를 말렸다. “물 마셔. 아니면 내가 화장실까지 같이 가줄게.”한성우가 신우를 밀치며 주강운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나 진짜 이해가 안 돼서 그래. 대체 그 여자 어디가 좋은 거야. 너와 헤어지고 바로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자를 대체 왜 좋아하는 거야? 설마 간민혜 씨가 사고를 당했을 때 뱃속의 아이가 네 아이라서, 그래서 죄책감에 잊지 못하는 거야?”신우는 당장이라도 주사위로 한성우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다. 전엔 왜 한성우가 술에 취하면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 걸 몰랐을까? 게다가 일부러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을 쿡쿡 쑤시고 있었다. 불안에 떠는 신우와는 달리 주강운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술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신 주강운이 덤덤하게 말했다. “간민혜가 누군데?”“너 정말 기억 안 나? 기억도 못 하면서 왜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려고 하지 않는 거야?”한성우가 자기 심장을 쿡쿡 누르며 말했다. “지난번에 내가 미주와 쇼핑하러 갔다가 아주머니를 만났어. 내가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시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너희는 하나둘씩 가정을 이루는데 우리 강운이는 언제쯤 제 짝을 만날 수 있을까?’라고 하셨어. 아주머니가 그 말씀을 하실 때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알아?”한성우가 또다시 술 한 잔을 들이켰다. 그의 눈빛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다. 그가 주강운을 잡아끌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얘기는 자식인 우리가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만약 당시 너희 가족이 간민혜 씨를 받아들였다면 나중의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만약 그 아이가 아직도 살아있다면 곧 7살이 될 거고. 난 그때 뭐 한다고 해외를 돌아다니고 있었을까. 만약 내가 있었다면 최소한 널 위해 아이는 지킬 수 있었을 텐데.”주강운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하기만 했다. 하지만 신우는 그가 잡은 술잔에 담긴 술 위로 은은하게 퍼지는 파동을 눈치챘다. 아마 주강운의 마음은 보이는 것만큼 평온하지는 않은 듯했다. 신우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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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7화

잠시 후, 한성우가 룸으로 돌아왔다. 술기운이 올라온 주강운이 소파에 기대앉아 한 손으로 넥타이를 끌어내렸다. 고개를 돌려 한성우를 보자 그는 술에 찌든 모습으로 소파 등받이 엎드려 있었다. 손에는 아직도 술잔을 든 채 “건배”라며 중얼거렸다. 신우는 주강운과 비슷하게 알딸딸한 정도였다. 비록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휴대폰을 확인한 신우가 소파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차 부를게. 먼저 성우 데려다줘야겠어.”주강운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 말을 들은 한성우가 혀가 잔뜩 꼬인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나 안 돌아가. 돌아가려면 너희나 가. 난 오늘 여기서 잘 거야.”신우가 멈칫,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잘 거라고? 미주 씨가 알면 어쩌려고.”한성우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알면 알았지, 뭐. 내가 걔를 무서워할 것 같아? 부모님께 인사도 못 가게 하면서. 그만 만나고 싶으면 그러라고 해.”한성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테이블 위에 올려둔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힐끔 쳐다본 신우가 “도둑이”라고 뜬 이름에 허리를 숙여 휴대폰을 가져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낯선 목소리에 차미주가 멍해졌다. “누구세요?”“전 신우라고 해요.”멈칫하던 신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차미주 씨?”차미주가 물었다. “한성우는요? 전화 좀 받으라고 해요.”“성우가 많이 취했어요.”신우는 굉장히 솔직하게도 조금 전 한성우가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 “성우가 오늘은 안 돌아갈 거라고 하네요. 술집에서 잘 거라고.”차미주가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어디시죠?”신우가 차미주에게 위치를 알려주자 그녀가 바득 이를 갈았다. “신우 씨, 죄송하지만 잠시 성우 좀 챙겨주시겠어요? 제가 곧 데리러 갈게요.”“네.”잠시 후, 차미주가 운전해 한성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신우와 주강운이 한성우를 둘러업고 차에 집어넣었다. 한성우는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로 두 손으로 차 문을 꽉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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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8화

차미주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연기하지 마. 온몸으로 여자 화장품 냄새를 풍기고 있어, 너. 정말 내가 냄새도 못 맡는다고 생각하는 거야?”한성우가 팔을 들어 킁킁 냄새를 맡았다. “그래?”그는 말하며 피식 웃어버렸다. “날 만지지도 않았으면서 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네가 어떻게 맡아? 개코야?”“헛소리 그만 지껄여. 너 뭐 하는 거야. 술 마시면서 취한 척이나 하고. 나한테 데리러 오라고 하면서 나더러 먼저 전화하라고?”한성우가 뒷좌석에 기대어 앉으며 뒤에서 물 한 병을 꺼냈다. 병뚜껑을 따며 한성우가 말했다. “이 정도로 안 마시면 쟤네가 날 그냥 보내줬을 것 같아?”차미주가 입을 삐죽였다.“그런 능력도 없으면서 왜 술을 마시자고 한 거야?”한성우가 생각했다. ‘난 마시고 싶어서 마신 줄 알아? 이게 다 꿍꿍이가 많은 네 친구 덕분이지.’한성우는 머릿속의 불만과는 달리 듣기 좋은 말을 골라 대답했다. “자랑하려는 거잖아. 난 이제 밖에서 취해도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다고.”차미주가 한성우를 쏘아보며 말했다. “미친 X.”물을 한 모금 마신 한성우가 휴대폰을 들어 한현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임무 완수.]한현진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녀는 차미주의 학창 시절 사진을 십수 장을 한성우에게 전송했다. 활동에 참석했을 때의 사진, 여행 사진 그리고 수상할 때 찍은 사진도 있었다. 전부 학창 시절 차미주가 제일 빛나던 순간의 사진을 고른 것이었다. 사진 속의 차미주는 귀엽고 생명력이 흘러넘쳤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확인한 한성우는 하마터면 물에 사레가 들린 뻔했다. 차미주가 휴지를 뽑아 한성우에게 던졌다. “천천히 마셔. 뺏어 먹는 사람 없어.”“음.” 소리를 내며 대답한 한성우가 기침을 계속하며 한현진이 보낸 사진을 일일이 저장했다. 한성우가 조용히 생각했다. ‘꿍꿍이가 많긴 하지만 눈치는 있네.’한성우는 직접적으로 주강운에게 은서가 바로 간민혜의 아이라고 알려줄 수가 없었다. 주강운이 바보가 아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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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9화

한현진은 눈앞의 세 사람을 훑어보았다. 성월이 가져온 이력서와 일일이 대조하며 상대방을 살폈다. 제일 젊은 운전기사는 회사 임원의 운전기사로 있었던 경력이 있는 듯 말투에는 오만함이 조금 섞여 있었다. 매번 한현진이 질문할 때면 그는 습관처럼 “전에 모셨던 대표님은...” 이라는 말을 붙였다. 그의 첫 마디를 들은 한현진은 뒤의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두 번째 운전기사에게 제일 늦게 몇 시까지 야근할 수 있는지, 연봉은 얼마를 원하는지 물었다. 두 번째 사람은 넌지시 요구를 던졌다. 전에 일하던 곳의 일당은 10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였고 8시간 근무했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한현진은 그 요구엔 특별한 불만이 없었다. 그녀가 궁금한 건 단 한 가지였다. “그 정도면 일당이 꽤 높았던 것 같은데 왜 그만두신 거죠?”갑자기 말문이 막힌 운전기사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더니 회사가 지겨워져 이직하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남자가 다녔던 회사를 확인한 한현진이 손을 들어 박해서를 불렀다. 귓속말도 나지막이 얘기를 전하자 박해서가 알겠다며 자료를 들고 사무실을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온 박해서가 한현진에게 속삭였다. 그의 말을 들은 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남자의 이력서를 옆으로 밀어버렸다. 한현진의 시선이 제일 마지막 지원자에게로 향했다. 남자의 이력서에는 45세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물은 그보다는 조금 더 나이가 있어 보였다. 마른 몸매에 보통의 외모를 갖고 있었다. 사람들 틈에 끼어있으면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흔하디흔한 얼굴이었다. 그는 몸에 맞지 않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아마도 면접을 위해 일부러 준비한 옷 같았다. 하지만 양복 안에는 셔츠가 아니라 짙은 회색의 맨투맨이었다. 옷깃은 살짝 울퉁불퉁 올라와 있어 반듯한 모양은 아니었다. 너무 오래 입은 탓인 듯했다. 남자는 등을 구부리고 있었고 어깨도 습관적으로 잔뜩 움츠렸다. 다른 두 명의 운전기사가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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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0화

그 남자는 늑골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몸조차 일으키지 못했다. 멍해졌던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발차기를 날린 사람을 쳐다보았다. 방금 그녀가 고용한 운전기사인 주혁이었다. 그는 평온한 태도로 보호하듯 한현진 앞을 막아섰다. 그는 몸으로 한현진과 주먹을 날리려던 남자 사이를 막고 있었다. 박해서도 재빨리 앞으로 다가와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협력해 남자를 바닥에 제압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성월이 얼른 다가와 물었다. 정신을 차린 한현진이 차가운 얼굴로 목소리를 낮춘 채 입을 열었다. “성 비서님. 이게 바로 성 비서님이 고르고 고른 운전기사인가요? 자기 감정 하나 제어하지 못하고 심지어 사기 전과가 있다는 것도 성 비서님은 알아낼 수 없었던 건가요?”굳은 표정의 성월은 안색도 어두워졌다. “대표님, 저희는 줄곧 운전 경력과 사고 유무만 보고 운전기사를 채용해 왔어요. 전 회사에서 그만둔 이유까지는 일반적으로 알아보지 않아요.”“전에 어떻게 일하셨든 저와 상관없어요. 지금은 제 운전기사를 뽑는 거잖아요. 제가 성 비서님께 뭐라고 했었죠?”말문이 막힌 성월이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한 대표님. 이건 제 실수예요.”한현진이 차가운 태도로 말했다. “2000자 내로 경위서 써서 내일 회의 시작 전에 제 사무실에 제출하세요.”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서로 마주 보았다. 성월은 서해금의 심복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누구든 성월에겐 예의를 갖추었다. 설사 가끔 업무적인 실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서해금조차도 성월에게 벌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온 부대표는 성월의 체면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성월 본인 역시 직원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나지막이 말했다. “한 대표님, 제 직속 상사는 서 대표님이세요. 전 서 대표님 지시에만 따라요. 지금은 그저 잠시 한 대표님에게 협조하고 있는 것뿐이고요. 인사 채용에 실수가 생긴 것은 저만의 책임이 아니에요. 한 대표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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