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한성우가 룸으로 돌아왔다. 술기운이 올라온 주강운이 소파에 기대앉아 한 손으로 넥타이를 끌어내렸다. 고개를 돌려 한성우를 보자 그는 술에 찌든 모습으로 소파 등받이 엎드려 있었다. 손에는 아직도 술잔을 든 채 “건배”라며 중얼거렸다. 신우는 주강운과 비슷하게 알딸딸한 정도였다. 비록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휴대폰을 확인한 신우가 소파를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내가 차 부를게. 먼저 성우 데려다줘야겠어.”주강운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 말을 들은 한성우가 혀가 잔뜩 꼬인 발음으로 입을 열었다. “나 안 돌아가. 돌아가려면 너희나 가. 난 오늘 여기서 잘 거야.”신우가 멈칫,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 잘 거라고? 미주 씨가 알면 어쩌려고.”한성우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알면 알았지, 뭐. 내가 걔를 무서워할 것 같아? 부모님께 인사도 못 가게 하면서. 그만 만나고 싶으면 그러라고 해.”한성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테이블 위에 올려둔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힐끔 쳐다본 신우가 “도둑이”라고 뜬 이름에 허리를 숙여 휴대폰을 가져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낯선 목소리에 차미주가 멍해졌다. “누구세요?”“전 신우라고 해요.”멈칫하던 신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차미주 씨?”차미주가 물었다. “한성우는요? 전화 좀 받으라고 해요.”“성우가 많이 취했어요.”신우는 굉장히 솔직하게도 조금 전 한성우가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 “성우가 오늘은 안 돌아갈 거라고 하네요. 술집에서 잘 거라고.”차미주가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 어디시죠?”신우가 차미주에게 위치를 알려주자 그녀가 바득 이를 갈았다. “신우 씨, 죄송하지만 잠시 성우 좀 챙겨주시겠어요? 제가 곧 데리러 갈게요.”“네.”잠시 후, 차미주가 운전해 한성우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신우와 주강운이 한성우를 둘러업고 차에 집어넣었다. 한성우는 전혀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로 두 손으로 차 문을 꽉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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