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진의 분석에 송민준도 더 신중해졌다. 그는 도일준 본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한현진의 판단이 더 신뢰도가 높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사람이 도일준이 아니라는 거야?”한현진은 어쩐지 점점 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흐릿한 막에 가려진 듯 그 정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한현진은 머릿속으로 그날 본 남자의 모습을 반복해 곱씹었다. 야윈 몸매에 비교적 작은 키, 꽁꽁 싸맨 얼굴. 옷 사이로 보이던 피부는 일반 남자처럼 거칠지는 않고 오히려 부드러운 편이었다...“오빠, 화재 사고로 사망했다던 도일준 씨 약혼녀 이름이 뭐예요? 사진은 있어요?”송민준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진은 없어. 도일준 씨 아버지의 친구 분 말씀으로는 그 여자는 당시 한주에서 수강하면서 알게 된 여자라고 했어. 그 여자 분도 의...”뚝, 송민준이 말을 멈췄다. 그는 획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바라보았다. “현진아, 도일준 씨 이름 초성 순서를 거꾸로 해봐.”“ㅈㅇㄷ... 조예단!”한현진이 순간 눈을 커다랗게 떴다. 송민준이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쉽게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던 한현진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입을 열었다. 떨리는 한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마취사잖아요.”송민준도 흥분된 마음을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줄곧 찾던 그 사람이 완전히 다른 모습, 다른 이름으로 이미 주변에서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 없었다. 만약 우연하게 한현진과 마주쳐 의심을 사지 않았다면 송민준이 아무리 발이 닳도록 돌아쳐도 절대 머리카락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송민준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속삭였다. “일단 내가 몰래 그 사람이 사는 곳을 알아보고 가까워질 기회를 노려볼게. 만약 그 사람이 정말 조예단이라면 그럼... 당시 그 화재도 어쩌면 사고가 아닐지도 몰라. 먼저 조예단 씨 태도를 떠볼 필요가 있어. 먼저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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