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111 - Chapter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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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1화

고개를 끄덕인 한현진이 말을 이으려는데 송가람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현— 한 대표님. 잠시 나오시죠. 할 얘기가 있어서요.”그러자 한현진은 더 이상 다른 말 없이 주혁에게 말했다. “인사팀에서 입사 수속을 도와줄 거예요. 인사팀에서 시키시는 대로 하시면 돼요.”말을 마친 한현진이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 고개를 돌려 한현진이 나간 쪽을 바라보던 주혁이 인사팀 부장이 부르는 소리에 다시 몸을 돌려 서류를 작성했다. 송가람은 복도에서 한현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가람에게 다가간 한현진이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송가람이 덤덤하게 말했다. “오빠 11시면 착륙한대요. 알고 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에 데리러 갈 거예요?”한현진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같이 가요.”송가람의 대답에 한현진이 멈칫했다. “가람 언니도 가려고요?”송가람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제가 가면 뭐 문제라도 있어요? 오빠는 현진 씨만의 오빠가 아니에요. 제 오빠이기도 하다고요! 저희는 20여 년을 함께 살았어요.”한현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러던가요.”송가람이 공항에 가든 안 가든 한현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똑똑해진 송가람의 모습이 의외였을 뿐이었다. 만약 두 사람이 따로 공항에 간다면 송민준은 송가람의 차에 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요즘 두 사람 사이에는 냉랭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송가람 본인도 그걸 느꼈을 테니 한현진과 함께 간다는 것은 사실은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뜻이었다. 비록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20여 년의 감정이 전부 거짓은 아니었다. 송민준과의 사이가 틀어진다면 그건 이성적이지 않은 판단이었다. 송가람도 그것을 인지했거나 아니면 서해금이 시킨 것일지도 몰랐다. 만약 서해금의 지시라면 그녀의 목적은 단순히 화해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박해서는 두 사람을 태우고 공항으로 향했다. 3월이 거의 지나는 시점이라 날씨도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 특히 점심엔 기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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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2화

한현진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 “강한서가 그래요?”송가람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 오빠는 저희 두 집안이 계속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요. 그리고 여자인 현진 씨를 너무 뻘쭘한 상황에 두는 것도 원하지 않고요. 사실 우리 집도 아름드리에서 그리 멀지 않잖아요. 정말 오빠가 보고 싶으면 운전해서 잠깐이면 도착할 수 있어요. 그러면 선도 지킬 수 있고 오빠도 난감한 상황을 피할 수 있잖아요. 현진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며칠 내내 선물한 꽃다발이 정말 송가람을 붕 뜨게 만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녀는 강한서가 자기를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송가람은 본인이 아름드리의 안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현진을 아름드리에서 내쫓으려 하고 있었다. “사실 전 어디서 지내든 아무 상관 없어요. 하지만 저를 아름드리로 데려간 건 강한서예요. 제가 아름드리에 있는 게 불편하다면 직접 와서 얘기하라고 해요. 강한서 한 마디면 바로 아름드리에서 나갈 테니까.”송가람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현진 씨, 한서 오빠 성격에 어떻게 직접 사람을 내쫓을 수 있겠어요. 현진 씨도 한서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요.”“강한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어서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거예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가 더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침대까지 주문 제작한 사람이 왜 절 내보내려고 가람 언니에게 그런 말을 전했을까요? 가람 언니, 정말 강한서가 그렇게 얘기하라고 한 거예요? 아니면 제가 아름드리에 있는 게 싫어서 그런 말을 지어낸 거예요?”말문이 막힌 송가람의 표정이 분노가 드리웠다. “전 단지 저희 집안 입장을 생각해 현진 씨에게 제안을 한 것뿐이에요. 현진 씨가 듣고 싶지 않다면 안 들으면 그만이죠.”한현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전 아름드리에서 나올 수 있어요. 강한서에게 직접 와서 얘기하라고 해요. 강한서가 얘기를 꺼내지 않는 이상, 저에게 아름드리에서 나오라고 설득하는 사람은 전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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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3화

주세은이 송가람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가람 언니, 안녕하세요.”송가람이 주세은의 손을 잡고 캐리어를 가져왔다. “가자. 일단 차에 타. 가서 짐 풀고 밥 먹으러 가자.”주세은은 거절하지 않고 송가람을 따라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한현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송민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가자. 그렇게 보지 마. 두 사람 진작부터 알던 사이야. 은이가 국내엔 친구가 없으니 가람이와 가깝게 지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 “그걸 신경 쓰는 게 아니에요. 넌 그저 생각보다 너무 어려 보여서요. 정말 오빠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실력이 있어요?”송민준이 한현진을 끌며 말했다. “지금 어린 애들 우습게 보지 마. 은이의 천부적인 재능은 네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거야.”“그게 아니라. 전 은이가 너무 어려서 걱정이에요. 조향팀엔 전부 여우 같은 사람들뿐이잖아요. 저렇게 순진한 아이를 그곳에 두는 건 너무 모험이 아닌가 싶어요.”송민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한현진이 그런 송민준을 쳐다보았다. “왜요?”“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다른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거야. 그들이 상상도 못할 수를 써야 손 쓸 틈도 없게 만들 수 있어.”송민준이 한현진의 머리카락을 쓸며 나지막이 말했다. “우리 조카들은 어때?”한현진이 살풋 미소 지었다. “너무 잘 있어요. 나중에 초음파 사진 보여줄게요.”잠시 말을 멈춘 한현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빠도 이젠 서둘러야죠. 조카들이 뛰어다닐 때까지도 혼자면 오빠는 받는 것도 없이 우리 애들한테 세뱃돈만 줘야 할 거예요.”“내가 그 정도 돈도 없을까 봐?”“오빠가 돈은 많죠. 하지만 강한서 돈을 굳게 할 순 없어요.”송민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팔이 안으로 잘도 굽었네. 다음엔 강한서가 있을 때 똑같이 얘기해 봐.”한현진이 송민준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제가 얼마 전에 친구를 만났었는데 솔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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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4화

순간 멍해졌던 송민준이 대답했다. “응. 있어.”“어디예요?”송민준이 한 방문을 가리켰다. 주세은이 말했다. “제가 오빠 방에서 지내고 오빠가 동생분 방에서 지내는 건 괜찮아요?”주세은의 말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송민준이 곧 대답했다. “그래도 되긴 하지. 하지만 내가 방을 자주 쓰지 않아서 일상용품이 부족할 거야. 지내기 조금 불편할 텐데.”한현진이 말했다. “괜찮아요. 좀 이따 은이가 짐을 다 풀면 식사부터 해요. 그리고 방에 뭐가 부족한지 확인하고 사러 가면 되죠.”송가람이 말했다. “사실 그냥 내 방에서 지내면 되는데. 내 방엔 뭐든 다 있어.”주세은이 예의 바르게 말했다. “가람 언니, 제가 몽유병이 있어서요. 자주 증상을 보이는 편이라 혼자 있는 게 편해요.”주세은의 말에 더는 설득할 수 없어진 송가람이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그래, 그럼. 어차피 같은 집에 있을 텐데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 부르면 돼.”한현진이 눈썹을 씰룩였다. 워낙 다정한 송가람의 모습에 주세은과 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송가람을 대하는 주세은의 태도는 예의 있게 선을 지키는 편에 가까웠다. 오히려 송민준을 대하는 태도가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아니면 여자가 남자 침실에서 지내겠다고 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충 짐을 푼 후 송민준은 두 사람을 데리고 밥 먹으러 집을 나섰다. 아직 어색한 탓인지 주세은은 말이 없었다. 쿨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순한 사람인 것 같았다. 밥을 먹을 때도 식사 예절이 바른 것이 눈에 보였다. 반찬 투정 없이 집어주는 대로 잘 먹으며 예의 바르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제 막 아버지를 잃은 아이라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송민준은 조세은이 조향 천재라고 했다. 하지만 주세은은 인간관계에는 조금 둔감한 편이었다. 아마 천재는 모두 일반인과는 다른 부분이 있는 듯했다. 주세은의 어머니는 일 때문에 늘 바빴기에 그녀와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니 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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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5화

[너 이건 날 벼랑 끝으로 내모는 거야. 내가 어떻게 너한테 뭐라 그래.]한현진이 문자를 작성했다. [넌 아무 말이나 하면 돼. 내가 알아서 할게.]잠시 후, 강한서가 한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현진은 일부러 송가람 가까이에 다가가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진작 한현진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을 듣고 있던 송가람은 한현진이 휴대폰을 꺼내자 저도 모르게 발신 번호를 확인했다. 송가람의 예상대로 강한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송가람의 시선을 느낀 한현진이 도도한 눈빛으로 송가람을 쓱 훑더니 그녀가 보는 앞에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곧 들어간다고 했잖아요. 왜 재촉하는 거예요?”한현진은 일부러 짜증 나는 척 연기했다. 강한서가 말했다. “재밌는 이야기해줄게.”한현진: “할 얘기 있으면 빨리 해요.”강한서: “이탈리아의 날씨는 어떤지 알아?”한현진이 얼굴을 굳혔다. “고작 그 얘기나 하려고 전화한 거예요?”강한서: “습하게띠?”한현진이 냉소 지었다. “그렇게 말한 거 맞아요. 뭐 문제 있어요? 강한서 씨, 지금 그거 따지려고 전화한 거예요?”강한서: “습하게띠? 스파게티.” 한현진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손바닥을 꼬집으며 억지로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애를 썼다. “그 여자 말이면 뭐든지 다 믿는 거예요? 강한서 씨는 머리가 없어요?”비록 송가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떨어져 있었지만 수화기 너머의 강한서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버럭 화를 내는 한현진의 모습을 보며 강한서가 좋은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판단했다. 송가람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씩 올라갔다. 강한서가 웃으며 물었다. “어때? 지난번 그 아재 개그보단 고급스럽지 않아?”한현진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말했으면 어쩔 건데? 멍청한 자식! 애초부터 네가 들어와 살라고 한 거잖아. 이제 와서 나더러 나가라고? 꿈 깨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한현진이 뚝 전화를 끊었다. 송가람이 걱정하는 척 한현진에게 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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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6화

두 쌍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공기 중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물론 이 상황이 뻘쭘한 건 한현진이었다. 비록 주세은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한현진은 그녀가 자신의 통화 내용을 들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은 건지는 알 길이 없었다. 주세은은 한현진과 짧게 인사를 나눈 후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나온 한현진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송민준에게 다가가 물었다. “가람 언니는요?”“전화를 받더니 친구가 찾는다고 먼저 갔어.”그러내며 대꾸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오빠, 주세은과는 무슨 사이예요?”송민준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슨 사이긴? 은이는 기장님 딸이잖아.”“그게 다예요? 방금 주세은이 먹다 남긴 음식을 오빠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바로 먹어버렸잖아요.”송민준이 말했다. “만약 내가 안 먹으면 은이는 토할 때까지 꾸역꾸역 입에 넣을 거야. 기장님이 항상 먹을 만큼 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거든. 나도 처음 은이와 밥을 먹을 땐 너처럼 계속 음식을 담아줬었다. 주는 대로 잘 먹어서 먹성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날 바로 소화불량으로 병원에 갔어.”“은이가 어렸을 때 편식을 심하게 해서 기장님이 모셔온 베이비시터가 쉽게 습관을 고치려고 은이를 자주 굶겼었어. 배가 고프면 뭐든지 잘 먹었으니까. 그때 기장님네 부부는 일로 한창 바쁘던 시기라 몇 년 동안 딸이 학대당하는 줄로 몰랐던 거야. 계속 아이가 식욕이 좋은 줄로만 알았지. 하지만 어느 날 베이비시터가 2주일간 휴가를 가고 부부가 직접 아이를 살펴보면서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 챘어.”“은이는 주는 음식은 절대 거절하지 않아. 무조건 전부 깨끗하게 먹어버렸어. 나중에 기장님은 엄청난 노력을 퍼부어 그 버릇을 고쳐야 했어. 그 덕분에 효과도 조금 있었어. 마치 조금 전처럼 말이야. 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은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거야. 하지만 음식을 받은 사람은 전부 먹어야 해. 은이 대신 버리는 게 아니라.”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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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7화

한현진의 분석에 송민준도 더 신중해졌다. 그는 도일준 본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한현진의 판단이 더 신뢰도가 높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사람이 도일준이 아니라는 거야?”한현진은 어쩐지 점점 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흐릿한 막에 가려진 듯 그 정체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한현진은 머릿속으로 그날 본 남자의 모습을 반복해 곱씹었다. 야윈 몸매에 비교적 작은 키, 꽁꽁 싸맨 얼굴. 옷 사이로 보이던 피부는 일반 남자처럼 거칠지는 않고 오히려 부드러운 편이었다...“오빠, 화재 사고로 사망했다던 도일준 씨 약혼녀 이름이 뭐예요? 사진은 있어요?”송민준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진은 없어. 도일준 씨 아버지의 친구 분 말씀으로는 그 여자는 당시 한주에서 수강하면서 알게 된 여자라고 했어. 그 여자 분도 의...”뚝, 송민준이 말을 멈췄다. 그는 획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바라보았다. “현진아, 도일준 씨 이름 초성 순서를 거꾸로 해봐.”“ㅈㅇㄷ... 조예단!”한현진이 순간 눈을 커다랗게 떴다. 송민준이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쉽게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던 한현진이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입을 열었다. 떨리는 한현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마취사잖아요.”송민준도 흥분된 마음을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줄곧 찾던 그 사람이 완전히 다른 모습, 다른 이름으로 이미 주변에서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 없었다. 만약 우연하게 한현진과 마주쳐 의심을 사지 않았다면 송민준이 아무리 발이 닳도록 돌아쳐도 절대 머리카락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송민준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속삭였다. “일단 내가 몰래 그 사람이 사는 곳을 알아보고 가까워질 기회를 노려볼게. 만약 그 사람이 정말 조예단이라면 그럼... 당시 그 화재도 어쩌면 사고가 아닐지도 몰라. 먼저 조예단 씨 태도를 떠볼 필요가 있어. 먼저 눈치 채게 해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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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8화

“경고하는데 차에서 얌전히 있어. 새로 오신 기사님이라 어떤 사람인지 나도 아직 잘 몰라. 겉보기엔 믿을 만한 사람인 것 같긴 하지만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대외적인 네 모습 그래도 차에서도 연기해야 해. 알겠어?”차가 아직 도착도 하기 전에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일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기억이 돌아온 사실을 한현진에게 들켰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강한서는 점점 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예를 들면 식사 자리에서 지인을 만나면 한현진은 여전히 두 사람의 불화를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썼지만 강한서는 이미 그녀의 젓가락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강한서에게 눈치를 주면 그는 그제야 어색한 변명을 내뱉었다. “위생에 신경 좀 쓰죠. 괜히 저에게 병 옮기지 마시고요. 짜증나니까.”그러면 한현진의 인생 연기를 펼치며 강한서와 대판 “싸움”을 벌이고는 서로 차갑게 식은 얼굴로 밥을 먹었다. 이런 일을 여러 차례 겪고 난 후 한현진은 이젠 강한서와 함께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억 상실이 실제가 아닌 연기라는 사실은 언젠가 사랑에 눈이 먼 강한서 때문에 들통 날 것이다.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연기력을 못 믿을 수는 있어도 선생님으로써의 네 자질도 못 믿는 건 아니지?”한현진이 흥, 콧방귀를 뀌었다. “괜히 칭찬하려고 하지마. 난 너 못 믿어. 또 들키는 날엔 각방 쓸 줄 알아.”역시나 각방 협박은 꽤 효과가 있었다. 강한서가 불퉁하게 대답했다. “알았어.”잠시 후, 주혁이 운전한 차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한현진에게 인사를 건넨 주혁은 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을 보고는 그 어떤 호기심 어린 눈빛도 보내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덤덤한 태도로 뒤쪽으로 돌아가 두 사람이 차에 탈 수 있도록 문을 열고 대기했다. 한현진 역시 강한서를 소개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다만 차에 탄 후 주혁에게 말했다. “이 사람 먼저 데려다줘요. 한성그룹 앞에서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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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9화

강한서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멈칫한 한현진이 발을 들어 강한서의 발등을 꾹 딛었다. 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발을 빼냈다. 입을 앙다문 강한서가 그 메시지를 삭제하고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형님은 유전자가 좋으시니까.]강한서를 한성 그룹에 데려다 준 주혁은 한현진을 태우고 깔린느로 향했다. 주차장에 도착한 차가 주차를 하려는데 포르쉐 한 대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들어와 같은 자리에 주차하려했다. 한현진의 차는 이제 3분의 1 정도만 들어간 채 더 이상 주차할 수 없었다. 상대방은 깜빡이를 켜고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며 그들이 후진하도록 했다. 주혁이 막 후진 하려는데 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저희가 먼저 온 거예요.”주혁은 어쩔 수 없이 움직임을 멈추고 차를 멈춰세웠다. 한현진의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차도 주차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분의 대치 후 상대방의 차문이 열리고 차에서 내린 송가람이 차창을 두드렸다. 주혁이 조금씩 창문을 내렸다. 세련된 메이크업의 송가람은 하늘색의 한복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긴머리는 비녀로 뒤에 고정했다.송가람은 스스로 골격이 작은 몸매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원피스로는 특유의 분위기를 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한복 스타일의 원피스는 그녀의 깡마른 몸매에 딱 어울리는 코디였다. 게다가 청아한 분위기를 더해주기도 했다. 다만 청순가련한 얼굴에 드리워진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아저씨, 차 좀 뒤로 빼주실래요? 저 지금 주차하려는 거 안 보여요? 그리고 여긴 저희 회사 전용 주차 공간이에요. 여기에 주차하면 안 돼요.”주혁은 사람과의 소통이 어색한 듯 핸들을 꽉 움켜쥐고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한현진이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송가람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느 매너 없는 인간이 이렇게 주차 자리를 뺏나 했더니 같은 회사 식구였네요.”말하며 한현진은 송가람의 포르쉐를 힐끔 쳐다보았다. “새 차 뽑았어요? 멋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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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0화

비록 한현진이 주차 자리를 양보했지만 그녀가 던진 말들은 가시처럼 송가람의 가슴에 콕 박혔다. 경고이자 모욕이었다. 한현진은 단순히 송가람에게 주차 자리를 양보한 것이라 아니었다. 한현진은 송가람에게 똑똑히 알려준 것이다. 송씨 가문의 친딸이 돌아왔으니 송씨 가문의 모든 것은 그녀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다고. 한현진이 송가람에게 내어준 것은 단지 은덕을 베푸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주혁이 주차를 마치자 한현진이 그에게 말했다. “기사님, 구내식당 담당자 분에게 가셔서 식권 발급받으세요. 아침, 점심 전부 거기서 드시면 돼요. 매달 월급에서 5만 원씩 차감할 거예요. 나머지는 회사에서 부담할 거고요. 제가 이미 식당 담당자님께 얘기해뒀어요.”한현진이 말을 이었다. “도시락 가져오셔도 돼요. 드실만큼 배식하시고 남기지만 않으면 상관없어요.”주혁의 아들은 기숙사 생활을 했다. 그의 집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내뿐이었다.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라면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안정적인 직업으로 이직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구내식당은 퀼리티도 꽤 괜찮은 편이라 집에 가져간다면 아내의 식사 걱정을 덜 수도 있었다. 물론 한현진의 인류애가 넘쳐나서 이런 복지를 주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직원의 고민을 해결하면 상대방은 더욱 마음을 놓고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었다. 누구든 쉬운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는 법이니까. 감사의 인사를 전하던 주혁이 곧이어 다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한현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뭐가요?”주혁이 말을 더듬었다. “그... 조금 전 일 말이예요. 여쭤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창문을 열어서 죄송해요.”한현진이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 “전 또 뭐라고. 괜찮아요.”그럼에도 주혁은 다시 한 번 사과하고는 말을 이었다. “다음에 또 그 분과 마주치면 비켜주어야 하나요, 아니면 비켜주지 말까요?”“양보해줘요.”한현진이 미소 지으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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