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한현진을 마주칠 줄은 몰랐던 은서하는 황급히 얼굴의 눈물자국을 닦아냈다. 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안녕하세요.”은서하는 주세은보다 고작 몇 살 더 많았다. 한 눈에 봐도 앳되보이는 얼굴이었다. 말간계란형 얼굴은 심지어 창백해 보이기도 했다. 툭 치면 무너질 것 같은 가녀린 모습에 한현진은 문득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래서 은서하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기도 했다. 한현진이 티슈를 뽑아 은서하에게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 “닦아요.”티슈를 건네받은 은서하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현진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전 화장실로 들어설 때 한현진은 어렴풋이 병원과 통화 중인 은서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화 내용엔 결제와 수술비 등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저도 모르게 하현주가 입원해 있을 당시 엄마를 살리고 싶었지만 병원비용을 지불할 수 없던 무력감을 떠올린 한현진이 저도 모르게 질문했다. “집에 힘든 일 있어요?”그 질문에 울음을 멈추었던 은서하의 눈에 또다시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은서하는 눈물을 꾹 참으려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대표님. 전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은서하는 다급하게 화장실을 벗어났다. 은서하가 화장실을 나서자 또 다른 칸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칸막이 문이 열리고 조향팀 B구역 1팀 팀장인 이시연이 모습을 드러내며 한현진을 불렀다. “대표님, 묻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더 캐물으셔도 어차피 서하 씨는 대표님께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이 일은 대표님이 관련된 일이기도 하니까요.”멈칫한 한현진이 물었다. “저와 관련이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이시연도 오지랖이 넓거나 남의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은서하는 재무팀에서 그나마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었다. 평소 영수증을 청구하러 가면 다른 직원들인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미루기 일쑤였다. 경비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저녁을 사야 하는
Last Updated : 2024-11-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