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121 - Chapter 2130

2163 Chapters

제2121화

“어느 쪽으로 가야 하나요?”“그쪽은 입 없어요? 올라가서 물어보면 되잖아요. 얼른 이거 놔요. 더 지체하시면 저희 지각해요.”뻘쭘해진 주혁이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있던 손을 놓으려는데 송가람이 갑자기 말했다. “아저씨. 타세요. 제가 데려다드릴게요.”주혁이 황망히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 2층에 도착하자 송가람은 주혁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녀는 주혁을 데리고 식권을 발급받고 사용방법까지 가르쳐주었다.. 식권을 손에 꼭 쥔 주혁이 송가람에게 고맙다며 인사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려는 송가람을 주혁이 불렀다. “송가람 씨.”송가람이 고개를 돌렸다. “또 무슨 일이시죠?”주머니에서 비닐봉지를 꺼낸 주혁이 떨리는 손으로 송가람에게 건넸다. “이건 저희 집사람이 삶은 계란이에요. 도와주셔서 고마워요.송가람은 주혁이 건넨 계란을 내려다보았다. 계란을 쥐고 있는 주혁의 손은 거뭇거뭇했고 손톱 틈 사이에는 심지어 검댕이가 희미하게 보이기도 했다. 고된 일을 하는 사람 대부분의 손은 이럴 수밖에 없었다. 깊은 지문 사이에 먼지가 끼고 시간이 오래될수록 씻어내기가 어려워졌다. 시선을 거둔 송가람이 미소 지었다. “아내분이 준비해주신 아침이잖아요. 이걸 저에게 주시면 아저씨는 뭘 드시려고요?”주혁이 어색하게 대답했다. “전, 전 이미 먹었어요. 배고프지 않아요.”말하며 주혁은 또 다시 계란을 송가람 쪽으로 내밀었다. “받으세요. 집에서 기른 닭이 낳은 계란이에요. 토종란이라 영양가가 높아요.”잠시 침묵하던 송가람이 손을 뻗어 계란을 받았다. “고마워요.”손바닥에 올려진 계란은 심지어 아직도 따뜻했다. 아마도 몸에 품고 있었던 것 같았다. 손을 흔들어 인사한 송가람이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밖으로 나온 송가람은 계란을 엘리베이터 입구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졌다. 작은 도움만 줘도 감격하는 사람은 이용하기 딱 좋았다. 한현진은 사람을 보는 안목이 별로였다. 송가람이 사무실에 도착한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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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2화

주현이 송가람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송가람이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 정말 현진 씨 때문에 고객을 잃는다면 저도 엄마께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은데요?”주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왜 그렇게 중요한 고객을 놓치겠어요. 전 한현진이 홍혜림 씨에게 밉보이면 팀장님께서 최선을 다 해 뒷수습을 하셔서 홍혜림 씨를 팀장님의 인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어요.”송가람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지금 저더러 엄마 고객을 뺏으라는 거예요?”주현이 말했다. “팀장님, 서 대표님께서는 팀장님을 깔린느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회사로 불러들이신 거잖아요. 만약 팀장님께서 이번 기회에 홍혜림 씨의 환심을 살 수 있다면 서 대표님께서도 팀장님의 능력과 수완에 흐뭇해하실 거예요. 그리고 서 대표님께 간접적으로 보여드릴 수도 있잖아요. 팀장님은 서 대표님의 뒤를 이어 깔린느를 이끌어나갈 능력이 있다는 걸요. 한현진은 팀장님에겐 상대도 되지 않아요.”주현의 말은 송가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는 비록 깔린느에 입사해 조향팀의 팀장 중 한 명이 되었지만 그녀에겐 그리 많은 의사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서해금은 휴가를 떠나면서도 성월을 송가람 곁에 두어 그녀가 실수하지 않게 감독하도록 했다.송가람에게도 그녀만의 자존심과 오기가 있었다. 예전엔 서해금이 배우라고 시키면 송가람은 뭐든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었다. 하지만 유독 깔린느의 일에서 서해금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워하며 송가람의 능력을 믿지 않았다. 송가람은 하루 빨리 서해금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만약 이 기회에 진씨 가문 사모님의 환심을 사고 더불어 한현진까지 한 방 먹일 수 있다면 서해금은 송가람을 달리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서 오빠도 좋아할 거야. 오빠는 커리어우먼을 제일 좋아하니까.’그런 생각을 하던 송가람이 말했다. “사모님을 모실 방법이 있어요?”주현이 얼른 대답했다. “신씨 가문 사모님이신 민주련 씨께서 얼마 전 저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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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3화

한아람이 창립한 센트는 서해금이라는 파트너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조향 기술도, 회사를 일으킬 자금도 한아람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서해금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재능이 타고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처세에 능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기에 비즈니스를 하기엔 최적의 인물이었다. 게다가 한아람과는 동창이기도 했다. 아마 그 이유로 한아람의 부모님은 서해금을 사업 파트너로 골랐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질투심이라는 건 무서운 것이었다. 한아람에게는 그녀를 사랑하는 부모님과 남편이 그리고 똑똑한 아들이 있었다. 심지어 조향 쪽으로도 재능이 뛰어났다. 그에 반해 서해금은 여기저기 돈을 빌려 겨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회사에 수익을 내기 전까지는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문제였다. 게다가 전남편이 일찍 사망한 탓에 서해금은 죽은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이런 비교 속에서 살아간다면 그 누구든 모든 것이 더 원망스럽고 비참하기만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떤 사람은 그 질투심을 억눌러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으로 삼고 또 어떤 사람은 그것을 뺏어오기 위해 수작을 부렸다. 한아람이 사망한 후 비록 송병천이 깔린느 대부분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조향 업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송병천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니 사실상 깔린느는 서해금 혼자 모든 실권을 손에 쥐고 관리하고 있었다. 서해금은 깔린느와 송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재벌가로 출세했다. 만약 한아람이 죽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 모든 것은 한아람이 누리고 있어야 했다. 만약 서해금이 정말 한아람을 죽인 진범이라면, 그렇다면 서해금과 송가람은 바로 한아람의 사망의 최대 수혜자였다. 서해금은 그 당시의 질투심을 누르지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심지어 회사의 기업사에 한아람을 언급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서해금은 본인의 야망을 숨기는 것에 누구보다 능숙했다. 그녀는 송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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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4화

이곳에서 한현진을 마주칠 줄은 몰랐던 은서하는 황급히 얼굴의 눈물자국을 닦아냈다. 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안녕하세요.”은서하는 주세은보다 고작 몇 살 더 많았다. 한 눈에 봐도 앳되보이는 얼굴이었다. 말간계란형 얼굴은 심지어 창백해 보이기도 했다. 툭 치면 무너질 것 같은 가녀린 모습에 한현진은 문득 누군가를 떠올렸다. 그래서 은서하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기도 했다. 한현진이 티슈를 뽑아 은서하에게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 “닦아요.”티슈를 건네받은 은서하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현진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전 화장실로 들어설 때 한현진은 어렴풋이 병원과 통화 중인 은서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화 내용엔 결제와 수술비 등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저도 모르게 하현주가 입원해 있을 당시 엄마를 살리고 싶었지만 병원비용을 지불할 수 없던 무력감을 떠올린 한현진이 저도 모르게 질문했다. “집에 힘든 일 있어요?”그 질문에 울음을 멈추었던 은서하의 눈에 또다시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은서하는 눈물을 꾹 참으려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대표님. 전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은서하는 다급하게 화장실을 벗어났다. 은서하가 화장실을 나서자 또 다른 칸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칸막이 문이 열리고 조향팀 B구역 1팀 팀장인 이시연이 모습을 드러내며 한현진을 불렀다. “대표님, 묻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더 캐물으셔도 어차피 서하 씨는 대표님께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이 일은 대표님이 관련된 일이기도 하니까요.”멈칫한 한현진이 물었다. “저와 관련이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이시연도 오지랖이 넓거나 남의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은서하는 재무팀에서 그나마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었다. 평소 영수증을 청구하러 가면 다른 직원들인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미루기 일쑤였다. 경비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저녁을 사야 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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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5화

“뿐만 아니라 재무팀의 모든 직원이 서하 씨를 따돌리고 있어요. 심지어 서하 씨와 친하게 지내던 다른 부서의 직원들도 이젠 감히 서하 씨에게 말을 걸지도 못하고요. 행여나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두렵기 때문이겠죠.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서하 씨는 아마 두 달이면 사직서를 내게 될지도 몰라요. 빠른 시일 내로 서하 씨에게 맞는 직장을 찾게 된다고 할지라도 그 사이 생기는 병원비를 서하 씨는 지불하기 어려울 거예요.”굳은 얼굴을 한 한현진의 표정이 침울하게 변해갔다. “이 팀장님, 은서하 씨와 친하세요?”이시연이 말했다. “그럭저럭요. 저희 B구역의 영수증 관리는 제가 담당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서하 씨와는 제가 제일 많이 얘기하는 편이예요. 밥도 자주 같이 먹었고요.”한현진이 속삭이며 이시연에게 몇 마디 건네자 그녀는 눈을 커다랗게 뜨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이시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해볼게요.”화장실에서 나오자 박해서가 한현진을 불렀다. 깔린느의 중요 고객 중 한 명인 홍혜림이 곧 회사에 도착한다며 한현진이 직접 마중을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현진은 로비로 걸음을 옮기며 박해서에게 물었다. “오늘 손님이 오신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어떻게 된 거예요?”박해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비서실에서 공지한 거라 저도 잘 모르겠어요.”한현진의 손에는 중요 고객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그녀는 심지어 홍혜림이 누군지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특수 주문 제작을 하는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서해금이 직접 접대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서해금은 인스타그램에 몰디브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사진을 업로드 했으니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 회사에 방문할 리가 없었다. 서해금은 절대 한현진에게 자신의 인맥에 가까워질 기회를 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의심스러운 마음을 잠시 접어둔 채 한현진은 응접실 문을 열었다. 응접실은 화려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었다. 가죽 소파에는 단아해 보이는 여자 한 명이 앉아있었다. 비록 나이가 있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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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6화

성월의 말에 홍혜림이 멈칫했다. “이분이 바로 얼마 전에 송씨 가문으로 돌아왔다는 잃어버렸던 딸이군요. 그러니 부대표도 하는 거지.”한현진이 씩 미소 지으며 화를 내지 않았다. “죄송해요, 사모님. 제가 아직 회사 상황을 잘 몰라서 결례를 했네요. 시향하고 싶은 제품을 말씀해주시면 제가 준비해드릴게요.”한현진의 단정한 태도에 홍혜림의 날이선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 홍혜림이 태연하게 말했다. “얼마 전 새로 만든 운천, 그걸 시향해 보고 싶어요. 정말 당신들이 얘기한 것처럼 그렇게 좋다면 아들 결혼식 때 손님들께 드릴 답례품으로 주문하려고요.”“운천”이라는 향수를 몰랐던 한현진은 성월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성월이 나지막이 말했다. “한 대표님, ‘운천’은 파시면 안 돼요. 그건 얼마 전 민주련 사모님께서 주문하신 향수예요. 민주련 사모님은 다른 분과 같은 향수를 쓰는 걸 제일 싫어하세요. 저희쪽에서도 2차 판매는 하지 않을 거라고 계약을 체결했고요. 그리고 아무리 홍혜림 사모님께서 ‘운천’이 마음에 드셨다고 해도 결혼식 전에 제작을 완성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려워요.”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2차 판매도 할 수 없을 만큼 진귀한 향수를 홍혜림 씨는 어떻게 알게 된 거예요?”성월은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녀 역시 대체 누가 “운천”의 존재를 누설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운천”을 시향하러 회사에 방문한 홍혜림에게 시향조차 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면 그녀의 미움을 살 것이 분명했다. 지금 홍혜림이 이 자리에 있다는 건 분명 누군가 시향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일 테였다. 홍혜림을 대하는 성월의 태도로 보아 그 VVIP 고객이 서해금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사람 같았다. 서해금은 향수를 판매할 수 없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홍혜림에게 회사에 방문해 시향해 보라고 했을 리가 없었다. 한 번의 선택으로 두 명의 고객에게 밉 보일만큼 서해금은 멍청하지 않았다. 이 일은 송가람과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현진을 홍혜림의 눈밖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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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7화

그러나 홍혜림은 한현진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전 시향을 꼭 해야겠어요. 향이 좋고 우리 집안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제품이라면 그게 얼마가 됐든 지불할 수 있어요.”한현진이 해명을 시도했다. “저는 절대 그런 뜻이...”홍혜림이 한현진의 말을 자르며 짜증난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런저런 헛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요. 딱 한 가지만 물을게요. 시향할 수 있어요, 없어요?”주먹을 꽉 움켜쥔 한현진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가능하죠.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말하며 고개를 살짝 숙인 한현진이 몸을 돌려 응접실을 나섰다. 한현진은 재빨리 강한서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한현진의 말을 들은 강한서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일단 ‘운천’이라는 향수가 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향수 진열대 앞에선 한현진은 ‘운천’이라는 향수를 찾을 수 있었다. 뚜껑을 여는 순간 청량한 향이 물씬 풍겨왔다. 그건 고요한 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코를 찌르는 짙은 향은 아니었고 어떤 식물에서 추출해 낸 향인 것 같았다. 굉장히 천연적이고 자연스러웠다. 이 향수를 뿌린 사람이 옆을 스쳐지나간다면 그녀는 아마 이 향이 그 사람 본연의 체향이라고 느껴질 것 같았다.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극강의 자연스러움이었다. 한현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홍혜림은 이 향수를 당연히 마음에 들어 할 것이라고. 한현진 자신 역시 이 향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러니 이 향수로 홍혜림 씨를 유혹할 수 있었던 거야. 너무 독특해.”한현진이 조심스레 샘플 뚜껑을 닫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제 어떡하지? 아니면 내가 지금이라도 가서 이 향수는 제작시간이 오래 걸려서 아드님 결혼식 전까진 출고가 어렵다고 얘기할까?”강한서가 말했다. “만약 처음 그 분이 시향 하겠다고 했을 때 아예 그렇게 말했다면 어쩌면 그냥 넘겼을 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돌아가 만들 수 없다고 얘기한다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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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8화

송가람도 걸음을 옮겨 홍혜림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한현진에게 이 상황을 대처할 만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홍혜림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운천”을 시향하기만 하면 홍혜림은 절대 다른 향을 마음에 두지 않을 것이다. 홍혜림이 시향실에 도착했을 때, 한현진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현진의 옆 테이블에는 수십 병의 향수가 진열되어 있었다. 홍혜림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 ‘운천’을 시향하겠다고 했을 텐데, 왜 이렇게 많이 꺼내놓은 거죠?”한현진이 미소 지으며 못생긴 유리병 하나를 가리키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바로 ‘운천’이예요. 혹여 사모님 마음에 들지 않을까 싶어 다른 것도 시향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봤어요.”“주도면밀하긴 하네요.”홍혜림은 다리를 꼬고 앉아 好整以暇道말했다. “시작하죠.”고개를 끄덕인 한현진이 시향지에 향수를 묻혔다. 그 모습을 본 주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 먼저 ‘운천’부터 시향해야 하는 거 아인가요?”멈칫하던 홍혜림은 그제서야 한현진이 가져온 향수가 “운천”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수작인 거죠?”한현진이 태연하게 설명했다. “좋은 건 당연히 제일 마지막에 시향 하셔야죠. 그래야 사모님께서 ‘운천’이 얼마나 특별한 향수인지 아실 수 있잖아요.”말하며 한현진이 홍혜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모님, 이 향수는 ‘인 드림’이라는 제품이에요. 저희 회사의 수석 조향사의 작품이에요. 이 향수 역시 ‘운천’과 마찬가지로 아직 출시되지 않았어요.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시리즈의 향수로 아직 시향하신 고객님이 없어요. 사모님께서는 수많은 향수를 사용해 보셨으니 향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모님께 피드백을 구하고 싶었어요. 사모님 같은 VVIP 고객님의 조언은 저희가 향을 제조함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피드백이 되거든요.”그 말에 홍혜림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사람이라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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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9화

한현진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응접실에서 사모님을 처음 봤을 때 사모님께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메이크업은 한 상태였고 저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화장품은 조금씩이라도 향이 있기 마련인데 사모님께는 화장품 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사모님은 향을 싫어하는 분도 아니셨죠. 그래서 전 사모님께서 시향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신 거라고 생각했어요.”홍혜림은 순간 한현진이 달리 보이는 것 같았다. 고객의 사소한 부분까지 캐치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을 고를 줄 알았다. 단지 상품을 팔기 위한 목적으로 아무 소리가 지껄이지는 않는다는 얘기였다. 홍혜림이 덤덤하게 말했다. “계속 하죠.”송가람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시선을 내린 한현진이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계속 시향을 이어갔다. 한현진은 연속 9개의 향수를 홍혜림에게 건넸다. 그녀는 화려한 언변으로 모든 상품이 홍혜림의 마음에 쏙 들게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향을 맡으면 사람의 후각은 점점 둔해지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모든 향수의 첫 번째 향, 중간향, 잔향까지 전부 느껴야 했으니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은 편도 아니었다. 반복되는 시향으로 홍혜림은 마지막엔 모든 향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한현진이 아무리 얼마나 좋은 향이라 칭찬 일색이어도 홍혜림에겐 그저 평범한 향 같을 뿐이었다. 홍혜림의 표정에 드리운 지루함을 보아낸 한현진이 시기적절하게 입을 열었다. “사모님, 일단 물이라도 마시면서 좀 쉬세요. 잔향이 가시면 ‘운천’을 시향해 드릴게요.”손을 내저은 홍혜림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바로 시작하죠.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조금 피곤하거든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지금 바로 시향해 드릴게요.”한현진이 향수를 시향지에 묻히는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송가람은 “운천”을 시향한 홍혜림이 감탄하는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향기가 시향실 가득 퍼지는 동안 홍혜림은 아무 말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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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0화

한현진은 얼마 전 탕비실에서 조향사 몇 명이 모여 후각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조향하면서 너무 많은 향료의 냄새를 맡아 후각이 둔해진다며 일반적으로 냄새를 맡는 작업은 3시간 이상 지속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한현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시향한지 2시간 30분이 흘러가고 있었다. 홍혜림은 전문적인 조향사가 아니었으니 2시간 30분이면 후각이 둔해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망설이며 결정하지 못하는 홍혜림의 모습에 한현진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홍혜림에게는 먹히지 않았을까 불안해졌다. 홍혜림은 “인 드림”과 “운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결국 “운천”으로 향했다. 한현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홍혜림이 입을 열려는 그 순간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가방을 열어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한 홍혜림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홍혜림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나왔어? 오늘 수업 안 해? 아, 그래? 좀 기다려야 할 거야. 아직 시향 중이거든.”“전에 쓰던 것들은 너무 오래 되서 지겨워졌어. 다른 거로 바꿔볼까 해. 좀 젊어 보이는 거로.”“자식, 아무튼 말은 예쁘게 한다니까.”“마음에 드는 건 있는데 고민 중이야. 둘 다 괜찮은 것 같아.”“다 사라고?”홍혜림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네 돈 아니라고 쉽게 얘기하네.”“돈의 문제가 아니라 샀다가 뿌리지 않을까 봐 그러지. 네 할머니가 보면 또 잔소리하시잖아. 할머니 잔소리가 지나면 네 아빠가 또 시작할 거고. 머리 아파.”“네가 골라준다고? 네가 향수에 대해 알기나 해? 전엔 향수 바꾼 것도 눈치 못 채던 놈이.”“알면서 모른 척 한 거라고? 그 말을 내가 믿어? 내가 널 몰라?”“그래, 알겠어. 그럼 네가 와서 골라. 네 마음에 드는 거로 살게. 운전 조심하고. 나까지 걱정할 일 만들지 마.”전화를 끊은 홍혜림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잠깐 기다리죠. 아들이 와서 골라준다네요.”한현진은 여전히 마음을 놓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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