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2141 - 챕터 2150

2163 챕터

제2141화

사무실로 들어선 주혁이 문을 닫고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한 대표님.”멈칫하던 한현진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기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대표님, 오늘 저희 아들 생일이라 선물을 좀 보내주고 싶은데, 반차 좀 쓸 수 있을까요? 2시간 정도면 될 것 같아요.”한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그리고 저희 회사에는 기사님 휴가 신청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요. 2층으로 가시면 지 부장님 계세요. 이번엔 제가 먼저 사인해 드릴게요. 다음엔 직접 지 부장님 찾으시면 돼요.”말을 마친 한현진은 주혁의 텅 빈 손을 쳐다보았다. “그... 휴가 신청서는요?”주혁이 조금은 뻘쭘한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대표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까 봐 아직 작성하지 않았어요.”“아무 이유도 없이 반차 쓰시는 것도 아닌데요. 게다가 지금은 기사님이 해주실 일도 없어요. 아이 동년은 한 번뿐이잖아요. 함께 할 수 있을 때 곁에 있어줘야죠.”한현진이 말하며 컴퓨터에서 휴가 신청서를 프린트했다. 그녀는 펜과 함께 종이를 주혁에게 건넸다. “작성하시면 사인해 드릴게요. 인사팀에 제출하시고 가시면 돼요.”신청서를 건네받은 주혁은 컵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허리를 굽혀 휴가 신청서를 작성했다. 옆에 앉아 마침 주혁의 글씨체가 보인 한현진이 놀라워했다. “기사님, 글 잘 쓰시네요.”보여지는 주혁의 이미지와는 달리 정갈하고 예쁜 글씨체였다. 한현진은 주혁이 중졸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정도 학력을 가진 사람이 이런 필체를 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주혁이 겸손하게 말했다. “대충 쓴 거예요. 평소 아들과 글씨 연습을 하면서 아들한테 배웠어요.”“그래도 엄청 대단하신 거죠.”한현진이 물 한 잔을 비웠을 때쯤 휴가 신청서 작성을 마친 주혁이 사인을 받기 위해 그녀에게 신청서를 건넸다. 신청서를 건네받은 한현진이 펜을 가져와 사인하려고 했다. 주혁은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텀블러를 들고 천천히 뚜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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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2화

한현진이 신고 있던 스타킹에도 물이 조금 튀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물이 튀는 순간 뜨겁다는 느낌과 함께 따끔거리는 통증이 덮쳐왔다. 그녀는 얼른 스타킹을 피부에서 떼어냈다. 순간 멍해졌던 주혁도 얼른 허리를 숙어 바닥에 널부러진 파편을 주으며 말했다. “죄송해요.”한현진이 손을 저었다. “하지 마세요. 손 다쳐요.”벽 너머로 소리를 들은 박해서가 얼른 사무실로 들어왔다. 상황을 슥 훑어본 박해서가 먼저 한현진의 안위부터 확인하며 물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한현진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전 괜찮아요. 사람 불러서 청소 좀 해줘요.”박해서는 한현진이 괜찮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밖으로 나가 사람을 불렀다. 주혁은 어찌할 바를 몰라 두 손으로 텀블러 뚜껑을 꼭 쥐고 서 있었다. 많이 놀란 듯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뜨거운 물이 튄 곳은 문지르던 한현진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주혁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내일 총무팀으로 가셔서 새 텀블러를 수령하세요. 이렇게 유리로 된 건 안전하지 않아요.”말을 마친 한현진은 손에 들고 있던 초콜릿과 쿠폰을 떠올리고는 손을 뻗어 주혁에게 건넸다. “가보세요. 여긴 신경 쓰지 마세요. 좀 이따 청소하시는 분이 오실 거예요. 늦으셔서 아이가 실망하면 안 되잖아요. 일 년에 하루밖에 없는 생일인데.”한현진이 건네는 선물을 받은 주혁이 그녀에게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몸을 도려 사무실을 나섰다. 클라우드 아프트 902호.차미주가 한현진은 자기 곁으로 끌어당기며 주방에 있는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말했다. “강한서 기억 잃은 거 아니었어? 어떻게 여기까지 데려온 거야?”‘성우 씨가 아직 얘기하지 않은 거야?’한현진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얼버무렸다. “너나 성우 씨 같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는 것도 기억 회복에 도움이 되니까 데리고 온 거지.”“송가람 속도 긁을 수 있고.”차미주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좀 이따 강한서한테 질척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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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3화

한현진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 그래도 한현진은 그 일로 송민준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송가람의 예전 이름은 서가람이었다. 서해금이 송병천과 결혼한 후 첫 몇 년 동안은 성을 바꾸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느 땐가 서해금이 아픈 탓에 송병천이 그녀 대신 송가람의 학부모회에 참석하게 되었다.송병천은 한 번도 송가람의 학부모회에 참석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의 담임 선생님도 송병천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니 송가람의 담임 선생님은 먼저 상황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부녀의 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성에 담임선생님은 그제야 송가람은 재혼 가정에서 자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생은 한창 미울 나이였다. 활발하고 또 필터 없이 말을 던질 나이라 송가람의 아빠가 의붓아버지라는 사실은 곧 빠르게 퍼져나갔다. 송가람은 속상한 마음에 등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울며 송병천에게 왜 자신은 오빠, 아빠와는 성이 다른지 물었다. 자신이 아빠와 성이 달라서 친구들이 아빠 딸이 아니라고 했다면서 말이다. 송병천은 안 그래도 마음이 약한 편이었다. 서해금이 먼저 그 얘기를 꺼냈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송가람은 이제 7, 8살 난 어린 아이였다. 다 큰 성인이 이토록 속상해 하는 어린 아이를 보면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렇게 송병천은 송가람이 자신의 성을 따르는 것에 동의했던 것이다. 한현진이 말을 마치자 차미주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가 오빠는 교육 잘 하신 것 같은데 송가람은 말투가 왜 그 모양인가 했어. 역시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거네. 7, 8살이면 웬만한 건 알 나이인데 왜 성이 다른지 정말 몰라? 당연히 네 새엄마가 가르친 거겠지. 성을 바꿔야만 송씨 가문의 딸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가짜도 진짜가 되는 거지.”차미주의 말이 정확했다. 송씨 가문과 연락이 잦지 않던 사람들 대부분은 송가람이 송병천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오해는 한현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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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4화

‘쫓아버리겠다는 거잖아, 이건.’하지만 하필 한성우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차미주가 털털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현진이는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뭘 소화해? 뱃속의 두 아이가 먹기에도 부족할 정도였어. 맞지, 현진아?”한현진이 눈을 깜빡였다. “아냐. 나 많이 먹었어. 심지어 완전 배불러.”말하며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말했다. “넌 배불러?”강한서가 말했다. “배불러서 토할 것 같아.”그렇게 작별 인사를 한 두 사람은 902호를 나섰다. 차에 올라타서야 한현진은 수다스럽게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성우 씨 완전 가식적인 사람이네. 전에 내가 먼저 아이부터 가지면 장모님이 인정해 줄 거라고 했을 땐 날 친구를 배신한 배은망덕한 인간이라고 하더니. 그땐 웬 성인군자인가 했어. 미주가 칠렐레팔렐레 해도 사람 하나는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미주를 꼬드긴 거야.”김경선이 내건 조건을 모르고 있던 강한서는 한현진의 말에 이해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알게 된 후에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강한서가 감탄하듯 말을 내뱉었다. “한성우 그 자식 어렸을 때 소원을 이룬 셈이네.”한현진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는데?”“재벌을 만나서 남들보다 30년 덜 고생하는 거.”순간 참지 못한 한현진이 소리 내 폭소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차미주는 주방 청소를 하는 한성우를 보고는 도와주려 그에게 다가갔다. 차미주는 주방을 정리하며 물었다. “현진이 임심하고 나서 더 예뻐진 것 같지 않아?”“그래?”잠시 생각하던 한성우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전보다 야박하게 구는 것 같지는 않아.”차미주가 눈을 씰룩이며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누가 야박하다는 거야!”한성우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전에 내가 너 좋다고 따라다녔을 때 형수님이 나한테 야박하게 안 굴었어?”“쌤통이야. 그러게 누가 너더러 날 속이래? 그리고 네가 언제 나한테 제대로 잘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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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5화

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개자식, 또 날 놀리는 거야?’방에서 나온 차미주가 한성우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의 부름에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집에는 한성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서재로 걸어가 손을 뻗어 문을 열자 타다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숙이니 서재 바닥에는 도미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가 문을 열며 첫 번째 도미노를 쓰러뜨리자 뒤에 놓은 도미노가 하나둘 쓰러졌다. 마지막 도미노까지 쓰러지자 바닥에는 커다랗게 차미주의 얼굴이 드러났다. 차미주는 줄곧 자신이 예쁜 얼굴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도미노로 그려진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생기가 흘러넘쳐 말 할 것 없이 예쁜 모습이었다. ‘개자식 눈에 난 이런 모습이었던 거야?’귓불이 빨갛게 달아오른 차미주가 사진을 찍기 위해 휴대폰을 가져오려했다. 하지만 그녀가 몸을 돌리기도 전에 서재의 등이 꺼졌다. 그녀의 사진을 그리고 있던 도미노가 밝은 야광을 빛냈고 두 단어가 차미주의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났다. Marry me.놀란 차미주의 심장이 쿵쿵쿵 소리를 내며 뛰었다. 당장이라도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오를 것만 같았다. 그녀의 코끝이 찡 울렸고 눈가도 뜨겁게 열이 올랐다. 뒤로 물러서던 차미주는 갑자기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혔다. 그 사람은 차미주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의 어깨에 턱을 기댔다. 그가 차미주의 귓가에 다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도둑아, 나 사실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 이 사진은 내가 이틀 동안 겨우 맞춘 거야. 더 로맨틱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 짜증나는 인간들 때문 내 계획을 전부 망쳤어.”긴장으로 몸이 바짝 굳은 차미주가 나지막이 물었다. “무슨 계획?”한성우가 씩 웃었다. “프러포즈 계획.”말하며 서재의 등을 켠 한성우는 차미주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너랑 연애하는 건 나에겐 굉장히 기쁜 일이었어. 하지만 난 현 상황에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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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6화

한성우는 테이블 위에 놓은 박스를 열어 차미주 앞으로 가져갔다. “너 주려고 52개 샀어. 하루에 하나씩 바꿔 착용해도 한 달 동안은 겹치지 않아.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면 금은방에서 다시 제작하면 그만이야. 수공비 그거 뭐 얼마나 한다고.”차미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내가 뭐 해파라도 돼? 온 몸에 손밖에 없어서 52개를 착용하게?”‘로맨틱은 개뿔! 대체 뇌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은 거야? 내가 어쩌다 저런 놈을 좋아해서는.’한성우가 차미주를 끌어안으며 바짝 달라붙었다. “전혀 감동적이지 않아? 네가 반지 52개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다들부러워 죽으려고 할걸?”차미주가 발버둥 치며 말했다. “나 때문에 웃겨 죽으려고 하는 거겠지! 프러포즈하면서 반지를 몇 십 개씩 준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미친 거야? 그럼 결혼식은 어느 반지로 하는데? 1분에 한 번 바꿔 착용할까? 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한성우가 잔꾀를 부리며 말했다. “결혼할 때 반지를 목걸이로 만들어 착용하는 거야. 그러면 목걸이 값도 아낄 수 있어.”차미주는 어이 없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녀는 입을 벌려 한성우의 어깨를 꽉 깨물었다. 한성우가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차미주의 엉덩이를 받들어 자신의 허리에 앉히듯 안아 올렸다. 그는 차미주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꼬리뼈는 다 나았어?”차미주가 물고 있던 한성우의 어깨는 놓아주며 이를 악물었다. “화나서 안 나을 것도 다 나았겠어.”말하는 순간 한성우 목에 있는 빨간 자국이 차미주의 눈에 띄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 목에 그거 뭐야?”차미주가 손을 뻗어 자국을 비비자 그녀의 손가락이 빨갛게 물들고 목에 있던 흔적이 옅어졌다. “너 뭐 바른 거야?”한성우가 말했다. “네 립스틱으로 키스마크 그려봤어. 비슷하지?”차미주는 어이가 없었다. “너 미친 거 아냐? 그걸 왜 그려? 그걸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하려는 거야?”한성우가 쯧, 혀를 찼다. “내가 이걸 안 그렸으면 그 두 밉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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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7화

한성우의 말에 차미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옷을 벗으며 부끄러움이 몰려오자 차미주는 불을 끄라고 했다. 긴장한 것은 차미주뿐만이 아니었다. 한성우도 마찬가지였다. 차미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긴장했고 한성우는 혹여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긴장하고 있었다. 차미주는 긴장하면 말이 많아졌다. 분위기를 잡으려 애쓰는 한성우에게 차미주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전에 너 생일 때, 우리 둘이 호텔에 있었던 날 말이야. 너 그날 일 하나도 기억 안 나?”간지러운 손길로 차미주의 몸을 만지던 한성우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기억 안 나.”차미주는 이상하게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은 기분에 저도 모르게 허리를 움직이며 말을 더듬었다. “그때, 그때 피가 엄청 많이 났었잖아.”한성우는 말 없이 행동을 이어갔다. 그의 손이 은밀한 곳에 닿자 터져 나올 뻔 한 소리를 입술을 깨물며 삼킨 차미주가 숨을 몰아쉬며 입을 열었다. “피드에서 봤는데, 너무 세게만 안 하면 처음이라고 꼭 피가 나는 건 아니래. 넌 대체 얼마나 심하게 했기에 내가 피를 그렇게 많이 흘린 거야.”한성우는 움찔 손을 떨었다. 하마터면 집중이 완전히 깨질 뻔했다. 고개를 든 그는 어둠 속에서 차미주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기야, 할 말이 없을 땐 그저 입 닫고 가만히 있어줄래?”차미주가 불쌍한 말투로 말했다. “입 닫고 네 숨소리를 들으면 더 긴장된단 말이야.”한성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계속 말해.”입을 달싹인 차미주는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녀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언제 들어와?”“...”한성우는 고개를 숙여 차미주의 입술에 입 맞추어 세상도 놀랠 말을 삼키도록 했다. 십분 후. 욕설이 섞인 여자의 비명소리가 방에서 흘러나왔다. “제기랄! 안 아프다며!”그리고 곧 억누른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젠장, 역시 그날 밤 아무 일도 없었던 게 맞았어. 자기, 힘 좀 빼봐.”“힘을 빼긴 뭘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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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8화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 그 분 세심하신 분이라며? 세심한 사람이 뜨거운 물이 너한테 튀게 해?”원망 섞인 강한서의 말투에 한현진이 멈칫했다. 그리곤 곧 미소 지으며 그의 팔을 끌어안고 어깨에 기댔다. “그렇게 심각한 거 아냐. 왜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그래? 평소엔 직원이 실수해도 너그럽게 봐줬잖아.”“이게 안 심각해? 종아리가 다 데었어야 심각하다고 할 거야?”강한서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게 내가 젊은 사람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했잖아. 일처리도 깔끔하고 손도 빠르고.”“기사님은 그저 노안인 것뿐이야. 전에 면접 보러 온 다른 운전기사가 나에게 손을 대려고 하는 걸 기사님께서 앞장서서 막아주셨어. 난 기사님 반응속도가 꽤 빠르다고 생각했어. 게다가 운전 경력도 많으시잖아. 집에 와이프와 아이가 아픈 데도 버리지 않은 걸 보면 꽤 책임감 있는 사람 같아. 기회라는 건 늘 젊은 사람에게만 줄 순 없잖아. 너희 회사도 지금 연령 제한 높였잖아.”강한서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핑계 찾지 마. 그건 그냥 동정심이 넘쳐나는 거고 빚지기도 싫어서 그러는 거야.”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세 식구 중 장애인이 두 명이야. 다들 힘들게 살잖아. 내가 기사님에 대해 특별한 요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해보라고 하는 거지. 게다가 입사한지도 며칠 되지 않았고 말도 적고 책임감도 있는 사람을 컵이 깨져 좀 데었다고 자를 수는 없잖아. 다른 사람이 알면 내가 너무 인정머리 없다고 할 거야.”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 주변에 네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 네가 네 생각을 고집하듯이 나에게도 내 마음이 놓일 수 있는 보장이 필요해. 운전기사를 안 바꿔도 돼. 하지만 너에게 개인 비서 한 명 붙여주려고 해.”한현진이 경악했다. “개인 비서? 아주머니도 따로 개인 비서는 없으신데 고작 부 대표인 내가 개인 비서까지 데리고 다니는 건 너무 오버 아냐?”강한서가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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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9화

한현진이 어두워진 얼굴로 강한서를 몇 번이나 노려보았다. ‘어쩐지 쉽게 잘생긴 남자 비서를 붙여준다, 했어. 날 놀리려는 못된 심보를 품고 있었던 거야.’원율은 비록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말은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그는 연예계의 일과 연예인 개인 비서의 업무, 그리고 한현진의 필모에 대해 척척 대답했다. 강한서가 미리 가르친 것이 분명했다. 꽤 약삭빠른 청년이었다. 송병천과 서해금이 도착하는 날엔 한현진과 송민준이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 공항엔 사람이 많아 한현진은 차 옆에 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송변천과 서해금이 나오는 방향을 지켜보았다. 곧 선글라스를 낀 송병천이 커다란 캐리어 두개를 끌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송병천의 뒤를 따르는 서해금은 미니 캐리어에 비싼 가방을 들고 있었다. 고급스럽게 차려 입은 모습이 옛사진 속 한아름의 곁에 서있던 수수한 옷차림에 존재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여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한현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아빠, 여기요!”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긴 송병천은 인파 속에서도 정확이 딸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성큼성큼 한현진에게로 걸어갔다. 앞으로 다가간 한현진이 송병천을 꼭 끌어안았다. “아빠, 오셨어요? 여행은 즐거우셨어요?”송병천이 딸의 어깨를 토닥이며 미소 지었다. “즐거웠어. 아빠는 모든 걸 거의 다 체험했어. 나중에 네가 가면 내가 가이드해 줄 수 도 있어.”한현진이 손을 뻗어 송병천의 캐리어를 가져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행이네요. 전 아빠와 아주머니께서 지루하셨을까 봐 걱정이었거든요. 그래서 특별히 며칠 더 추가한 건데.”그 말에 서해금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추가는 무슨. 애초부터 9박 10일의 패키지를 예약하고는 그들에게 5박 6일이라고 속인 거잖아. 비행기가 착륙하고 체크인까지 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서해금은 불쾌한 기분을 꾹 참아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송병천은 한현진이 아닌 송민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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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0화

사실 한현진은 서해금이 홍혜림과 약속을 잡았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어젯밤 잠 들기 직전에 양시은이 전화를 걸어와 그 소식을 전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이렇게 큰 고객을 잃었으니 서해금은 당연히 이대로 가만히 앉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홍혜림의 지인이기도 한 채지윤에게 부탁해 홍혜림과 약속시간을 잡았다. 채지윤은 홍혜림의 절친한 친구였고 그녀의 큰딸은 양시은 명의의 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뤘었다. 마당발에 사업 수완이 좋은 양시은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결혼식장으로 꾸며주어 채지윤은 친구들 사이에서 한껏 콧대를 세울 수 있었다. 그 뒤로 손자의 돌잔치, 회사 워크숍, 집안 어르신 생신 연회 등 중요한 모임은 줄줄이 양시은에게 부탁했고 그렇게 채지윤과 양시은은 점차 가까워졌다. 서해금은 채지윤을 통해 홍혜림에게 연락했다. 만약 직접 채지윤에게 연락한다면 그녀는 아마 도와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채지윤은 지인을 통해 자신의 막내 아들과 송가람의 소개팅을 주선한 적이 있었지만 서해금에게 거절 당했다. 물론 서해금이 직접적으로 거절한 건 아니었다. 그녀는 요즘 세월엔 아이들 뜻이 중요하니 함부로 결정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서해금의 말이 진심이라면 채지윤도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도 지나지 않아 서해금은 송가람과 강씨 가문 장손의 맞선을 주선했다. 채지윤은 마음 속 불만을 꾹 참았다. 그녀는 줄곧 서해금이 심씨 가문을 송씨 가문에는 가당치도 않은 집안이라며 무시하는 것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채지윤의 아들은 배알도 없이 아무리 많은 여자를 소개해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송가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고집했다. 두 사람은 해외 유학시절 알고 지낸 친구 사이였다. 채지윤의 아들이 오랫동안 송가람을 따라다녔지만 결국 연인 사이로 발전하지 못했다. 송가람은 그와 연애를 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좋은 우정을 이어갔다. 식사 모임, 심지어 파티에 참석할 때도 늘 심원을 초대했다. 송가람이 귀국한 뒤에야 심원과의 사이가 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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