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2161 - 챕터 2170

2295 챕터

제2161화

‘한서 오빠... 한서 오빠...’송가람은 갑자기 멈춰 섰다. 마음속에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송가람은 눈물을 쏟으며 강한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민경하였다. 민경하는 이렇게 말했다. “강 대표님께서는 술에 취해 지금 회사에서 쉬고 계십니다.” 그러더니 잠시 망설인 후 덧붙였다. “가람 씨, 오늘 가람 씨가 떠난 후, 대표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는 가람 씨의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요. 다만 정말 급한 일이 있다면 저를 통해 연락하시라고 하셨습니다. 가람 씨께서 대표님의 목숨을 구해주신 것은 감사하지만,대표님은 자신으로 인해 가람 씨와 어머님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으신답니다.” 그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송가람이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 송가람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에 빠져 있었다.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물었다. “누구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울음이 섞여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전화기 너머의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람 씨, 혹시 우셨어요?” 송가람은 짜증스럽게 물었다.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누구시죠? 할 말 없으면 끊을게요.” 그 말을 듣자 남자는 급하게 답했다. “저... 저, 저 주혁입니다.” 송가람은 이름을 들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남자는 서둘러 설명했다. “저는 한 대표님의 운전기사입니다. 예전에 식당 카드를 만들 때 가람 씨께서 직접 저를 카드 만드는 곳까지 데려가 주셨잖아요.” 그제야 그녀는 떠올렸다. 약간 너저분한 중년 남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다.“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고, 왜 전화했어요?” 주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차장에서 열쇠고리를 하나 주웠는데, 프런트 데스크에서 가람 씨의 것이라고 하더군요. 오늘 마침 시간이 있어서, 가람 씨가 어디 계신지 알려주시면 직접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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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2화

그가 차 창문을 내리며 말했다. “가람 씨.” 송가람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가 운전 중인 싸구려 카롤라를 본 송가람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차를 타고 온 거예요?” 주혁이 설명했다. “이건 제 차입니다. 오늘 한 대표님께서 쉬시는 날이라, 그분 차는 두고 왔습니다.” 송가람은 약간 불쾌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뒷좌석 문을 열어 차에 올라탔다. 차 안은 꽤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공간이 좁아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차 안에는 차량용 방향제가 뿌려져 있었는데, 그 방향제는 그들의 회사 제품으로,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 마침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였다. 송가람은 주혁을 유심히 살폈다. ‘이 초라한 사람이 이런 걸 쓸 수 있다고? 한현진 같은 여자가 사람 마음을 사려고 준 게 틀림없어.’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머릿속에서 한현진에 대한 이미지는 한층 더 위선적이라는 딱지를 얻게 되었다. 주혁은 앞 좌석 수납함에서 작은 선물 가방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가람 씨, 이거 가람 씨의 물건입니다.” 그가 말하는 순간, 송가람은 마스크를 벗었다. 주혁은 그제야 그녀의 얼굴에 남은 선명한 뺨 자국과 부어오른 흔적을 보게 되었다.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얼굴이 왜 그래요? 누가 때렸어요?” 송가람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그쪽이 알 바 아니에요.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마세요.” 그녀는 주혁이 건넨 가방을 받아 열어보았다. 가방 안에는 자신의 열쇠고리와 상자에 담긴 진주 머리핀이 들어 있었다. 송가람은 열쇠고리만 꺼내고는 가방을 다시 주혁에게 내밀었다. “여기, 이건 그쪽 물건이죠.” 주혁은 억지로 그녀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고 조용히 말했다. “그건 가람 씨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송가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혁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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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3화

차가 송가람이 말한 회원제 클럽에 도착했고, 그녀가 내리려던 순간 주혁이 그녀를 불렀다. “가람 씨.” 송가람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주혁은 잠시 망설이며 물었다. “기다려 드릴까요?” 송가람은 안전벨트를 풀며 무심히 말했다. “아니요, 가도 돼요.” 그러다 잠시 생각하더니 지갑을 꺼내 돈 한 장을 뽑아 주혁에게 내밀었다. “차비예요.” 주혁은 깜짝 놀라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가람 씨, 저는 그런 의도로 태워드린 게 아닙니다.” “알아요.”송가람이 그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난 빚지고 싶지 않아요. 만약 이게 불편하다면...”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그럼 한현진을 혼내주든가요. 정말 꼴도 보기 싫거든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돈을 좌석에 던져 놓은 뒤 차에서 내렸다. 주혁은 그녀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자 정신을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한편, 진윤은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가 아래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순간 깜짝 놀라 아빠가 온 줄 알고 얼른 게임기를 끄고 뛰어나갔다. 하지만 내려가 보니 엄마였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엄마는 이모랑 밥 먹으러 갔다면서요. 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 진윤의 엄마는 신발을 벗으면서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말도 마라, 생각만 해도 재수 없으니까!” 그러더니 오늘 히비스커스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아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진윤은 이야기를 듣고 잠시 멍해졌다. 그날 아침 한현진의 전남편이라는 사람이 문자로 물어왔다. [너희 엄마가 오늘 점심에 누구랑 약속했어?]그는 이상해서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자세히 말하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엄마한테 부탁해서‘한세 한식당’을 '히비스커스 호텔'로 바꿔봐. 그러면 여신님 앞길이 밝아질 거야.]그는 여신 팬클럽의 열혈 멤버로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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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4화

‘요즘 애들은 정말 이렇게 현실감이 없는 건가?’‘이 정도까지 눈치를 줬는데도 왜 못 알아듣는 거지?’진윤은 핸드폰으로 주저리주저리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죄다 한현진을 치켜세우는 말뿐이었다. 강한서는 그걸 읽는 게 귀찮아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진윤은 전화를 걸어왔다. “형님, 누나 팬클럽이 아직 공식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잖아요. 근데 요즘 영화 때문에 누나 인기가 꽤 높아졌잖아요. 이 기회에 팬클럽을 정식으로 설립하려고요. 전에 누나가 햇살 유치원 일로 인터넷에서 욕먹었을 때도, 제대로 된 팬클럽이 없어서 도와줄 사람이 없었잖아요. 해명글 하나 올려도 도와주는 사람이 몇 명 없고요. 팬클럽을 만들면 다음에 누가 또 온라인에서 깽판 치려 하면 우리가 끝장내버릴 수 있잖아요!”“...”그는 갑자기 자신의 아내가 의외로 후배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전에는 한열, 이제는 진윤. 진윤은 그를 팬클럽 단톡방에 초대했는데, 거기엔 소년, 소녀 팬들이 가득했다. 매일 ‘내 남편!’,‘내 아내!’라며 난리가 났다. 강한서는 물었다. “팬클럽은 뭘 하는 거지?” 진윤이 말했다. “형님, 팬클럽이 뭘 하는지도 모르면 어떻게 덕질을 하셨대요?” “말 안 할 거면 끊는다.” 진윤은 곧바로 팬클럽의 역할을 전문용어를 섞어가며 설명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고, 결국 끊고 말했다. “간단하게 설명해 봐.” “누나가 싸울 때 사람 모으는 조직이요.”“...”“형님, 혹시 형님 SNS 팔로워 많아요? 많으면 홍보 좀 해주세요. 나중에 누나가 대박 나면 우리는 팬클럽 원조 멤버가 되는 거예요!” 강한서는 차분히 말했다. “현진이는 대중성으로 승부하지 않아. 그런 팬클럽 문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게다가...” 그는 잠시 멈췄다가 말했다. “앞으로 1년, 아니 2년 안에도 주연작은 맡지 않을 거야. 최대한 특별 출연이나 연극 정도만 할 거라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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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5화

강한서는 담담히 말했다. “나는 먼저 공부를 해서 내 인생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그다음에 덕질을 시작했어.” “넌 어때? 지금은 먹고사는 거 다 부모님께 의지하는 나이잖아. 부모님이 너의 덕질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해도, 언젠가 네가 우상이랑 같은 무대에 설 기회가 온다면, 넌 어떤 신분이고 싶어?” “현진이는 단순히 네 눈만 밝혀주는 게 아니라, 네 앞길도 비춰줘야 해. 넌 현진이 빛에 가려져 묻히고 싶어? 아니면 같은 하늘 아래에서 함께 빛나고 싶어?” 진윤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한 번도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집에는 뛰어난 형이 있어서, 자신은 그저 인생을 즐기는 한량으로 지내면 된다고 여겼다. 집안 형편이 좋으니, 덕질에 돈을 써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성적이 안 좋다고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어도, 결국 졸업 후에는 돈을 써서 해외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도금된 학벌로 가문의 회사를 물려받으라는 게 부모님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돈으로 산 학위는, 결국 종이 한 장에 불과했다. 속은 여전히 놀고먹는 한량일 뿐이었다. 언젠가 우상 앞에 선다면, 진씨 집안 차남이라는 타이틀은 충분히 대단했지만, 그 타이틀 외에 자신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강한서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 생각엔 팬이 대단해야 우상이 대단해 보이는 걸까? 아니면 우상이 대단해야 팬이 대단해 보이는 걸까?” 그 말은 마치 찬물을 끼얹는 듯한 깨달음을 주었다. 팬이 뛰어나면 사람들은 우상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뛰어난 사람끼리 서로 끌리기 마련이니까. 반대로 팬이 보잘것없다면, 아무리 우상이 대단해도 사람들은 우스꽝스럽게 본다. 왜냐하면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별 볼 일 없으니까. 진윤은 점점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형님, 혹시 선생님이세요? 공부하라고 설득하는 기술이 우리 선생님들보다 훨씬 낫네요. 제가 학교 다닐 때 형님 같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제가 수능을 그렇게 쳤겠어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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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6화

송가람은 무려 이틀이나 출근하지 않았다.그날 벌어진 일은, 그날 저녁 한현진이 민경하로부터 생생한 설명을 듣고 알게 되었다.강한서가 직접 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가십거리를 얘기하면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에 흠집이 난다고 말이다.하지만 민경하는 말했다.“진짜 과했어요. 아마 본인도 얼굴 들고 다닐 자신이 없을걸요.”민경하의 눈썰미는 대단했다.그는 심원을 언급하며 그의 외모를 말했다.“심원 씨의 눈, 대표님과 정말 닮았어요.”대체문학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강한서와 어느 정도 닮은 강현우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 이유가 분명해졌다.더 닮았고 더 통제하기 쉬운 대체 인물이 이미 있었던 것이다.심원과 송가람이 알고 지낸 기간을 보면, 강한서와 첫 결혼 때부터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던 셈이다.자신의 연인이 이렇게 오랜 시간 누군가의 목표가 되어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한현진은 알 수 없는 혐오감이 밀려왔다.게다가 강한서가 부상으로 한 달간 의식을 잃고 누워있었을 때, 송가람이 그를 간호하며 얼마나 부적절한 시선을 보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현진의 가슴은 더욱 답답해졌다.한밤중 강한서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둥글게 커진 한현진의 눈과 마주했다.강한서는 놀라서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끌어안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밤에 안 자고 눈을 그렇게 크게 뜨고 뭘 생각하는 거야?”한현진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말했다.“송가람이 당신을 어떻게 했든, 나는 당신을 탓하지 않아.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니까.”“...”그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밤새 잠 안 자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어?”한현진은 진지하게 답했다.“갑자기 술 먹으면 힘들어진다는 게 당신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유현아가 한성우 생일 파티 때 거의 당신을 가질 뻔한 적도 있고, 이번엔 송가람이 생명의 은인 코스프레로 당신에게 뭔 짓을 했는지 모르잖아. 만약 술 먹고 힘에 부치지 않았다면, 벌써 끝장났을지도 몰라. 우리 재혼 같은 건 꿈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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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7화

겉모습은 점잖으나 속은 야비한...아니, 그건 잠깐 제쳐두고, 강한서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물었다.“오늘 왜 밥 먹을 때 나한테 말 안 했어?”한현진은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당신한테 말 안 했던 것처럼, 당신도 나한테 말 안 했잖아?’게다가 싸움 끝에 ‘다시는 말도 섞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 그녀였으니, 먼저 말을 꺼내는 건 자존심이 상했다.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녹화 기능을 켰다.“잠깐만, 영상 좀 찍을게. 대표님이 말하길, 시착 영상 올리면 1년 더 보증 연장해 준다네. 1년 동안 무료 교체 가능이래.”수백만 원짜리 안경인데, 혹시라도 망가지면 아깝지 않겠는가.그렇게 말하며 녹화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강한서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를 한 발 한 발 책장 쪽으로 몰아세웠다.그는 핸드폰을 그녀 손에서 가볍게 가져가더니 책장 위에 올려놓았다.안경을 쓴 그의 눈빛은 안경 너머 반사된 빛 덕분에 한층 더 서늘해 보였다.한현진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입술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그 순간, 강한서가 한 손으로 그녀 뒤 책장을 받치고는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안경은 벗지 않은 상태였고, 차가운 안경테가 그녀의 뺨에 닿았다.그 차가움에 그녀의 심장이 엉뚱하게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단순한 키스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강한서는 그 이상을 하고 싶어 보였다.그는 그녀를 책상 위로 완전히 밀어 올렸으나 그 이상은 없었다.술이 문제였다. 그의 몸은 반응을 멈췄고, 아무리 불을 지펴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술이 이미 강한서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 상태였던 것이다.결국 강한서는 그녀를 살짝 안아주고는 그대로 옆에 있는 소파에 누워 잠들어 버렸다.그런데 책장 위에 있던 핸드폰이 이 모든 장면을 완벽히 녹화하고 있었다.그 당시 한현진은 왜인지 모르지만 그 영상을 지우지 않았고, 오히려 클라우드에 저장했다.그 후로는 영상은 물론 클라우드 비밀번호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다.그렇게 몇 년이 흘러, 그녀가 깔린느에 입사한 후 자료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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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8화

한현진은 주강운에게서 전화가 온 것을 보고 잠시 놀랐다.지난번 좋지 않게 헤어진 이후로, 둘은 전혀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게다가 지금은 새벽 1시가 넘은 시간. 이 시간에 전화라니, 주강운답지 않은 일이었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전화를 받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그러자 강한서가 물었다.“안 받아?”한현진은 휴대폰을 강한서에게 던지며 말했다.“안 받아.”강한서는 그녀의 태도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휴대폰을 돌려주었다.“이렇게 늦게 전화하는 건 급한 일이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 받아보는 게 좋겠어.”한현진은 잠시 말이 없었다.강한서는 질투로 비꼬는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았다.그는 주강운이 과거 납치 사건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인연을 쉽게 무시하지 못했다.예전에 그녀에게 주강운과 거리를 두라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 지금 그를 완전히 외면하지 못하는 이유도 같았다.그것이 바로, 한현진이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도 주강운에게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던 원인이었다.강한서는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며 말했다.“받아 봐.”그녀는 그를 한 번 바라보더니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너머는 조금 소란스러웠다.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주강운이 아니라 낯선 남자의 것이었다.남자는 주강운이 딥블루 클럽에서 과음을 했으니 와서 데려가고, 계산도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한현진이 자세히 물어보려 했지만, 상대는 바쁜 듯 몇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주강운은 딥블루 클럽의 한 방에서 술에 취해 있었다.종업원 말로는 어떤 여자를 위해 술을 대신 마셨다고 했다. 그 여자가 한 손님의 옷을 더럽혔고, 손님이 일부러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려 하자, 주강운이 나서서 술을 대신 마셨다는 것이다.붉은 술, 흰 술 섞어가며 잔뜩 마신 그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한현진은 직접 가지 않았다. 그리고 강한서에게도 가지 말라고 했다. 대신 한성우에게 연락했다.하지만 한성우는 주강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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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9화

한현진은 마음이 복잡하고 초조했다.한편으로는, 만약 정설희의 죽음이 정말로 장준과 관련이 있다면, 장씨 집안이 그 사진을 이용해 강한서를 곤경에 빠뜨릴까 봐 걱정되었다.그들은 이미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적과 같은 손해를 보는 상황은 결코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었다.다른 한편으로는, 무의식적으로라도 주강운이 정서희를 도와 진짜 범인을 찾아내길 바라고 있었다.그녀는 한때 부지런하고 성실했던 소녀가 이렇게 이유도 모른 채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강한서는 그녀의 고민을 알아채고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 마. 네 남편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니야. 뭐든지 다 막을 수 있어.”한현진은 한숨을 쉬며 강한서를 껴안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예전에 강운 씨한테 숙주씨 집안 간민혜를 찾으려 했던 일을 알렸지. 그래서 둘이 사고를 당한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껴서 계속 참고 있는 거 아니야?”강한서는 잠시 침묵한 뒤 조용히 답했다.“꼭 죄책감 때문만은 아니야. 현진아, 나랑 강운이는 단지 어릴 적 친구였던 것만이 아니야. 강운이는 날 대신해 얻어맞고 목숨까지 잃을 뻔했어.”이 일은 한성우조차 알지 못했다.그는 단지 주강운이 19살 때 싸움에 휘말려 야구 방망이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 내출혈이 생겼고, 중환자실에 일주일이나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사실 이 사건은 복잡한 일이 아니었다.강한서는 학창 시절 공부에만 몰두하며 연애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다.하지만 그의 뛰어난 외모는 많은 여학생의 관심을 끌었다.인근 예술 대학의 한 여학생이 교류회에서 강한서에게 첫눈에 반해, 여러 번 학교에 찾아왔다.학과 전체가 예술대학 학생이 강한서에게 반했다는 걸 알 정도였다. 하지만 강한서는 그녀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심지어 동기들이 농담 삼아 그녀에 대해 얘기했을 때,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강한서는 단순히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지만, 지나치게 직설적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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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0화

한현진은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랐다.그날 문지상이 간민혜의 죽음을 두고 강한서에게 했던 말이었다.“주씨 집안 사람들이 한 짓이죠, 그렇죠?”그리고 주강운을 언급하며, 원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죽은 사람이 그 녀석이 아니죠?”문지상은 주강운, 나아가 주씨 집안 전체에 대한 깊은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주강운은 문지상을 전혀 몰랐다.그렇다면 문지상의 분노는 간민혜와 관련된 어떤 사건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강한서는 그동안 이 일의 전말을 수없이 되짚어봤지만, 이 부분만큼은 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았다.그래서 사건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여겼다. 그날의 교통사고로 인해 차량에 있던 모든 녹음 파일이 전부 소실되었다. 차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간민혜가 위독했던 순간, 그녀는 강한서에게 문지상에게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 주강운에 대해선 단 한 마디도 남기지 않았다.어떤 상황이었길래 사랑했던 연인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을 때 상대에게 한마디조차 남기고 싶지 않을 수 있을까?강한서는 한현진과 이별의 위기를 겪었을 때, 오직 그녀가 살아남기를,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온 마음을 다했다. 그 많은 사랑을 표현하기에도 시간이 너무 짧다고 느껴질 만큼.하지만 간민혜는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에 여전히 말할 힘이 있었음에도 주강운에 대해선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강한서는 어렴풋이 간민혜가 주강운을 미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삶의 끝자락에서도 그에게 단 한 마디조차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강한서가 말했다.“둘이 헤어졌을 때는 감정이 가장 좋았을 때였어. 헤어지기 한 달 전만 해도 강운이는 나한테 약혼반지가 너무 비싸면 간민혜가 안 받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고, 간민혜는 나한테 강운이 건강 상태를 계속 물어보며 걱정했지. 그런데 주씨 집안 사람들을 만나고 난 뒤에, 무시당하고 모욕당한 후로는 완전히 떠났어.”한현진은 찡그리며 말했다.“그 때문이라고? 그런데 당신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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