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는 담담히 말했다. “나는 먼저 공부를 해서 내 인생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그다음에 덕질을 시작했어.” “넌 어때? 지금은 먹고사는 거 다 부모님께 의지하는 나이잖아. 부모님이 너의 덕질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해도, 언젠가 네가 우상이랑 같은 무대에 설 기회가 온다면, 넌 어떤 신분이고 싶어?” “현진이는 단순히 네 눈만 밝혀주는 게 아니라, 네 앞길도 비춰줘야 해. 넌 현진이 빛에 가려져 묻히고 싶어? 아니면 같은 하늘 아래에서 함께 빛나고 싶어?” 진윤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한 번도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집에는 뛰어난 형이 있어서, 자신은 그저 인생을 즐기는 한량으로 지내면 된다고 여겼다. 집안 형편이 좋으니, 덕질에 돈을 써도 문제 될 건 없었다. 성적이 안 좋다고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어도, 결국 졸업 후에는 돈을 써서 해외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도금된 학벌로 가문의 회사를 물려받으라는 게 부모님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돈으로 산 학위는, 결국 종이 한 장에 불과했다. 속은 여전히 놀고먹는 한량일 뿐이었다. 언젠가 우상 앞에 선다면, 진씨 집안 차남이라는 타이틀은 충분히 대단했지만, 그 타이틀 외에 자신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강한서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 생각엔 팬이 대단해야 우상이 대단해 보이는 걸까? 아니면 우상이 대단해야 팬이 대단해 보이는 걸까?” 그 말은 마치 찬물을 끼얹는 듯한 깨달음을 주었다. 팬이 뛰어나면 사람들은 우상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뛰어난 사람끼리 서로 끌리기 마련이니까. 반대로 팬이 보잘것없다면, 아무리 우상이 대단해도 사람들은 우스꽝스럽게 본다. 왜냐하면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별 볼 일 없으니까. 진윤은 점점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형님, 혹시 선생님이세요? 공부하라고 설득하는 기술이 우리 선생님들보다 훨씬 낫네요. 제가 학교 다닐 때 형님 같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제가 수능을 그렇게 쳤겠어요?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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