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가 주강운을 잘 아는 만큼, 그는 단기간에 성급하게 어떤 결정을 내릴 사람이 아니었다.은서는 간민혜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주강운은 최소한 아이를 위해서라도 신중히 행동하며, 이익과 손실을 저울질할 것이 분명했다.한현진이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은서를 데려와 펜션에서 지내게 하는 게 어때? 할머니께서 연세도 많으시고, 은서를 돌볼 체력이 없으시잖아. 그리고... 강운 씨 입장에서 보면 은서는 간민혜가 준 치욕의 상징일 텐데, 만약 병이 도져서 은서에게 화풀이라도 한다면 어쩌지?”강한서는 처음엔 주강운이 그럴 리 없다고 말하려 했다. 그를 잘 안다고 믿었으니까.하지만 그 말은 입안에서 맴돌다 삼켜졌다.만약 정말로 그를 이해했다면, 전에 있었던 납치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겠지.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대로 해.”사실 강한서가 한성우를 통해 주강운에게 은서의 출생 비밀을 넌지시 알린 데는 또 다른 의도가 있었다.주씨 집안을 이용해 문지상의 진짜 사망 원인을 찾아내려는 계획이었다.강한서는 여전히 문지상이 그런 사람이었을 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그 어깨장을 그렇게까지 소중히 간직하지 않았을 것이다.다음 날, 한현진은 직접 강씨 집안의 본가로 가서 은서를 데려왔다.그런데 뜻밖의 인물을 마주쳤다.신미정이 구류에서 풀려나 있었다. 그녀는 잔뜩 선물을 들고 정인월을 찾아왔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모양이었다.한현진이 도착했을 때, 그녀는 붉어진 눈으로 진 기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진 기사, 제발 시어머니께 잘 말씀 좀 해줘. 정말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 딱 한 번만 만나게 해주면 안 돼?”진 기사는 고개를 저었다.“사모님,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어르신께서 몸이 불편하시다며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더는 저희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신미정은 계속 사정하며 설득했지만, 진 기사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자 신미정의 눈빛이 달라졌다.결국 억눌렀던 본심이 드러났다.“내가 강씨 집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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