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191 - Chapter 2200

2281 Chapters

제2191화

이시연이 한숨을 내뱉었다. “대표님은 모르시겠지만 조향팀은 보이는 것처럼 화목하진 않아요.”이시연은 조향팀 직원의 임금은 기본급과 직책급을 제외하면 성과급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보너스는 매 팀의 매 달 업무량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얘기한다면 보너스는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이 지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 팀의 실력과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효율이 높은 팀이 완성한 업무량이 더 많았지만 그들이 받은 성과급은 다른 팀의 직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서해금처럼 명석한 사람이 이런 n/1의 폐단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임금 체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사실 조향팀의 몇 명 직원이 이사회 고위 임원의 자녀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월급만 가져가는 고스트에 불과했다. 다만 깔린느 모든 부서 중 조향팀의 연봉이 제일 높은 편이라 이곳에 배치되었을 뿐이었다. 누군가 공짜로 월급을 받아가고 있으니 다른 누군가는 더 열심히 해야만 했다. 하지만 더 많은 업무를 본다고 해서 성과급이 더 많아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조향팀의 적지 않은 직원들은 이미 이런 임금 체제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불만은 송가람이나 고위층 임원의 자녀들 앞에서는 감히 티를 낼 수 없었고 결국 아무런 백도 없는 주세은이 그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주세은의 아버지는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고 송씨 가문에서 가장을 잃은 유가족을 가엾게 여겨 갓 졸업한 주세은을 깔린느에 입사시켜 취직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것은 조향팀 전원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경력도 없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월급을 받는데다 “은혜를 베풀었다”는 빌미로 입사한 것이니 주세은은 자연스레 왕따의 대상이 되었다. 팀 회식에도 주세은을 부르지 않았고 그녀에게 배정된 업무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잡일뿐이었다. 조향팀의 핵심 업무에서는 늘 배제되었고 맡은 업무를 아무리 완벽하게 완성해도 늘 이런저런 트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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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2화

탕비실에서 나온 한현진은 얼마 못가 걸음을 멈추었다. 송가람이 복도 코너에 조용히 서서 한현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진 씨,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요. 현진 씨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게 어머니와 관계를 끊으라고 부추기는 거예요?”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을 땐 그냥 닥쳐요! 언니가 뭘 안다고 그래요? 무슨 자격으로 저에게 뭐라고 하는 거죠? 고작 그 여자를 대신해 돈 좀 갚아줬다고 이러는 거예요?”송가람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아주머니께서 어제 하루 종일 현진 씨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안 만나줬다는 거네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가람 언니가 그렇게 쿨하게 돈을 빌려줄 거라고는 저도 생각지 못했네요.”송가람이 멸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전 현진 씨처럼 그렇게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치는 냉혈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말끝마다 한서 오빠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오빠 어머니에게는 그렇게 잔인하게 굴다니, 그게 좋아하는 거예요?”한현진이 피식, 소리 내 웃었다. “보다시피 전 언니처럼 그렇게 위대한 사람은 아녜요. 전 강한서를 좋아하지만 사랑 때문에 가족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강한서 삼촌의 도박 빚을 갚아줄 만큼 이성을 잃은 건 아니거든요. 강한서도 신경 쓰지 않는 일을 제가 왜요?”그 말에 송가람이 멈칫 했다. “도박 빚이라뇨.”한현진이 일부러 놀란 척 연기했다. “그 여자가 얘기 안 했어요?”“무슨 얘기요?”불안해진 송가람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한현진이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 “궁금하면 직접 알아봐요. 하지만 언니는 언니의 한서 오빠를 그렇게 좋아하니까 그런 것쯤은 당연히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한현진은 몸을 돌려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송가람을 혼자 그 자리에 내버려 둔 채 자리를 벗어났다. 신표의 도박 중독은 재벌가에선 비밀도 아니었다.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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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3화

“그럼 왜 한성 그룹에 가셔서 한서 오빠를 찾지 않으시고 깔린느 로비에서 한현진을 기다리고 계셨던 거예요?”신미정은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당연히 한성 그룹에서 난리를 칠 수 없었다. 강한서를 고소하겠다는 말은 그저 돈을 가지려는 협박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절벽 끝자락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면 신미정은 강씨 가문과 완전히 척 질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자신의 노후 생활을 누구에게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지,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신미정은 한현진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현진이 임신한 채 아름드리에서 지내고 있었으니 강한서의 기억이 회복되었든 아니든 두 사람의 재혼은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으니 한현진이 강한서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다고 신미정은 생각했다. ‘그 년이 고작 그까짓 돈만 주고 모른 체 할 줄이야.’“한서 오빠도 아주머니께서 그 돈으로 삼촌 도박 빚을 갚으려 하신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송가람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주머니, 저한테 한 번이라도 솔직하게 얘기하신 적 있으세요?”신미정이 여전히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송가람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최대한 빨리 제 돈 돌려주세요.”돈을 갚으라는 말에 신미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돈이라니? 내가 언제 너한테 돈 빌려달라고 한 적 있니? 네가 먼저 나서서 나에게 준 거잖아. 내가 차용증이라도 준 적 있니? 내가 무슨 돈을 갚아?”그 말에 당황한 송가람은 머리가 하얘졌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욕을 내뱉었다. “이봐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해요? 아줌마가 제 앞에서 불쌍한 척만 안 했어도 제가 아줌마한테 돈을 줬겠어요? 전 좋은 마음에 위기를 극복하시라고 빌려드린 거예요. 하지만 아줌마는 그 돈으로 동생 도박 빚을 갚았잖아요. 제가 사기로 고소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요.”송가람의 태도에 신미정도 가면을 벗어던지고 입을 열었다. “좋은 마음에?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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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4화

갤럭시베이 별장.송가람이 찾아 온 이유를 들은 이윤하는 실소를 터뜨렸다. “송가람 씨, 입을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셔야죠. 돈을 빌린 사람을 찾아가셔야지 왜 저한테 그러세요? 전 송가람 씨 돈은 본 적도 없는데요.”송가람이 이를 악물었다. “아줌마가 저에게서 빌린 돈을 전부 당신 남편 도박 빚을 갚는데 썼잖아요. 그러니 제가 그쪽을 찾아오지 누굴 찾겠어요.”“그럼 그 인간에게 달라고 해요. 그 돈, 제가 도박으로 빚진 거 아니잖아요.”이윤하가 컵을 내려놓았다. “게다가 전 진작 그 인간과 계약서에 도장 찍었어요. 이혼만 하면 모든 도박 빚은 그 인간이 혼자 떠안기로요. 저희는 이미 이혼 도장 찍고 법원에 제출했어요. 숙려기간만 지나면 그 인간 일은 저와는 상관없어요.”말하며 이윤하는 바로 송가람을 내쫓으려 했다. “송가람 씨,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돌아가시죠. 내일 저희 아이들은 등교도 해야 해서요. 차는 다음에 마시죠.”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송가람이 이렇게 순순히 물러설 리가 없었다.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상관이 없어요? 아무 관련도 없다는 사람 계좌에 왜 당신 남편이 보낸 16억이 있는 거예요? 이혼은 거짓말이고 둘이 짜고 사기 치려는 거죠? 오늘 내가 빌려준 40억 내놓기 전까지 아무도 이곳에 못 나가요!”이윤하가 탁,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 질렀다. “할 수 있으면 해 봐!”이윤하는 곱게 자란 재벌집 여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녀는 도박꾼인 신표도 제어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힘이든 수단이든 이윤하에겐 얼마든지 있었다. 벌떡 몸을 일으킨 이윤하가 송가람을 붙들고 밖으로 밀어냈다. “네가 뭔데 감히 내 집에서 소란을 피워! 신미정이 네 돈을 빌렸지, 내가 빌렸어?”“신미정이 그 바닥에 어떤 이미지인지 너도 좀 알아보지 그랬어. 그 여자에게 속아 돈을 빌려주다니, 너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네.”“당장 네 사람들 데리고 내 집에서 꺼져! 우리 애들 놀라기만 해 봐, 그 얼굴 싹 그어버릴 테니까!”워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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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5화

한현진이 송민준의 전화를 받은 건 늦은 새벽이었다. 송가람은 천식 발작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녀를 응급실로 데려간 사람은 신표와 이윤하 부부였다. 졸음이 가득하던 한현진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녀가 나지막이 물었다. “괜찮아요?”송민준이 말했다. “아직 응급실이야. 우리도 방금 병원에 도착해서 아직 얼굴도 못 봤어. 넌 오지마. 내일 아침 과일 바구니 들고 병문안 오면 돼. 기본예절만 차리면 됐어.”“어떻게 그래요.”한현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그래도 의붓언니잖아요. 이렇게 큰 일이 났는데 제가 가보지도 않으면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오빠, 주소 보내줘요. 금방 갈게요.”꿍꿍이가 많은 동생임을 아는 송민준은 애써 한현진을 설득하지 않았다. 그는 운전 조심하라는 당부를 건네며 주소를 보냈다. 전화를 끊기 직전, 한현진이 말했다. “오빠, 한서 삼촌에게 누나한테 전화 하라고 해요. 이런 일에 당사가 빠져서야 되겠어요?” 송민준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현진아, 한서와 상의해 보는 게 어때? 어쨌든 한서 엄마잖아.”한현진이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오빠, 강한서도 알아요.”송민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옷을 입고 방에서 나온 한현진은 마침 서재에서 나오던 강한서와 마주쳤다. 졸음 가득한 눈을 하고 있던 강한서가 한현진의 옷차림을 보고는 의아해 했다. “현진아, 너 어디 가?”한현진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송가람이 네 외숙모에게 찾아갔다가 갈등이 있었는데 천식이 도져서 지금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대. 그래서 병원에 가보려고.”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만 기다려. 옷 갈아입고 데려다줄게.”“괜찮아.”한현진이 방으로 향하는 강한서를 잡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강한서 눈 밑에 드리운 다크써클을 쓸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렇게 졸리면서 무슨 운전을 해. 일찍 자. 원율 씨한테 데려다달라고 할게.”더 얘기하려는 강한서의 말을 자르며 한현진이 나긋하게 말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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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6화

신표가 신미정의 친동생임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았다. 신미정의 며느리로 산 3년 동안 한현진은 그녀가 허영심이 많고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집 밖에서 이미지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누군가와 싸우는 신미정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신미정은 늘 듣기 거북하고 날카로운 말로 다른 사람을 모욕했었다. 그녀는 아무리 화가 많이 났어도 재벌가 딸다운 모습과 명문가 사모님으로써의 교양 있는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신미정은 절대 무뢰한처럼 누군가와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신미정이 이윤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유였다.신미정 눈에 이윤하는 그저 틈만 나면 폭력을 휘두르고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깡패 같은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제 보니 신미정이 그토록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단지 그녀의 사람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신미정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기만 한다면 그녀도 전혀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본 한현진이 생각했다.‘강한서를 데려오지 않아서 다행이야.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 모습을 봤다면 또 속상해 했을 거야.’한현진이 행여 두 사람의 다툼에 휘말릴까 걱정이 된 송민준이 그녀를 옆으로 끌어왔다. 송병천에게 잡혀 신미정을 건드릴 수도 없었던 서해금은 아예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신미정, 이 양심도 없는 X. 내 딸이 돈을 빌려줘서 도와줬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와? 세상에 너 같이 더러운 인간 어디 있어. 그러니 강씨 가문에서 쫓겨나지!”송병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 그만해.”아픈 곳을 콕 찔린 신미정이 반격했다. “네 딸은 뭐 얼마나 깨끗한데! 걔가 날 도와? 내 아들을 넘어오게 하려고 그런 것뿐이잖아.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불륜녀 딸 주제에 감히 내 며느리가 되려고 하다니. 꿈에서라면 모를까, 가당치도 않지.”그 말에 서해금의 분노가 폭발했다. “말 똑바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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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7화

신미정 역시 마음에 찔려 소란을 피우던 조금 전의 기세가 한풀 꺾여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안 그래도 천식을 앓던 애가 자기 감정도 컨트롤하지 못한걸 누굴 탓해?”송민준이 태연하게 말했다. “가람이가 데려간 사람 말에 의하면 그쪽에서 가람이 돈을 사기 쳤다고 하던데요. 이 일은 병과는 무관한 거 아닌가요?”신미정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한현진을 본 신미정이 눈을 반짝였다. “현진아, 너 마침 잘 왔어.”한현진이 멈칫했다. 희한한 일이었다. 이토록 흥분된 말투로 한현진을 부르는 건 처음 들었기 때문이었다. 신미정이 가까이 다가오자 송민준은 그녀가 더는 다가오지 못하도록 조용히 한현진 앞을 가로막았다. 우뚝 걸음을 멈춘 신미정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현진아, 너 전에 분명히 약속했었잖아. 내가 회사 채무를 해결할 수 있도록 200억 주기로 했잖아. 한 입으로 두 말하면 안 돼.”신미정은 눈빛으로 한현진을 협박했다. ‘만약 돈 안 주면 아들이고 뭐고 다 없을 줄 알아.’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겼다. “그때 제가 200억을 드리겠다고 약속드린 건 외숙모님이 돈을 빼돌려 도망가셔서 회사가 자금난에 빠졌다고 하셨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그 돈은 외삼촌과 외숙모님이 호사를 누리는데 사용됐잖아요. 외삼촌께서는 도박장에서 돈을 날렸고 외숙모는 5성급 호텔에서 지내고 있었고요. 네일 아트에만 200만 원이 넘는 돈을 썼어요. 제가 왜 그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거죠?”한현진의 말에 신미정이 멈칫했다. 그제야 냉정함을 되찾은 신미정이 마침내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분명 신표는 이윤하가 돈을 빼돌려 도망갔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윤하는 왜 신표와 함께 병원에 나타난 것일까?신미정이 신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묻기도 전에 제 발 저린 신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누나, 쟤가 헛소리하는 거야. 난 그저 우연하게 윤하 씨를 마주쳤을 뿐이야.”“우연히 마주쳐요?”한현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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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8화

“신표 씨는 도박을 거의 끊어가고 있었어. 하지만 넌 뭐야. 돈을 쥐어주면서 도박하게 했잖아. 행여나 신표 씨가 좋아질까 봐, 행여나 우리 부부 사이가 좋아져 당신이 신표 씨를 구슬리지 못하고 신씨 가문을 가질 수 없게 될까 봐 그런 생각뿐이었잖아! 대체 무슨 속셈이었던 거야.”“회사에 프로젝트 몇 개 따왔다는 명분으로 뭐든 당신 마음대로 하려고 했잖아. 신표 씨가 차를 사는 것도, 옷을 사는 것마저도 말이야. 심지어 우리 엄마가 입원하셔서 병문안 가려고 하니까 내가 신씨 가문 돈으로 친정집 살림에 보탠다며 팔이 밖으로 굽는다고 했잖아. 당신은 엄마도 없어? 당신 딸이 피아노를 배우는 건 문화생활을 즐기는 거고, 내 딸이 바이올린 배우는 건 돈낭비고 신분상승을 노리는 거야?”“그저 똑같은 인간이잖아. 넌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어? 넌 뭐 그렇게 고고하시냐고!”두 눈이 새빨개진 이윤하는 신미정의 멱살을 잡은 채 긁고 할퀴었다. 그녀는 수년 동안의 원한을 전부 토해내고 싶었다. 신미정은 이윤하에게 얻어맞아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이윤하의 손을 피하며 신표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넌 멍하니 서서 뭐하는 거야.”신표는 도무지 이윤하를 건드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미정의 부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다가가 이윤하를 말리려 했다. 하지만 이윤하를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얼굴에 생채기가 났다. 신미정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이 배은망덕한 X! 내가 아니었으면 네 주제에 우리 집안에서 복을 누릴 수나 있었을 것 같아? 내가 너 이렇게 얌전히 있을 애가 아니라는 거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애초에 널 우리 집안에 들이는 게 아니었는데!”너무 소란을 피운 탓에 병원 의료진들도 다가와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했다. 재촉하는 송병천 때문에 송민준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서 싸우는 두 사람을 말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 집안에 시집온지 십여 년이 지났지만 매년 친정으로 돌아갈 때마다 당신은 팔이 밖으로 굽는다며 날 욕했어. 하지만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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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9화

송민준이 강한서에게 화풀이라도 할까 급히 설명했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자궁을 다쳐서 신미정이 보약이라며 한약을 가져다 줬었어요. 저와 강한서 모두 그 약에 손을 썼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그 약이 워낙 냄새가 역해서 도우미가 안 볼 땐 항상 몰래 버려서 얼마 마시지...”“응.”송민준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알아.”한현진이 다시 한 번 송민준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건 이미 임신을 한 상태이니 그녀의 몸이 건강하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그 안도는 송민준이 강한서를 보자마자 대뜸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산산조각 났다. 깜짝 놀란 한현진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강한서 앞을 막아서며 다급하게 말했다. “오빠, 뭐 하는 거야!”“현진이 넌 비켜.”송민준이 주먹을 꽉 움켜쥐며 굳은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현진이와 결혼하기로 했으면서 대체 왜 제대로 보호하지 않은 거야? 네 엄마가 어떤 인간인지 네가 몰라? 그 여자가 주는 걸 알아보지도 않고 현진이한테 먹여? 현진이가 아이를 낳을 수 없으면 안 낳으면 되잖아. 아이 못 낳으면 죽기라도 해? 그래서 이렇게까지 현진이를 욕보이는 거야?”한현진이 죽을 힘을 다해 송민준을 꼭 잡고 있었다. “강한서는 약 확인했었어, 오빠. 그 여자가 중간에 약을 바꾼 거야. 한서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생각했겠어. 이미 다 지난 일이야. 왜 이러는 거야?”“그런 생각을 못한 건 쟤가 병X인 거지!”“오빠!”한현진이 발끈하며 송민준을 불렀다. 강한서는 손을 들어 손등으로 입가에 새어나온 피를 닦았다. 그는 한현진의 손을 잡으며 다정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현진아, 먼저 차에 타. 나 민준이랑 얘기 좀 할게.”한현진이 강한서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왜 차에 타! 넌 입이 봉인이라도 된 거야? 평소엔 쫑알쫑알 말만 잘했잖아. 뭐라고 설명 좀 해!”송민준이 냉소 지었다. “그래, 뭐라고 지껄이는지 얘기나 좀 들어보자.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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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0화

한현진의 말에 강한서가 멍해졌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그가 손을 뻗어 살포시 한현진을 잡았다. 송민준이 손을 들어 강한서의 손을 내치며 한현진을 자기 앞으로 휙 끌어당겼다. 그가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냥 말로 해. 자꾸 건드리지 말고.”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형님, 예전 일은 전부 제 불찰이에요. 앞으론 절대 현진이 힘들게 안 해요.”“앞으로?”송민준이 냉소 지었다. “일단 너희 집안일부터 잘 처리해.”말하며 송민준은 한현진을 끌어당겼다. “나랑 집에 가.”그러나 한현진은 송민준을 따라가려 하지 않았다. “제 짐이 아직도 아름드리에 있어요. 자꾸 여기저기 옮기려면 귀찮잖아요.”“필요 없어. 전부 새로 사. 우리가 그까짓 돈이 없어?”한현진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오빠, 저도 성인이에요. 어린 아이 취급하지 마요. 저도 사리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요. 강한서가 잘해주지 않으면 팔다리 멀쩡하니까 내 발로 갈 거예요. 지금은 날 먹여 살릴 능력도 있고 한서에게 의탁할 필요도 없어요. 그리고 저에겐 오빠도 있고 아빠도 있잖아요. 제가 강한서 곁에 있는 건 단지 이 사람 옆에 있으면 행복하기 때문이에요. 어느 날엔가 더 이상 강한서 곁이 행복하지 않다면 언제든 떠날 거예요. 남이 저 대신 결정해 주는 게 아니라, 제가 원할 때면 언제든.”송민준의 마음이 무너졌다. “내가 남이야?”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그렇게 말로 꼬투리 잡으면 재미없어요. 그런 얘기가 아닌거 알잖아요.”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건 다른 문제였다. 남이라는 한 글자가 지독한 동생 바보에겐 얼마나 큰 상처일지, 한현진이 알기는 할까. 강한서가 가운데서 중재에 나섰다. “현진아, 아니면 오늘 밤엔 본가로 돌아가서 형님과 얘기 좀 나눠.”송민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선심 쓰는 척 하지 마!”“습—”한현진이 갑자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랫배를 감싸 쥐었다. 화를 내는 것도 순간 잊어버린 송민준이 긴장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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