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181 - Chapter 2190

2281 Chapters

제2181화

‘만약 들키면 호기심에 간 거라고 딱 잡아떼기로 한 거 아니었어?’‘혁명이 성공하기도 전에 중도에 배신이라니! 믿을게 못 되는 자식들!’한현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아기들 세상 구경 시켜주려고 갔다고 하면 믿어줄 거야?”강한서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차미주가 말했다. “자백하면 감형 받을 수 있어. 현진아,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한성우가 옆에서 거들었다. “형수님, 저희 오기 전에 얘기했었잖아요. 좋은 건 같이 누리고 고난은 형수님이 혼자 감내하시기 로요. 지금 이 타이밍에 저희를 끌어들이시면 안 되죠.”한현진은 어두워진 얼굴로 자신을 팔아넘긴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다시 고개를 돌려 그윽한 강한서의 두 눈을 마주한 그녀는 순간 다시 얌전해졌다. “사실은, 난 그저 너희 삼촌이 도박을 끊을 수 있게 도우려던 것뿐이야.”강한서가 차갑게 말했다. “돈 얼마나 보냈어?”한현진이 모르는 척 물었다. “뭘? 내가 누구한테 돈을 보내?”강한서가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꺼냈다. “네가 얘기 안 하면 내가 직접 물을 거야.”한현진이 곧바로 이실직고했다. “얼마 안 돼. 50억밖에 안 보냈어.”강한서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돈은 왜 보낸 거야?”두 사람을 번갈아 보던 한성우가 차미주를 일으켰다. “우린 가서 장 좀 볼게. 두 사람 천천히 얘기 나눠.”그는 말하며 발버둥 치는 차미주를 끌고 자리를 벗어났다. 방에 두 사람만이 남겨지자 한현진은 강한서 옆으로 자리를 옮기려 했다. “여보...”“거기 앉아서 얘기해. 오지 마.”강한서가 한현진의 애교 공격을 차단했다. 그녀가 다가와 애교를 부리면 자신의 다짐이 또다시 무너질까 겁이 났다. 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삼촌 회사에 문제가 생겨서 너희 엄마가 나한테 도와달라고 했어. 그래서 돈을 보내준 건데 네 삼촌이 그 돈으로 도박하러 갔을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서 한 번 호되게 당해 보라고 그런 거야.”강한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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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2화

휴대폰 너머에서 전해온 건 신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낯선 남자의 음성이었다. 신미정이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 누구야. 내 동생 휴대폰이 왜 당신 손에 있어? 신표는 어디 있어?”“그 인간?”상대방은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지금 여기서 수영 배우는 중이야.”남자는 말하며 휴대폰을 옆으로 가져가 소리쳤다. “어이, 신표! 네 누나가 너한테 얘기하잖아.”수화기에서는 물장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울부짖는 신표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누나! 누나! 빨리 나 좀 구해줘. 이것들이 날 죽이려고 하고 있어. 누— 읍—”신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물속으로 밀어 넣어 꼬르륵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미정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다시 전화를 받은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살인이라니? 아줌마, 우린 법을 지키며 사는 착한 시민이야.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아줌마 동생이 우리 사장님에게 돈을 빚졌어. 20억이 넘는 돈을 말이야. 사장님이 돈을 못 받아오면 우리 월급도 주지 않겠다잖아. 우리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입장이라 월급날만 꼬박 기다리고 있거든. 돈을 갚지 않겠다고 하니 우리가 독촉해야지, 어쩌겠어.”말하며 남자는 신표의 머리를 끄집어 올렸다. 촥, 하는 물소리와 함께 신표가 물속에서 나왔다. “자, 누나랑 좀 더 얘기해.”잔뜩 겁을 먹은 신표는 똑바로 서 있지 조차 못했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을 파들파들 떨며 눈물 콧물 쏙 빼며 소리쳤다. “누나! 얼른 이 분들한테 돈 보내줘. 정말 날 죽일 거야...”신미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너 빚 전부 청산했다며? 왜 아직도 빚이 20억이나 더 있는 거야. 내가 며칠 전에 너에게 보내준 돈이60억은 되잖아. 그 돈은?”신표가 우물쭈물거리며 대답하지 못했다. 신미정의 심장이 저도 모르게 쿵, 내려앉았다. 잠시 후, 그녀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빌어먹을! 너 또 도박하러 갔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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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3화

‘이 년이!’신미정을 깔린느로 한현진을 찾아갔다. 한현진이 그녀를 피하며 만나주지 않았다. 신미정이 아무리 지금은 볼품없는 형편이 되었다고 해도 명문가 출신인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남들이 보는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격 떨어지는 짓은 할 수 없었다. 그러니 한현진이 만나주지 않자 밖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기다리던 한현진은 나오지 않았고 신미정은 송가람과 서해금을 먼저 마주쳤다. 신미정을 다시 마주한 서해금에게는 열성적이던 예전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만 담담한 말투로 인사를 건넬 뿐이었다. 오히려 송가람이 반갑게 신미정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향수 보러 오셨어요?”신미정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현진이에게 볼 이리 있어서 왔어. 가람아, 날 현진이에게 데려다줄 수 있을까?”송가람이 막 입을 열려는 데 앞에 있던 프런트 직원이 말했다. “송 팀장님, 한 대표님께서 오늘을 손님을 받지 않겠다고 하셨어요.”그 말의 의미는 너무도 분명했다. 한현진은 신미정이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일부러 만나지 않는 것이었다. 신미정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분노를 참으며 송가람에게 부탁했다. “가람아, 아줌마 좀 도와줘. 현진이에게 급한 볼 일이 있어서 그래.”신미정의 편을 들어주려는 송가람을 서해금이 불렀다. “가람아, 가야지.”그러나 송가람은 강한서의 어머니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엄마, 아주머니께서 아직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잖아요.”서해금은 덤덤하게 말했다. “기다리는 건 그쪽 사정이야. 너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 쓸데없는 일에 끼어들지 마.”“하지만—”서해금이 송가람의 말을 잘랐다. “일이 있으면 본인 아들에게 부탁할 거야. 만약 아들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게 바로 신미정을 대하는 강한서의 태도야. 네가 쓸데없는 일에 끼어든다고 강한서가 너에게 고마워하지 않아.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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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4화

하지만 신미정은 신표의 도박 빚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의 생산 라인에 문제 생겨 주문이 밀린 상태라 자금이 부족하고 얘기했을 뿐이었다. 한현진의 치맛바람에 눈이 먼 강한서는 자신을 도와주려 하지 않았고 더는 갈 곳 없는 막다른 골목이라 어쩔 수 없이 한현진에게 부탁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정은 강한서에 대한 송가람의 마음이 꽤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현진과 도무지 연락이 닿지 않는 지금, 신미정에게 송가람은 가장 큰 희망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절대 송가람에게 한현진이 임신한 사실을 얘기할 수 없었다. 만약 송가람이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자신과 강한서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을 도와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미정이 송가람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내가 며느리로 삼고 싶었던 사람은 언제나 너였어. 넌 한서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잖니. 만약 네가 그때 치료 때문에 해외로 출국하지만 않았다면 한현진에게 기회조차 없었을 거야. 한서가 걔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난 강력하게 반대했었어. 그 몇 년 동안 나와 갈등을 빚었던 걸 마음에 담아뒀다가 송씨 가문 딸로 신분 상승을 하니까 내가 하는 모든 일에 태클을 걸고 있는 거야. 나는 이제 이 나이가 되었으니 난 어떻게 되는 상관없어. 난 그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하는 것뿐이야.”“하지만 신표는 한서 외삼촌이잖니. 한서에게 외삼촌은 신표 한 명 뿐이야. 만약 신표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 일로 한서 약점을 잡으려고 할 거야. 가람아, 현진이는 어떻게 이렇게 모질 수가 있니. 한서에게 돕지 말라고 바람을 넣다니, 이건 한서에게 인정머리 없다는 꼬리표를 달아주는 것과 다름이 없잖아.”말하며 신미정을 다시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송가람이 신미정에게 휴지를 건넸다. “현진 씨 정말 너무 하네요! 아주머니, 울지 마세요. 제가 한서 오빠에게 전화해 볼게요. 제가 아주머니 대신 한서 오빠에게 상황을 잘 설명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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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5화

신미정은 눈시울을 붉히며 송가람의 손을 잡았다. “가람아, 우리 가람이. 아줌마가 너무 고마워.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 아줌마가 약속할게. 클라이언트가 계약금만 보내주면 제일 먼저 네 돈부터 갚을게.”송가람이 손을 내저으며 쑥쓰럽다는 듯 말했다. “아주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전 진심으로 아주머니와 한서 오빠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주머니 일인데 제가 어떻게 손 놓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겠어요. 제가 지금 은행에 연락해서 돈 보내드릴게요. 일단 삼촌부터 데려와요.”신미정이 감사의 인사를 아끼지 않으며 한참 동안 아부를 떨었다. 송가람 수중에도 유동자금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다. 만약 평소라면 송민준에게 손을 벌렸겠지만 이번엔 신미정과 관련된 일이었다. 송민준은 줄곧 당시 강씨 가문이 한현진을 하대한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만약 이 돈이 신미정을 위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절대 빌려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서해금에게 부탁하는 것은 더 안 될 일이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자신과 강한서가 인연을 끊길 바라는 사람이었으니까. 이리저리 생각하던 송가람은 자기 명의로 된 별장을 담보로 잡았다. 그녀는 돈을 받자마자 바로 신미정에게 보냈다. 그 소식을 들은 한현진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한현진을 발을 들어 옆에서 책을 읽고 있던 강한서를 툭, 찼다. “감동이야? 40억이야. 자그마치 40억을 바로 보냈어. 집도 필요 없나 봐. 가람 동생이 너한테만은 정말 일편단심인가 봐.”강한서는 한현진의 발을 끌어 자기 허벅지 위에 올리더니 책을 넘기며 대답했다. “너도 50억 줬잖아. 네 마음이 걔보다 더 커.”한현진이 흥, 콧방귀를 꼈다. “잘난 척 좀 하지마. 난 공짜로 준 거 아니야. 내가 준 건 전부 네 삼촌에게서 따왔어. 그쪽은 진짜 줘버렸잖아. 그냥 널 봐서 준 건데, 조금도 감동적이지 않아?”강한서가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감동 받길 원해?”한현진이 시선을 피했다. “그냥 물어본 거야.”한현진은 강한서를 떠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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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6화

납치 사건으로 다쳤었던 그 한 달 동안, 강한서는 그 점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그는 송가람의 착각을 바로잡은 적이 없었다. 강한서는 호불호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송가람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도 틀린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단지 송가람이 원하는 강한서의 모습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욱이 과연 누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금지 약물을 투여할 수 있을까?이토록 각박하고 이기적인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저 한 사람의 비열한 소유욕에 불과할 뿐이었다. 강한서는 기억이 돌아온 후로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였다. 그는 중상을 입고 침대에서 내려올 수 없었던 그 당시를 떠올렸다. 강한서의 등에 난 상처는 몇 번이고 곪아 찢어졌었다. 매번 간호사가 처치를 도와줄 때면 송가람은 항상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미간을 찌푸렸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혐오였다. 그 당시의 강한서는 한현진을 기억하지 못했다. 송가람은 그에게 자신을 애인이라고 속였다. 비록 강한서는 그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송가람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애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의 상처를 보고도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비록 그 기억은 나중에 최면사에 의해 지워졌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강한서의 추측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한현진은 아무리 심하게 다퉜을 때에도 강한서가 아프기만 하면 절대 그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송가람이 좋아하는 건 고귀하고 자신감 있고 고고하면서 아우라가 빛나는 강한서였다. 그러나 한현진이 좋아하는 강한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의 장점을 사랑하고 또 그의 결점도 포용할 수 있었다. 강한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한현진의 모습을 봐왔었다. 또 가슴 깊이 그녀의 사랑을 느꼈다. 그랬기에 송가람의 거짓된 사랑에 쉽게 속을 리가 없었다. 강한서가 한현진의 볼에 입 맞추며 나지막이 말했다. “현진아, 나에겐 마음이 하나밖에 없어. 그래서 너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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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7화

“꼭 봐야 해?”한현진이 말했다. “안 봐도 돼. 하지만 보면 더 행복할 것 같아.”잠시 침묵하던 강한서가 말했다. “알겠어. 잠깐만 기다려.”말하며 강한서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그런 강한서를 보는 한현진은 기분이 좋았다. 한현진이 아는 강한서라면 절대 그녀가 다른 사람을 보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직접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강한서는 꿍꿍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한현진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던 당시, 강한서는 그녀 곁에 있기 위해 클라우드 아파트로 이사를 왔었다. 그리고 한현진을 유혹하기 위해 가슴이 깊이 파인 민소매에 속옷은 최대한 달라붙는 것으로 입고 다녔다. 퇴근 후엔 헬스장에서 운동까지 했다. 강한서는 행여나 한현진을 유혹하는데 실패할까, 옷을 입는 것에 온갖 꼼수를 다 부렸었다. 하지만 한현진의 임신을 알게 된 후, 강한서는 곧바로 모든 잠옷을 긴옷, 긴바지로 바꿔버렸다. 이번엔 최대한 정직하게, 가릴 수 있는 모든 곳을 가렸다. 잠옷의 단추를 머리 끝까지 잠궈버릴 기세였다. 한현진은 몇 번이나 강한서에게 물었었다. “집이 추워? 왜 이렇게 많이 입어?”처음엔 한현진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임신한 상황이니 그런 생각을 할리가 없었다. 하지만 매일 꽁꽁 싸매고 있는 강한서의 모습이 한현진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그녀는 이상하리만치 강한서의 옷을 벗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옷 속의 풍경이 궁금했다. ‘쇼츠를 못 보게 하니 집에 있는걸 보는 건 괜찮잖아?’하지만 집에 계신 이 분은 갑자기 고상한 척 굴기 시작했다. 못 보게 하면 할수록 더 보고 싶어졌다. 일 분 일 초, 시간이 흘러갔다. 20분이 지났지만 강한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리던 한현진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옷 하나 벗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야?’‘그냥 훌렁 벗으면 안 돼?’한현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손잡이가 돌아가며 문이 열렸다. 눈을 동그랗게 뜬 한현진 앞에 샤워 가운을 입은 강한서가 나타났다. 반짝반짝 눈을 빛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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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8화

귓가에는 야릇한 음악이 울려퍼졌고 눈앞에는 해부학 교실이나 병원에서 사용할 것 같은 인체 근육 해부도가 펼쳐졌다. 그 그림을 보고 있던 한현진은 마치 섹시 댄스를 추던 인플루언서들이 해부도의 빨간 근윤으로 변한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하나 같이 기이한 모습으로 허리는 흔들고 골반을 튕기는 모습처럼 보였다. 한현진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녀는 스크린에 비춰진 그림을 가리키며 강한서에게 물었다. “저거 뭐야?”강한서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인체 근육 해부도야. 모든 사람의 피부 안쪽은 전부 이렇게 생겼어. 우린 현상을 통해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해. 본질을 알면 외적인 건 그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느껴질 거야.”‘본질 같은 소리하네!’한현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이며 다양한 표정을 짓던 한현진이 결국 벌떡 몸을 일으켜 굳은 얼굴로 밖으로 나섰다. 강한서가 한현진을 뒤따라갔다. “어디가?”한현진이 말했다. “오빠한테 갈 거야.”강한서가 어리둥절해졌다. “오빠 회사에서 이번에 남자 신인 배우를 뽑았거든. 하나 같이 잘생기고 복근도 탄탄해.”한현진이 말하며 스크린 속 해부도를 가리켰다. “네가 말한 것처럼 현상을 통해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지 지금 확인하러 가야겠어.”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그는 손을 들어 문 손잡이를 돌리는 한현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가 딱딱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못 가.”한현진이 눈섭을 씰룩였다. “질투하는 거야?”강한서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내가 질투해야 하지 않겠어?”한현진이 가짜 미소를 지었다. “질투할게 뭐가 있다고 그래? 네가 그랬잖아. 모든 사람은 피부 아래는 전부 똑같다고. 외적인 건 그저 흘러가는 구름 같은 거라고 말이야. 난 본질을 보러가는 것뿐이야. 쪼잔하게 굴지마.”말하며 서재를 나가려고 하자 강한서가 한현진의 길을 막으며 이를 악물었다. “네가 다른 남자 구경하러 가겠다는데 쪼잔하게 굴지 말라고?”한현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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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9화

강한서가 손을 들어 어깨 뒤를 가리켰다. “등 운동도 했어. 하지만 복근처럼 선명하지는 않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였다. “봐봐.”“그래.”대답한 강한서가 시선을 내리더니 손을 들어 샤워 가운을 어깨에서 벗어내렸다. 막 몸을 돌려 아내에게 자신의 헬스 효과를 자랑하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밖에서 서재 문을 열었다. 한현진의 손은 머리보다 빨랐다. 그녀는 홱 강한서를 끌어와 품에 안았고 온몸으로 그의 정조를 지켰다. 문이 비스듬히 열리고 작은 머리 하나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양갈래 머리를 땋아올린 은서가 눈을 깜박였다. “삼촌, 이모. 할머니가 멸치 국수 들실 건지 물어보래요.”문을 등진 한현진은 안고 있는 강한서를 놓을 수가 없이 그의 등을 두드렸다. 대답하라는 의미였다. 강한서가 말했다. “우린 둘이서 한 그릇만 먹으면 될 것 같아.”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던 은서가 나지막이 물었다. “한서 삼촌, 지금 구애 중이예요?”강한서가 순간 멍해졌다. “뭐라고?”은서가 비밀스레 말했다. “햇살반 도 선생님이 우리반 선생님한테 계속 근육 자랑을 했는데 꽃잎반 선생님이 도 서생님이 구애하는 거라고 했어요. 삼촌, 삼촌도 구애 중이예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구애가 뭔지는 알아?”은서가 조그만 턱을 치켜올렸다. “당연히 알죠. 구애는 상대방과 사귀고 싶고 후대를 번식하고 싶은 거잖아요. 삼촌, 삼촌이랑 이모는 언제 아기를 번식할 거예요?”강한서는 대답 대신 문을 열어 은서를 서재에서 쫓아냈다. 다음 날,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한현진은 늘 그렇듯 주세은 옆에 앉았다. 주세은이 회사에 온지 이미 며칠이 지났다. 지금은 조향팀의 A 구역 3팀에 배치되었다. 입사 전 송민준은 특별히 한현진에게 전화해 당부했었다. 주세은이 밥은 잘 먹는지만 구내식당에서 봐달라는 것이었다.주세은은 내성적이고 인간관계를 잘 처리할 줄 몰랐지만 착한 아이라 사고를 칠 일은 없었다. 만약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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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0화

한현진이 송가람을 힐끔 쳐다보고는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고 고개를 숙여 식사를 마저했다. 송가람이 수저를 들며 주세은과 대화를 나누었다. “은이야, 팀장님에게 들었어. 어제 팀장이 맡겨주신 일 안 했다며. 어떻게 된 거야?”주세은이 말했다. “팀장님이 맡기신 업무는 다 끝냈어요. 하지만 그 업무는 제 담당이 아니었어요.”송가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은이야, 이제 막 입사한 거라 너에게 맡긴 사소한 일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넌 면접도 건너뛰고 입사한 거잖아. 널 입사시킨 것 자체가 이미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어. 회사엔 보는 눈도 많은데, 할 일은 해야지. 만약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으면 내가 너희 팀장님에게 간단한 업무부터 맡기라고 할게.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안 하면 안 돼. 네가 그렇게 행동하면 너희 팀장님이 다른 팀원은 어떻게 관리하겠어.”입술을 짓이긴 주세은이 다시 한 번 말했다. “팀장님은 저에게 그 양식을 처리하라고 맡기신 적 없어요. 맡겨주신 업무는 전부 처리했어요.”미간을 찌푸린 송가람이 손가락을 구부려 테이블을 두 번 톡톡, 두드렸다.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은이야, 너 예전엔 거짓말 안 했잖아.”손에 힘이 풀린 주세은의 젓가락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쾅—한현진이 힘을 실어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둔탁한 소리에 송가람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눈빛에 불쾌함이 가득했다. 한현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퇴근 시간까지도 송가람 씨 이런 헛소리를 듣고 있어야겠어요? 야근 수당은 주셨어요?”송가람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전 그저 은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뿐이예요.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얘기하는 거죠? 대표님이 추천한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은 혼내지도 못한다는 거예요?”송가람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 덕에 구내 식당에 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그게 대화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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