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188화

Author: 조십일
귓가에는 야릇한 음악이 울려퍼졌고 눈앞에는 해부학 교실이나 병원에서 사용할 것 같은 인체 근육 해부도가 펼쳐졌다.

그 그림을 보고 있던 한현진은 마치 섹시 댄스를 추던 인플루언서들이 해부도의 빨간 근윤으로 변한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하나 같이 기이한 모습으로 허리는 흔들고 골반을 튕기는 모습처럼 보였다.

한현진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녀는 스크린에 비춰진 그림을 가리키며 강한서에게 물었다.

“저거 뭐야?”

강한서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인체 근육 해부도야. 모든 사람의 피부 안쪽은 전부 이렇게 생겼어. 우린 현상을 통해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해. 본질을 알면 외적인 건 그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느껴질 거야.”

‘본질 같은 소리하네!’

한현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이며 다양한 표정을 짓던 한현진이 결국 벌떡 몸을 일으켜 굳은 얼굴로 밖으로 나섰다.

강한서가 한현진을 뒤따라갔다.

“어디가?”

한현진이 말했다.

“오빠한테 갈 거야.”

강한서가 어리둥절해졌다.

“오빠 회사에서 이번에 남자 신인 배우를 뽑았거든. 하나 같이 잘생기고 복근도 탄탄해.”

한현진이 말하며 스크린 속 해부도를 가리켰다.

“네가 말한 것처럼 현상을 통해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지 지금 확인하러 가야겠어.”

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그는 손을 들어 문 손잡이를 돌리는 한현진의 손을 꽉 잡았다. 그가 딱딱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못 가.”

한현진이 눈섭을 씰룩였다.

“질투하는 거야?”

강한서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내가 질투해야 하지 않겠어?”

한현진이 가짜 미소를 지었다.

“질투할게 뭐가 있다고 그래? 네가 그랬잖아. 모든 사람은 피부 아래는 전부 똑같다고. 외적인 건 그저 흘러가는 구름 같은 거라고 말이야. 난 본질을 보러가는 것뿐이야. 쪼잔하게 굴지마.”

말하며 서재를 나가려고 하자 강한서가 한현진의 길을 막으며 이를 악물었다.

“네가 다른 남자 구경하러 가겠다는데 쪼잔하게 굴지 말라고?”

한현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89화

    강한서가 손을 들어 어깨 뒤를 가리켰다. “등 운동도 했어. 하지만 복근처럼 선명하지는 않아.”한현진이 눈을 반짝였다. “봐봐.”“그래.”대답한 강한서가 시선을 내리더니 손을 들어 샤워 가운을 어깨에서 벗어내렸다. 막 몸을 돌려 아내에게 자신의 헬스 효과를 자랑하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밖에서 서재 문을 열었다. 한현진의 손은 머리보다 빨랐다. 그녀는 홱 강한서를 끌어와 품에 안았고 온몸으로 그의 정조를 지켰다. 문이 비스듬히 열리고 작은 머리 하나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양갈래 머리를 땋아올린 은서가 눈을 깜박였다. “삼촌, 이모. 할머니가 멸치 국수 들실 건지 물어보래요.”문을 등진 한현진은 안고 있는 강한서를 놓을 수가 없이 그의 등을 두드렸다. 대답하라는 의미였다. 강한서가 말했다. “우린 둘이서 한 그릇만 먹으면 될 것 같아.”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서를 힐끔 쳐다보던 은서가 나지막이 물었다. “한서 삼촌, 지금 구애 중이예요?”강한서가 순간 멍해졌다. “뭐라고?”은서가 비밀스레 말했다. “햇살반 도 선생님이 우리반 선생님한테 계속 근육 자랑을 했는데 꽃잎반 선생님이 도 서생님이 구애하는 거라고 했어요. 삼촌, 삼촌도 구애 중이예요?”강한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구애가 뭔지는 알아?”은서가 조그만 턱을 치켜올렸다. “당연히 알죠. 구애는 상대방과 사귀고 싶고 후대를 번식하고 싶은 거잖아요. 삼촌, 삼촌이랑 이모는 언제 아기를 번식할 거예요?”강한서는 대답 대신 문을 열어 은서를 서재에서 쫓아냈다. 다음 날,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한현진은 늘 그렇듯 주세은 옆에 앉았다. 주세은이 회사에 온지 이미 며칠이 지났다. 지금은 조향팀의 A 구역 3팀에 배치되었다. 입사 전 송민준은 특별히 한현진에게 전화해 당부했었다. 주세은이 밥은 잘 먹는지만 구내식당에서 봐달라는 것이었다.주세은은 내성적이고 인간관계를 잘 처리할 줄 몰랐지만 착한 아이라 사고를 칠 일은 없었다. 만약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90화

    한현진이 송가람을 힐끔 쳐다보고는 간단하게 인사를 건네고 고개를 숙여 식사를 마저했다. 송가람이 수저를 들며 주세은과 대화를 나누었다. “은이야, 팀장님에게 들었어. 어제 팀장이 맡겨주신 일 안 했다며. 어떻게 된 거야?”주세은이 말했다. “팀장님이 맡기신 업무는 다 끝냈어요. 하지만 그 업무는 제 담당이 아니었어요.”송가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은이야, 이제 막 입사한 거라 너에게 맡긴 사소한 일이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넌 면접도 건너뛰고 입사한 거잖아. 널 입사시킨 것 자체가 이미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어. 회사엔 보는 눈도 많은데, 할 일은 해야지. 만약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으면 내가 너희 팀장님에게 간단한 업무부터 맡기라고 할게.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안 하면 안 돼. 네가 그렇게 행동하면 너희 팀장님이 다른 팀원은 어떻게 관리하겠어.”입술을 짓이긴 주세은이 다시 한 번 말했다. “팀장님은 저에게 그 양식을 처리하라고 맡기신 적 없어요. 맡겨주신 업무는 전부 처리했어요.”미간을 찌푸린 송가람이 손가락을 구부려 테이블을 두 번 톡톡, 두드렸다.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은이야, 너 예전엔 거짓말 안 했잖아.”손에 힘이 풀린 주세은의 젓가락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쾅—한현진이 힘을 실어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둔탁한 소리에 송가람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눈빛에 불쾌함이 가득했다. 한현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퇴근 시간까지도 송가람 씨 이런 헛소리를 듣고 있어야겠어요? 야근 수당은 주셨어요?”송가람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전 그저 은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뿐이예요.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얘기하는 거죠? 대표님이 추천한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은 혼내지도 못한다는 거예요?”송가람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 덕에 구내 식당에 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그게 대화하는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91화

    이시연이 한숨을 내뱉었다. “대표님은 모르시겠지만 조향팀은 보이는 것처럼 화목하진 않아요.”이시연은 조향팀 직원의 임금은 기본급과 직책급을 제외하면 성과급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보너스는 매 팀의 매 달 업무량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얘기한다면 보너스는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이 지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매 팀의 실력과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효율이 높은 팀이 완성한 업무량이 더 많았지만 그들이 받은 성과급은 다른 팀의 직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서해금처럼 명석한 사람이 이런 n/1의 폐단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임금 체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사실 조향팀의 몇 명 직원이 이사회 고위 임원의 자녀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월급만 가져가는 고스트에 불과했다. 다만 깔린느 모든 부서 중 조향팀의 연봉이 제일 높은 편이라 이곳에 배치되었을 뿐이었다. 누군가 공짜로 월급을 받아가고 있으니 다른 누군가는 더 열심히 해야만 했다. 하지만 더 많은 업무를 본다고 해서 성과급이 더 많아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조향팀의 적지 않은 직원들은 이미 이런 임금 체제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불만은 송가람이나 고위층 임원의 자녀들 앞에서는 감히 티를 낼 수 없었고 결국 아무런 백도 없는 주세은이 그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주세은의 아버지는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고 송씨 가문에서 가장을 잃은 유가족을 가엾게 여겨 갓 졸업한 주세은을 깔린느에 입사시켜 취직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것은 조향팀 전원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경력도 없이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월급을 받는데다 “은혜를 베풀었다”는 빌미로 입사한 것이니 주세은은 자연스레 왕따의 대상이 되었다. 팀 회식에도 주세은을 부르지 않았고 그녀에게 배정된 업무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잡일뿐이었다. 조향팀의 핵심 업무에서는 늘 배제되었고 맡은 업무를 아무리 완벽하게 완성해도 늘 이런저런 트집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92화

    탕비실에서 나온 한현진은 얼마 못가 걸음을 멈추었다. 송가람이 복도 코너에 조용히 서서 한현진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진 씨,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요. 현진 씨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게 어머니와 관계를 끊으라고 부추기는 거예요?”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 말해도 될지 모르겠을 땐 그냥 닥쳐요! 언니가 뭘 안다고 그래요? 무슨 자격으로 저에게 뭐라고 하는 거죠? 고작 그 여자를 대신해 돈 좀 갚아줬다고 이러는 거예요?”송가람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아주머니께서 어제 하루 종일 현진 씨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 일부러 안 만나줬다는 거네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가람 언니가 그렇게 쿨하게 돈을 빌려줄 거라고는 저도 생각지 못했네요.”송가람이 멸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전 현진 씨처럼 그렇게 보고도 못 본 척 지나치는 냉혈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말끝마다 한서 오빠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오빠 어머니에게는 그렇게 잔인하게 굴다니, 그게 좋아하는 거예요?”한현진이 피식, 소리 내 웃었다. “보다시피 전 언니처럼 그렇게 위대한 사람은 아녜요. 전 강한서를 좋아하지만 사랑 때문에 가족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강한서 삼촌의 도박 빚을 갚아줄 만큼 이성을 잃은 건 아니거든요. 강한서도 신경 쓰지 않는 일을 제가 왜요?”그 말에 송가람이 멈칫 했다. “도박 빚이라뇨.”한현진이 일부러 놀란 척 연기했다. “그 여자가 얘기 안 했어요?”“무슨 얘기요?”불안해진 송가람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뜸 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한현진이 태연하게 미소 지었다. “궁금하면 직접 알아봐요. 하지만 언니는 언니의 한서 오빠를 그렇게 좋아하니까 그런 것쯤은 당연히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말을 마친 한현진은 몸을 돌려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송가람을 혼자 그 자리에 내버려 둔 채 자리를 벗어났다. 신표의 도박 중독은 재벌가에선 비밀도 아니었다. 송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93화

    “그럼 왜 한성 그룹에 가셔서 한서 오빠를 찾지 않으시고 깔린느 로비에서 한현진을 기다리고 계셨던 거예요?”신미정은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당연히 한성 그룹에서 난리를 칠 수 없었다. 강한서를 고소하겠다는 말은 그저 돈을 가지려는 협박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절벽 끝자락에 다다른 것이 아니라면 신미정은 강씨 가문과 완전히 척 질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자신의 노후 생활을 누구에게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지,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신미정은 한현진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현진이 임신한 채 아름드리에서 지내고 있었으니 강한서의 기억이 회복되었든 아니든 두 사람의 재혼은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으니 한현진이 강한서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다고 신미정은 생각했다. ‘그 년이 고작 그까짓 돈만 주고 모른 체 할 줄이야.’“한서 오빠도 아주머니께서 그 돈으로 삼촌 도박 빚을 갚으려 하신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송가람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주머니, 저한테 한 번이라도 솔직하게 얘기하신 적 있으세요?”신미정이 여전히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송가람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최대한 빨리 제 돈 돌려주세요.”돈을 갚으라는 말에 신미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돈이라니? 내가 언제 너한테 돈 빌려달라고 한 적 있니? 네가 먼저 나서서 나에게 준 거잖아. 내가 차용증이라도 준 적 있니? 내가 무슨 돈을 갚아?”그 말에 당황한 송가람은 머리가 하얘졌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욕을 내뱉었다. “이봐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해요? 아줌마가 제 앞에서 불쌍한 척만 안 했어도 제가 아줌마한테 돈을 줬겠어요? 전 좋은 마음에 위기를 극복하시라고 빌려드린 거예요. 하지만 아줌마는 그 돈으로 동생 도박 빚을 갚았잖아요. 제가 사기로 고소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고요.”송가람의 태도에 신미정도 가면을 벗어던지고 입을 열었다. “좋은 마음에? 너도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94화

    갤럭시베이 별장.송가람이 찾아 온 이유를 들은 이윤하는 실소를 터뜨렸다. “송가람 씨, 입을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셔야죠. 돈을 빌린 사람을 찾아가셔야지 왜 저한테 그러세요? 전 송가람 씨 돈은 본 적도 없는데요.”송가람이 이를 악물었다. “아줌마가 저에게서 빌린 돈을 전부 당신 남편 도박 빚을 갚는데 썼잖아요. 그러니 제가 그쪽을 찾아오지 누굴 찾겠어요.”“그럼 그 인간에게 달라고 해요. 그 돈, 제가 도박으로 빚진 거 아니잖아요.”이윤하가 컵을 내려놓았다. “게다가 전 진작 그 인간과 계약서에 도장 찍었어요. 이혼만 하면 모든 도박 빚은 그 인간이 혼자 떠안기로요. 저희는 이미 이혼 도장 찍고 법원에 제출했어요. 숙려기간만 지나면 그 인간 일은 저와는 상관없어요.”말하며 이윤하는 바로 송가람을 내쫓으려 했다. “송가람 씨,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돌아가시죠. 내일 저희 아이들은 등교도 해야 해서요. 차는 다음에 마시죠.”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송가람이 이렇게 순순히 물러설 리가 없었다.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상관이 없어요? 아무 관련도 없다는 사람 계좌에 왜 당신 남편이 보낸 16억이 있는 거예요? 이혼은 거짓말이고 둘이 짜고 사기 치려는 거죠? 오늘 내가 빌려준 40억 내놓기 전까지 아무도 이곳에 못 나가요!”이윤하가 탁,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 질렀다. “할 수 있으면 해 봐!”이윤하는 곱게 자란 재벌집 여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녀는 도박꾼인 신표도 제어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힘이든 수단이든 이윤하에겐 얼마든지 있었다. 벌떡 몸을 일으킨 이윤하가 송가람을 붙들고 밖으로 밀어냈다. “네가 뭔데 감히 내 집에서 소란을 피워! 신미정이 네 돈을 빌렸지, 내가 빌렸어?”“신미정이 그 바닥에 어떤 이미지인지 너도 좀 알아보지 그랬어. 그 여자에게 속아 돈을 빌려주다니, 너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네.”“당장 네 사람들 데리고 내 집에서 꺼져! 우리 애들 놀라기만 해 봐, 그 얼굴 싹 그어버릴 테니까!”워낙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95화

    한현진이 송민준의 전화를 받은 건 늦은 새벽이었다. 송가람은 천식 발작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녀를 응급실로 데려간 사람은 신표와 이윤하 부부였다. 졸음이 가득하던 한현진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녀가 나지막이 물었다. “괜찮아요?”송민준이 말했다. “아직 응급실이야. 우리도 방금 병원에 도착해서 아직 얼굴도 못 봤어. 넌 오지마. 내일 아침 과일 바구니 들고 병문안 오면 돼. 기본예절만 차리면 됐어.”“어떻게 그래요.”한현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그래도 의붓언니잖아요. 이렇게 큰 일이 났는데 제가 가보지도 않으면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오빠, 주소 보내줘요. 금방 갈게요.”꿍꿍이가 많은 동생임을 아는 송민준은 애써 한현진을 설득하지 않았다. 그는 운전 조심하라는 당부를 건네며 주소를 보냈다. 전화를 끊기 직전, 한현진이 말했다. “오빠, 한서 삼촌에게 누나한테 전화 하라고 해요. 이런 일에 당사가 빠져서야 되겠어요?” 송민준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현진아, 한서와 상의해 보는 게 어때? 어쨌든 한서 엄마잖아.”한현진이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오빠, 강한서도 알아요.”송민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옷을 입고 방에서 나온 한현진은 마침 서재에서 나오던 강한서와 마주쳤다. 졸음 가득한 눈을 하고 있던 강한서가 한현진의 옷차림을 보고는 의아해 했다. “현진아, 너 어디 가?”한현진이 간단하게 설명했다. “송가람이 네 외숙모에게 찾아갔다가 갈등이 있었는데 천식이 도져서 지금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대. 그래서 병원에 가보려고.”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만 기다려. 옷 갈아입고 데려다줄게.”“괜찮아.”한현진이 방으로 향하는 강한서를 잡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강한서 눈 밑에 드리운 다크써클을 쓸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렇게 졸리면서 무슨 운전을 해. 일찍 자. 원율 씨한테 데려다달라고 할게.”더 얘기하려는 강한서의 말을 자르며 한현진이 나긋하게 말했다. “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196화

    신표가 신미정의 친동생임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았다. 신미정의 며느리로 산 3년 동안 한현진은 그녀가 허영심이 많고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집 밖에서 이미지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누군가와 싸우는 신미정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신미정은 늘 듣기 거북하고 날카로운 말로 다른 사람을 모욕했었다. 그녀는 아무리 화가 많이 났어도 재벌가 딸다운 모습과 명문가 사모님으로써의 교양 있는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신미정은 절대 무뢰한처럼 누군가와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신미정이 이윤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유였다.신미정 눈에 이윤하는 그저 틈만 나면 폭력을 휘두르고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깡패 같은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제 보니 신미정이 그토록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단지 그녀의 사람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신미정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기만 한다면 그녀도 전혀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본 한현진이 생각했다.‘강한서를 데려오지 않아서 다행이야.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 모습을 봤다면 또 속상해 했을 거야.’한현진이 행여 두 사람의 다툼에 휘말릴까 걱정이 된 송민준이 그녀를 옆으로 끌어왔다. 송병천에게 잡혀 신미정을 건드릴 수도 없었던 서해금은 아예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신미정, 이 양심도 없는 X. 내 딸이 돈을 빌려줘서 도와줬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와? 세상에 너 같이 더러운 인간 어디 있어. 그러니 강씨 가문에서 쫓겨나지!”송병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 그만해.”아픈 곳을 콕 찔린 신미정이 반격했다. “네 딸은 뭐 얼마나 깨끗한데! 걔가 날 도와? 내 아들을 넘어오게 하려고 그런 것뿐이잖아.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불륜녀 딸 주제에 감히 내 며느리가 되려고 하다니. 꿈에서라면 모를까, 가당치도 않지.”그 말에 서해금의 분노가 폭발했다. “말 똑바로 해!

Latest chapter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1화

    유난히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을 보며 한 현지는 신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보여 주었다. 하지만 멍청하게 나온 것 같다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강한서는 굳이 자신이 찍겠다면 휴대폰을 달라고 했다.한현진이 눈을 실룩거렸다. “네가 사진을 찍겠다고? 168cm인 나를 138cm로 만들어 버리는 네가? 강 대표님 본인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강한서가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 실력이 그렇게 별로야?”한현진이 말했다. “쌀을 뿌린 휴대폰을 닭이 부리로 쪼아도 내가 찍은 것 보단 낫다고 할 수 있어.”왠지 수치를 당한 것 같은 기분에 강한서가 이를 악 물면 말했다. “그럼 난 왜 우리가 데이트했을 때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밤새도록 보고 있었던 거야?”강한서가 괜히 그 얘기를 꺼낸 탓에 잊혀 가던 한현진의 기억이 문득 돌아왔다.“사진을 보면서 넌 그저 사진을 찍을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날 설득 하지 않는다면 호텔 앞에서 바로 너와 싸우 버릴 것 같았거든. 내 외모에, 감독님께서도 나에게 각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 하셨는데 넌 대체 어떻게 날 사실 눈으로 찍을 수 있었던 거야?”강한서: ...“사시눈... 처럼 나왔어?”한현진이 일을 악물었다. “내가 뛰어다니는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니까 유체 이탈한 것처럼 찍어줬잖아! 내가 피드를 업로드할 때 실수로 그 사진까지 넣었더니 애들이 나한테 대체 어디서 이런 심령사진을 찍었냐고 물었었어.”“...”활활 타오르던 강한서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어쩌다 가끔... 몇 십 장뿐이었잖아.”한현진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하.”뭔가를 말하려던 강한서가 고개를 숙이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어린 아이가 옆에 쭈그려 앉아 불쌍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아직 더 놀 거예요? 저희 잠깐 놀게 해주시면 안 돼요?”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뒤에는 어린 라이 대여섯 명이 줄을 서 있었다. 한현진: ...창피함에 고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80화

    “하하하.”한현진이 마른 웃음을 지었다.“오빠. 제가 티슈 없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강한서가 눈을 씰룩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핑계였다. 그는 입술을 달싹여 아내를 따라 염치 없이 말했다. “형님, 저도 없어요.”송민준이 가방과 티슈를 두 사람에게 던지며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탁, 소리와 함께 문이 닫겼다. 한현진: ...“오빠가 나한테 화 난 건 아니겠지?”강한서가 우울하게 말했다. “너보단 날 먼저 걱정해야 할 것 같아. 네 오빠가 아무리 너에게 화가 나도 결국은 나에게 그 화살이 돌아올 거야.”한현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마음이 좀 놓이네.”강한서: ?한현진이 그의 손을 잡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차피 오빠가 널 탐탁지 않아 한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오늘 이 일로 크게 달라지진않을 거야.”“...”‘행복은 본인이 누리고 잘못은 내가 뒤집어쓰고. 정말 좋은 아내네.’강한서는 한현진을 데리고 호텔 라운지로 향했다. 입덧이 끝난 이후로 한현진의 식욕은 줄곧 안정적이었다. 매 끼니마다 많이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지만 배고픔도 빨리 찾아왔기에 하루에 몇 끼씩 먹어야 했다. 그 덕에 지금의 한현진은 송아지처럼 튼튼하기만 했다. 강한서는 임신한 한현진을 위해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한현진에게는 하나도 쓸모가 없었다. 그의 주변엔 임산부가 많이 없었지만 많은 아내들이 임신 후 남편을 괴롭힌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현진에겐 모든 임신의 호르몬 변화가 거짓말처럼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의사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큰 반응 없이 잘 먹고 잘 지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의사는 강한서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을 자주 다니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했다. 한현진은 정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조금 유치해지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한현진은 강한서의 팔을 끌며 굳이 아이들의 흔들 목마에게 타게 해달라며 떼를 썼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9화

    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채영 언니.”문채영이 가방에서 포장한 선물 박스를 건넸다. “첫 만남이라 어떤 선물을 준비하면 좋을지 몰라 제가 직접 향낭을 만들었어요. 향 맡아봐요.”한현진이 조금 의외라는 듯 말했다. “언니도 조향하세요?”문채영이 미소 지었다. “제가 조향에 입문하게 된 것도 민준이 덕분이었어요. 전엔 이런 거 만드는 거 좋아했었거든요.”한현진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조향하는 송민준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줄곧 송민준은 그쪽으론 취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민준은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불쾌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주문부터 해. 배고파.”멈칫하던 문채영이 시선을 내려 눈에 맴도는 서운함을 숨겼다. 한현진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언니, 오랜만에 오셨을 텐데 오늘은 한주 음식으로 드시는 게 어때요?”문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현진 씨가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요.”주문한 음식 서빙을 마치고 룸을 나서려는 종업원에게 송민준이 갑자기 말했다. “장어 국수도 주문할게요.”문채영이 힐끗 송민준을 쳐다보자 시선을 올린 그가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말했다.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지.”‘그래, 환영회에 국수가 빠질 수 없다고 하는 건 그렇다고 쳐. 하지만 하고 많은 국수 중에 왜 하필 장어 국수야?’‘오빠가 장어 국수라고 말할 때 언니 표정을 보면 설마 두 사람 사이에 장어 국수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었던 건가?’호기심이 활활 불타오른 한현진이 몰래 테이블 아래로 강한서의 손을 꼬집었다. 그러자 강한서는 그녀에게 새우를 발라 주었다. 한현진: ...강한서과 문채영은 너무 친한 사이였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한현진은 문채영의 외할머니와 강한서의 할머니가 먼 친척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워낙 촌수가 먼 사이라 피가 거의 섞이지 않은 가족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알고 지낸지 한참 후에야 두 가문이 몇 세대 전에는 친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8화

    한현진이 고개를 들자 옆에 서 있는 벤틀리가 보였다. 송민준이 운전석에 앉아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차창은 닫혀 있었으니 송민준은 당연히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강한서의 차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차를 세운지 한참이 지나도 두 사람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송민준은 강한서가 또 이상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송민준의 목소리를 들은 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을 놓고 그녀의 옷을 정리하며 단정하게 자리에 앉았다. 민경하는 은연 중에 자신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차에서 내린 송민준은 카키색의 캐주얼한 외투에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평소 한열이 자주하던 헤어스타일과 비슷했고 선글라스를 콧등에 걸친 채 입술을 앙다물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넓은 어깨에 긴 다리의 그가 우뚝 서 있으니 카리스마와 매력이 흘러넘쳤다. 전엔 그가 한열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런 차림에 선글라스까지 쓴 모습을 보니 만약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그를 한열로 착각할 것도 같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차에서 내린 한현진이 가방을 메고 송민준을 향해 걸어갔다. “오빠, 오늘 왜 이렇게 멋져요?”송민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가 언제 안 멋진 적이 있었어?”한현진이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어떤 날이든 멋지긴 하죠. 그래서 언제 데뷔할 생각이요?”송민준이 한현진의 가방을 건네받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난 열이와 캐릭터가 너무 비슷해. 내가 데뷔하면 연예계에 걔 자리가 있긴 할 것 같아?”한현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송민준은 손을 들어 검지로 콧등에 걸린 선글라스를 아래로 내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강한서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쟨 차에서 뭐하는 거야?”“업무 통화 중이예요.”송민준이 한현진의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한현진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가자. 우린 먼저 올라가는 게 좋겠어. 혼자 미적거리라고 해.”룸에 도착하자 송민준은 그제야 물었다. “너희 두 사람, 대체 무슨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이렇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7화

    한현진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강한서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마음 약해질 줄 알았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한현진이 말했다. “처음엔 마음이 약해졌는데 조금 전 불쾌한 일이 있었거든.”한현진은 간단하게 주혁이 무릎 꿇은 일을 서술했다. “난 사실 그렇게까지 화가 난 건 아니었어. 하지만 꿇어앉아 있는 기사님 모습을 본 순간 화가 치밀더라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러니까 날 강박하는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 기회를 빌려 바로 전근시켰어.”한현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오는 길에 계속 마음이 불편했어. 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한 건 아닌가 싶었거든. 기사님은 지금 아들에게 인공 달팽이관을 해줄 돈이 부족한 상황이거든. 전근하면 월급은 당연히 전보다 줄어들 텐데.”강한서가 한현진의 손등을 토닥였다.“인공 달팽이관은 보청기와 비슷한 거야. 생명과 직결된 문제도 아니니 돈이 부족하다고 해도 당장 급할 건 없어. 하지만 굳이 너를 속여 가며 부업을 하려고 했어. 난 그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멈칫한 한현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기사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모르지.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무릎을 꿇고 자존심 따위는 쉽게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원하는 건 자신의 존엄보다 훨씬 더 소중한 걸 거야. 전근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어. 네가 그 사람을 곁에 두는 건 내가 불안해.”강한서는 한현진의 손을 잡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 약해지지 마. 네가 마음 약해질 때마다 난 심장이 떨려.”“휴. 신세를 지기도 했고 기사님 집에는 장애인이 두 명이나 있잖아. 안타까워서 그러지. 내가 언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약해지는거 봤어? 난 아주 독한 사람이라고.”강한서는 곧바로 태클을 걸었다. “강운이에겐 마음 약하게 굴었잖아.”지나간 이야기를 꺼내려는 강한서의 태도에 한현진이 얼른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불쌍해 보이는 주 변호사님 외모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6화

    한현진이 민경하를 살펴보았다. “그래 보이지는 않는데. 얼마 전 야근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 거 아냐? 신제품 발표회도 마무리 됐으니 이젠 좀 쉬게 해줘야지. 민 실장님이 쓰러지면 나중에 너만 고생할 거야.”강한서가 한현진에게 텀블러를 건넸다. “내가 부하 직원 생사도 나 몰라라 하는 그런 대표 같아? 민 실장이 쉬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휴가 줄 거야.”그 말에 민경하가 재빨리 대답했다. “괜찮아요, 사모님. 저 건강해요. 휴가 필요 없어요.”만약 평소였다면 휴가를 주겠다는 강한서의 말에 당연히 쉬겠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전 그 상황을 겪고 나니 지금의 민경하는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오늘 민경하가 강민서와 밤낚시를 약속했다는 것을 알게 된 강한서는 한현진과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얼마나 갔을까,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밤낚시... 몇 명이 가는 거예요?”민경하가 말했다. “밤낚시 모임이 있어요. 아마 20명 정도 있을 거예요. 다들 스케줄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을 땐 8명에서 10명 정도 모여요. 적을 땐 4, 5명이 만날 때도 있고요.”“그래요.”단답으로 대답한 강한서는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민경하에게 물었다. “밤새 낚시하면 피고하지 않아요?”민경하가 말했다. “텐트가 있어서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면 돼요.”강한서가 또 다시 “그래요”라며 단답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그가 또 물었다. “두 사람... 같은 텐트에서 자요?”“...”그 질문에 민경하는 바짝 긴장했다. 어쩐지 그 어떤 대답도 목숨을 걸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4, 5명이면 텐트 2개를 사용해요. 피곤한 사람끼리 돌아가면서 쉬고요.”강한서는 더는 말이 없었다. 5분 후. “두 사람 같이 쉰 적 있어요?”“...”‘같이 잤냐고 묻는 일만 남았네.’민경하가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누워서 얘기만 좀 나눴어요.”“그래요.”10분 후. “얘기만 조금 나눈게 전부예요?”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5화

    남자는 들고 있던 담배를 다 태울 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다. 서해금이 또 말을 이었다. “당신이 뿌리를 제대로 뽑지 못해 이렇게 큰 후환을 남기지만 않았다면 우리 가람이 처지도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을 거야.”서해금이 말한 후환은 당연히 한현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한현진 말이 나오자 남자의 얼굴이 저도 모르게 어두워졌다.그 여자 아이가 죽지 않았다는 일은 그 역시도 송씨 가문에서 한현진을 데려오기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다.당시 그 여자가 품에 안아 보여주던 여자 아이는 애초부터 송씨 가문의 딸이 아니었다. 그 여자는 다른 곳에서 죽은 아이를 안아와 한아람의 딸이라고 그를 속였던 것이다.친딸이 태어나는 모습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그는 곧 자신의 친딸에게 인생을 빼앗길 아이를 마주했다. 그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그는 심지어 아이를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아이의 죽음을 확인하기만 하면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포섭당한 사람 중 누군가가 마음이 약해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한현진이 죽지 않았으니 송씨 가문이나 한씨 가문에서는 기필코 당시 분만실에서 있었던 일을 밝히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서해금은 일처리를 함에 있어서 화근을 남기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당시 그 일에 연루되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전부 죽거나 도망간 상태였기에 아무리 쥐 잡듯이 뒤져도 그 해의 진실은 알아내 수 없을 것이었다. “내가 뭐 도와줄까?”남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아니.”서해금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한현진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쓸데없는 짓해서 괜한 의심 사지 마. 걔는 걔 엄마랑 똑같아. 의리가 치명적인 약점이거든. 잠깐만 조용히 지내.”잠시 멈칫하던 서해금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내 지시 없이 함부로 회사에 나타나지 마. 회사는 여기저기 보는 눈이 많아. 조그만 실수라도 있었다간 우리 가족 전부 끝장이라고.”우리 가족이라는 두 단어에 남자는 그만 멍해졌다. 그의 눈빛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반짝였다. 그가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4화

    시선을 거둔 서해금이 물었다. “아래층은 불 켜졌어요?”누군가 대답했다. “네. 우리 층만 정전인 것 같아요.”머리 위의 CCTV를 확인한 서해금이 태연하게 말했다. “사람 불러서 확인해 보라고 해요. 다른 분들은 모두 자리도 돌아가요.”말하며 서해금이 송가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도 돌아가. 내가 보내 준 자료는 꼭 봐. 검사할 거야.”송가람이 입술을 삐죽이며 작게 애교 부렸다. “알겠어, 엄마.”모든 사람이 자리로 돌아가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서해금이 입을 꾹 다물고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비상계단엔 창문이 없었다. 복도에선 은은하게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선세등이 켜지지 않아 유난히 어두웠다. 비상계단 복도로 들어선 서해금은 계단 위에 서서 벽에 기대어 담배를 쥐고 있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비상계단의 문을 닫으며 목소리를 낮춘 채 호통 쳤다. “여긴 회사야. 여기서 이런 짓을 하다니, 미친 거야?”“내가 정전 안 시켜서 CCTV에 찍혔으면 네가 이 상황을 해명할 수는 있고?”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의 상대방의 말투엔 비웃음이 가득했다. 서해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당신이 당신 마음대로 여기 들어올 땐, 내 의견을 묻긴 했어?”남자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그저 우리 딸이 보고 싶었을 뿐이야.”화가 치민 서해금은 목소리를 잔뜩 낮추었음에도 분노를 완전히 억제할 수는 없었다. “내가 동영상 보내줬잖아. 사진도 보내줬잖아. 지금 당신이 어떤 신분인지, 당신이 몰라서 이래?”“사진이나 동영상은 직접 내 눈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잖아. 목소리를 듣고 싶고, 얼굴 한 번 보고 싶다는 게 너무 한 거야?”“이게 너무한게 아니면 뭐야? 지금 당신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신분인지 몰라?”스산하게 비추는 불빛에 남자의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해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가 움찔 떠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서해금. 네가 원하던 걸 전부 이루니까 이제 난 필요 없다 이거야?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73화

    송가람의 목소리가 비통함에 잠기기 시작했다. “엄마, 설마 아빠 아직도 나한테 화 난 거야?”송가람이 이윤하에게 맞아 입원했을 당시 송병천은 매일 같이 병원에 왔었다. 하지만 송가람을 마주한 송병천은 어린 시절 한없이 다정다감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색함과 냉담함만이 더해졌다. 신미정에게 속은 건 결국 송가람이 아직도 강한서를 잊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송병천이 그런 송가람의 마음을 눈치 채고 이미 한 번의 주의를 주었음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으니 송병천은 그녀에게 철저히 실망했을 것이다. 강한서를 좋아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송가람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모든 잘못은 한현진이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미 20여년이 지난 일인데, 왜 그대로 흘려버리지 않은 걸까? 왜 굳이 돌아와 그녀의 아빠와 오빠를 빼앗으려 하는 걸까?한현진이 없던 송가람의 네 식구는 행복하기 그지없는 가족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이라는 존재가 나타남으로 인해 부모님은 전처럼 서로를 사랑하지 않았고 오빠의 마음은 완전히 친동생에게 기울었다. 아빠는 더 이상 전처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심지어 엄마는 그저 지분과 재산 생각으로 가득 차 전보다 더 계산적으로 굴었다. 그 혈연관계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한현진이 등장한 후 그녀의 가족을 갈라놓았다. 송가람은 반항이라도 하듯 강한서를 좋아하면서도 송병천과 송민준이 전처럼 예뻐해 주길 발랐다. 서해금이 시선을 올려 송가람을 바라보았다. “네가 한현진에게서 강한서를 빼앗으려고 결정했을 때부터 그 정도 각오는 했어야지. 네 아빠가 마음을 대해 널 20여년 간 키워주고 진심으로 예뻐한 건 사실이지만 한현진은 친딸이야. 게다가 간절히 바랐었지만 결국 잃어버렸던 아이야. 그런 애가 유씨 가문에서 그런 치욕을 당하며 살아왔어. 네 아빠가 조금만 조사하면 한현진이 어떤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지 금방 알 수 있어. 그럼 네 아빠가 모든 걸 걸고 한현진에게 보상해주려고 하지 않겠어?”“피로연에서 그저 조금 떠봤을 뿐인데 네 아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