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하게 표정이 변한 강단해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사실이 뭔지 중요한 게 아니야. 여론이 중요한 거지! 밖에 수많은 기자들 중 발표회를 취재하러 온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아니면 네 스캔들 때문에 몰려 온 기자가 많을 것 같아? 이런 타이밍에 네가 무대에 오르면 대체 오늘 이 자리는 한성의 신제품 발표회인 거야가, 아니면 네 개인 기자회견장인 거야?”“삼촌, 발표회의 입장권은 이미 2주일에 전부 매진되었어요. 삼촌 말대로라면 오늘 오신 손님들은 예지 능력이라도 있어서 일부러 티켓까지 구매해 절 비난하러 온다는 건가요?”강한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삼촌, 다들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아니고요. 신제품 발표를 누가 하든 아무 상관없어요. 하지만 저에게 발표 원고가 없는 건 거짓말이 아녜요. 성능 매개 변수, 연구 개발 과정, 기술 혁신까지.”강한서가 길고 가느다란 손을 올려 식지로 관자놀이를 툭툭 두드렸다. “전부 여기에 있거든요. 삼촌께 전부 읊어드릴 수 있지만 연세가 있으시니 기억하지 못하실까 봐 그러죠. 괜히 무대에 올라 웃음거리가 되면 어떡해요.”“너— 어른은 안중에도 없구나.”노골적인 멸시에 강단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강한서가 몸을 일으켜 강단해 앞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 강단해의 어깨까지 오던 장례식의 어린 소년이 점차 늘 자신을 아이처럼 대하던 자신의 우월하던 큰형과 조금씩 겹쳐보였다. 하지만 강한서는 그보다 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훤칠하게 큰 키는 이미 자신을 추월했고 이젠 은근히 자신을 압박하는 아우라도 풍기고 있었다. 강한서는 강단해와 30c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시선을 올려 강단해를 빤히 쳐다보았다. “삼촌. 이번 발표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알고 계시죠. 아랫사람 관리, 잘해 주시죠.”그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던 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삼촌. 사람이 죽었다고 증거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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