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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6화

작가: 조십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31 18:00:00
그 실검의 모 플랫폼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과학 기술 콘텐츠를 다루는 산군의 바람 계정에 달린 한 네티즌의 댓글에서 시작되었다.

네티즌: [내일이면 한성의 신제품 발표회네요. 이번인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고 하던데 한성 신제품 리뷰는 언제 업로드하실 거예요?]

산군의 바람: [리뷰 안 할 겁니다.]

네티즌: [왜요?]

모두가 알다시피 산군의 바람은 한성의 제품을 리뷰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당시엔 한성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리뷰 영상을 올렸고 페이스북에 제품의 장단점을 나열했다. 또 자주 강한서의 계정을 태그하기도 했고 심지어 강한서는 그의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산군의 바람 본인도 자신을 한성 그룹의 무료 프로모터라고 장난스레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니 산군의 바람이 한성 그룹의 신제품 리뷰를 하지 않을 거라는 댓글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결고 산군의 바람이 네티즌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댓글을 달았다.

[생모도 버리고 부양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 만든 제품은 아무리 좋아도 다시는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과학 기술엔 도덕적 기준이 없지만 사용자에겐 지키고 싶은 선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 댓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각 마케팅 계정은 하나둘 그 댓글을 리트윗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부 내부 사정을 알고 있다는 사람들이 마케팅 계정에 강한서가 여자를 위해 생모와 결렬하고 어머니를 집에서 쫓아내고는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공유했다.

곧이어 의료진이라 자칭하는 사람이 계정에 피드를 업로드 했다. 그 사람은 강한서의 모친이 자신이 근무 중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고 2주일 동안 입원을 했었지만 강한서를 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한성 그룹의 “전 직원”도 자신이 직접 강한서가 어머니를 회사에서 쫓아내고 일부러 만나주지 않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했다.

신미정의 “친구”도 일부러 계정을 개설하여 페이스북을 통해 강한서의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늑대 소굴 같은 강씨 가문에서 강한서를 힘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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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현진은 수건을 손에 들고 강한서 얼굴에 묻은 거품을 꼼꼼하게 닦아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마. 넌 신제품 발표회만 잘 마무리 하면 돼. 내가 곁에 있을게.”강한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한현진의 콧등을 문질렀다. 그는 자신의 손을 이미 볼록하게 튀어나온 한현진의 아랫배에 올리곤 나지막이 말했다. “너희만 있으면 난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아.”한현진이 강한서의 얼굴에 입 맞췄다. “우리 여보가 최고야.”강한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한현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다정함뿐이었다. 한현진은 직접 강한서의 수트를 골라줬다. 그녀가 고른 넥타이는 자신이 입을 재킷과 같은 색이었다. 두 사람이 방에서 내려와 밥을 먹을 때, 강민서는 자꾸 강한서를 힐끔힐끔 쳐다보았지만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강한서의 표정이 평소와 전혀 다를 바가 없어 강민서도 감히 물어볼 수가 없었다.민경하가 그들을 데리고 발표회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기사들이 현장을 잔뜩 메우고 있어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실검을 본 후 사실 확인을 통해 조회수를 높일 목적으로 찾아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강한서는 그저 현장을 힐끔 쳐다본 후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민경하에게 말했다. “잠시 후 현장에 보안요원을 더 파견해서 질서 유지해요.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그 어떤 안전사고도 일어나선 안 돼요.”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강민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오빠, 아니면 발표회를 미루는 게 어때? 이 사람들 말도 안 되는 그 기사 때문에 온 게 분명해.”강한서는 강민서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덤덤하게 말했다. “발표회가 갑자기 진행된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이 이 발표회를 위해 일부러 한주까지 왔어. 아무 이유 없이 발표회를 미루면 대중들에겐 뭐라고 설명할 거야? 고작 그까짓 가정사 때문이라고 할래? 발표회는 내 개인 무대가 아니야. 한성 그룹 3년 간의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야.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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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0화

    인터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들 프로패셔널한 기자들이라 아무도 인터넷에 떠도는 기사에 대해선 질문하지 않았다. 강한서는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많은 기자들은 오늘이 첫 만남이었다. 다들 한성 그룹의 핵심 부서를 이끄는 사람이 젊고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출중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연예계의 웬만한 연예인보다도 준수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아우라는 연예인이 감히 비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차분하고 진중한 것은 물론 가벼운 유머감각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소문으로 듣던 인정사정없는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전업적인 질문에도 강한서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이번 인터뷰는 전처럼 한성 그룹과의 사전 미팅을 거쳐 합의하에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이번 인터뷰에서의 질문은 전부 기자들이 인터넷으로 모집한 것이었다. 신제품에 대한 전문가의 의문도 있었고 마니아층의 제품에 대한 기대 섞인 질문도 있었다. 강한서는 모든 질문에 성의 있고 또 그럴듯하게 대답했다. 인터뷰 도중 여자 스태프 한 명이 물을 가져오며 발을 삐끗했다. 그 여자는 그대로 강한서의 품으로 넘어졌고 그는 손을 들어 상대방을 부축했다. 여자의 얼굴을 마주한 강한서는 잠시 멍해졌다. 그러나 그는 곧 손을 떼고 대답을 이어갔다. 여자 스태프가 얼굴을 붉히며 불려나갔다. 대기실에 있는 한현진은 생방송을 통해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한현진은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강민서는 기가 막힌다는 듯 대놓고 한현진에게 물었다. “넌 눈이 멀었어?”한현진이 강민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맞고 싶어?”한현진을 노려보던 강민서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딱 봐도 저 여자가 일부러 오빠 몸 위로 쓰러진 거잖아. 평지에서 넘어지는 사람이 어디 있어?”한현진이 태연하게 말했다. “힐이 높아서 실수로 발목을 삐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야. 오늘 발표회는 모든 일환이 다 너무 중요해. 이런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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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현진이 수수료를 얘기하자 머릿속으로 잠시 계산기를 두드리던 한성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좋아요. 나중에 두 개 구매할게요.”한현진이 눈웃음을 지었다. “약속한 거예요. 이따 발표회 끝나면 계약서에 사인하러 가요.”말을 마친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고여정을 쳐다보았다. “여정 씨, AI 로봇 좋아해요...?”한성우가 눈을 씰룩였다. ‘아주 현모양처 납셨네. 발표회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주변 친구들에게 예매부터 받다니.’현장의 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리고 곧 무대 위의 스크린이 켜지며 한성 그룹의 로고가 나타났다. 사면팔방에 위치한 스피커에서는 전형적인 아나운서 톤으로 발표회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한성 그룹은 오프닝 공연으로 국립교향악단을 초청해 한성 그룹 소비자 브랜드의 주제곡인 [꿈을 좇는 사람들] 라이브를 선보였다. 웅장한 기세의 합창은 현장의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신제품 발표회의 개박을 장식했다. 강한서 부양 포기, 한성 보이콧 등 단어가 난무하던 발표회의 라이브 방송 댓글은 전 국민에게 익숙한 선율이 울려 퍼지자 점차 [어나더레벨 한성 발표회]라는 단어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한성 그룹은 국내 스마트 기기 산업 개발의 선두에 서 있는 회사로 가입된 사용자만 수천만 명에 달했다. 한성의 제품은 가전제품부터 자동차, AI 집사까지 이미 국민 생활의 곳곳에 스며들었다. 게다가 끊임없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왔기에 한성은 수많은 충실한 유저를 보유하고 있었다.그들은 한성이 한 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독촉할 뿐만 아니라 한성이 3년 동안 누적하다 제출한 성과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강한서가 말했듯이 사람들은 그의 사생활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오늘의 이 발표회를 기다려온 사람들은 결코 댓글로 보이콧이나 외쳐대는 인간이 아니었다. 격앙된 대합창은 순간 관중들의 마음을 벅차오르게 했고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마지막 음이 공기 중에 흩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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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병천이 송민준을 재촉했다. 송민준은 제일 위에 있던 이모티콘을 삭제하곤 휴대폰을 송병천에게 돌려주었다. 이모티콘이 삭제된 것을 본 송병천이 순간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 “어떻게 사라진 거야?”송민준이 말했다. “인터넷 지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송병천이 투덜거렸다. “업데이트를 하면 할수록 엉망이네.”송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송병천은 휴대폰을 들고 귀한 따님에게 답장을 보내며 송민준을 나무랐다. “너 이젠 나한테 이상한 이모티콘 보내지 마. 내가 실수로 이모티콘을 잘못 보내 네 동생이 보면 내 이미지가 깨지지 않겠어?”송민준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지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아빠 아이큐가 몇인지는 깨달았을 것 같네요.’송병천은 문자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는 한참 동안 어떻게 답장을 보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결국 오다 주운 것 같은 아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다. “민준아, 내가 뭐라고 답장하면 현진이도 상처 안 받고 강한서에 대한 내 분노를 표현할 수 있을까?”송민준이 말했다. “엄마는 약을 주고, 아들은 술을 주네. 하나는 손자를 노리고 다른 하나는 아빠를 노리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다 죽어야 끝나겠어, 라고 보내요.”송병천이 송민준을 걷어찼다. “X 놈의 자식!”송민준이 소파에 기대 앉아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강한서를 사위로 받아들이시긴 할 거예요? 그럴 생각이 없으신 거면 대체 왜 강한서 체면 따위를 생각해주시는 거예요? 바로 현진이를 데려와서 평생 못 만나게 하면 그만이잖아요.”송병천이 송민준을 노려보았다.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네 동생이 좋다고 하잖아. 뱃속의 아이에게도 아빠는 필요해.”“그러지 마시라니까요. 아빠가 마음에 안 드시면 마지못해 사위로 받아들이셨다고 해도 결국 마음에 넘지 못한 산이 생길 거예요. 저라면 차라리 받아들이지 않겠어요. 현진이에게 다른 남자를 찾아주면 되죠. 현진이도 한서 외모에 반한 거잖아요. 우리 회사에 잘생긴 애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4화

    한성우의 말에 한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이런 애정 표현을 안 하면 죽기라도 하는 거야?’한현진이 한성우의 말에 대답하려는데 강한서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운이 좋긴 하지. 만약 우리처럼 1000분의 5에 가까운 확률로 쌍둥이까지 임신한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야.”“...”한현진은 입가에 맴돌던 면박을 주려던 말을 더는 할 면목이 없었다. 한성우가 입술을 씰룩였다. “강한서, 너 이 자식. 하루라도 자랑 안 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어? 그런 거냐고!”강한서가 진지하게 말했다. “죽을 수 있어.”화가 난 한성우는 바득, 소리를 내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꼭 딸을 낳아서 강한서 아들을 꼬셨다가 다시 차버리게 할 거야. 몇 번이고 차버리게 할 거라고! 꼭 저 개자식이 나이를 잔뜩 먹고도 손주도 못 안게 만들 거야. 그때도 이렇게 까불 수 있는지 한 번 지켜보자고.’자리를 비운 주강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송가람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탓에 오늘 발표회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송민준은 발표회가 끝난 후 바로 가버렸고 송병천은 아예 하루 종일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토라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현진이 송병천에게 좋은 와인 사진을 몇 장 보냈다. [아빠, 강한서가 일부러 아빠를 위해 남겨둔 거예요.]송병천은 답장이 없었다. 하지만 한현진이 남긴 문자 옆의 1이 사라졌다. 한성우와 민경하가 술에 취한 강한서를 차까지 부축하고 나서야 송병천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현진에게 하찮아 보이는 표정으로 읍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 이모티콘을 본 한현진은 어리둥절해졌다. 한현진이 그 이모티콘을 보낸 의미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송병천이 또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삭제된 메시지입니다.]한현진은 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송병천: [삭제된 메시지입니다.]1분 후.송병천: [삭제된 메시지입니다.]2분 후.송병천: [삭제된 메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3화

    “빨리 뒷이야기를 마저 해봐요.”한현진이 다그치며 말했다. “뒷이야기는 더 막장이에요. 장준은 첫사랑도, 대타도 버릴 수 없었어요. 두 여자는 장준을 빼앗기 위해 피 터지도록 싸웠죠. 마지막엔 첫사랑이 대타가 마약을 했다고 신고를 했고 대타는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사라졌어요.”“대타가 사라지자 다들 장준은 이제 첫사랑만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에 가족들과 그렇게 갈등을 빚은 것도 전부 첫사랑 때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장준은 그저 조용하기만 했어요. 오히려 장씨 가문에서 장준의 첫사랑이 그의 집안에 발을 들이는 일은 없을 거라는 뜻으로 얘기했죠. 게다가 그 일이 있고 몇 개월 후 장씨 가문에서는 장준과 전고현의 선 자리를 마련했어요.”“장준이 몇 년 동안 죽도록 난리를 피운 덕에 집안에서는 장준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진작 포기해버렸어요. 장준이 대를 이어 주면 그 아이를 후계자로 키울 생각이었지만 장준이 마약 때문에 몸을 완전히 망쳐버린 탓에 그럴 수도 없었죠. 병원에 가서 검사를 전부 생식 능력이 전혀 없었어요. 장준이 아이를 낳지 못하니 아버지라도 나서야 했던 거죠. 그러다 진씨 가문에 그런 일이 생기면 결국 그 혼사도 무산되었지만요.”“하지만 이젠 장준의 대타가 돌아왔어요. 타락했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걸 보면 대타에게 마음을 줬다는 소문이 사실이긴 한가 봐요. 만약 제가 그 첫사랑이었으면 아마 화가 나서 죽어버렸을지도 몰라요. 얼마나 오랜 시간을 들인 계획인데, 결국엔 내 손을 떠나 다른 사람 좋은 노릇만 했잖아요.”이야기를 들은 한현진과 강한서는 조금 멍해졌다. 한현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성우 씨는 어떻게 이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거예요?”한현진은 비록 이 일엔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시켜 장준의 일을 조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장준의 첫사랑에 관한 이런 막장 스토리는 전혀 전해들은 바가 없었다. “에이, 뭐 이런 것쯤이야.”말하는 한성우는 어쩐지 눈을 피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술 마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2화

    멈칫한 한현진과 강한서가 홱 고개를 돌려 뒤에서 중얼거리는 한성우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에 깜짝 놀란 한성우가 말했다. “왜 날 그렇게 노려봐?”한현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무슨 소문이요? 성우 씨는 뭘 알고 있는 거예요?”한성우가 눈을 깜빡였다. “소문에 장준이 첫사랑 대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타가 사라진 1년 동안 장준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것처럼 지냈대요. 그리고 대타가 돌아오자 바로 활기가 넘쳐흐른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에 빈정 상한 첫사랑이 매일 대타를 괴롭히고 있고.”한현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한서는 그런 한현진보다 더 놀란 눈치였다. 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장준은 술, 여자, 도박, 약 안 좋은 건 전부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인간에게도 첫사랑이 있어요?”“형수님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병신에게도 청춘은 있어요. 게다가 장씨 가문 정도면 명문가에서는 싫다고 할지 몰라도 조건이 조금 떨어진 집안마저도 거절하겠어요?”그리고 한성우는 두 사람에게 끝장판 막장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장준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첫사랑이 있었다. 그 여자는 장준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사람의 딸이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감정을 쌓아왔다. 두 사람에게 사랑이 싹 트던 초창기, 장준의 가족들은 두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단순히 장준이 그 여자를 가지고 놀다 질리면 그만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여자는 생각보다 꽤 수완이 좋았던 것인지 장준은 그 여자의 일이라면 죽자고 달려들었다. 그저 장난감에 불과한 여자였다. 곁에 두고 노는 건 상관없었지만 그 여자가 장준의 안방까지 차지하려고 한다면, 장씨 가문에서는 절대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다. 그러니 장씨 가문에서는 돈을 주고 수작을 부려 그 여자를 내쫓았다. 하지만 여자가 사라지자 장준은 미친X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떠나며 남긴 편지 때문이었다. [이번 생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것 같아. 다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1화

    한현진은 조금 전 대화 내용은 간략하게 강한서에게 알려주었다. 강한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문샤론? 그런 생각은 어떻게 하는 거야?”이야기는 전부 한현진이 즉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하지만 전부 그럴 듯하게 짜임새가 있는 스토리였다. ‘역시 대단한 여자야.’한현진이 말했다. “간민혜 씨는 죽기 직전까지도 강운 씨에게 한 마디 말도 남기지 않았어. 대체 그 이유가 뭔지, 우린 모르지만 어쩌면 강운 씨라면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사실 난 줄곧 강운 씨 집안에서 누군가 이 일에—”강한서가 한현진의 손바닥을 꾹꾹 누르며 조용히 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멈칫하던 한현진은 강한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정설희, 아니. 정서희가 보였다. 그녀는 장준과 손을 잡고 피로연 현장에 나타났다. 지금의 정서희는 예전의 정설희와 같은 스타일의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눈웃음을 짓는 눈가엔 은근한 색기가 흘렀다. 아름다운 이목구비와 화려한 옷차림은 자심이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완전히 똑같은 사람인 것 같았다. 함께 등장한 정서희와 장준은 스킨십이 제법 자연스러웠고 꽤 친근한 모습이었다. “강 대표님, 발표회 무사히 마치신 거 축하드려요.”잔을 들고 다가온 장준이 웃으며 강한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현진은 순간 약쟁이였던 장준의 상태가 지난번 결혼식보다 너무 많이 나은 것을 발견했다. 광대뼈도 예전처럼 선명하게 튀어나오지 않았고 눈빛에도 생기가 돌았다. 여전히 삐쩍 마른 몸이었지만 정장을 입으니 제법 봐줄만 했다. 아무도 이런 모습의 장준을 보고 약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강한서가 손을 들어 장준과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고마워요.”장준의 시선이 한현진을 향했다. 깊은 눈매에는 나른한 기색이 묻어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정서희를 보며 물었다. “두 사람 동창이라고 하지 않았어? 현진 씨는 당신을 보고도 왜 이렇게 냉담한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30화

    주강운이 엄지로 컵을 쓸었다. 그는 한참만에야 웃으며 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어쩌면 지금도 보고 있겠죠. 또 어쩌면 그저 장난으로 한 얘기였을 수도 있고요.”시선을 내린 한현진은 더는 말이 없었다. 주강운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갑자기 물었다. “전에 장례식에 있었던 꼬마 아가씨는 아직도 한서가 돌보고 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서가 아름드리로 데려왔어요.”주강운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아이 가족에게 보내지 않았어요?”한현진이 말했다. “민 실장님 말로는 아이는 직계 가족이 없다고 하던데요. 다른 가족들도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고아원에 보내자니 강한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냥 잠시 자기 옆에 두고 보살피기로 했어요.”주강운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개인 입양은 안 알아봤어요?”한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야 그러고 싶죠. 전에 강한서에게 그 얘기를 꺼냈다가 한바탕 싸웠어요. 저더러 아이에게 아량을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아이와 강한서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강한서 아이가 아닐까, 의심하고도 남았을 거예요. 어찌나 친자식처럼 아끼는지. 됐어요. 그저 어린 아이 일뿐인걸요. 착하고 말도 예쁘게 하는 애예요. 키우고 싶다면 키우죠, 뭐.”주강운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긍정적이네요.”한현진이 눈웃음 지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서도 가끔 이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을 쳐다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사실 강한서가 사고를 당하기 전 그 아이에 관해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전 그 아이를 만난 적이 없었어요. 강한서가 저에게 알려준 이름도 은서가 아니라 문샤론이었어요. 그 이름은 은서 엄마가 지은 거라고 했어요. 은서 부모님이 무궁화가 예쁘게 폈을 때 만났대요.”한현진은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낭만적인 러브스토리겠죠. 아쉽게도 그 끝이 안 좋긴 했지만 말이예요.”주강운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9화

    왜 굳이 이미 취한 강한서를 방까지 데려다줬을까? 차라리 로비에서 기다리는 편이 더 나았을 텐데 말이다. 설사 강한서를 편히 쉬게 하려던 의도였다고 해도, 강한서와 함께 방에서 기다리면 될 것을 왜 굳이 로비에서 자신을 기다렸던 걸까? 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두 개밖에 없었다. 한현진이 헷갈려 다른 엘리베이터를 탈 리가 없었다. 강한서는 줄곧 유씨 가문 사람들을 혐오했었다. 그러니 그는 멀쩡한 정신엔 유현아가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그 어떤 기회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유현아도 아주 멍청이는 아니었다. 만약 유현아에게 강한서를 유혹할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 그를 손에 넣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당시 주강운이 물을 마신 건 두통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현진이 강한서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덮칠 수 있도록 시간을 끌기 위한 행동이었던 걸까?그때의 일을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한현진의 마음은 점점 더 서늘해졌다. 주강운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자기 첫사랑을 치어 죽인 사람을 도왔던 걸까?“현진 씨?”창백해진 얼굴로 한참을 말이 없는 한현진을 본 주강운이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한현진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그녀는 곧 주먹을 꽉 움켜쥐며 마음을 다잡았다. 손을 뻗어 주강운이 내민 잔을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요.”생기 있는 얼굴이었지만 낯빛이 어두웠다. 이마에도 땀이 송글 맺혀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놀란 모양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지만 정작 입을 여니 그 모든 마음은 그저 한 마디의 가벼운 인사로 흘러나왔다. “요즘 잘 지냈어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잘 지냈어요.”잠시 말이 없던 한현진이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저녁에 누군가 강운 씨 휴대폰으로 저에게 전화를 했었어요. 강운 씨 취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몸이 안 좋아서 안 갔는데, 집에 잘 들어갔어요?”한현진은 조심스레 그 얘기를 꺼냈다. 마치 주강운이 왜 오지 않았냐고 따질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그렇게 선을 긋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8화

    웨이터는 조금 전까지 한현진이 서 있던 곳에 그대로 넘어졌다. 그는 넘어지며 테이블에 부딪혔고 위에 놓였던 술잔과 그릇들이 와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리조각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튀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하지 못한 한현진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얼굴도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지 마요. 괜찮아요.”정신을 차린 한현진이 멍하니 자신을 잡아 준 주강운을 쳐다보며 숨을 들이켰다. 한현진은 주강운의 손에서 팔목을 빼며 나지막이 말했다. “고마워요.”주강운의 눈가에 걱정 어린 눈빛이 스쳤다. 하지만 주강운은 그 마음을 꾹 누르며 앞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조금 전까지 한현진을 잡고 있던 손을 꽉 움켜쥐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으면 됐어요.”이때, 강한서는 이미 굳은 얼굴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현진은 그가 주강운에게 주먹을 날리기 전에 먼저 앞으로 다가가 강한서의 손을 잡았다. “얼른 사람 불러서 여기 정리해. 손님들 놀라게 하지 말고.”한현진에게 잡힌 강한서의 손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한현진은 힘을 실어 강한서를 꼭 잡았다. 그녀는 그에게 자기는 괜찮으니 티 내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한현진은 아이들이 뒤에서 뛰어다니다 웨이터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걸 직접 보았다. 이건 그저 우연한 사고였다. 하지만 강한서가 이 일로 화를 낸다면 그가 주강운 앞에서 했던 연기는 전부 물거품이 될 것이다. 강한서는 한현진의 타이름에 점차 진정했다. 그는 분노를 꾹 억누르며 놀라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민경하에게 사람을 불러 이곳을 수습하라고 지시했다. 옆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던 한성우는 큰 소란에 놀라 다가와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주강운이 말했다. “아이들이 뛰어 놀다가 웨이터를 넘어뜨려서 하마터면 현진 씨에게 부딪힐 뻔했어.”한성우가 놀란 숨을 들이켰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한현진의 배를 힐끔 쳐다보았다. 막 말을 꺼내려던 한성우를 강한서가 노려보았다. 한성우는 순간 마음

  •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제2227화

    한 때는 재벌가 사모님 모임의 중심이었던 여자가 결국은 모든 사람들의 경멸과 멸시의 대상이 되었다. 그녀는 이젠 더 이상 이 바닥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강한서의 페이스북은 점차 새로운 댓글이 달리며 악플을 덮어갔다. 실시간 검색어도 점차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했다. 그중 순위가 제일 높은 검색어는 [강한서 수능 성적]이었다. 발표회가 시작하기 전, 많은 사람은 강한서의 일반적인 재벌 2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굳이 다른 점을 얘기하자면 강한서는 그동안 특별한 스캔들도 없이 조용하게 지낸 편이라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잠잠하게 지내 온 재벌 2세든, 한껏 존재감을 드러낸 재벌 2세든 네티즌에게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재벌 2세는 그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재부로 손쉽게 좋은 환경과 기회를 누리며 살아온, 아무리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일반인은 누리지도 못할 사회적 지위와 재부를 손에 쥘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누군가 강한서의 수능 성적을 공개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능 만점???][이게 무슨 어나더레벌의 엄친이야?]특례가 있었던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들었지만 강한서는 단순히 본인의 실력으로 수능 만점을 맞았다. 그리고 곧 고등학교 시절 강한서의 성적도 어쩐 일인지 전부 공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은 현재 한성의 핵심팀을 이끄는 사람 역시 강한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팀은 강한서 본인을 포함해 많은 상을 수상한 전적이 있는 팀이었다. 강한서가 대학원 시절 제출한 논문도 주목을 끌었다. 그리고 곧 많은 대학원생들은 그 논문은 바로 전업 저널에서 읽었었던 논문이며 심지어 자신의 논문에도 인용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전문가는 강한서의 논문은 박사 이상의 학벌을 가진 사람이 쓸 수 있는 수준의 논문이라고 말했다...그렇게 많은 사실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순간 한성 그룹의 젊은 대표야말로 진정한 천재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강한서 본인은 그 어떤 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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