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2131 - Chapter 2140

2163 Chapters

제2131화

금발의 소년이 홍혜림의 팔을 덥석 잡았다. “그건 걔가 죽음을 자초한 거고요. 터널에서 역주행하면서 시속 160까지 딛으니까 그렇죠. 제가 120km/h 초과하는 거 보셨어요?”홍혜림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120이 느려?”“안 느려요, 안 느려.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딱 이번 한 번 만요. 너무 타고 싶어서 그랬어요. 엄마가 이번만 모른 척 해주면 다시는 안 탈게요.”금발의 소년은 홍혜림이 대답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엄마, 요즘 화장품 바꾸셨어요? 피부가 왜... 이렇게 이상하지?”그 말에 홍혜림이 순간 긴장한 표정으로 얼굴을 만졌다. “아닌데, 줄곧 쓰던 브랜드야. 내 얼굴이 왜? 어디가 이상한데?”금발의 소년이 옅은 주황색의 눈을 똑바로 뜨고 홍혜림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상하게 예쁘네.”홍혜림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금발의 소년을 한 손으로 툭 밀어냈다. “자식, 엄마를 놀리기는.”금발의 소년은 쪼르르 달려와 홍혜림의 팔을 끌어안았다. “진심이에요. 다른 애들 엄마는 점점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엄마는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아요. 지난번에 옷 가져다주시려고 학교에 왔을 때 다들 엄마가 제 누나인 줄 알았다니까요. 제 친구는 저한테 엄마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도 했었다고요. 제 매형이 되고 싶다면서요. 생각해 보니까 아빠가 절대 동의할 리가 없어서 단호하게 거절했어요.”예의 없다며 아들을 꾸짖는 홍혜림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전혀 화가 나 보이지 않았다. “됐어. 장난 그만해. 엄마 향수 골라준다며? 자, 얼른 고르고 집에 가자. 네 아빠 곧 퇴근할 시간이야. 식사할 시간까지 집에 없으면 또 그 더러운 성질부릴 거야.”금발의 소년이 머리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현—”말을 다 내뱉기 전에 멈칫하던 소년이 홍혜림에게 물었다. “엄마, 이 누나는 뭐라고 부르면 돼요?”“이 분은 깔린느의 부대표님이신 한현진 씨야.”홍혜림이 간단하게 소개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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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2화

송가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운천’은 저희가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제품이에요. ‘운천’의 향을 맡은 사람은 남녀를 막론하고 별로라고 평가한 사람이 없었어요.”송가람은 말하며 한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 대표님, ‘운천’은 저희 회사의 톱클래스 제품이에요. ‘운천’이 얼마나 진귀하고 독특한 제품인지 대표님께서 진윤 씨에게 잘 설명해 드려야죠.”한현진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설명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운천’에 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아서 그래요. 저도 사모님께서 ‘운천’을 시향 하겠다고 했을 때에야 이 향수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전 그저 ‘운천’은 진귀한 오일을 사용했고 재고가 지극히 적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다른 건... 송 팀장도 아시겠지만 전 조향 전공도 아니잖아요. 조향에 관해서도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는데 괜히 잘못된 설명을 하면 어떡해요.”“그리고 향수는 본인의 취향이 향수의 좋고 나쁨은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이잖아요. 아무리 비싼 향수도 사용하는 사람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과 마찬가지죠.”진윤이 말했다. “맞아요. 천금을 가져와도 제 마음은 안 변해요. 전 ‘인 드림’으로 정했어요.”곧이어 진윤은 송가람을 힐끔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쓸데없는 얘기를 늘어놓는 모습이 어쩐지 저희 엄마를 꼭 ‘운천’을 사게 하려는 것 같네요. 왜요? 안 팔리는 향수를 사줄 호구가 필요했나요? 저희 엄마가 안목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요?”한현진은 의외의 눈빛으로 어린 나이지만 말발은 센 “사나이”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순간 지금의 MZ세대가 하나 같이 대단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이 있는 것은 물론 한 번 입을 열면 날카로운 말로 독설을 내뱉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체면이나 인지상정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순간 화를 이기지 못한 송가람은 기본적인 존댓말도 내려놓은 채 분노하며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헛소리 지껄이지 마. ‘운천’이 정말 당신 말처럼 별로라면 우리가 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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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3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요?”한현진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모님은 오후 내내 여기서 시향 하셨어요. 사모님께서도 향으로 향수를 구분하실 수 있다고요. 조향팀 팀장 일원으로써 향을 분별하는 건 기본 자질이잖아요. 오후 내내 향도 구분하지 못하다가 어떻게 진윤 씨가 별로라고 하니까 바로 생각났다는 거죠? 송 팀장님은 청력으로 향을 구분하시는 거예요?”“전...”송가람이 당황하며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그녀는 성월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대형 사고라는 것을 직감한 성월이 몰래 휴대폰을 꺼내 밖으로 나가 서해금에게 연락했다. 한현진은 차분하고 조리정연하게 자초지종을 낱낱이 늘어놓았다. 재벌집 사모님 역시 혹독한 서열 다툼을 거쳐 이 자리에 온 사람이라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만큼 순진할 리가 없었다. 홍혜림 역시 단번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은 그녀를 이용해 파놓은 함정이었다. 그리고 그 상대는 바로 눈앞에 있는 깔린느의 부대표였다. 그 사실을 간파한 홍혜림은 더욱 더 화가 치밀었다. 깔린느의 내부 분쟁 따위는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홍혜림은 누군가 자신을 이용하려 한다면 절대 가만 둘 위인이 아니었다. 홍혜림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제가 당신 회사 기밀을 유출하기라도 했다는 건가요? 회사 직원이 저에게 직접 전화 했어요. 새로 나온 ‘운천’이라는 향수가 있다면서 말이예요.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향수라면서 어찌나 번지르르하게 말은 잘하던지. 꼭 직접 회사에 방문해 시향을 해보라고 해서 온 거였어요.”말하며 홍혜림은 휴대폰을 꺼내 통화기록을 뒤졌다. “이게 바로 저에게 연락한 전화번호예요. 저에게 연락한 그 사람은 제가 깔린느에서 주문한 내역까지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 회사 내부 직원이 분명하겠죠.”홍혜림이 보여준 전화번호를 힐끔 쳐다본 한현진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박 비서님, 사모님께서 알려주신 이 번호 적어두고 신호하세요. 대체 누가 멋대로 회사의 제품을 누설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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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4화

20여 년을 금지옥엽처럼 살아 온 송가람은 이런 수모를 당한 적이 없었다. 홍혜림의 몇 마디 말에 눈시울을 붉힌 송가람은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아이 다루듯 모든 것을 받아준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엄마와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었다. 한현진은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안내 데스크를 하면서 그 도리를 깊이 깨우친 적이 있었다. 심지어 홍혜림은 막무가내로 다그친 것도 아니었지만 송가람은 그마저도 견디지 못했다. 통화하러 나갔던 성월이 곧 돌아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홍혜림에게 말했다. “사모님, 서 대표님 전화예요. 전화 받으시라고...”아직도 분노를 터뜨리고 있던 서해금이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뭔데 전화를 받으라 마라야? 나랑 얘기하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해.”당연히 서해금은 당장 홍혜림을 만나러 올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 바다 너머의 한 해안가에 있었다. 그러니 갑자기 날개라도 달린 듯 날아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성월이 얼른 스피커 모드로 전환하자 곧 서해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저 서 대표예요. 일은 성 비서에게 전해들었어요. 두 아이가 아직 철이 없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네요.”한현진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그래, 콩 심은데서 콩 나는 법이지. 은근히 비꼬는 모습은 자기 엄마를 꼭 닮긴 했어.’의심할 것도 없이 송가람의 잘못이 분명했지만 서해금은 마치 두 사람 잘못인 듯 얘기했다. 진윤이 목소리를 높이며 입을 열었다. “서 대표님, 철이 없는 건 대표님 따님이시죠. 한 대표님은 오후 내내 최선을 다해 엄마가 시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면 안 되잖아요. 안 그래요?”한현진이 놀란 눈으로 진윤을 쳐다보았다. ‘어... 이 잘생긴 소년, 혹시 열이랑 같이 빌런을 분별하는 수업이라도 받은 거야?’진윤의 말에 휴대폰 너머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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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5화

이번엔 서해금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한현진이 앞으로 나서며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모님, 오늘 불쾌한 시향을 경험하게 해드려 정말 죄송해요. 시간도 많이 지체했고 마음에 드시는 제품을 찾지도 못했으니 정말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한현진은 말하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그동안 깔린느를 지지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이번엔 저희가 사모님을 만족시키지 못했어요. 이 ‘인 드림’은 저희가 사모님께 드리는 사죄의 인사라 생각하시고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 바로 계약 해지를 도와드릴게요. 물론 회원을 해지하셔도 전에 저희 회사에서 구매하신 제품은 여전히 VVIP 고객님 맞춤 애프터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어요. 이건 사모님께 대한 저희 마음이에요.”멈칫한 홍혜림은 자신을 잡지도, 심지어 칭찬으로 추켜세우지도 않는 한현진을 의외라는 듯 훑어보았다. 서해금을 포함한 깔린느의 모든 사람은 은근히 아부하는 말투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었다. 홍혜림에게 쇼핑은 유쾌한 일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바로 결단력 있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였다. 서해금과 송가람에게는 분명하게도 그런 태도를 보아낼 수 없었다.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하면서도 직접적으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어찌됐든”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마치 홍혜림이 생트집을 잡기라도 한다는 듯이 말이다. 애초부터 그들의 잘못이었다.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 걸까?하지만 눈앞에 서 있는 어린 나이의 부대표는 그들처럼 말을 빙빙 돌리지도 않았다. 한현진의 태도에 홍혜림은 순간 분노로 꽉 막혔던 숨이 조금은 내려가는 것 같았다. 게다가 홍혜림이 한현진이 눈치도 있다고 느낀 점은 바로 자신이 “인 드림”을 눈독들였다는 것을 파악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진귀한 제품의 가격은 홍혜림에겐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상대방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좋은 평판을 얻으려고 하는 태도가 홍혜림은 꽤 마음에 들었다. 서해금은 덜컹, 마음이 내려앉았다. 비록 현장에 없었지만 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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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6화

엘리베이터 안에서 홍혜림 옆에 서 있던 진윤이 힐끔,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단정한 자세로 서 있는 한현진은 수시로 엘리베이터의 반짝이며 변하는 숫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실물은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하얀 느낌이었다. 피부가 어찌나 하얀지 빛이 나는 것 같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라 화면에서 보던 메이크업 후의 모습보다는 공격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련함 한 스푼을 얹은 느낌이라 더 눈이 갔다. 진윤은 몰래 휴대폰을 꺼내 슬그머니 한현진의 옆 모습을 찍어 “한현진 전 남편”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에게 전송했다. [아저씨, 저 연애해요~]한성 그룹 대표 사무실.강한서는 손으로 턱을 받치고 모니터의 데이터를 훑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가 있었다. 한현진 쪽 일은 잘 되어가고 있는지 걱정이었다. 강한서가 알고 있는 한현진의 말빨이라면 충분히 잘 어르고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현진은 비굴하지도, 도도하지도 않은 태도로 일관할 것이고 거기에 노란 머리의 서포트까지 더해진다면 아마 해결할 수 있을 테지.사람은 정말이지 이상한 생물이었다. 한현진이 그와 결혼 후 집에서 현모양처 같은 전업주부로 있을 때 강한서는 직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얼마를 벌든 세상을 많이 알아야 사람도 밝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강한서는 매번 마음과는 다른 말을 내뱉었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은 늘 불쾌하게 대화를 마쳐야 했다. 하지만 한현진이 일이 시작한 지금, 강한서는 또 유치원에 보낸 딸이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지 불안해 하는 아빠의 마음으로 한현진을 걱정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쯤, 휴대폰이 진동하고 카톡 이름이 “한현진 현남친”인 사람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대화창을 연 강한서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소년이 또다시 문자를 보냈다. [방금 저한테 말을 걸었을 때 전 심지어 저희 아이 이름까지 생각해뒀어요. 실물도 정말 너무 예쁘잖아요! 아저씨는 어떻게 누나 깔린느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안 거예요? 살의 무대인사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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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7화

소년은 잠깐의 침묵 후 쉴 새 없이 문자를 전송했다. [형님, 형님. 제가 잘못했어요.]강한서: [알고 싶어?]소년: [완전요!]강한서와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 진윤은 한현진을 따라 사무실에 도착했다. 바로 그때, 강한서가 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소리에 홍혜림이 고개를 돌려 진윤을 바라보자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 “엄마, 저 전화 받고 올게요.”말을 마친 진윤이 휴대폰을 들고 쪼르르 밖으로 나갔다. “형님, 우리 형님. 형님이 현진 누나 연락처 알려주시면 오늘부터 형님을 친형으로 모실게요.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강한서가 진윤의 말을 잘랐다. “지금 어떻게 됐어?”진윤이 말했다. “엄마가 계약 해지하려고 하세요.”진윤은 간단하게 응접실에서 있었던 일을 강한서에게 전했다. 그리곤 사건의 스포트라이트를 전부 자신이 영웅처럼 나타나(본인 기준) 한현진을 구해준 것에 집중시켰다. 그는 마지막엔 꽤 득의 양양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형님, 지금 누나들은 전부 저처럼 열정적이고 밝은 연하를 좋아해요. 형님은 나이로는 전혀 우세가 없다고요.”강한서가 태연하게 말했다. “너희 엄마가 회원을 해지하면 네 현진 누나가 과연 네 친구 추가를 받아줄까?”진윤은 유치한 강한서의 말에 그만 할말을 잃었다. 그가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엄마!”한현진은 이미 협의서를 가져와 홍혜림에게 사인하도록 했다. 그 순간 진윤이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와 소리쳤다. “엄마!”깜짝 놀라 움찔 손을 떤 홍혜림이 서류에 올챙이 모양의 점을 찍어버렸다. 홍혜림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진윤을 노려보았다. “이 자식이, 소란스럽게 뭐하는 거야?”진윤이 말했다. “엄마, 정말 해지하시려고요?”홍혜림이 대답했다. “지금 사인하려는 거 안 보여?”“엄마, 정말 해지하셔도 괜찮겠어요? 그동안 향수 많이 쓰셨지만 깔린느를 제일 좋아하셨잖아요. 저희 회사에서 전에 출시했던 바디로션도 깔린느와의 콜라보로 제조한 향이었잖아요. 그덕에 최대 매출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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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8화

한현진은 조용히 홍혜림의 말을 머리에 새겼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홍혜림과의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홍혜림은 고집스레 “인 드림”의 값을 지불했다. 한현진은 본인에 대한 평가를 신경 쓰지 않을진 몰라도 홍혜림은 절대 다른 사람이 그녀가 향수 하나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도록 놔둘 생각이 없었다. 한현진이 홍혜림을 배웅하는 동안, 진윤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다. 진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고 느낀 한현진은 그 시선을 따라 그녀의 뒤에 있던 테이블의 디퓨저에 닿았다. 한현진은 진윤이 자신의 편을 들며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일부러 도와주려고 한 말을 아닐지라도 말이다. 걸음을 옮겨 디퓨저를 가져온 한현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디퓨저는 정신을 집중시키는 효능이 있어요. 괜찮으시다면 가져가셔서 서재에 두세요. 효율이 많이 올라갈 거예요.”그러자 홍혜림이 말했다. “저희 아들은 디퓨저를 안 좋—”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윤이 먼저 앞으로 나서며 디퓨저를 받았다. 그가 귓불을 붉히며 말했다. “고마워요, 한 대표님.”홍혜림은 진윤의 행동에 할 말을 잃었다. 진윤은 휴대폰을 움켜쥐고 몇 번이나 한현진의 전화번호를 물어볼 타이밍을 엿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이상형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주눅이 들어 입을 열지도 못했다. ‘난 팬클럽 회장이라고. 이건 너무 못났잖아. 사인해 달라고 부를 용기도 없다니.’진윤은 결국 한현진이 웃으며 배웅을 마칠 때까지도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한현진이 선물로 준 디퓨저를 손에 들고 서 있던 진윤은 그제야 사진을 찍어 “한현진 전남편”에게 문자를 전송했다. [현진 누나가 선물로 줬어요!]몇 초 후, 강한서는 자신과 한현진의 웨딩사진을 전송했다. [현진이가 직접 내 사무실에 가져온 거야.]사진을 확인한 진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상에, 형님 심지어 기술직이시네요. 포토샵 완전 진짜 같잖아요. 합성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어요. 형님, 저도 합성 해줘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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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9화

강한서가 답장했다. [업무용 계정을 개인 전화번호로 만드는 배우 본 적 있어?]어쩐지... 조금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진윤이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한현진”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안에는 한현진의 사진이 올려져 있었고 심지어 진윤은 인터넷에서 본 적도 없는 사진들이었다. 순간 진윤의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역시 어린 애는 속이기 쉽다니까.’‘연애? 그냥 솔로로 지내.’같은 시각,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홍혜림과 작성한 계약 이전 서류를 강한서에게 전송했다. [나 아주머니 손에서 고객 뺏었어! 대단하지?]강한서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답장했다. [완전 대단해. 어떻게 한 거야?]한현진이 눈꼬리가 휘게 미소 지었다. [우리 저녁에 클라우드로 음식 포장해 가자. 미주네랑 간단하게 축하 파티해야겠어. 그때 자세히 얘기해 줄게.]강한서: [기대돼.]멈칫하던 한현진이 문자를 전송했다. [네 그 말, 너무 아부 같아. 좀 도도하게 굴어봐.]강한서: [하, 그것도 자랑이라고 하는 거야?]한현진: [캡쳐했어. 다음에 네가 나 괴롭히면 인스타그램에 올려버릴 거야. 네가 나 가스라이팅한다고.]강한서: [...]한현진은 지금 이 순간 강한서가 짓고 있을 표정을 떠올리며 계속 문자를 작성했다.[왜 답장 안 해? 무시하는 거야?]강한서: [반성 중이야.][뭘?]강한서: [오늘 점심에 밥 먹을 때 팀원들이 와이프가 한 달 용돈으로 얼마를 주는지 얘기하는 걸 들었거든.][어떤 사람은 40만 원, 또 어떤 사람은 60만 원을 받더라고. 그 얘기를 들으니까 이해가 안 되서 말이야. 넌 왜 나에게 100만 원이나 주는 거야? 넌 내가 돈을 헤프게 쓴다고 생각해? 왜 그렇게 용돈을 많이 주는 거지? 나에게 100만 원은 너무 많아.]한현진은 입 안에 머금었던 물을 그대로 뿜어버렸다. [너 한성우 씨랑 같이 스피치 학원이라도 다니는 거야? 입만 점점 번지르르해지고 있어.]강한서가 눈을 깔고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교수님이 그러셨잖아. 임신은 굉장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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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0화

송가람은 순간 뜨끔했지만 그녀는 곧 한현진이 절대 진실을 밝힐 수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송가람은 다시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운천’을 누설한 사람은 당연히 밝혀낼 거예요. 지금 제게 묻고 있는 건 ‘운천’이 판매 불가능한 제품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사모님이 시향하도록 진행했냐는 거예요. 오늘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것에 정말 현진 씨 책임은 전혀 없어요?”너무 어이가 없었던 한현진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그렇게 안 했으면요? 사모님께 직접 ‘운천’은 시향할 수 없다고 말씀드리고 화만 내시고 돌아가게 했어야 했나요? 깔린느가 저 때문에 이 고객을 잃도록 놔뒀어야 했어요? 일이 송 팀장님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되어서 화가 나셨어요?”정곡을 찔린 송가람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제가 뭘 예상했다는 거예요? ‘운천’이 누설된게 저와 무슨 상관이죠?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모함하지 말아요.”한현진이 송가람을 슥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운천’이 누설된 일에 송 팀장도 연루되어 있다고 했어요?”말문이 막힌 송가람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현진 씨는 정말 말도 함부로 하면서 막무가내로 구네요. 한서 오빠는 어떻게 현진 씨 같은 사람을 좋아할 수 있었던 거예요?”한현진이 서서히 시선을 올렸다. “송 팀장님은 본인의 한서 오빠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 보네요. 한서 오빠는 저처럼 첫 째도 얼굴, 둘째도 얼굴, 셋째도 얼굴인 사람을 좋아해요. 설마 강한서가 여자의 내면만 본다고 생각한 건 아니죠? 송 팀장님도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면서 왜 강한서는 얼굴을 안 볼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한현진에게 한 방 먹이기는커녕 도리어 모욕을 당한 송가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사무실을 벗어나려했다. 한현진이 그런 송가람을 불렀다. “송 팀장님, 다음에 제 사무실에 들어오실 땐 잊지 말고 노트해주세요. 기본적인 매너도 지키지 않고선 큰일도 할 수 없어요. 서 대표님께서 송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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