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 Chapter 1841 - Chapter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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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1화

“현진아, 나 곧 탑승해. 내일 아침 10시쯤에 도착할 것 같아. 짐이 많아서 더러 부쳤고 나머지는 내가 도착하면 가질 수 있을 거야.”송민준이 있는 곳의 바람 소리가 얼마나 큰지 수화기 너머로도 그 소리가 똑똑히 들려왔다. 한현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럼 비행기에서 쉬어요. 내일 데리러 갈게요.”알겠다고 대답한 송민준이 한현진의 이름을 불렀다. “현진아...”“왜요, 오빠?”그녀는 송민준이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송민준이 입을 열었다. “돌아가서 얘기하자.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아.”“그래요.”전화를 끊은 한현진이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실었다. 송민준의 반응으로 보아 그쪽에서 당시의 일에 대한 단서를 찾은 것 같았다. 다만 어느 정도로 조사를 마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젠장.”차미주가 갑자기 비명을 내질렀다. 그에 깜짝 놀란 한현진이 말했다. “왜 그래?”차미주가 이마를 탁 치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엄마를 차단하고 인스타 업로드한다는 걸 깜빡했어. 방금 내가 올린 인스타에 하트를 누르셨어.”한현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엄마가 봐서는 안 되는 걸 올리기라도 한 거야?”차미주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강한서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하겠다며? 넌 지금 술을 마실 수 없으니 당연히 나랑 개자식이 나서야지.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우리 100일 기념 파티에 참석할 인원을 모집한다는 피드를 올렸단 말이야.”눈이 휘둥그레진 한현진이 한참 만에야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차미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이 많을수록 강한서가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동료랑 친척들만 차단하고 엄마는 깜빡했어.”“아니, 그것보다.”한현진이 이마를 짚었다. “대체 누가 100일 기념 파티를 열어? 넌 강한서가 바보인 줄 알아?”차미주가 나지막이 말했다. “기억을 잃어도 그다지 똑똑해진 건 같지 않던데?”“...”두 사람이 얘기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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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2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어이없어, 정말.’차미주와 한현진은 겨우 시간을 맞춰 “살의” 제작발표회 현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영화관의 구석에 앉아 MC가 배우와 제작진을 한 명씩 무대 위로 모시는 것을 보고 있었다. 신하리를 비롯한 주연 배우와 감독이 먼저 무대에 오르고 MC와 한참 인터뷰를 진행하고 나서야 한열이 도착했다. 한열은 아마 스케줄 때문에 이제야 현장에 도착한 것 같았다. 허둥지둥 무대 상영관으로 들어온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인기가 많은 그가 무대 위에 오르자 현장은 바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상영관의 절반 이상이 한열의 팬이었다. 그의 팬들 사이에 앉은 한현진과 차미주는 하마터면 팬들의 함성 때문에 고막이 터질 뻔한 경험을 해야만 했다. 한열은 블랙 수트에 얇은 흰색 티를 입고 있었다. 넓은 어깨와 긴 다리 덕분에 서 있기만 해도 만화의 캐릭터가 튀어나온 것 같았다. 정말이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외모였다. 영화 개봉을 홍보하기 위한 제작발표회였기에 인터뷰는 주로 영화 관련된 주제로 진행되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엔 잠깐의 팬서비스 시간이 주어졌다. 한열이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잘생긴 외모뿐만 아니라 팬을 대하는 그의 태도 때문이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팬서비스 시간엔 비록 사전 상의 없이 팬이 한열에게 달려들어 안겨도 그는 절대 얼굴을 찌푸리는 일이 없었다. 한현진은 전에 한열과 대사를 맞추며 나눴던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저 저 한 번 보겠다고 먼 곳도 마다하고 왔을 텐데, 제가 얼굴을 붉히면 그건 인간도 아닌 거죠. 제가 그렇게 좋은 사람도 아닌데 절 위해서 여기까지 와주셨잖아요. 그러니까 전 얼마든지 웃어줄 수 있어요.”팬을 대하는 태도로만 보면 한열은 흠잡을 데 없는 아이돌 그 자체였다. 그러니 그의 팬들이 한열이라면 껌뻑 죽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한현진이 사색에 잠겼을 때, 마침 한열이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한현진은 얼른 손에 들린 슬로건을 흔들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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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3화

한열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그는 신하리의 돌발 발언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기자는 한열에게서 뭐라도 건지려고 했지만 한열의 입은 무겁기만 했다. 그는 영화 관련 질문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기자는 어쩔 수 없이 대화의 주제를 영화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드디어 인터뷰가 끝이 났다. 한열은 한현진에게로 걸어와 말했다. “누나, 저 화장실 다녀와서 같이 밥 먹으러 가요.”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인을 받은 차미주가 한열을 향해 엄지를 척 치켜올렸다. “열이 동생 완전 멋져.”한열이 씩 웃더니 몸을 돌려 화장실로 향했다. 한현진과 차미주는 대기실에 앉아 무료하게 한열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대기실로 들어온 신하리가 두 사람에게 오렌지를 건네며 윙크를 날렸다.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이 무대 아래에 관객으로 앉아계셨네요?”한현진이 미소 지으며 장난스레 말했다. “괜히 무대에 올랐다가 신하리 씨에게 가려질까 봐 그러죠.”신하리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말씀 예쁘게 하시네요. 둘레집은 왜 하차하셨어요?”한현진이 오렌지를 손에 들고 웃으며 말했다. “가업을 상속받으려고요.”잠시 할 말을 잃었던 신하리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다시 고민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대본이 정말 좋거든요.”신하리가 진지하게 한현진에게 제안했다. 신하리는 이제 이 정도 자리까지 올랐으니 그녀가 원하기만 한다면 좋은 대본을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한현진은 달랐다. 이제 막 연예계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이라 그녀의 인지도를 높여 줄 좋은 대본이 필요했다. 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건강 때문에 잠시 촬영은 힘들어서요. 사실 그저 신하리 씨에게 역할을 넘기기만 한 건 아니에요. 저도 투자를 좀 했거든요.”신하리가 멈칫하더니 곧 웃으며 말했다. “제가 투자자님도 못 알아보고 실례했네요.”그러자 한현진도 신하리를 따라 웃었다. ‘신하리 씨 재밌는 사람이네.’신하리가 대기실에 들어온 지 얼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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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4화

“소란은 밖에서 나가서 피우시죠. 길 막지 마시고.”한열이 말하며 손을 놓자 주연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연이 고개를 들자 큰 키에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한열을 볼 수 있었다. 강렬한 그의 카리스마에 주연은 순간 겁에 질렸다. 하지만 그녀의 입은 더 거칠어졌다. “그쪽도 이 X 치마폭에 놀아난 남자인가 보죠?”말하며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왜요, 그쪽이랑 좀 자주니까 정말 이 X한테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 내 말 잘 들어요. 얘 더러운 마음은 전부 자기 오빠한테 쏠려 있어요. 얜 남자랑 키스도 안 하고 남자의 스킨쉽도 역겨워한다고요. 그냥 그쪽이 생긴 건 멀끔해서 놀아주고 있는 것뿐이에요. 놀다 질리면 그쪽도 그저 다른 남자들 꼴이 되—”“내 남자친구야.”신하리가 차가운 말투로 툭 말을 내뱉었다. 그 말에 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주연은 멈칫하더니 곧 입꼬리를 씩 올리며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말이 없던 신하리를 갑자기 한열의 목을 끌어안더니 그의 입에 입 맞추었다. 한열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갔다. 그가 손을 뻗어 신하리를 밀어내려고 하자 그녀가 눈시울을 붉힌 채 쉰 목소리로 나지막이 말했다. “도와줘. 부탁이야.”한열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는 온몸이 경직된 채 자기 입술을 훔친 여자를 밀어내지 않고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주연은 그 모습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만약 네가 계속 그 사람을 유혹하면서 희망 고문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 사람 마음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하지만 지금 이 순간, 주연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한열과 신하리에게 가 있었다. ‘차도남 한열과 바람둥이 신하리가 연애한다고?’‘세상에.’‘뭐야, 뭐야. 이게 뭐냐고.’‘이게 무슨 조합이야?’한열 매니저의 표정은 이미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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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5화

밴 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신하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반창고를 만지며 시선을 내린 채 입을 열었다. “쇼윈도 커플 계약. 내가 이번 스캔들을 잘 넘길 수 있도록 네가 도와주면 내가 널 영화든 드라마든 꽂아줄게. 반년, 반년 후에 성격상의 이유로 평화롭게 헤어졌다는 기사를 내는 거야. 어때?”한열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제가 굳이 신하리 씨가 꽂아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신하리가 태연하게 말했다. “인기는 많지만 영화계에선 신인이잖아. 널 이끌어줄 사람이 없이 너에게 좋은 대본들이 주어질 것 같아?”한열이 반박하기도 전에 신하리가 말을 이었다. “물론 네가 너희 아버님이나 형에게 부탁할 생각이라면, 내 말은 못 들은 거로 해.”신하리는 한열을 자극하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한열이 가족과 사이가 틀어진 건 한준웅이 한열이 연예계에 진출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입만 열면 꼭 유명해져서 당당하게 아버지에게 모든 연기 대상의 트로피를 안겨줄 거라고 말하던 한열이 집안의 도움을 받을 리가 없었다. 한열이 이를 악물었다. “전 제 실력으로 이 자리까지 온 거라고요.”신하리가 고개를 들어 한열과 눈을 맞췄다. “그러니까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인맥 없이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좋은 대본은 네가 볼 기회도 없이 다른 곳으로 가 버릴 거야. 그럼 넌 뭐로 다른 사람과 경쟁할 건데?”말문이 턱 막힌 한열이 신하리의 말에 반박했다. “전 아직 젊어요.”신하리가 그 말을 가볍게 받아쳤다. “내가 처음 연기력을 인정받아 상을 탔을 땐 네 데뷔 나이보다도 어렸어.”“...”신하리는 미친 연기력을 갖고 있었다. 연예계에선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전형적인 하늘에게 연기력을 몰빵 당한 케이스였다. 다른 배우들은 캐릭터를 이해하거나 감정을 잡는데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을 퍼부어야 했다. 심지어 감독의 가르침을 받고도 많은 시간을 들여서야 겨우 요령을 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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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6화

신하리가 물었다. “인터넷에 곧 내가 제작발표회에서 널 내 남자친구라고 밝힌 사실이 퍼질 거야. 지금 내 제안을 거절하면 넌 그걸 어떻게 해명할 건데? 너도 그때 날 밀어내지 않았잖아.”윤명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협박하는 건가요? 열이가 그때 신하리 씨를 밀어내지 않은 건 신하리 씨를 도와주려고 그런 거잖아요.”신하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래서 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전 지금 이 일의 해결 방법으로 제 제안보다 나은 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신하리가 고개를 들어 한열을 쳐다보았다. “만약 네 목표가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는 거라면 내가 해명글을 올릴게. 오늘 일은 내가 널 붙잡아 두기 위해 일부러 꾸민 일이라고 말이야. 그러면 넌 계속 팬들에게 떠받들린 탑 아이돌이 될 수 있어.”한열의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 윤명훈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신하리 이 여자는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한열이 팬들을 존중하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는 탑 아이돌이라는 타이틀 역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사실 지금의 탑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은 영화계에서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의미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람들에게 탑 아이돌은 얼굴로 먹고 살거나, 기생오라비 같은 외모만으로 배우들의자리를 꿰차고 있는 발연기 장인의 대명사였다. 연기를 아무리 못해도 보러 오는 팬들이 있었고 심지어 칭찬을 아끼지도 않았다. 그런 환경에서 발전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쉽게 돈을 버는 것에 습관이 되었을 테니 당연히 노력을 쏟을 리가 없었다. 한열 역시 처음 인기를 얻었을 땐 잠깐 연예인 병에 걸린 적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룬 작은 성과에 심취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아버지인 한준웅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한열은 당시 한준웅이 했던 말을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네 그 어쭙잖은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니? 칭찬 좀 받으니까 정말 네 연기력이 대단하기라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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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7화

윤명훈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너 미쳤어? 지금 시즌에 열애설이 터지면 네 팬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한열의 표정을 평온하기만 했다. “내가 제안을 받아들이든 아니든, 이 일은 결국 퍼질 거예요. 신하리 씨가 해명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생각하겠죠.”윤명훈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응만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른 뒤에 이 일을 누가 기억이나 하겠어? 게다가 우리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잖아. 네가 왜 네 앞날까지 걸어가면서 신하리 씨를 도와 이런 일을 처리해 줘야 하는 건데?”예전이 윤명훈은 신하리를 좋게 보고 있었다. 신하리의 연기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신하리를 존경해도 그녀가 자기 집의 바보 같은 똥강아지의 앞날을 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 신하리는 인기로 먹고사는 배우가 아니었다. 수년간 실력과 성과를 쌓아온 신하리는 법을 어기지만 않는다면 사생활이 복잡한 것쯤은 그녀의 연기 생활에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러니 열애설이 터지든 말든 신하리에게는 그 어떤 타격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열은 달랐다. 지금의 그는 여전히 인기로 먹고살았다. 이런 타이밍에 팬들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그건 스스로 멸망을 자초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탑 아이돌이었던 또 다른 연예인의 현재가 바로 그 증거였다. 공개 열애 후 인기는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고 그저 예능에서나 얼굴을 비출 수 있었다. 더 높은 정상으로 올라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그 탑 아이돌은 진짜 연애를 하고 있었고 영화계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신하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한열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윤명훈은 한열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그의 머릿속을 열어 들여다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한열이 덤덤하게 말했다. “팬들에게 떠받들려 칭찬만 받으면 전 영원히 발전할 수 없어요. 팬들이 좋아하는 건 그저 제 외적인 모습뿐이잖아요. 5년, 그리고 10년 후면 더 멋지고 잘생긴 아이돌이 나타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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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8화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 윤명훈은 그저 외톨이 같은 신세였다. 제작발표회에서 있었던 일은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신하리와 한열의 팬들은 서로 싸우느라 여념이 없었고 양측 회사에서도 최대한 빨리 각 매니저에게 연락해 대책을 마련했다. 신하리네 회사는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한열 쪽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소속사 대표는 윤명훈의 귀에서 피가 나도록 그를 욕했다. 스피커폰이 아니었음에도 차에 있던 모든 사람이 대표의 욕설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윤명훈은 어쩔 수 없이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대표에게 굽신거려야 했다. 아무리 한열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이미 그가 제안을 받아들인 이상 윤명훈은 최대한 회사를 설득해야 했다. 하지만 소속사 대표는 언제나 이익이 최우선이었다. 갑작스러운 공개 연애는 그들을 당황스럽게 했고 이미 많은 브랜드 쪽에서 사실 확인 전화를 걸어왔다. 회사는 공개 연애로 인해 여론이 어떤 쪽으로 흘러가냐에 따라 한열과의 재계약이 결정할 것이었다. “전향? 전향은 개뿔. 아무리 전향이 목적이어도 이딴 식으로는 아니었어야지. 다들 배우님, 배우님 해주니까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팬들이 정말 연기력이나 실력 때문에 자기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홍보팀에서 밀어주지 않았으면 뜨기는 했을 것 같아? 내가 한열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건 두 번째 한열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얘기야. 얼른 신하리와의 열애설 부인하는 해명글을 올리라고 해. 한열 설득 못 하면 너도 잘릴 각오해야 할 거야.”윤명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며 사람 좋게 말했다. “대표님, 이미 카메라에 전부 찍혀서 해명하긴 힘들어요. 팬들이 바보도 아니고, 대충 해명글로 무마하려면 믿지 않을 거예요. 지난번 회의에서 대표님과 안 이사님께서 열이를 배우로 전향시킬 사안에 관해서 얘기 꺼내셨었잖아요. 그때 대표님께서 열이가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넌 X발, 내가 애 달래느라 한 얘기도 믿는 거야? 내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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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9화

모든 탑 아이돌이 영원히 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젊은 탑 아이돌은 언제든 있었다. 인기 아이돌에게 한열 지금의 나이는 마침 돈을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이었다. 대충 춤이나 추고 노래를 불러도 팬들은 그들을 위해 통이 크게 지갑을 열었다. 형편없는 발연기로 드라마에 출연해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시청률을 높여줬다. 연기력이 좋든 아니든, 돈만 벌어주면 그만이었다. 전대호나 안 이사는 말로는 배우로의 전향을 기획하고 있다고는 그들 중 그 누구도 하지만 손에 넣은 돈 벌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고, 외모가 더는 레전드급이 아니게 될 때면 또 다른 인기 아이돌이 나타나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전 세대의 인기 아이돌은 이미 한 평생은 먹고살고도 남을 재부를 축적했을 테지. 연예계에 발을 들이며 아무리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해도 자본 앞에 결국은 조금씩 자기를 잃어가며 서서히 자본주의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전대호가 내뱉은 말들은 전부 상당히 귀에 거슬리는 얘기들이었지만 맞는 말도 있었다. 한열이 사라져도 그를 대신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가 연예계에서 제일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한열은 비로소 팬들이 만들어준 환상 속에서 완전히 깨어났다. 한열이 원한 것은 결코 한 순간 반짝이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그린 것은 신하리처럼 영화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윤명훈은 여전히 한열을 설득했다. “열아, 넌 아직 젊어. 천천히,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해. 아이돌이 배우로 전향하는 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한열이 윤명훈의 말을 잘랐다. “형, 저한테 여기가 네가 찍을 정상은 아니라고 했던 거 거짓말이었어요?”“당연히 아니지.”윤명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나 이래 봬도 이 바닥에선 프로야. 얼마나 많은 연예인을 키웠는데. 내 안목이 틀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그 말에 한열이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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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0화

신하리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래서 제가 얘를 똥강아지라고 부른다니까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대체 누가 지나가던 개에게 마음을 준다는 소리를 해요? 당연히 동족이니까 마음이 가겠죠.”한열은 순간 신사다운 매너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신하리와 싸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신하리가 유유히 입을 열었다. “나 건드리기만 해 봐. 계약이 끝나는 동시에 데이트 폭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할 거야. 안 좋은 소문이 퍼진 너를 대체 어떤 여자가 좋아할 수 있을지 지켜볼 거야.”눈을 부릅뜨고 신하리를 노려보는 한열은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들어 물어뜯고 싶었다. 신하리의 성질머리를 잘 알고 있는 강소희가 기회를 보다 입을 열었다. “그만해.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장난이 하고 싶어?”입을 삐죽이던 신하리가 드디어 입을 닫고 가만히 있었다. “다들 진정하고 대책부터 생각하죠. 일단 의심받지 않을만한 스토리를 짜야 해요.”이때, 차미주가 손을 들었다. “제가 스토리를 짜드려도 될까요?”하나둘 차미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옆에 있던 한현진이 차미주 대신 홍보하듯 말했다. “미주는 작가거든요. 전에 킹 엔터에서 제작했던 인기 드라마가 전부 미주 손에서 나온 거예요. 다만 그때는 그저 서브 작가였을 뿐이라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요.”대본을 쓰는 작가는 당연히 스토리텔링에 강할 수밖에 없었다. 강소희도 전문적인 작가에게 이 일을 맡길까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다만 이 문제는 두 배우의 앞날이 걸린 일이라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다. 외부인에게 맡겼다가 괜히 이익에 눈이 멀어 두 사람을 배신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강소희는 여전히 차미주의 실력에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 “정말 하실 수 있겠어요?”차미주가 말했다. “제가 일단 대충 스토리를 들려만 드릴게요. 들어보시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수정하죠.”아무도 차미주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가 구상한 스토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스토리를 대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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