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821 - 챕터 1830

2285 챕터

제1821화

손은혜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너... 너 그게 무슨 말이야?”송민준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질문은 내가 해요.”손은혜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모르는 일이야. 그런 건 조예단을 찾아가는 게 좋을 거야. 그날 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난 아이가 바뀐 사실 밖에 몰라. 난산은, 내가 그런 게 아냐. 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난 그저 돈이 욕심났을 뿐이야. 한 번도 사람 생명을 해치려고 한 적 없어. 당시 분만실에 있던 사람은 모두 4명이야. 다른 두 사람에게 물어봐. 그 사람들이 아기를 받았으니 아마 나보다 더 잘 알—”“죽었어요.”송민준이 손은혜의 말을 자르며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모른다고요?”손은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죽었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송민준은 손은혜의 표정을 살폈다. 공포와 충격은 연기는 아닌 듯싶었다. “그 남자 얼굴 잘 떠올려봐요. 만약 저와 함께 돌아가 증인이 되어주시겠다고 하면, 오늘 준 두 배의 돈을 드리죠.”정신을 차린 손은혜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난 돌아가지 않을 거야.”이미 해외에서 20년이 넘도록 생활했다. 부모님도 진작 돌아가셨고 이미 50이 되어가고 있었다. 몇 년만 더 버티면 사회 보조금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의 생활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귀국한다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감옥과 형제들의 원망일 것이다. 그러니 타국에서의 생활이 아무리 어려워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귀국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형제들은 그녀가 해외에서 출세해 가족마저도 전부 잊어버려 연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돌아가기만 한다면, 그녀는 그들 앞에서 머리조차 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송민준도 전혀 다그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 “시간 되실 때, 제 제안 한번 잘 고민해 보시죠.”말하며 그는 명함 하나를 손은혜 앞으로 밀었다. “혹시 생각 바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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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2화

‘그리고 그 약...’강한서는 매번 자신이 정신이 흐릿할 때마다 들었던, 풍령이 울리는 듯한 소리를 떠올렸다. 시선을 내린 강한서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불규칙하게 두드렸다. 강한서의 생각이 궁금했던 민경하가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제가—”강한서가 머뭇거리더니 태연하게 대답했다. “물어봤었어요.”‘물어봤었다고?’‘대표님은 아무런 심리 질환도 없으신데. 누구 대신 여쭤보신 거지?’강한서는 몸을 일으켜 서류를 파쇄기에 넣었다. 그러자 서류는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리곤 강한서는 또 종이 쪼가리들을 재떨에 넣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펄럭이며 흔들리는 화염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요.”민경하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사모님께도요?”강한서가 대답했다.“네.”막 알겠다고 대답하려던 민경하가 순간 멈칫했다. ‘내가 방금 사모님이라고 했는데 반박하지 않으셨어.’민경하가 떠보듯 입을 열었다. “대표님, 혹시 기억이 돌아오신 거예요?”강한서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수정하라고 했던 제안서는 다 됐어요?”“...”민경하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사가 먼저라고 제안서는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강한서가 고개를 들어 민경하를 쳐다보았다. “네?”그 눈빛에 민경하가 곧 입을 굳게 닫았다. “지금 수정할게요.”말을 마친 민경하가 막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강한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민경하가 슬쩍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니 송가람이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우물쭈물하며 테이블 위의 물건을 정리했다. 강한서는 민경하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한서 오빠, 저예요.”강한서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가람 씨, 어쩐 일이에요?”그의 목소리를 무척이나 다정했다. 하지만 민경하가 본 강한서의 얼굴엔 그 어떤 표정도 걸려있지 않았다. “한서 오빠, 저 친구가 약혼을 하는데 약혼식에 꼭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혹시 같이 가주실 수 있어요?”강한서가 피식 웃더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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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3화

말이 없던 강한서가 어두워진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요?”민경하가 말했다. “무서운 게 아니라 존중하는 거죠.”강한서가 입술을 짓이겼다. “그저 약 가지러 가는 것뿐이에요.”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하지만 사모님께서도 이해하실 거라 기대하지 마세요. 대표님께서 그러셨잖아요. 사모님은 누구보다 비논리적인 분이시기 때문에 사모님과는 논리를 따지면 안 된다고요.”할 말을 잃었던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민 실장이 얘기 안 하면 한현진 씨가 어떻게 알아요?”민경하가 실소를 터뜨렸다. “대표님께서는 저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으시네요. 대표님이 모기에게 물리셔도 그 모기가 암컷인지 수컷인지도 알아보는 사모님이신데, 제가 그런 분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요?”강한서가 이를 악물었다. “그럼 민 실장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되잖아요?”민경하가 똑바로 서서 입술 위로 지퍼를 닫는 액션을 취하더니 물건을 안아 들고 고개를 돌려 사무실을 벗어났다. 민경하가 나간 후에야 강한서는 뒤늦게 깨달았다. ‘수컷 모기가 사람을 물어?’——아름드리.한현진은 거실에 앉아 딸기를 먹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강민서가 이곳에서 지낸 지 이젠 이틀이 되었지만 아직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 자식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그럴수록 한현진은 절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든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강민서는 한현진의 방을 빼앗았을 뿐만 아니라 다음날 사람을 시켜 많은 가구와 옷들을 가져왔다. 그녀는 나머지 방에도 자기 물건을 가득 채웠다. 강한서는 침대를 구매해 게스트룸에서 지내려고 했지만 나머지 방도 전부 강민서가 차지했다. 강한서가 나가라는 말을 꺼내기만 하면 강민서는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천정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한현진은 비록 강민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일에서만큼은 강민서가 어쩌다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게스트룸이 전부 강민서 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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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4화

한현진은 몸을 일으켜 딸기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강민서를 마주친 한현진이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나가?”강민서는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고는 그대로 무시했다. 한현진이 또다시 물었다. “강한서에게 딸기 푸딩 해주려고 그러는데, 너도 먹을래?”강민서가 멈칫하더니 한현진에게 네 글자를 내뱉었다. “좋을 대로.”한현진이 이를 악물었다. ‘네가 나 좋은 일 해준 덕분에 봐주는 건 줄 알아. 누군 너 같은 거 신경이나 쓰고 싶은 줄 알아?’한현진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스스로 위로했다. ‘싸가지 없는 애랑 똑같이 굴지 마. 산모는 늘 유쾌한 기분을 유지해야 해. 유쾌한 기분...’한현진은 오랫동안 푸딩을 만들지 않았던 터라 괜히 디저트를 망칠까 봐 차미주에게 전화해 레시피를 다시 전수받은 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편, 전화를 끊은 차미주는 한성우에게 말했다. “현진이가 임신하더니 사람이 온화해진 것 같아. 전엔 강민서 얘기만 나와도 싫어하더니 방금 강민서에게도 만들어 줄 거래. 호르몬 영향이 이렇게 무서운 거야?”핸들을 돌리던 한성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걸 어른스럽다고 하는 거야. 민서는 아무리 뭐래도 한서 동생이잖아. 그러니 영원히 안 만나고 살 수 있겠어? 민서는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엄마 밑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이야. 주아름이랑은 다르게 본성이 나쁜 애는 아니거든.”“한서가 막 졸업하고 회사를 차렸을 땐 제일 자금난에 시달렸을 때였어. 아주머니가 한서 자금을 전부 빼돌렸거든. 미용실에 투자한다나 뭐라나. 한서가 자금 회수를 위해 찾아갔었지만 돈을 찾기는커녕 오히려 혼나기만 했었어. 그때 내가 같이 따라갔었는데, 말씀을 정말 듣기 거북하게 하셨었지.”“한서 걔는 말이야, 정말 꽉 막힌 답답한 놈이거든. 그렇게 당하고도 할머님께 말씀드리지도 않았어. 할머님께서 알게 되시면 아주머니를 찾아가 대신 화를 내주셨을 텐데 말이야. 아주머니는 감히 할머님을 어쩌지는 못했지만 한서는 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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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5화

차미주는 눈을 부릅뜨고 곧장 테이블로 향하려는 한성우를 잡았다. “네가 말해봐. 송가람이 팔짱 끼고 있는 저 남자, 누구야?”“뭐?”어리둥절한 한성우는 차미주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순간 마음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제기랄.’“송가람? 송가람이 어딨는데?”차미주의 입가가 떨려왔다. “너 이 개자식. 강한서에게 넌 정말 지X 맞게도 좋은 친구네. 감히 내 앞에서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이네. 이러고도 내가 널 받아줄 것 같아? 꿈 깨는 게 좋을 거야.”말하며 한성우를 밀어버린 차미주가 송가람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러자 한성우가 얼른 차미주의 뒤를 따라갔다. “나 농담한 거잖아. 왜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래? 내가 장님도 아니고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이 왜 안 보이겠어?”‘강한서 네 발등은 네가 찍은 거야. 나도 이젠 못 감싸줘. 일단 우리 집안일부터 해결해야지.’차미주는 굳은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방금 현진이가 전화 와서는 딸기 푸딩 어떻게 하냐고 물었어. 강한서가 좋아한다면 말이야. 하지만 이게 뭐야? 현진이는 임신까지 하고도 집에서 현모양처처럼 푸딩이나 만들고 있고 강한서 저 개 같은 자식은 손가락과 팔짱 끼고 다른 사람 약혼식에나 참석하다니.”“쟨 기억을 잃은 거야, 아니면 빼앗긴 거야? 강한서는 정말 손가락의 저런 수준 없는 수법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거야? 아니면 너희 남자들은 애초부터 저런 순진한 척하는 여우짓을 좋아하는 거야?”차미주가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넌 강한서보다도 못한 놈이야. 강한서는 눈이라도 높아서 현진을 좋아하기라도 했지. 넌? 넌 그저 몸매만 좋으면 눈을 떼지 못하잖아. 인성이고 뭐고 보지도 않고 아무 여자나 막 만나잖아.”한성우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날 욕하는 것까진 그렇다 쳐. 왜 너까지 욕하고 그래?”차미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가 손을 뻗어 한성우의 목을 조르려 하자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차미주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나지막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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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6화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하던 차미주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럼 만약 강한서가 기억을 잃었던 그 시간 동안 정말 송가람을 좋아하게 됐다면?”그 말에 한성우는 피식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자기야, 송가람과 강한서는 죽마고우나 마찬가지야. 정말 강한서가 송가람을 좋아했다면 애초에 강한서 인생에 형수님은 없었겠지. 그리고 그 자식이 정말 그런 쓰레기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가 알아서 강한서를 처리할 거야.”“...”한성우의 입은 정말 말 하나는 똑부러지게 잘했다. 분노로 가득 찼던 차미주는 한성우의 말발에 넘어가 어쩐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결국 입술을 앙다물더니 한참 만에야 대답했다. “만약 네가 입만 놀리고 행동으로 못 옮기면—”“난 대가 끊기고 외롭게 늙어죽게 될 거야.”한성우가 바로 차미주가 하려던 대사를 가로챘다. 화가 풀린 차미주는 한성우를 보는 눈빛마저도 부드러워졌다. 한성우가 차미주의 손을 잡았다. “가자. 마침 강한서가 왜 송가람과 왔는지도 알아보고.”송가람이 강한서에게 와인을 건넸다. “한서 오빠, 이 술 마셔봐요. 이건 제 친구가 일부러 해외 와이너리까지 가서 가져온 거예요. 향이 정말 진해요.”와인잔을 받은 강한서는 슬며시 잔을 흔들었다. 그러자 와인의 달콤한 향이 서서히 풍겨왔다. “향은 좋은 것 같네요.”강한서가 와인을 평가하며 말했다. 송가람이 웃으며 와인잔을 들어 강한서의 잔에 살짝 부딪혔다. “마셔봐요.”시선을 내린 강한서는 와인잔을 들어 입에 가져가려는데 옆에서 한성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송가람 씨, 한서야.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송가람이 뒤돌자 한성우가 차미주의 손을 잡은 채 미소 지으며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한성우는 송가람 옆에 놓인 와인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그 와인. 제 기억이 맞다면 와인 향은 깔린느에서 제조한 거죠? 당시 와인 경매에도 나왔었던 것 같은데.”송가람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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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7화

와인잔을 받은 강한서는 먼저 한 모금 마시더니 곧 단숨에 들이키고는 옆에 있던 휴지로 살며시 입가를 닦았다. 그리고 차미주는 서서히 젖어가던 휴지가 강한서에 의해 휴지통에 버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도 괜찮네요.”강한서가 평가했다. 송가람은 자기 잔에 담긴 술을 마시며 미소 지었다. “예비 신랑이 술을 좋아하거든요. 이번 약혼식의 술을 전부 직접 골랐대요. 테이블마다 다른 술을 올렸어요. 하지만 모두 맛 하나는 일품이죠.”말하며 송가람은 직원을 불러 또 강한서에게 와인을 건넸다. “한서 오빠, 이것도 드셔볼래요? 비록 과일주이긴 하지만 일반 과일주보다는 도수가 조금 높아요. 향도 더 깊고요.”송가람이 건네는 과일주를 받아 든 강한서가 향을 음미하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향이 좋네요. 과일 향이 풍겨요.”송가람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술이에요.”강한서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물컵에 들어 입가에 가져갔다. 그는 컵을 내려놓더니 말했다. “이건 조금 쓴 것 같아요. 전에 마셨던 와인만큼의 매력은 없네요.”송가람이 웃으며 말했다. “오빠가 너무 단숨에 들이켜서 그래요. 이런 과일주는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셔야 그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그러더니 그녀는 강한서에게 시범을 보였다. 차미주는 송가람의 가식적인 연기를 볼 마음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강한서의 컵을 슬쩍 쳐다보았다. 여시나, 방금까지 절반 정도 채워져 있던 물이 강한서가 “마신 후”에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아져 있었다. ‘입에 있던 술을 뱉은 거겠지?’차미주는 확신할 수 있었다. 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남몰래 술을 버리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분명했다. 이런 꼼수는 한현진이 학창 시절 애용하던 방법이었다. ‘강한서는 기억을 잃었잖아? 어떻게 이런 걸 기억하는 거지?’‘게다가 왜 송가람이 건네는 술을 뱉어 버리는 거야?’차미주의 눈빛이 그녀의 복잡한 심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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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8화

차미주도 바보가 아니었으니 만약 평소였다면 그 말을 듣고 바로 불같이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러나 방금 한성우가 귀띔해 준 덕에 지금의 차미주는 이미 냉정함을 되찾았다. 만약 이런 장소가 아니었다면 이딴 식으로 말을 내뱉은 송가람을 그녀는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현진의 지인이 많은 장소에서 차미주는 성질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체면이고 뭐고 차미주는 그딴 걸 신경 쓰지 않았지만 한현진이 창피할 일은 만들지 않아야 했다. 그러니 차미주는 송가람의 말에 웃으며 받아쳤다. “송가람 씨 안목도 독특하시죠. 제 친구들은 남자친구를 만날 때 솔로에 미혼인 남자들만 찾던데, 전 송가람 씨처럼 이혼도 했었고 여자친구도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경우는 처음 봤거든요.”송가람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차미주는 큰 눈을 깜빡였다. “송가람 씨는 그런 사람들만 좋아하시는 거예요? 사실 제 주변에 이혼남이 꽤 많이 있거든요. 혹시 제가 소개해 드릴까요? 하지만 제 지인분들은 기본적인 매너는 지키자는 주의라 여자친구 있는 분들은 안 될 것 같아요. 물론 가끔 그런 취향이 있는 인격 파탄자도 있긴 하지만요.”송가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차미주는 차라지 송가람이 옆에 있는 컵을 들어 자기에게 물을 퍼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송가람의 진면모를 알아차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송가람은 그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애써 분노를 억누르더니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차미주 씨가 왜 저에게 이렇게까지 악의를 품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혹시 현진이 때문인가요? 만약 현진이가 저에게 불만이 있어서 그러는 거라면 저에게 직접 얘기하면 될 텐데, 이렇게 친구 입을 빌려서 저에게 이런 말을 할 건 없잖아요. 전 줄곧 뭐가 어떻든 한서 오빠의 안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진이가 이 일로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질 줄은 몰랐네요.”안 그래도 사람이 많이 모여 있던 데다 송가람의 말까지 더해지자 주변엔 곧 쑥덕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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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9화

말하며 한성우는 차미주 등에 뛰어오르는 척했고 그 모습을 본 차미주가 얼른 도창갔다. 송가람은 굳은 얼굴로 멀어지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손가락을 하나씩 굽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송가람의 시야에서 멀어지자 차미주가 한성우는 쿡쿡 찔렀다. “오빠, 강한서 이상한 것 같지 않아?”한성우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좀 이상한 것 같아.”차미주가 두 눈을 반짝였다. “어디가?”“이상하게 잘생겼어.”차미주가 바득 이를 갈았다. 그녀는 한성우의 옆구리 살을 꼬집었다. “개자식. 내가 지금 그걸 묻는 것 같아? 하루라도 그 말장난 안 하면 죽기라도 해? 죽냐고?”“아파, 아파...”한성우가 차미주의 손을 잡아당겨 허리를 쓸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농담이야. 왜 이렇게 폭력적이야?”차미주가 그를 노려보았다. 한성우는 항복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상하든 말든, 봤어도 못 본 척해.”차미주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너—”한성우가 차미주의 입을 틀어막으며 씩 미소 지었다. “자기야, 일단 밥부터 먹자. 나 배고파서 배가 등에 붙을 것 같아.”차미주는 하려던 말을 다시 삼키고는 중얼거렸다. “밥밥밥, 하루 종일 밥밖에 모르지. 이렇게 많이 먹는데 대체 왜 살이 안 찌는 거야?”“그건 말이야, 우리 집 대대로 내려오는 비밀이야.”차미주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비밀도 있어?”“당연하지. 이 세상에 살이 잘 빠지는 체질이 그렇게 많을 리가 없잖아. 당연히 뭔가방법이 있어야지. 어쨌든 난 움직이긴 싫고 많이 먹기도 하니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좋은 몸매를 유지할 수 있겠어?”그 말에 차미주는 마음이 혹했다. 운동을 할 필요도 없고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건 모든 여자들의 꿈이었다. 차미주의 두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대체 그게 무슨 방법인데. 나한테 말해봐. 나도 날씬해지고 싶어.”한성우가 차미주를 놀리며 말했다. “사실 우리 한씨 집안 자손들 몸에는 기생충이 있거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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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0화

차미주는 방금까지 재잘거리던 한성우가 제법 성숙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네러 온 예비 신랑 예비 신부를 대한 것을 발견했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고 있는데 송가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한 대표님은 옛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시네요. 첫사랑의 약혼식에 현여친을 데리고 오는 걸 보면요.”차미주의 몸이 굳어졌다. 그녀는 휙 한성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쩐지 예비 신부가 아까부터 이쪽을 계속 쳐다보더라니, 이 개자식. 날 바로 앞에 두고 바람이야.’한성우가 마음속으로 욕을 지껄이며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송가람 씨, 오늘은 허율 씨 약혼식이에요. 말조심하시죠.”차미주는 한 상 가득 차려진 산해진미를 보고도 입맛이 싹 사라졌다. 한성우는 조심스레 차미주에게 생선 한 조각을 집어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시 없어. 먹어봐.”차미주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손가락이 일부러 우리 사이를 이간질 하려고 그러는 거야. 화내면 안 돼.’그녀는 겨우 미소를 짜내며 고맙다는 말고 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술자리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을 때 한성우가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비웠다. 맞은 편의 두 사람을 보던 차미주 역시 입맛도 없었던 터라 바람을 쐬러 밖으로 향했다. 복도로 나온 차미주는 한 여자가 뒤에서 한성우를 끌어안는 모습을 목격했다. 순간 차미주는 하늘이 그녀의 머리 위로 배신감이라는 감정을 툭 던져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차미주가 막 소매를 걷고 불륜 현장을 급습하려는데 누군가 그녀보다 한발 빨리 움직였다. 그녀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휴대폰과 카메라를 들고 그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가 촬영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옆으로 밀려난 차미주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곧 한 남자가 달려들더니 한성우를 안고 있던 여자를 가리키며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윤설아, 네가 어떻게 우리 약혼식에서 다른 남자와 놀아날 수 있어?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래.”차미주가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뭐야, 배신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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