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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2화

‘그리고 그 약...’

강한서는 매번 자신이 정신이 흐릿할 때마다 들었던, 풍령이 울리는 듯한 소리를 떠올렸다.

시선을 내린 강한서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불규칙하게 두드렸다.

강한서의 생각이 궁금했던 민경하가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강한서가 머뭇거리더니 태연하게 대답했다.

“물어봤었어요.”

‘물어봤었다고?’

‘대표님은 아무런 심리 질환도 없으신데. 누구 대신 여쭤보신 거지?’

강한서는 몸을 일으켜 서류를 파쇄기에 넣었다. 그러자 서류는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리곤 강한서는 또 종이 쪼가리들을 재떨에 넣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펄럭이며 흔들리는 화염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요.”

민경하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사모님께도요?”

강한서가 대답했다.

“네.”

막 알겠다고 대답하려던 민경하가 순간 멈칫했다.

‘내가 방금 사모님이라고 했는데 반박하지 않으셨어.’

민경하가 떠보듯 입을 열었다.

“대표님, 혹시 기억이 돌아오신 거예요?”

강한서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수정하라고 했던 제안서는 다 됐어요?”

“...”

민경하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사가 먼저라고 제안서는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강한서가 고개를 들어 민경하를 쳐다보았다.

“네?”

그 눈빛에 민경하가 곧 입을 굳게 닫았다.

“지금 수정할게요.”

말을 마친 민경하가 막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강한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민경하가 슬쩍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니 송가람이었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우물쭈물하며 테이블 위의 물건을 정리했다.

강한서는 민경하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한서 오빠, 저예요.”

강한서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가람 씨, 어쩐 일이에요?”

그의 목소리를 무척이나 다정했다. 하지만 민경하가 본 강한서의 얼굴엔 그 어떤 표정도 걸려있지 않았다.

“한서 오빠, 저 친구가 약혼을 하는데 약혼식에 꼭 와달라고 하더라고요. 혹시 같이 가주실 수 있어요?”

강한서가 피식 웃더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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