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831 - 챕터 1840

2285 챕터

제1831화

이 바닥 생활 수년 차의 한성우는 이미 별의별 일을 못 겪어본 게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니 그 여자가 달려와 안겼을 때 그는 이미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불륜남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자 한성우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려는데 사람들 속에 섞여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는 차미주의 얼굴이 보였다. 한성우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망했네. 우리 도둑이가 또 허튼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냐?’다급해진 한성우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차미주에게 변명하려던 그때, 차미주는 갑자기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악—”차미주가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성우 오빠, 나 배 아파. 우리 아기 잘 못 된 거 아냐?”비명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차미주에게로 쏠렸다. 방금까지 한성우를 잡고 있던 여자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차미주를 향해 말했다. “누구세요? 누가 그쪽 오빠라는 거예요?”한성우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자기를 잡고 있는 여자를 밀쳐버리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차미주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그녀를 부축했다. 한성우가 상황극을 받아줄 만한 대사를 던지기도 전에 차미주가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 “성우 오빠, 이 여자는 누구야? 누군데 오빠가 약혼식을 망치러 왔다고 하는 건데? 다른 사람들은 약혼식 어떻게 하나 구경하러 온 거라며. 나중에 나한테 이것보다 더 꿀리지 않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어? 왜 저 여자는 오빠가 자기 때문에 온 거라고 하는 거야? 나랑 우리 아기를 버리려는 거야?”말하며 차미주는 남몰래 허벅지를 꽉 꼬집어 억지로 눈물 한 방울을 쥐어짰다. 한성우는 곧 차미주의 형편없는 연기력에 웃음이 터질 것 같아 혀를 꾹 깨물며 마음 아픈 표정을 지었다.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야? 나랑 저 여자 사이에 정말 뭐라도 있었다면 내가 널 데리고 약혼식에 참석했을 리가 없잖아.”차미주가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오빠는 두 사람 사랑의 증표 같은 시계를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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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2화

“애 같은 소리하네.”화가 난 차미주가 한성우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너 이 개자식. 어딜 가도 항상 여자 문제가 따라오지.”한성우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나도 걔네가 약혼식에서 그런 짓을 벌일 줄은 몰랐지. 미친 것들.”차미주가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네가 예전에 그 예비 신부랑 그렇고 그런 사이만 아니었어도 너한테 이런 일을 덮어씌우려고 했겠어?”말문이 막힌 한성우는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내가 너무 매력적이라 그런 거 아니겠어?”“웩. 뻔뻔하기도 하지.”한성우는 씩 웃더니 고개를 숙여 턱으로 차미주의 얼굴을 쓸었다. “자기야, 우리 자기가 날 이렇게 믿어주고 있었구나. 난 네가 그 X놈들 말을 믿고 날 버릴까 봐 겁먹고 있었거든.”차미주가 한성우를 째려보았다. “네 첫사랑에게 X놈이라니. 그렇게 얘기해도 괜찮겠어?”“첫사랑은 개뿔.”한성우는 옛일을 떠올리며 바득 이를 갈았다. “고등학교 때 한 학기를 사귀었는데 여름 방학에 내가 견습하러 간 사이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놈이랑 바람이 났어. 약혼식에 오긴 전까지만 해도 난 예비 신부가 저 여자인 줄도 몰랐다니까. 끼리끼리 아주 잘 만났네.”“그럼 그 여자는 왜 이런 짓을 벌인 거야?”한성우가 차 문을 열어 차미주를 조수석에 태운 후 자기도 운전석에 앉고 나서야 휴대폰을 꺼내 비서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그가 피식 냉소 지으며 말했다. “이 새X, 내가 전에 만났었던 모델과 연애하고 있었네.”사실 예비 신랑인 허율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전에 한성우에게 차였었던 모델이었다. 그 모델은 차미주의 전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이기도 했다.그 모델은 한성우를 등에 업고 회사와 손절해 엄청난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하지만 한성우는 결혼은커녕 오히려 그 모델을 차버렸다. 그 뒤로 스케줄은 점점 줄어들었고 인기도 하루하루 떨어져만 갔다. 그로 인해 그 모델은 한성우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른 후 그 모델은 허율을 만났고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져 죽고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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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3화

한성우는 전혀 걱정하는 기색 없이 말했다. “덩치도 산만한 놈이 바보도 아니고, 송가람이 납치한다고 납치가 되겠어?”차미주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너 방금 연회장에서 송가람이 강한서에게 계속 술 먹이는 거 못 봤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한성우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 송가람이 한서를 취하게 만들어서 관계라도 가질까 봐 걱정되는 거야?”차미주가 한성우를 노려보았다.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 만약 강한서가 취해서 인사불성인 채로 선을 넘는 짓을 하면 현진이는 절대 강한서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그 말에 한성우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그는 차미주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도둑아, 넌 연애 경험이 없어서 남자를 몰라도 너무 몰라.”한성우가 다정하게 말했다. “술 취해서 실수했다는 건 그저 어떻게 해보려는 핑계에 불과해. 남자는 말이야, 정말 그저 자는 게 목적이면 식초를 마시고도 취할 수 있고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면 뭘 마셔도 소용없어. 그리고 강한서가 어떤 녀석인지 생각해 봐. 걘 그런 짓 못 해.”그제야 차미주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어쩐지 그쪽으론 빠삭한 것 같은 한성우의 태도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너도 혹시 그런 핑계를 자주 댔었던 거 아냐?”한성우가 피식 소리 내 웃으며 차미주의 손을 끌어와 그녀의 손등에 입 맞추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다정한 눈빛으로 차미주를 바라보았다. “내가 비록 성인군자 같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런 품위 떨어지는 짓은 한 적 없어.”잠시 말을 멈춘 한성우가 차미주를 나무라며 말했다. “나보단 오히려 네가 더 문제인 것 같은데? 넌 여자애가 왜 그렇게 술버릇이 나빠?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취해서는 영화에 나오는 엉덩이 얘기나 하고 말이야.”차미주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그녀는 손을 빼내더니 한성우의 머리를 후려치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버럭 화를 냈다. “입 좀 닫아.”한성우는 욱 화를 내는 차미주의 모습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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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4화

한성우가 변명하며 말했다. “웬만하면 불필요한 희생은 하지 말자는 거지.”차미주가 이를 악물었다. “너 이 개자식. 네가 그러고도 강한서 친구라고 할 수 있어? 이까짓 차가 강한서 순결보다 중요해?”한성우는 여유로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마마님, 이까짓 차가 14억이 넘어요. 강한서 순결이 그 정도 가치는 아니야.”차미주가 다급한 마음에 한성우의 손을 물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어떤 인영이 갑작스레 송가람 차 앞에 나타났다. 강민서였다. 한성우는 힘을 실어 차미주의 손을 잡았다. “민서 왔어. 우리 오늘 어쩌면 재산 피해를 안 봐도 되겠어.”차미주는 여전히 전투태세를 유지한 채 차창 쪽으로 걸어가는 강민서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창을 통해 뭐라고 말을 건네던 강민서는 곧 다른 쪽으로 걸어가 뒷좌석의 차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강민서와 강한서를 실은 차가 서서히 출발했다. 차미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강민서도 차에 탄 거야?”한성우가 차를 출발했다. “민서도 차에 있으니까 송가람도 한서에게 무슨 짓은 못할 거야. 이제 마음이 좀 놓여?”“아무 짓도 못 할 거라고 네가 어떻게 장담해?”차미주는 송가람의 인성을 전혀 신뢰할 수 없었다. 한성우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송가람은 밖에선 줄곧 온순한 이미지를 연출해 왔어. 현명하고 사리에 밝고 예의가 바른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무슨 꿍꿍이가 있든 강민서 앞에서 대놓고 드러내진 않을 거야. 송가람이 강한서를 좋아한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송가람이 왜 여태 고백하지 않은 것 같아?”“자기가 고백하는 순간 그동안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 금이 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냥 썸만 타려는 거고. 그리고 그 선을 넘더라도, 선을 넘는 사람은 자기가 아닌 한서여야 해. 자기 자신은 언제든 발을 뺄 수 있게 한 발 물러선 채 말이야. 그러니까 송가람은 민서가 있는 앞에선 감히 한서를 어쩌지 못할 거야.”차미주가 욕설을 지껄였다. “손가락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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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5화

물론 송가람은 강민서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한현진을 보는 신미정 모녀의 생각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송가람은 시선을 내리며 미소 지었다. “네가 오해한 거야. 현진 씨는 당연히 한서 오빠 건강을 걱정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현진 씨는 어렸을 때부터 유씨 가문에서 자랐잖아. 그 집 사람들 인품 나쁜 거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현진 씨도 그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지냈으니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겠지. 게다가 한서 오빠는 뭐든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건 피할 수 없을 거야.”유씨 가문 얘기가 나오자 강민서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욕심에 눈이 먼 유 대표님 모습을 빼다 박았네요.”송가람은 그 말에 맞장구치는 대신 말을 돌리며 강민서에게 물었다. “민서야, 너 지금 아름드리에서 지낸다며?”강민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현진이 오빠 기억이 돌아오는 걸 도울 수 있다면 저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한현진이 아름드리에서 지내면 저도 거기서 살아야죠. 항상 주시하고 있을 거예요. 오빠와 다시 잘될 것 같은 징조가 보이기만 하면 그런 일말의 가능성도 생기지 않게 할 거고요.”송가람이 미소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하는 짓이 꼭 애 같아.”강민서가 송가람의 손을 꼭 잡았다. “가람 언니, 어차피 오빠도 지금 취했고 차라리 이 틈에 오빠랑 자버려요. 우리 오빠는 꽉 막히게 정직한 인간이라 언니랑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면 어떻게든 책임지려고 할 거예요. 그러면 한현진은 얼마든지 쳐낼 수 있어요.”송가람의 귓불은 빨갛게 열이 올랐다. 그녀는 강민서의 손등을 툭툭 치며 나지막이 나무랐다. “그런 말 하지 마.”강민서가 어깨를 으쓱였다. “농담이에요. 여긴 도처에 CCTV가 깔렸잖아요. 오빠가 조금만 알아보면 바로 누가 벌인 짓인지 알 수 있어요. 전 또다시 오빠 손에 의해 유치장에 들어가고 싶진 않거든요.”그 말에 송가람은 조금 이성을 되찾았다. 일이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둘째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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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6화

차미주는 한성우의 연기 톤에 그만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앞잡이 같은 놈.”——아름드리.한현진은 송가람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보며 굳은 얼굴로 탕탕 고기를 다지고 있었다. 잠자리에 누우려던 황씨 아주머니는 고기를 다지는 소리에 시끄러워 잠에 들 수가 없어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했다. “사모님. 이 저녁에 잠은 안 주무시고 주방에서 뭐 하세요?”손에 칼을 들고 몸을 돌린 한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죄송해요, 아주머니. 한서가 내일 아침으로 물만두가 먹고 싶다고 해서요. 마침 잠도 안 와서 만두 속이나 만들어 놓을까 해서요. 저 때문에 깨셨어요?”한현진의 입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가엔 웃음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칼을 들고 있는 한현진의 모습은 기괴할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황씨 아주머니가 말을 더듬었다. “아, 아뇨. 주방에 민찌기 있어요. 제가 도, 도와드릴까요?”“괜찮아요. 고마워요.”한현진의 눈이 예쁜 곡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손으로 직접 다진 게 맛있잖아요.”“그, 그럼 마저 하세요. 전 들어가서 쉴게요.”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히 주무세요.”황씨 아주머니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지금 한현진의 모습은 고기를 다지는 것이 아니라 시체를 토막 내는 것 같았다. 11시가 거의 되어갈 때쯤, 문밖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운전기사와 강민서가 강한서를 부축하며 들어왔다. 주방에서 나온 한현진의 손에는 여전히 칼이 들려져 있었다. 그녀는 아무 표정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한서를 소파에 눕힌 강민서는 고개를 들자마자 마주한 한현진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 아직 안 잤어?”한현진이 미소 지었다. “딸기 푸딩 해주겠다고 약속했잖아.”강민서가 꿀꺽 침을 삼켰다. “난 이미 밥 먹고 왔어. 푸딩은 내일 먹을게. 오빠 부탁할게.”말을 마친 강민서는 재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운전기사가 그 모습을 보더니 더는 강한서를 부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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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7화

소파 위의 남자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한현진은 아예 나머지 단추를 전부 풀었다. 강한서의 가슴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니 술에 취한 것이 맞는 듯했다. “강한서?”한현진이 또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네가 날 데리러 오던 날 나에게 했던 말 아직도 기억해?”한현진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가 들고 있던 칼은 어느새 강한서의 벨트를 향해 있었다. 그러자 강한서의 몸이 바짝 긴장했다. 차가운 칼날이 살며시 강한서의 아랫배를 툭툭 건드렸다. 한현진을 손을 뻗어 강한서 이마에 맺힌 땀을 조심스레 닦아주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넌 기억력이 좋으니까 당연히 잊지 않았겠지?”강한서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그의 머릿속에는 순간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앞으로 기억이 돌아오든 아니든, 만약 다시 송가람과 썸씽이 있으면 네 대를 끊어버릴 거야.”칼날이 점점 더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을 느끼며 강한서의 몸은 긴장으로 바짝 굳어졌다. “정말 취한 거야?”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강한서의 얼굴을 만졌다. “너 대체 얼마를 마신 거야?”그녀는 칼을 내려놓고 강한서의 옆에 앉았다. “송가람은 네가 술 못 마시는 걸 알면서 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이렇게까지 술을 먹인 거야?”말하며 한현진은 강한서의 얼굴을 꼬집었다. “설마 네가 인사불성인 틈을 타 너랑 관계라도 가지려고 한 거야?”한현진이 또 혼자 중얼거렸다. “역시 송가람은 아직 널 잘 모르네. 넌 술에 취하면 아예 서질 못하는데 설사 송가람이 선녀 같은 미모를 갖고 있다고 해도 제구실도 못 하는 사내 앞에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누가 제구실도 못 한다는 거예요?”한현진의 등 뒤로 강한서의 목소리가 여유롭게 울려 퍼졌다. 움찔한 한현진이 고개를 돌리자 방금까지 소파에 누워있던 사람이 이젠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현진이 한 템포 느리게 대답했다. “취한 거 아니— 아—”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한서의 한현진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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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8화

강한서는 비록 기억을 잃었어도 키스 실력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강한서의 키스에 한현진은 온몸이 나른해지고 눈가도 촉촉하게 빛났다. “계속 욕할 거예요?”강한서는 한현진의 코끝을 살짝 누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공기 중에 섞여갔다. 한현진이 온몸에 힘이 쭉 빠졌지만 입으로는 절대 굴하지 않으며 말했다. “개자식.”강한서가 피식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의 가슴팍이 약간 흔들렸고 그의 눈빛엔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한현진의 심장이 가파르게 떨려왔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의미예요?”이 키스가 어떤 의미냐는 뜻이었다. 강한서는 시선을 내려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조금 더 가까워지자면서요?”“...”한현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강한서 씨는 누군가와 친해지려고 키스부터 해요?”강한서는 손을 뻗어 가볍게 한현진의 아랫배 위에 올렸다. “아이도 있는 사이니 진도를 조금 더 빼도 된다고 생각했죠.”한현진이 바득 이를 갈았다. “강한서 씨 논리대로라면 아이를 낳은 사이였으면 바로 잠자리부터 가져도 된다는 거네요?”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현진이 드디어 그가 말귀를 알아들었다고 생각할 때쯤,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쉽지만 임신했을 때 성관계를 가지면 자궁 수축이 올 수 있어요.”그 말에 한현진은 바로 그를 뻥 차버렸다. 강한서도 힘을 주고 있지 않았던 터라 한현진이 걷어차자 그는 그대로 소파의 한쪽에 앉아버렸다. 단추가 풀려 웃옷이 활짝 열린 채 강한서는 소파에 기대앉았다. 조명이 그의 라인이 선명한 근육을 비추며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다. 한현진은 방금 강한서의 유혹으로 널뛰는 심장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강한서를 노려보며 욕설을 지껄였다. “다 네가 문제야.”말하며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한 한현진은 잠시 후 해장국을 들고 돌아와 테이블 위에 올렸다. “술 냄새가 너무 심하잖아요. 먹고 가서 샤워해요. 본인 주량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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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9화

강한서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한현진이 컵을 강한서 앞으로 밀었다. “먹어봐요. 어젯밤에 도착한 건데, 어떤지 맛만 봐요.”강한서가 손을 들어 컵을 다시 한현진 쪽으로 밀었다. “혼자 먹어요.”한현진이 코웃음 치더니 그릇을 들고 과일 식초를 한 모금 마셨다. 그녀는 임신한 후 입맛이 조금 바뀌었다. 전과 달리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고 오히려 시고 단 음식을 선호했다. 하지만 의사가 너무 단 디저트를 먹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며 임신 중 혈당 관리에 주의하라고 했었다. 과학적인 방법으로 몸무게를 관리해야만 태아가 너무 크지 않아 낳을 때 고생을 덜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단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한현진은 신맛이 강한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정인월을 친히 친구들에게 부탁해 단맛이 줄이고 과일 향은 진한 과일 식초를 만들었다. 오늘 처음 과일 식초 맛을 본 한현진의 입맛에도 딱 맞았다. 강한서가 신을 갈아신을 때 한현진이 또 그를 불러세웠다. “오빠가 내일 돌아온대요.”강한서가 멈칫하더니 물었다. “내일 언제요?”“오늘 저녁 비행기로 내일 아침에 도착한다고 하더라고요. 비행기에 타기 전에 연락한다고 했어요.”알겠다고 대답하던 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내일 같이 마중 나가요.”한현진이 눈을 예쁘게 휘며 웃었다. “그래요.”“오빠, 잠깐만.”강민서가 갑자기 위층에서 내려오며 강한서를 불렀다. 그녀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손에 들린 약병을 강한서에게 건넸다. “어제 가람 언니가 우리를 데려다주면서 오빠한테 전해달라고 한 거야.”한현진은 그 약병을 보며 또다시 머리가 아플 때마다 그 약을 먹던 강한서의 모습을 떠올렸다. ‘대체 무슨 약이길래 효과가 그렇게 빠른 거야. 게다가... 왜 약병엔 아무 글도 쓰여 있지 않은 거지?’약병을 건네받은 강한서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고맙다고 전해줘.”고개를 끄덕인 강민서가 다시 방으로 올라갔다. 한현진은 몸을 일으켜 넥타이를 들고 강한서 앞으로 다가갔다. 강한서가 손을 뻗어 넥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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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0화

한준웅과 한열이 또 싸웠다고 했다. 심지어 한열의 생일 당일 싸워 한열은 생일 케이크도 먹지 않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는 한중웅의 카톡을 차단한 것은 물론 온 가족의 SNS를 차단해 버렸다. 차마 자존심을 버리고 직접 한열에서 물을 수 없었던 한준웅은 어쩔 수 없이 한현진을 떠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열에서 연락한 한현진은 그제야 한열이 “살의”의 제작발표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가까운 곳이라 한현진은 한열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최대한 중간 다리 역할을 잘 해 부자 사이의 갈등을 풀어줘야 했다. 준비를 위해 막 2층으로 올라간 한현진은 베란다에서 통화 중인 강민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젯밤 만든 딸기 푸딩을 아직 강민서에게 주지 못한 것을 떠올린 한현진이 푸딩을 준비해 뒀다는 얘기를 전하려 강민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가까워진 한현진은 강민서의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저도 이제야 기회를 잡았어요. 하지만 너무 티 나게 할 수는 없어요. 알잖아요. 한현진이 얼마나 약아빠진 사람인지. 너무 티 나게 굴면 의심할 거예요.”그녀의 말에 한현진이 어리둥절해졌다.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또 뭘 물은 것인지 강민서가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오빠는 한현진이 귀찮아 죽으려고 해요. 아침에 나갈 때도 또 싸웠다니까요. 한현진이 굳이 오빠 넥타이를 매주겠다고 해서 오빠가 역겹다며 밀어버려서 한현진이 울 뻔했다니까요. 그때 제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만 않았어도 촬영해서 보여줬을 텐데 아쉽네요. 오빠에게 들킬 것 같았거든요.”한현진의 표정이 의문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또 있어요. 오빠가 가람 언니와 데이트하고 돌아왔을 때 한현진의 표정이 얼마나 재밌는 줄 아세요? 오빠에게 화내고 난리를 쳤지만 오빠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니까요.”“네. 어제 가람 언니가 저희를 데려다줬어요. 오빠가 취해서 계속 가람 언니 이름을 불렀거든요. 한현진은 화가 나 미쳐 버리기 직전이었다니까요. 이런데도 아름드리에 계속 있다니, 뻔뻔하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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