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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5화

밴 안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신하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는 반창고를 만지며 시선을 내린 채 입을 열었다.

“쇼윈도 커플 계약. 내가 이번 스캔들을 잘 넘길 수 있도록 네가 도와주면 내가 널 영화든 드라마든 꽂아줄게. 반년, 반년 후에 성격상의 이유로 평화롭게 헤어졌다는 기사를 내는 거야. 어때?”

한열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

“제가 굳이 신하리 씨가 꽂아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신하리가 태연하게 말했다.

“인기는 많지만 영화계에선 신인이잖아. 널 이끌어줄 사람이 없이 너에게 좋은 대본들이 주어질 것 같아?”

한열이 반박하기도 전에 신하리가 말을 이었다.

“물론 네가 너희 아버님이나 형에게 부탁할 생각이라면, 내 말은 못 들은 거로 해.”

신하리는 한열을 자극하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한열이 가족과 사이가 틀어진 건 한준웅이 한열이 연예계에 진출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입만 열면 꼭 유명해져서 당당하게 아버지에게 모든 연기 대상의 트로피를 안겨줄 거라고 말하던 한열이 집안의 도움을 받을 리가 없었다.

한열이 이를 악물었다.

“전 제 실력으로 이 자리까지 온 거라고요.”

신하리가 고개를 들어 한열과 눈을 맞췄다.

“그러니까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인맥 없이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좋은 대본은 네가 볼 기회도 없이 다른 곳으로 가 버릴 거야. 그럼 넌 뭐로 다른 사람과 경쟁할 건데?”

말문이 턱 막힌 한열이 신하리의 말에 반박했다.

“전 아직 젊어요.”

신하리가 그 말을 가볍게 받아쳤다.

“내가 처음 연기력을 인정받아 상을 탔을 땐 네 데뷔 나이보다도 어렸어.”

“...”

신하리는 미친 연기력을 갖고 있었다. 연예계에선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전형적인 하늘에게 연기력을 몰빵 당한 케이스였다.

다른 배우들은 캐릭터를 이해하거나 감정을 잡는데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을 퍼부어야 했다. 심지어 감독의 가르침을 받고도 많은 시간을 들여서야 겨우 요령을 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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