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861 - 챕터 1870

2285 챕터

제1861화

서해금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런 말 하지 마. 앞으로 무슨 일이든 먼저 나랑 상의해. 괜히 가람이 위한다고 당신 마음대로 나섰다가 가람이 앞길 망치지 말고.”남자가 대답했다. “그래.”서해금이 남자에게 뭔가 더 얘기를 꺼내려는데 누군가에 의해 문이 갑작스레 열렸다. 깜짝 놀란 서해금 앞으로 송가람이 달려오며 말했다. “엄마, 오빠 무사하대.”서해금이 송가람을 째려보았다. “예의 없이 뭐 하는 거야. 들어오기 전에 노크하는 법도 몰라?”송가람이 서해금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기분이 좋은 듯 서해금을 이끌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가 그 전용기가 아니라 일반 항공편을 타고 왔대. 역시 오빠가 얼마나 복이 많은 사람인데 사고가 났을 리가 없지.”그녀가 말을 이었다. “엄마. 왜 안 놀라?”서해금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네 아빠가 방금 전화해서 알려줬어.”“내가 얼마나 오래 울었는데, 왜 알면서도 안 알려줬어?”말하며 화면이 켜진 서해금의 휴대폰을 본 송가람이 호기심에 물었다. “엄마, 누구와 통화하고 있었어?”서해금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 “있어, 예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갑자기 송가람을 불렀다. “가람아.”송가람이 움찔했다. 자신을 부른 그 목소리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섞여 있어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게 했다. 하지만 송가람은 여전히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수화기 너머의 남자가 멈칫하더니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엄마, 아저씨 성함이 어떻게 돼? 내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서해금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말을 꺼냈다. “넌 내려가서 아줌마한테 민준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저녁 준비하라고 얘기해. 좀 이따 네 아빠 오시면 같이 저녁 먹을 거야.”그런 서해금의 모습에 송가람은 조금 의아했지만 굳이 더 따져 묻지는 않았다. 그녀는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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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2화

‘저렇게 말주변도 없는 놈이 어떻게 결혼을 한 거야?’“그럼 집에 가서 설 연휴 보내요. 택시 기사님은 휴가 안 가셨을 테니까 택시 타고 가요.”말하며 한현진은 여권을 강한서에게 던져주었다. “잘 가요.”여권을 손에 꼭 쥔 강한서는 그제야 한현진이 아직도 한마디 말없이 그녀만 집에 두고 송병천과 함께 송민준에게로 가려 했던 것에 대해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강한서는 당연히 한현진이 임신한 채로 그런 고생을 하는 걸 원치 않았다. 게다가 송민준은 생사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으니 그로 인한 정서기복은은 한현진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한현진을 막을 권리 또한 없었다. 송민준은 그녀의 친오빠였기 때문이었다. 아침 다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각, 송병천이 강한서에게 문자를 보냈다. 항공편이 정상 운항하여 7시쯤이면 이륙 가능하다는 공항 측에서 보낸 공지 사항이었다. 한현진까지 데리고 M 국으로 가고 싶지 않았던 송병천은 강한서에게 그녀를 설득해 보라고 했다. 그녀가 설득당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강한서는 차라리 말도 없이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늘 늦잠을 자던 한현진은 오늘따라 일찍 잠에서 깨어난 건 강한서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강한서가 송병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눈빛에 조금 마음에 찔린 송병천이 한현진에게 말했다. “현진아, 설 연휴엔 택시 잡기도 힘든데 한서도 같이 가서 저녁이라도 먹는 게 어때?”“아빠, 오늘 저녁은 가족끼리 먹어야죠. 강 대표님이 저희 가족과 무슨 사이인데요?”송병천이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현진이가 무슨 사이냐고 묻잖니.”입을 달싹이던 강한서가 대답했다. “비즈니스 파트너죠.”멈칫하던 한현진은 곧 비즈니스 파트너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얼굴을 굳혔다. 그녀는 강한서를 차 밖으로 밀어버렸다. 한현진의 차가 순식간에 출발했고 송병천은 뒤로 물러서는 강한서를 보며 헛기침하더니 말했다. “딸, 그래도 한서가 우리에게 마음 써준 것도 있는데 이러는 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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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3화

정인월의 말에 민경하는 풉 소리 내 웃음을 터뜨렸다. 찌릿, 강한서가 노려보자 민경하가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대표님과 사모님께서 이혼하시던 때 같네요.”그는 지금의 강한서 처지를 한마디로 표현했다. 낙동강 오리알.“...”민경하는 결국 강한서를 본가로 데려다주었다. 물론 정인월의 말은 강한서를 놀리기 위한 장난일 뿐이었다. 그녀가 큰손자를 설 하루 전 저녁밥도 먹지 못하도록 내버려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씨가 진작 대문 앞에서 강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멈춰서자 진씨는 강한서가 앉은 쪽으로 걸어가 차 문을 열었다. “민 실장님, 잠깐 기다리세요. 사모님께서 할 얘기가 있다고 하십니다.”민경하는 비록 의아했지만 알겠다고 대답했다. 강단해는 며칠 전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지에는 하필 독감이 유행했고 그 역시 독감이 옮아 아직 한주로 돌아오지 못한 상태였다. 강한서가 강현우를 신고한 일로 아직 그에게 속 좁게 굴고 있는 송민희 역시 남편이 없는 시댁에 얼굴조차 비치려 하지 않았다. 신미정은 정인월이 무서워 설 연휴 전부터 진작 동생인 신표 집으로 도망갔다. 그러니 강한서의 본가엔 정인월과 강한서, 강민서 남매 그리고 진씨 부부뿐이었다. 강민서는 아직도 어젯밤 강한서에 의해 아름드리에 쫓겨난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그녀는 강한서를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휴대폰만 들여다보았다.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정인월은 훨씬 젊어 보였다. 그녀는 민경하를 보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인사를 건넸다. “민 실장, 어서 와.”민경하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회장님,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일단 식사부터 하지.”정인월이 웃으며 말했다. “식사하면서 얘기하자고.”민경하가 강민서를 힐끔 쳐다보았다. ‘설마 설 전날 맞선이라도 주선하시려는 거야?’민경하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회장님, 어머니께서 아직 집에서 기다리고 계셔서요. 급한 일 아니시면 내일—”“경하니?”민경하의 말이 끝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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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4화

강한서의 본가에서는 풍성한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정인월은 일찍이 고윤을 초대할 생각이었던지라 성의를 표현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심혈을 기울였다. 다섯 명이 삼십 첩 반찬이 차려진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처음 민경하의 직장 상사와 저녁을 먹게 된 고윤은 예의에 어긋날까 특별히 조심하고 있었다. 그녀는 말도 함부로 할 수 없었고 심지어 행동 하나조차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혹시라도 아들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민경하가 고윤에게 젓가락을 건네며 나지막이 말했다.“엄마, 그렇게 긴장하실 것 없어요. 회장님께서는 그렇게 까다로운 분이 아니세요.”“그래.”비록 고윤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여전히 자기 앞에 놓은 반찬만 집었다. 그런 그녀를 한참 동안 지켜보던 정인월이 웃으며 말했다. “고윤 씨, 음식이 이렇게 많은데 앞에 있는 것만 입맛에 맞으신가 봐요?”고윤이 멈칫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니에요. 다 맛있어요.”정인월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다 한 번씩 들어요.”그러더니 민경하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민 실장, 어머니께 음식 좀 집어드려. 설인데 든든하게 먹어야지.”살짝 고개를 끄덕인 민경하가 일부러 고윤이 좋아하는 음식을 집어 그녀의 접시 위에 올렸다. 고윤과 민경하의 맞은편에 앉은 강민서는 국을 마시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민경하는 단 한 번도 가정사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여태껏 민경하가 고아인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윤은 확실히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신미정보다 10살 정도는 더 있어 보였다. ‘늦둥이인 건가?’강민서는 강한서를 흘끗 쳐다보았다. 오빠에게 고윤의 나이를 묻고 싶었다. 하지만 강한서는 그저 밥을 먹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강민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입을 삐죽인 그녀가 먼저 고윤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님, 아이는 민 실장님 한 명뿐이세요?”고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진씨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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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5화

민경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듯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어가다 마지막엔 심지어 신미정을 조금 비꼬기도 했다. 그의 말에 강민서가 오히려 멍해졌다. 그녀는 줄곧 민경하는 화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동안 강한서 옆에서 민경하는 늘 처세에 능한 면모를 보이며 여러 사람의 장단을 잘 맞춰주었다. 강민서 역시 가끔 성질을 부리며 민경하를 강씨 가문의 개일 뿐이라고 욕했지만 민경하는 단 한 번도 반박한 적이 없었다. 강민서는 민경하처럼 상사에게 붙어먹는 “앞잡이”를 싫어했다. 그러니 몇 달 전 한성의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시작하게 된 강민서는 강한서가 그녀를 민경하의 밑에서 일을 배우도록 지시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은근히 민경하를 퉁명스럽게 대했었다. 민경하는 늘 강민서에게 남들보다 어렵고 힘든 일을 맡겼다. 똑같은 보고서를 제출해도 다른 사람의 것은 대충 평가를 내리지만 강민서의 보고서에는 일일이 동그라미를 그려 표시하며 말했다. “데이터 비교를 이렇게 하면 어떡해요? 전월 대비는 어딨어요?”“제목도 잘못 썼어요. 전부 한글이긴 한데, 붙여 놓으니까 뜻을 전혀 모르겠는데요?”“혹시 졸업 논문 통과율이 100%였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민서 씨가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건지 전 이해가 되지 않네요.”“담당자 이름 적는 곳에 제 이름 쓰지 마시죠. 그런 책임은 지고 싶지 않네요.”...강민서는 이제껏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라왔었다. 비록 집안에는 강한서라는 더 귀한 존재가 있었지만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강한서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도 그녀의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다. 그녀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 중 착실하게 공부만 했던 애들도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에서 졸업해 때가 되면 집안 사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민서처럼 F 학점 한 번 받아본 적 없이 학점까지 높은 건 제법 머리가 똑똑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민경하 앞에서는 아무런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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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6화

그 남자가 피식 소리 내 웃었다. “내가 좋은 소식 가져올게.”...수치심을 자극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강민서의 귀에 박혔다. 늘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강민서였지만 그날만큼은 그 말을 듣고는 도망치듯 그곳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강민서는 두 번 다시는 그런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서로 명품이나 자랑하며 즐기던 티타임 모임에도 가지 않았다. 그녀는 정인월 옆에서 매일 강한서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인간이란 가끔은 이렇게 알 수 없도록 이상한 존재였다. 잔뜩 흥분했을 땐 다신 안 볼 것처럼 다투다가도 마음의 진정을 찾고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정인월의 목소리를 따라 하나둘 강민서의 마음에 흘러들었다. ‘나와 오빠는 왜 이렇게 됐을까?’‘정말 단순히 한현진 때문일까?’강민서는 아직도 자기를 경찰에 넘기던 강한서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눈이 삐었다며 강한서를 욕했던 것도, 한현진에게 미쳐 동생도 나 몰라라 한다고 했던 말들 전부. 그때의 강한서는 실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강민서를 쳐다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폐지 줍는 어르신만 봐도 마음이 아파 눈물을 뚝뚝 흘리던 네가 지금은 왜 이렇게 변한 거야? 강민서, 대체 왜 이렇게 변했어?”그가 내뱉은 모든 말들이 쿡쿡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당시의 강민서는 곧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강한서가 어느 날엔가 한현진의 진면모를 파악하게 된다면 틀림없이 신미정을 집에서 내쫓은 것을 후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강한서는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에 떨어진 강한서를 따라 앞뒤 재지 않고 그를 따라 강으로 뛰어든 한현진의 모습을 본 강민서는 뺨이라도 얼얼하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다. 기싸움을 하던 강민서와 민경하도 그날을 기점으로 약속이나 한 듯 화해했다. 강한서가 사고를 당하고 민경하는 강한서의 팀을 이끌고 강단해 쪽을 경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강민서는 바삐 돌아치는 팀원들을 보며 처음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자기의 무능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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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7화

민경하는 고윤의 모습에 마음이 시큰거렸다. 그는 사실 정인월이 굳이 그에게 식사를 권유하고 그의 어머니까지 모셔 온 원인을 눈치챘다. 전에 정인월이 언급했었던 강민서와의 혼사를 민경하가 완곡하게 거절했으나 고집을꺾지 않은 노인네가 또 이런 “맞선” 자리를 마련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서도 대놓고 그런 의도를 내비치지 않고 그저 두 모자가 썰렁하게 설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려 같이 식사하려 한다는 핑계로 민경하가 도무지 거절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괜히 아들이 상사에게 밉보여 직장생활이 힘들어질까 두려워 황송해하며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 웃어 보이며 감싸주는 고윤의 모습에 민경하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러니 강민서를 보는 그의 눈빛에 차가움이 더해졌다. 냉기가 도는 민경하의 눈빛에 꼭 마음을 찔린 강민서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제멋대로 굴던 옛날의 제 모습을 떠올린다면 민경하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일부러 고윤을 난처하게 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강민서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고고하게만 자라 미안하다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 강민서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공용 젓가락으로 닭 날개를 집어 고윤의 접시에 올리며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주머니, 전... 전... 사실 흰머리가 빨리 나는 건 유전자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작은 어머니께서도 40대이신데 흰머리가 엄청 많거든요. 그래서 계속 검은색으로 염색하셨고요.”강민서의 말에 강한서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괜히 불똥이 튄 송민희가 재채기했다. ‘괜찮은 아이인 것 같은데, 경하는 왜 오만하다고 했을까?’그런 생각을 하며 고윤이 감사의 인사를 건네려는데 민경하가 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희 어머니는 닭고기 안 좋아하세요.”강민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순간 부잣집 딸내미의 성깔이 불쑥 튀어나왔다. “안 좋아하면 버려요.”툭 내뱉어진 강민서의 말에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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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8화

강한서는 말 하며 휴대폰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이젠 거실엔 민경하와 강민서 단둘이 남게 되었다. 잠시 생각하던 민경하가 먼저 집을 열었다. “민서 씨, 저 어떻게 생각하세요?”강민서가 어리둥절해졌다. “뭘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예요?”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강민서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민경하가 말했다. “이성으로 어떻게 생각하냐고요.”강민서가 멈칫하더니 이내 그녀의 귓불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빨개졌다. “어디 아픈 거예요? 제가 왜 실장님을 이성으로 생각해요?”‘내가 요즘 좀 대들지 않았다고 내가 자길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야? 미친 거 아냐, 이 사람?’강민서의 대답에 민경하는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나중에 회장님께서 물어보시면 꼭 지금처럼 대답해 줘요.”강민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이게 할머니와 무슨 상관인데요?”민경하의 맑은 눈빛이 강민서를 향했다. “회장님께서 저희 두 사람을 이어주려고 하세요. 눈치 못 채셨어요?”멍해진 강민서가 무의식적으로 민경하의 말에 반박했다. “그럴 리가요.”민경하는 말없이 그저 가만히 강민서를 바라보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강민서는 요즘 틈만 나면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보던 정인월을 떠올렸다. 강민서가 가끔 민경하의 얘기를 꺼낼 때면 정인월은 꼭 몇 마디를 더 보태기도 했었다. 민경하의 얘기라면 정인월은 늘 은근슬쩍 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엔 전혀 별거 아니라고 여겼던 것들을 민경하의 귀띔으로 다시 돌이켜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녔다. 정인월은 쉽게 사람을 칭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에 쏙 든 사람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예를 들면 예전에 정인월이 틈만 나면 칭찬하던 한현진은 강한서와 결혼해 그의 아내가 되었다. 그런 정인월이 지금 민경하를 칭찬한다는 것은 민경하를—강민서가 두 눈을 부릅떴다. “우리 둘 사이에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실장님이 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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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9화

고윤은 순간 조마조마해졌다. 다행히 정인월은 그에 대해 아무런 말 없이 오히려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 “고윤 씨 말이 맞아요. 일이라는 건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는 거죠. 안 그러면 돈을 버는 의미가 없잖아요.”정인월의 말에 고윤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니까요.”“고윤 씨는 민서 그 아이, 어떤 것 같아요?”정인월이 갑자기 대화 주제를 돌리며 물었다. 고윤이 솔직하게 얘기했다. “민서 아가씨야 예쁘시죠. TV에 나오는 연예인만큼이나 예뻐요. 제가 다 쑥스러워서 말도 못 걸겠는걸요. 성격도 착하시고 예의도 바르신 것 같아요. 회장님 말씀엔 잘 따르시는 것 같고요.”정인월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럼 민 실장에게 소개해 주면 어떨 것 같으세요?”“그건 당연히—”고윤이 말을 내뱉기도 전에 갑자기 멈칫 몸을 굳히더니 말을 더듬었다. “소... 소, 누굴 소개해 주신단 말씀이세요?”정인월이 퍽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민경하 실장이요.”놀란 고윤이 입을 동그랗게 벌렸다. 그녀는 아무리 해도 정인월이 자기를 집으로 초대한 건 아들에게 연을 맺어주기 위해서일 것이라고는 상상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소개해 주려는 사람이 손녀라니. 연예인처럼 예쁘던 부잣집 딸이 며느리가 된다고 생각하니 고윤의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린 고윤이 점차 침착함을 되찾았다. “회장님, 결혼은 아무래도 아이들 본인 생각이 중요하죠. 물론 저야 경하가 얼른 결혼해 가정을 이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제가 더 바라는 건 경하 행복이에요. 만약 경하가 민서 씨가 서로를 좋아한다면 부모로써 당연히 두손 두발 다 들고 찬성할 일이지만 만약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이 없다면 어른인 저희가 아무리 밀어붙여도 소용없잖아요.”말을 마친 고윤은 사실 이제 정인월의 호통이 들려오기만을 기다렸다. 부잣집에서 자존심을 내려놓고 민경하에게 손녀를 소개해 주려고 했으면 감지덕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감히 거절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렇게 상대방의 체면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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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0화

민경하와 강민서를 더 밀어줘야겠다고 생각한 정인월이 말했다. “고윤 씨, 설 연휴가 지나면 다시 집에 초대할게요. 우리가 먼저 애들 약혼 날짜를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약혼식을 올리고 정식으로 우리 집 예비 사위가 되면 더 이상 민 실장이 여기에 드나드는 일로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정인월의 말에 고윤은 조금 멍해졌다. ‘저녁 식사 한 번에 며느리가 생겼다고?’하지만 더 어리둥절한 쪽은 오히려 민경하와 강민서였다. 특히 강민서는 왜 하필 민경하를 이겨 먹겠다고 “괜찮다”라는 말을 내뱉었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흥분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정인월의 모습에 그녀는 차마 방금 한 말이 민경하에게 농락당한 것이 기분이 나빠 홧김에 내뱉은 말이라고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인월을 설득했다. “할머니, 전 아직 그렇게 조급해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저 아직 어려요.”“넌 어리겠지만 민 실장은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됐어. 그리고 약혼식을 올리면 너희 둘이 나란히 다녀도 쓸데없는 말도 돌지 않을 테고.”문벌의 차이가 심한 두 사람이 만약 약혼자라는 신분 없이 가깝게 지낸다면 불필요한 루머를 생성할 수 있었다. 민경하는 정인월이 가족으로 인정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에 맞는 신분과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강민서의 멘탈이 와장창 붕괴했다. 그녀는 10여 분 전으로 돌아가 홧김에 쓸데없는 말을 내뱉는 자신을 쥐어박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민경하를 쳐다보았다. ‘실장님도 저랑 엮이는 거 싫잖아요. 얼른 거절해요, 얼른.’그런 강민서의 눈짓을 받은 민경하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민서 씨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저 자식이!’‘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바라본다는 그 한마디 했다고 지금 이렇게까지 복수하는 거야?’민경하의 말에 미간을 찌푸린 정인월이 얼른 강민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 아직도 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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