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하와 강민서를 더 밀어줘야겠다고 생각한 정인월이 말했다. “고윤 씨, 설 연휴가 지나면 다시 집에 초대할게요. 우리가 먼저 애들 약혼 날짜를 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중에 약혼식을 올리고 정식으로 우리 집 예비 사위가 되면 더 이상 민 실장이 여기에 드나드는 일로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정인월의 말에 고윤은 조금 멍해졌다. ‘저녁 식사 한 번에 며느리가 생겼다고?’하지만 더 어리둥절한 쪽은 오히려 민경하와 강민서였다. 특히 강민서는 왜 하필 민경하를 이겨 먹겠다고 “괜찮다”라는 말을 내뱉었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흥분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정인월의 모습에 그녀는 차마 방금 한 말이 민경하에게 농락당한 것이 기분이 나빠 홧김에 내뱉은 말이라고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인월을 설득했다. “할머니, 전 아직 그렇게 조급해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저 아직 어려요.”“넌 어리겠지만 민 실장은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됐어. 그리고 약혼식을 올리면 너희 둘이 나란히 다녀도 쓸데없는 말도 돌지 않을 테고.”문벌의 차이가 심한 두 사람이 만약 약혼자라는 신분 없이 가깝게 지낸다면 불필요한 루머를 생성할 수 있었다. 민경하는 정인월이 가족으로 인정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에 맞는 신분과 체면을 세워줘야 했다. 강민서의 멘탈이 와장창 붕괴했다. 그녀는 10여 분 전으로 돌아가 홧김에 쓸데없는 말을 내뱉는 자신을 쥐어박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민경하를 쳐다보았다. ‘실장님도 저랑 엮이는 거 싫잖아요. 얼른 거절해요, 얼른.’그런 강민서의 눈짓을 받은 민경하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민서 씨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저 자식이!’‘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바라본다는 그 한마디 했다고 지금 이렇게까지 복수하는 거야?’민경하의 말에 미간을 찌푸린 정인월이 얼른 강민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 아직도 강운
버럭 화를 내는 강한서에 강민서와 민경하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설에 대체 무슨 저렇게 내는 거야?’순간 강민서는 정인월이 민경하와 인연을 맺어준 지금, 자기를 도울 수 있는 것은 강한서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강한서 곁으로 다가갔다. “오빠, 할머니께서 나더러 실장님과 약혼하래.”멈칫하던 강한서가 민경하를 쳐다보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래도 연봉은 못 올려줘요.”민경하와 강민서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강민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그것뿐이야?”잠시 생각하던 강한서가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해요. 결정 내린 후엔 반품은 없어요.”강민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반응인 건데?’‘오빠는 결사반대해야 하는 거 아냐? 부하 직원이 자기 여동생과 결혼하는 게 어딨어? 집안이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난 전에 실장님한테 못되게 굴기도 했잖아.’‘기억을 잃기만 한 게 아니라 머리도 어떻게 된 거야?’강민서는 강한서의 이성을 되찾게 하려는 듯 자신과 민경하를 가르키며 말했다. “오빠, 잘 봐. 우리가 어울리는 것 같아?”강한서가 덤덤하게 말했다. “민 실장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뭐 괜찮겠지. 아무래도 나한테서 그렇게 많은 보너스를 받았으니.”“...”‘내 실력으로 받은 보너스가 왜 몸을 판 돈이 된 거야?’강민서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한참 만에야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내가 오빠 따위는 어떻게 되는 그냥 내버려뒀어야 하는 건데.”말하며 그녀는 씩씩 화를 내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민경하는 강한서를 바라보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강한서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민경하에게 말했다. “약혼이 결혼은 아니니까요. 할머니께서는 그저 두 사람에게 서로를 알아갈 기회를 만들어주신 것뿐이에요. 잘되든 아니든, 그건 두 사람 일이죠.”말하던 그가 고개를 들어 민경하와 눈을 마주쳤다. “우리 집은 오너가라는 이유로 민 실장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 같은 건
고여정: [새해 복 많이 받아요.]신우: [여보, 아직 나한테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 안 했잖아.]차미주: [¥%&*&*...]한성우: [시스템도 너 따라 놀라서 버그가 생긴 거야?]신하리: [새언니 주량 세시네요. 나중에 저랑 열이 결혼할 때 독한 거로 몇 병 준비해드릴게요.]한열: [젠장.]양지원: [절대 일반적인 맛은 아닐 거예요. 그 정도면 일반인들은 며칠은 마실 거라고요.]강한서가 굳은 얼굴로 한현진과의 대화창으로 들어왔다. 한편, 편안하게 소파에 앉은 한현진은 휴대폰에 뜬 강한서와의 채팅창을 보고 있었다. “입력 중”이라는 글과 “기억 잃고 사리 분별 못하는 남편”이라는 글이 번갈아 대화창 상단에 표시되었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나고 한현진이 기다리다 지칠 때쯤, 강한서가 드디어 겨우 한 마디를 쥐어짜 냈다. [뭐해요?]한현진은 그 세 글자에 화가 치밀어 실소를 내뱉었다. 저녁 내내 한현진은 강한서가 데리러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꺼지라는 말에 본가로 들어간 강한서는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한현진은 어쩔 수 없이 인스타그램에 협박성적인 피드를 업로드했다. ‘봐, 이 개자식 바로 확인했잖아.’‘고작 이 세 글자를 5분 동안 생각했다고?’한현진이 여유 있는 손놀림으로 답장했다. [아이 아빠를 바꿀까, 생각 중이었어요.]그리고 곧 강한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낮게 깔린 목소리가 위험하게 들려왔다. “그러기만 해봐요.”‘하, 정색을 하시겠다?’한현진이 흥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제 배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예요. 누가 아이 아빠가 되든 그건 제 마음이죠. 제가 할 수 있는지 아닌지 한번 볼래요?”강한서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아직도 화났어요?”한현진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었다. “화 안 났어요. 제가 왜 화를 내요? 강한서 씨는 절 위해서 그런 거잖아요. 모든 걸 다 참고 책임까지 짊어지시는 대단한 분이시라 전 너무 기쁜걸요? 하하.”“...”강한서는
안방 동쪽 옷장에는 코스프레용 커스튬으로 가득했다. 일부는 한현진이 직접 산 것이었고 나머지는 강한서가 한현진을 놀리기 위해 사둔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의 말은 뭔가를 암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그건 두 사람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암시였다. 툭 물건을 떨어뜨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현진의 심장도 쿵 내려앉았다. ‘설마... 혹시...’“덜렁대긴, 조심 좀 하면 안 돼요?”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평온하다 못해 삭막하기까지 한 강한서의 목소리였다. 한현진에게 한 말은 아닌 듯했다. 같은 시각, 강씨 가문의 본가에선 민경하의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떨어뜨린 휴대폰을 주우며 이유 없이 자기를 꾸짖는 강한서를 쳐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강한서의 눈짓에 번뜩 눈치챈 민경하가 테스트하듯 조심스레 말했다. “죄송해요, 대표님...?”한 편, 기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한현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설마 내가 착각한 건가?’강한서가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민경하를 힐끔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가봐요.”그는 민경하를 내보내고 나서야 다시 물었다. “방금 안방 동쪽 옷장에 뭐라고요?”“...”한현진이 실망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강한서가 또다시 “조금 이따 데리러 갈게요.”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한현진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과일을 들고 들어오던 송민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고민에 빠진 한현진을 마주했다. 그는 손을 뻗어 한현진의 이마에 살짝 손가락을 튕겼다. “무슨 생각해?”그제야 정신을 차린 한현진이 이마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오빠.”송민준이 한현진 곁에 앉으며 그녀에게 포크를 건넸다. 그가 가져온 그릇엔 자른 망고가 담겨있었다. 잘린 모양이 이상한 것을 보니 한 번도 주방에 드나든 적이 없는 도련님 손에서 나온 작품인 듯했다. 한현진이 살풋 웃으며 망고 한 조각을 포크로 집어 입에 넣었다. 그녀가 나지막이 야유했다. “만
송민준의 말에 서해금은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분명 송민준이 그릇을 건네받고 나서야 손을 놓았다. ‘일부러 그런 거야?’비행기 추락 사고를 떠올린 서해금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가 막 입을 열려는데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한아름의 제를 지내고 방을 나선 송병천은 나오자마자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얼른 한현진의 방으로 걸어오며 큰 소리로 물었다. 서해금이 고개를 돌려 해명했다. “제가 현진이에게 주려고 가져온 죽을 쏟았어요.”말하며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려 송민준에게 말했다. “미안해, 민준아. 난 네가 그릇을 잡은 줄 알고. 안 데었어?”송민준이 관찰하듯 서해금을 힐끔 살피더니 곧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줌마가 정성 들여 끓인 죽일 텐데, 아쉽게 됐네요.”말하며 그는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네가 먹을 복이 없네.”한현진이 웃으며 말했다. “아줌미가 준비해 주신 음식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요. 어차피 못 먹었을 것 같은데 차라리 액땜한 셈 치죠.”송병천이 그녀의 말에 맞장구쳤다. “그래, 현진이 말이 맞아. 액땜했다고 생각해. 아줌마에게 여기 정리하라고 해. 당신은 사람에게 세뱃돈 받으러 내려오라고 해.”세뱃돈이라는 말에 한현진이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송민준을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그에게 “세뱃돈도 있어요?”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런 한현진의 모습에 송민준은 이마를 짚었다. ‘하 여사님께서 그래도 부족함 없이 키우신 것 같은데, 현진이는 왜 이렇게 돈에 눈이 먼 애처럼 자란 거야?’손정숙이 깨진 그릇 조각을 전부 치우자 송가람도 방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연한 노란색 계열의 롱원피스로 갈아입고 머리는 옆으로 비스듬히 땋아 내렸다. 옅은 메이크업을 한 송가람은 꽤 청순해 보였다. 다정하게 송민준과 인사를 주고받던 송가람의 시선이 한현진에게 닿자 그녀의 눈빛은 곧 차갑게 변했다. 그리고 한현진에겐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 송민준은 어젯밤 두 사람이
한현진의 그 말은 피로연에서 송가람이 꾀병을 부린 것에 대한 적나라한 조롱이 분명했다. 그 말에 송가람은 금세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너—”아마도 송가람이 또 멍청한 소리를 내뱉을까 걱정이 된 듯 서해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현진아, 네가 사용하는 오일은 장미 추출물이 아니야. 내가 향을 맡았을 땐 백단, 데이지 그리고 난꽃향이 났어. 장미 향은 없었어.”한현진이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분명 장미 추출물이라고 했어요. 장미라는 말을 듣고 산 건데, 제가 장미를 제일 좋아하거든요.”그 말을 들은 송민준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장미를 제일 좋아한다고? 해바라기를 제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서해금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가끔 어떤 판매원들은 매출을 위해 일부러 아예 없는 성분을 넣어서 말하기도 해. 특히 향료 같은 경우는 일반 소비자들이 구체적인 성분을 잘 분별하지 못해서 쉽게 속을 때가 많아. 다음에 오일을 만들고 싶을 땐 회사로 오렴. 네가 원하는 향을 말하면 내가 직접 만들어서 줄게.”한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줌마.”“고맙긴.”서해금의 눈에 어느 순간 멸시하는 눈빛이 감돌았다. 한아름의 딸은 결국 그녀의 천부적이라고 여겨지던 재능인 후각을 물려받지 못했다. 향기도 구분하지 못하는 꼴이라니. “아줌마께서 장미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죠. 아빠 장미는 제가 나중에 가져갈게요. 내가 아빠 대신 잘 보살피면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네?”송병천이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당연히 되지. 하지만 옮길 때 조심해야 해. 내가 해외에서 어렵게 가져온 거야. 조심조심 다뤄야 해.”한현진의 착각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는 어쩐지 송병천이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자 서해금의 얼굴에 침울한 기색이 살짝 드리운 것 같았다. 한현진은 그런 서해금의 표정은 못 본 척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주신 세뱃돈을 생각해서라도 꼭 살려내야죠.”한
한현진은 본가에서 지내던 때를 떠올렸다. 장미 화분을 정성껏 돌보는 송병천의 표정은 늘 부드럽게 변했었다. 그는 장미를 통해 오래전 사별한 아내를 떠올린 것이 아니었을까.“사실 아빠가 정원에 전문적으로 꽃을 가꿀 화원을 만들어 그 장미를 조금 더 심으려고 하셨어. 하지만 공사를 시작도 전에 아줌마 알레르기 때문에 아빠는 잠시 생각을 접으셨지.”한현진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기가 막힌 우연이네요.”그 장미들이 정말 얼어 죽은 것이 맞는지, 한현진은 의심스러웠다. 한주는 아무리 추운 날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영하 4, 5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장미는 그렇게까지 까다롭거나 예민하지 않았다. 온실에서 재배된 것이라고 해도 이틀 사이 얼어 죽을 정도로 생명력이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많은 꽃 중에 하필이면 한아름이 제일 좋아했던 장미 알레르기가 있다니, 우연 같지 않은 우연이라고 느껴졌다. “오빠, 방금 왜 일부러 죽을 엎은 거예요?”말하며 한현진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혹시 오빠가 알아낸 일과... 관계되어 있어요?”송민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한 건 아니야. 그 간호사 말에 따르면 당시 그들을 찾아간 건 남자였어. 하지만 아줌마 주변엔 단 한 번도 남자가 있었던 적은 없어.”“청부업자일 가능성은요?”“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야. 최측근이 아니라면 넌 믿고 맡길 수 있겠어?”한현진이 침묵했다. 맞는 말이었다. 운명공동체와 죽은 사람의 입이 제일 안전한 법이었다. 가슴이 불안하게 뛰어왔다. 만약, 정말 서해금이 벌인 짓이라면 그녀는 대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마음 편히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살았던 걸까. 한현진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생각하지 마.”송민준이 한현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마. 넌 그저 마음 푹 놓고 태교에만 집중하고 너만 잘 챙기면 돼. 다른 건 오빠가 해.”한현진이 눈을 꼭 감았다. 비행기 추락 사고가 정말 인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그건 한현진이 강한서를 “협박”하려고 업로드한 피드였다...그리고 섣달그믐날 저녁에 한현진을 찾아왔다는 건, 주강운네에서는 섣닫그믐날 가족끼리 모여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가?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찾아온 손님을 당연히 그저 돌려보낼 수는 없는 법이었다. 한현진이 주강운이 내민 술을 받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녀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장난으로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올린 거예요. 그믐날 저녁엔 인스타그램을 하는 사람은 없을 줄 알았는데.”“이제 막 야근을 마치고 현진 씨가 올린 피드를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현진 씨 보러 왔죠.”본가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려던 한현진은 행여나 강한서가 그녀가 어딨는지를 찾지도 못할까 친절히 주소까지 태그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니 주강운이 본가에 찾아온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그믐날에도 야근이에요?”한현진이 조금 놀라워하며 말했다. “요즘 변호사 사무실이 그 정도로 경쟁이 심한 거예요?”주강운이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건 아니에요. 설 연휴가 다들 휴가 갔거든요. 고모도 집에 계셔서 전 그다지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요.”한현진이 멈칫하더니 곧 주강운의 말을 이해했다. 동생의 죽음을 기점으로 주강운의 동년은 그를 억누르는 시절이 되었다. 그리고 주시윤은 바로 그 모든 사건의 간접적인 범인과 마찬가지였다. 만약 주강운과 같은 입자에 놓인다면 한현진 역시 가족들이 단란하게 모이는 명절에 상처를 숨기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그 사람에게 명절 인사를 건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한현진이 주강운의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서해금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강운아, 오늘 잘 왔어.”서해금의 말에 한현진은 말이 없었다.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치?’평소와 다른 서해금의 모습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서해금은 송가람보다 훨씬 머리가 좋은 편이었다. 당시 강한서가 한현진의 요구대로 인스타그램을 업로드했을 때, 서해금은 바로 송가람과 강한서 사이에는 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