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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6화

한현진은 본가에서 지내던 때를 떠올렸다. 장미 화분을 정성껏 돌보는 송병천의 표정은 늘 부드럽게 변했었다. 그는 장미를 통해 오래전 사별한 아내를 떠올린 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아빠가 정원에 전문적으로 꽃을 가꿀 화원을 만들어 그 장미를 조금 더 심으려고 하셨어. 하지만 공사를 시작도 전에 아줌마 알레르기 때문에 아빠는 잠시 생각을 접으셨지.”

한현진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기가 막힌 우연이네요.”

그 장미들이 정말 얼어 죽은 것이 맞는지, 한현진은 의심스러웠다.

한주는 아무리 추운 날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영하 4, 5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장미는 그렇게까지 까다롭거나 예민하지 않았다. 온실에서 재배된 것이라고 해도 이틀 사이 얼어 죽을 정도로 생명력이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많은 꽃 중에 하필이면 한아름이 제일 좋아했던 장미 알레르기가 있다니, 우연 같지 않은 우연이라고 느껴졌다.

“오빠, 방금 왜 일부러 죽을 엎은 거예요?”

말하며 한현진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혹시 오빠가 알아낸 일과... 관계되어 있어요?”

송민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실한 건 아니야. 그 간호사 말에 따르면 당시 그들을 찾아간 건 남자였어. 하지만 아줌마 주변엔 단 한 번도 남자가 있었던 적은 없어.”

“청부업자일 가능성은요?”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야. 최측근이 아니라면 넌 믿고 맡길 수 있겠어?”

한현진이 침묵했다. 맞는 말이었다. 운명공동체와 죽은 사람의 입이 제일 안전한 법이었다.

가슴이 불안하게 뛰어왔다. 만약, 정말 서해금이 벌인 짓이라면 그녀는 대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마음 편히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살았던 걸까. 한현진은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졌다.

“생각하지 마.”

송민준이 한현진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마. 넌 그저 마음 푹 놓고 태교에만 집중하고 너만 잘 챙기면 돼. 다른 건 오빠가 해.”

한현진이 눈을 꼭 감았다. 비행기 추락 사고가 정말 인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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