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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5화

한현진의 그 말은 피로연에서 송가람이 꾀병을 부린 것에 대한 적나라한 조롱이 분명했다.

그 말에 송가람은 금세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너—”

아마도 송가람이 또 멍청한 소리를 내뱉을까 걱정이 된 듯 서해금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현진아, 네가 사용하는 오일은 장미 추출물이 아니야. 내가 향을 맡았을 땐 백단, 데이지 그리고 난꽃향이 났어. 장미 향은 없었어.”

한현진이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분명 장미 추출물이라고 했어요. 장미라는 말을 듣고 산 건데, 제가 장미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그 말을 들은 송민준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장미를 제일 좋아한다고? 해바라기를 제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서해금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가끔 어떤 판매원들은 매출을 위해 일부러 아예 없는 성분을 넣어서 말하기도 해. 특히 향료 같은 경우는 일반 소비자들이 구체적인 성분을 잘 분별하지 못해서 쉽게 속을 때가 많아. 다음에 오일을 만들고 싶을 땐 회사로 오렴. 네가 원하는 향을 말하면 내가 직접 만들어서 줄게.”

한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구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아줌마.”

“고맙긴.”

서해금의 눈에 어느 순간 멸시하는 눈빛이 감돌았다. 한아름의 딸은 결국 그녀의 천부적이라고 여겨지던 재능인 후각을 물려받지 못했다. 향기도 구분하지 못하는 꼴이라니.

“아줌마께서 장미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죠. 아빠 장미는 제가 나중에 가져갈게요. 내가 아빠 대신 잘 보살피면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네?”

송병천이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당연히 되지. 하지만 옮길 때 조심해야 해. 내가 해외에서 어렵게 가져온 거야. 조심조심 다뤄야 해.”

한현진의 착각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녀는 어쩐지 송병천이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자 서해금의 얼굴에 침울한 기색이 살짝 드리운 것 같았다.

한현진은 그런 서해금의 표정은 못 본 척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주신 세뱃돈을 생각해서라도 꼭 살려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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