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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7화

민경하는 고윤의 모습에 마음이 시큰거렸다. 그는 사실 정인월이 굳이 그에게 식사를 권유하고 그의 어머니까지 모셔 온 원인을 눈치챘다.

전에 정인월이 언급했었던 강민서와의 혼사를 민경하가 완곡하게 거절했으나 고집을꺾지 않은 노인네가 또 이런 “맞선” 자리를 마련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서도 대놓고 그런 의도를 내비치지 않고 그저 두 모자가 썰렁하게 설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려 같이 식사하려 한다는 핑계로 민경하가 도무지 거절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괜히 아들이 상사에게 밉보여 직장생활이 힘들어질까 두려워 황송해하며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 웃어 보이며 감싸주는 고윤의 모습에 민경하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러니 강민서를 보는 그의 눈빛에 차가움이 더해졌다.

냉기가 도는 민경하의 눈빛에 꼭 마음을 찔린 강민서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제멋대로 굴던 옛날의 제 모습을 떠올린다면 민경하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일부러 고윤을 난처하게 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강민서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말이다.

고고하게만 자라 미안하다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 강민서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공용 젓가락으로 닭 날개를 집어 고윤의 접시에 올리며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아주머니, 전... 전... 사실 흰머리가 빨리 나는 건 유전자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 작은 어머니께서도 40대이신데 흰머리가 엄청 많거든요. 그래서 계속 검은색으로 염색하셨고요.”

강민서의 말에 강한서는 그만 할 말을 잃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괜히 불똥이 튄 송민희가 재채기했다.

‘괜찮은 아이인 것 같은데, 경하는 왜 오만하다고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고윤이 감사의 인사를 건네려는데 민경하가 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희 어머니는 닭고기 안 좋아하세요.”

강민서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순간 부잣집 딸내미의 성깔이 불쑥 튀어나왔다.

“안 좋아하면 버려요.”

툭 내뱉어진 강민서의 말에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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