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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5화

민경하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그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듯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어가다 마지막엔 심지어 신미정을 조금 비꼬기도 했다.

그의 말에 강민서가 오히려 멍해졌다. 그녀는 줄곧 민경하는 화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동안 강한서 옆에서 민경하는 늘 처세에 능한 면모를 보이며 여러 사람의 장단을 잘 맞춰주었다. 강민서 역시 가끔 성질을 부리며 민경하를 강씨 가문의 개일 뿐이라고 욕했지만 민경하는 단 한 번도 반박한 적이 없었다.

강민서는 민경하처럼 상사에게 붙어먹는 “앞잡이”를 싫어했다.

그러니 몇 달 전 한성의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시작하게 된 강민서는 강한서가 그녀를 민경하의 밑에서 일을 배우도록 지시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은근히 민경하를 퉁명스럽게 대했었다.

민경하는 늘 강민서에게 남들보다 어렵고 힘든 일을 맡겼다. 똑같은 보고서를 제출해도 다른 사람의 것은 대충 평가를 내리지만 강민서의 보고서에는 일일이 동그라미를 그려 표시하며 말했다.

“데이터 비교를 이렇게 하면 어떡해요? 전월 대비는 어딨어요?”

“제목도 잘못 썼어요. 전부 한글이긴 한데, 붙여 놓으니까 뜻을 전혀 모르겠는데요?”

“혹시 졸업 논문 통과율이 100%였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민서 씨가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건지 전 이해가 되지 않네요.”

“담당자 이름 적는 곳에 제 이름 쓰지 마시죠. 그런 책임은 지고 싶지 않네요.”

...

강민서는 이제껏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라왔었다. 비록 집안에는 강한서라는 더 귀한 존재가 있었지만 똑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강한서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도 그녀의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다.

그녀와 친하게 지냈던 친구 중 착실하게 공부만 했던 애들도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에서 졸업해 때가 되면 집안 사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민서처럼 F 학점 한 번 받아본 적 없이 학점까지 높은 건 제법 머리가 똑똑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민경하 앞에서는 아무런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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