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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차는 이미 남월만 범위를 벗어났다.원유희는 조수석에 기대어 앉아 손에 그 칼을 들고 손가락으로 칼등을 만지작거렸다.이를 보자 원수정은 소름이 끼쳤다.“너……빨리 칼을 거둬. 왜 계속 들고 있어?”“엄마도 칼이 무서운 거 아나 보죠? 근데 왜 칼을 들고 어전원에 왔어요?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요?”화를 참아서 그런지, 아니면 두려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원유희의 목소리가 떨려왔다.원수정도 당당하지는 못했다.“난……그저 걔네들한테 겁만 주고 싶었던 거야.”“그러다 실수라도 생겨서 엄마가 다치면요?”원유희는 차에서 내린 후에 본 그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윤설이 자기 엄마를 밟고 득의양양했던 그 얼굴, 뺨 한 대 때린 걸로 끝난 게 너무 아쉬웠다!“근데 너도 그렇지. 내가 칼을 가져간 것 보다 네가 윤설 뺨을 때린 게 더 위험하지 않겠어?”원수정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무서웠다.“그것도 김신걸 앞에서 때리고. 네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운 좋게 걔가 널 죽이지 않았다.”원유희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마 절 죽이진 않을 걸요…….”“아마?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겠어?”“엄마가 오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잖아요?” 원유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앞으로 이런 일을 하기 전에 저랑 한마디 하면 안돼요? 여기가 어딘지 몰라요? 김신걸이 정말로 뭐라도 하려고 했더라면 전 아무 방법도 없었을 거라고요! 그때 가서 엄마를 못 구하면 어떻게 될 건데요? 뭐 다시 ***이라도 가려고요? 엄마가 절 위해서 이러는 거 저도 잘 알아요. 근데 엄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전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고요.”원수정은 마음이 괴로웠다.“유희야, 다 엄마 탓이야…….”“괜찮아요, 앞으론 이러지 마요.”원유희는 윤설의 뺨을 때리기 전에는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땐 그저 죽을 각오로 뛰어든 것이고 다 때리고 나니까 뒤늦은 두려움이 찾아왔다. 원유희는 백미러를 통해 창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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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세상에!"차에서 내려온 원수정은 이런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원유희는 손에 든 칼이 윤설의 복부를 찌르던 장면을 멍하니 보았고 머리는 이미 사고 능력을 잃었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치였다.“유희야!”원유희는 원수정이 자신을 부리는 소리를 듣자 그제야 손을 떨며 풀었다.“아!”윤설은 땅에 넘어지고 말았다. 복부에는 아직도 그 칼이 꽂혀 있었고 출혈로 인해 옷이 다 젖었다.“나……나 아니에요, 쟤 혼자 부딪혀 온 거라고요…….”원유희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열심히 기억을 되돌리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원유희의 손은 피투성이로 되었다.원수정은 앞으로 나가 그녀를 안았다.“우리와 상관없는 일이야. 다 쟤가 자초한 일이지.”멍해 있던 원유희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원수정을 밀어내고 차에 있던 휴대전화를 들었다. 하지만 순간 119에 전화를 해야 할 지 아니면 김신걸에게 연락을 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었다. 119에 연락해서 엠블런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늦을 것 같고 김신걸에게 연락하면 시간은 지체되지 않겠지만 김신걸이 이 장면을 보면 자신을 당장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땅에 쓰러져 이미 혼수상태에 빠진 윤설을 보면서 결국엔 김신걸에게 전화를 했다.하지만 김신걸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긴 기다림은 원유희를 애가 타게 했다. 어쩔 수 없이 해림에게 전화했다.야간 사냥을 하는 치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롤스로이스를 보게 되었다. 원유희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을 쳤고 하얗게 질린 얼굴색으로 차대 기대었다.차에서 내린 김신걸은 땅에 쓰러져 있는 윤설을 보고 순간 멈칫했다가 빠른 걸음으로 윤설 곁에 걸어가 그녀를 안으면서 분노로 가득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쏘아보았다.“젠장, 대체 뭘 한 거야!”원유희는 떨리는 몸을 컨트롤할 수 없었고 말도 꺼내지 못했다.원수정은 원유희곁에 서서 겁에 질린 목소리로 설명했다.“쟤……쟤 혼자 칼에 부딪혀온거라고. 유희가 그런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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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원수정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고 그냥 급하고 당황했다. 원유희가 감당하기엔 살인이라는 죄명은 너무나도 무거웠다!병원에 도착해서 원유희는 막 차에서 내리려다가 원수정에게 다시 끌려갔다.“정말 가려고?”“엄마 여기에 계세요. 제가 가볼게요.”“어떻게 널 혼자 보내겠어? 같이 가자.”원유희와 원수정은 병원으로 함께 들어갔고 수술실로 찾아갔다. 수술실에 도착하자 문밖에 서 있는 김신걸을 발견했다. 김신걸은 고개를 돌려 차갑고 예리한 눈빛으로 원유희를 주시했다.원유희는 자신에게 물러서면 안 된다고, 자기가 하지 않은 일 때문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원유희는 앞으로 걸어가서 입을 열었다.“나 아니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신걸은 뺨을 때렸다.“아!”원유희는 그만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유희야!”원수정은 급히 앞으로 가서 원유희를 않았다.“네가 생각 없이 행동한 벌이야!”김신걸은 온몸에서 포악한 기운을 드러냈다.원수정은 화를 내며 고개를 들었다.“김신걸, 제대로 좀 알아보라고, 유희 탓이 아니야! 걔가 유희 손을 잡고 혼자 칼에 부딪혀온 거라고. 널 화나게 만들어서 유희를 못살게 만들려고!”“어전원에서 한번 참아줬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원유희는 입가의 피를 닦고 일어서서 냉담하게 김신걸을 바라보았다.“혼자 가서 조사해 봐. 길가에 넘쳐나는 게 CCTV인데. 도대체 내가 칼로 쟤를 찌른 건지, 쟤가 혼자 내 칼에 부딪혀 온 거인지! 물론 지난번 내가 걔를 계단에서 밀쳤다고 누명을 씌우는 것처럼 과정은 상관하지 않고 결과만 본다면, 그래 난 죽을죄를 지었어.”김신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고 눈빛은 예리했다.“내가 그때 걔를 때린 건 다 윤설이가 선을 넘어서였어. 유담이에게 해산물을 먹이고, 우리 엄마의 손을 밟고 우리 엄마의 얼굴을 때리고. 충분히 뺨 때릴 만한 상황이었잖아? 나랑 엄마가 이미 떠났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쫓아온 건 다 자작극으로 쟤 목적을 이루려는 거라고! 네가 조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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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설마 복잡한 일인가?’윤정은 병실 밖으로 나가 김신걸을 쫓아갔다.“신걸아, 도대체 누가 설이를 다치게 만든거야?”“사고였어요.”김신걸은 표정이 무거웠다."설마......유히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 윤정은 추측했다.“두 사람을 서로 칼을 뺐다가 사고가 난 거에요.”김신걸의 눈빛은 차갑고 무거웠다.아직 조사하지 않아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김신걸은 일방적으로 해답했다.윤정은 너무 놀랐다. ‘정말 유희랑 관련이 있다니…….’“그럼 유희는?”“돌아갔어요, 걘 괜찮아요.”윤정은 수심에 찬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이런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줄 상상하지 못했다.“도대체 무슨 일 때문이야?”원유희는 별장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음울한 표정을 지었다.원수정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에 가서 얼음을 꺼냈고 수건으로 싸서 원유희 얼굴의 붓기를 뺐다. 아니면 한동안 다른 사람이랑 만날 수 없게 될 게 뻔했다.차가운 촉감은 원유희 얼굴에 화끈한 느낌을 줄게 했다. 원유희는 김신걸이 얼마나 힘을 주어서 뺨을 때렸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입에서 피비린내가 나고 있었다. 자신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방패가 되어준 셈이었다.“그럼 괜찮은 거 아니야? 김신걸이 별로 따지지 않은 것 같은데?”“그렇겠죠…….”원유희는 목소리가 허약하고 힘이 없었다.“그럼 됐어. 윤설이 깨어나서 네가 무사한 것을 보고 얼마나 실망할까.”원유희는 수건을 들어 혼자 얼음찜질했다.“그러게요. 피까지 흘려가며 자작극을 준비했는데 날 처리하지 못했으니까 얼마나 실망하겠어요?”“걔도 참 독해. 어떻게 칼로 자기 배를 찌를 수 있어?”원수정은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신이라면 틀림없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니까 앞으로 걔를 건들지 말고 피해서 다녀요.”원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애들도 못 보고, 괜히 일만 더 저지르고. 진짜 너무 후회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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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신걸이가 그러는데 그냥 사고라고 하던데.”윤정이의 말에 윤설이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신걸 씨가 그냥……사고라고 했다고?’“사고긴 무슨 사고야?”장미선은 이미 자신의 욱하는 성질을 억제하지 못하기 시작했다.“쟤네 둘이 서로 칼을 빼앗으려다가 의도치 않게 윤설이를 찌른 거라고 하던데.”“이 말 당신 믿어?”장미선은 분노하기 시작했다.“의도치 않게 찔렀다고? 그러면 왜 원수정 그년을 찌른 게 아니라 이런 의도치 않은 사고가 왜 하필 우리 설이한테 벌어지냐고? 나 당장 그년을 죽여버리고 말 거야!”윤정은 그녀를 가로막았다."가지 마!"“왜 말려? 윤정 너 제정신이야? 설이는 네가 직접 보고 네 손으로 키운 딸이라고. 원유희가 그런 윤설이보다 더 중요해? 네 딸이 하마터면 원유희 그년 손에 죽을 뻔했다고!”장미선은 크게 소리쳤고 윤정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 죽이지는 않을게, 근데 설이를 위해서 한번 따져야겠어!”장미선이 노발대발했다.윤정은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고 원유희는 전화에서 사건의 전반 과정을 똑똑히 말했다. 하지만 지금 윤설은 또 상처 입을 채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와서 사과하라고 할게.”“사과하면 다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돼? 설이 몸에 생긴 칼자국은 다 자초한 거라고 얘기하는 거야 뭐야? 나 신고할게. 그놈의 계집애를 감방에 처넣어 한평생 감옥살이하게 할 거야!”장미선은 몸을 돌려 휴대전화를 가지러 갔다.윤설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시끄러워요! 아…….”몸에 힘을 주어서 그런지 배의 상처를 건드려 윤설의 얼굴색은 더 창백해졌다.“설아!”장미선은 앞으로 갔다.“어때? 괜찮아?"윤정은 벨을 눌러 의사를 불렀다.송욱이 와서 상처를 살펴보았다.“출혈이 좀 있네요.”“어떡하죠?”장미선은 조급해했다.“다행히 상처는 찢어지지 않았어요. 마음대로 움직이시면 안 돼요. 지금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송욱은 얘기한 다음에 나갔다.장미선과 윤정도 감히 더 이상 말다툼하지 못했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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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김신걸은 침대 옆에 서서 차가운 표정으로 윤설을 바라보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원유희가 신걸 씨를 상대로 너무 막말하길래 내가 너무 분해서 찾아가서 따졌어. 그래도 당신이 세쌍둥이 친아버지인데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지. 근데 누가 알았겠어, 원유희가 화난 나머지 칼을 꺼내 들 줄은. 너무 무서워서 걔 손의 칼을 빼앗으려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 칼이 이미 날 찔렀더라고.”이 얘기는 원유희가 얘기한 거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 사고라고 주장하는 얘기였다.이 얘기를 듣자 장미선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보면 몰라? 당연히 원유희가 고의로 널 찌른 거지! 아니면 왜 칼을 꺼냈겠어? 그냥 기회를 타서 널 다치게 하려고 했던 거라고! 하늘이 널 도와줘서 망정이지. 아니면……아니면 난 영영 널 못 보게 될뻔했어.”장미선은 윤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신걸 씨, 유희가 정말 고의로 그런 걸까?”윤설은 슬프게 물었다.“고의적이라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독할 수가 있어? 난 그리고 걔 친언니인데, 왜 날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야?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신걸아, 설이 보다 너를 더 아끼고 설이 처럼 너만 바라보는 사람은 없는 거 알지. 설이 마음을 다치게 하면 안 돼.”윤설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그냥 이렇게 끝내면 안 돼.”“어떻게 하고 싶은데?”윤설의 마음속엔 질투와 분노로 가득 찼다. ‘어떻게 나랑 물어볼 수가 있어? 알아서 처리해서 나랑 만족하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냐?’윤설이 말하기도 전에 장미선이 먼저 입을 열었다.“감방에 보내. 10년이나 20년 동안 감방에 가두면 얌전해지지 않겠어?”윤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안돼?”“왜? 네 딸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어. 우리 설이는 이렇게 당해도 된다는 얘기야?”장미선은 윤정이 계속 원유희 편을 드는 모습이 마땅치 않았다. “설이를 아직도 딸로 생각하고 있는 거 맞아? 우리 설이가 남이야?”윤정은 물론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지만 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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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장미선은 화를 참아가며 말했다.“만약 오늘 여기에 누워있는 사람이 원유희라면 너는 이런 태도가 아니겠지?"윤정은 더 이상 장미선과 입씨름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장미선은 분풀이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미칠 지경이었다.윤설은 눈을 감았다. 지금 찔린 곳만 아픈 게 아니라 머리까지 아파 났다. 더군다나 일이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얼음찜질을 마친 원유희의 얼굴은 차가워졌고 붓기도 많이 가라앉았다.이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원유희는 김신걸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하고 멍하니 앉아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왜 그래? 누구 전화야?”원수정은 힐끗 쳐다보았지만 저장되지 않은 번호여서 누군지 몰랐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된 원유희는 전화를 들고 밖에 나가 받았다.“여보세요…….”“병원에 와서 설이에게 사과해.”김신걸은 거역하지 못한다는 말투로 명령을 내렸다.“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사과를 해야 해?”"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김신걸은 차가운 목소리로 이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원유희는 종료된 통화화면을 보면서 기분이 더욱 다운되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윤설이 다친 것은 확실히 원유희와 상관이 없었지만 원유희는 감히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원유희는 원수정이랑 아무런 핑계를 하나 대고 나갔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서 병실로 갔다.‘그냥 사과만 하는 거겠지.’사과 한번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원유희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아무래도 CCTV가 없어서 진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에…….원유희는 멀리서 윤정이 병실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아빠…….”“들어가서 사과만 하면 돼. 널 엄청나게 괴롭히지는 않을 거야. 알았지?”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원유희는 잘 알고 있었다. 사과하는 순간 자신이 한 짓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하지만 원유희는 다른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윤정조차 속수무책이었다. 윤정이 문을 열자 원유희가 들어갔다.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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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김신걸의 나지막하고 협박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말 너무 많아.”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참고 또 참았다. 머릿속에 그녀의 세 귀여운 아이를 떠올려야만 억지로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미안해. 널 다치게 한 것은 다 내 불찰이고 내 잘못이야. 내가 칼을 가지고 가지 말아야 했었는데. 그럼 실수로 널 찌를 일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네가 아량을 베풀어서 날 용서해줘.”“내가 지금 일부로 널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마. 근데, 잘못하면 벌을 받는 것도 당연한 거야. 난 네 친언니니까 널 용서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을걸. 집에 돌아가서 잘 반성할 길 바래, 앞으로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윤설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김신걸을 바라보았다.“네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으니까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을게. 내 몸 때문에 신걸 씨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원유희는 윤설의 말을 반박하고 싶었지만 병실에 있는 사람 중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누가 윤설이 혼자 칼에 부딪혀온 것이라는 얘기를 믿어줄까?“이만 가봐도 돼?”윤설은 정말 원유희를 이렇게 쉽게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유희에게 ‘사과’하라는 것이 김신걸의 뜻임을 알려주고 싶지도 않았다. 원유희가 알게 되면 분명히 김신걸이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게 될 것이다.‘가 봐.”윤설은 대범하게 말했다. 원유희는 몸을 돌릴 때 입가에 옅은 냉소를 지었다. 예리한 김신걸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다 포착했다.원유희가 나가자 윤정도 따라 나갔다.“유희야, 괜찮아?”“괜찮아요.”“네 안색이 안 좋아. 얼굴도 좀 빨갛고, 무슨 일이 있었어?”윤정은 원유희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았다.“누가 널 때렸어?”원유희는 얼굴을 돌렸다.“괜찮아요. 먼저 가볼게요.”“아빠가 데려다줄게.”“괜찮아요.”원유희는 할 말을 다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윤정은 그 자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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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괜찮아요! 그냥 엄마 데리고 해외 여행 가고 싶은 건데, 안 돼요?”원수정은 딱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해외여행 가고 싶은 이유도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 너무 답답해서 그래요.”한 곳에 갇혀있은 지 너무 오래되어 느낀 답답함과 짜증이었다. 심리적으로 문제 생기면 아이들을 만나기도 전에 먼저 무너질까 봐 걱정이었다.원수정은 원유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그래, 그게 어디든지 엄마가 같이 가줄게. 엄마도 너랑 엄청 여행 가고 싶었어! 근데 너 출국 가능하겠어? 전에는 제성도 못 나갔잖아?”“엄마가 그때 강구에서 사고 났을 때 김신걸이 이미 날 블랙 리스트에서 꺼냈어요.”원유희는 지금 김신걸이 자신이 출국한 일을 문제로 삼을지 말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김신걸의 눈에는 윤설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고 그냥 며칠 해외로 가 있는 건데 큰일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다음날 이른 아침, 원유희와 원수정은 다른 나라로 갔고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다. 지난번 원유희가 윤설에게 사과한 후부터 김신걸은 이틀 동안 윤설 보러 오지 않았다.윤설은 그저 간절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김신걸은 계속 윤설의 기대를 저버렸다. 늘 곁에 있어 준 사람은 장미선 뿐이었다.장미선은 과일을 깎으면서 말했다.“신걸이 정말 바쁜가 봐. 온종일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일도 해야 하고 애들도 돌봐야 하니까 당연히 바쁘겠죠.”윤설은 김신걸을 도와 변명했고 사실 일종의 자기 위로였다.“그러니까 아이가 중요하다는 얘기야. 원유희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김신걸은 원유희를 계속 봐줄 거라고. 설아, 아이의 힘을 무시해선 안 돼. 너한테 만약 아이가 있었더라면 김신걸은 절대 이런 태도가 아니었을 거야.”“신걸 씨 요즘 바빠요.”윤설의 표정이 엄청 어두워졌다.“아무리 바빠도 잠은 잘 거 아니야?”이 말은 화를 참고 있던 윤설의 심기를 건드렸다.“그렇다고 회사에 가서 신걸 씨랑 같이 잘 수는 없잖아요? 어전원에 애들이 있으니까 또 여러모로 불편하고요! 김신걸은 지금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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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많이 좋아졌어 잘 휴식하면 며칠뒤에 걸을 수 있대. 나 너무 퇴원하고 싶어. 여기 너무 답답해.”“답답하긴, 신걸이가 자주 보러 오잖아. 네가 얼른 나아져야 신걸이도 걱정하지 않을 거잖아.”“네.”윤설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장미선은 김신걸이 앉는 것을 보고 조급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유담이 집으로 돌아간 후에 몸은 많이 나았어? 아까 설이랑 얘기했는데 오늘 애들 보러 가려고. 어쨌든 설이랑 네가 결혼하면 그 애들도 다 내 손주가 되는 거니까.”“괜찮아졌어요.”김신걸이 말했다."그럼 됐어."장미선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미리 애들이랑 지내면 이제 너희들이 애 낳은 다음에 내가 잘 봐줄 수 있잖아.”윤설은 김신걸쪽을 힐끗 보고 싫은 척을 하며 말했다.“갑자기 왜 애 얘기가 나와요, 그게 다 결혼한 다음의 일이죠.”“결혼도 얼마 안 남았어! 약혼 다음에 결혼이잖아.”장미선은 멈칫하다가 자연스럽게 김신걸이랑 물었다.“신걸아, 전번에 혼인 신고 못했잖아. 그래서 날은 다시 잡았어?”장미선의 말이 끝나자 고요한 정적이 생겼다. 장미선 모녀 마음은 불안하기 시작했다. 윤설은 김신걸의 대답이 기대되면서 또 긴장되었다.잠시 후, 김신걸이 입을 열었다.“천천히 해도 돼요.”“전에 혼인 신고한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소식이 없어서 난 또 너희 둘이 다른 계획이 생긴 줄 알았어.”장미선은 웃음으로 어색함을 숨겼다.“설이 몸이 좋아지면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려고요.”김신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그래, 몸이 다 나아야 혼인 신고하러 갈 수 있지.”장미선은 걱정을 내려놓았고 윤설의 표정도 그나마 풀렸다.“그래, 너희 둘이 할 얘기도 많겠는데. 난 나가서 좀 돌아볼게.”장미선은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윤설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신걸 씨, 미안해. 우리 엄마가 계속 저 얘기를 물었는데 내가 상관을 안 했더니 자기랑 바로 물어볼 줄은 몰랐어.”“괜찮아.”윤설은 김신걸이 말이 적은 거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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