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선은 화를 참아가며 말했다.“만약 오늘 여기에 누워있는 사람이 원유희라면 너는 이런 태도가 아니겠지?"윤정은 더 이상 장미선과 입씨름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장미선은 분풀이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미칠 지경이었다.윤설은 눈을 감았다. 지금 찔린 곳만 아픈 게 아니라 머리까지 아파 났다. 더군다나 일이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얼음찜질을 마친 원유희의 얼굴은 차가워졌고 붓기도 많이 가라앉았다.이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원유희는 김신걸에게서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하고 멍하니 앉아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왜 그래? 누구 전화야?”원수정은 힐끗 쳐다보았지만 저장되지 않은 번호여서 누군지 몰랐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된 원유희는 전화를 들고 밖에 나가 받았다.“여보세요…….”“병원에 와서 설이에게 사과해.”김신걸은 거역하지 못한다는 말투로 명령을 내렸다.“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사과를 해야 해?”"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김신걸은 차가운 목소리로 이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원유희는 종료된 통화화면을 보면서 기분이 더욱 다운되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윤설이 다친 것은 확실히 원유희와 상관이 없었지만 원유희는 감히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원유희는 원수정이랑 아무런 핑계를 하나 대고 나갔다.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서 병실로 갔다.‘그냥 사과만 하는 거겠지.’사과 한번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원유희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아무래도 CCTV가 없어서 진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에…….원유희는 멀리서 윤정이 병실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아빠…….”“들어가서 사과만 하면 돼. 널 엄청나게 괴롭히지는 않을 거야. 알았지?”원유희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원유희는 잘 알고 있었다. 사과하는 순간 자신이 한 짓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하지만 원유희는 다른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윤정조차 속수무책이었다. 윤정이 문을 열자 원유희가 들어갔다.병
김신걸의 나지막하고 협박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말 너무 많아.”원유희는 시선을 떨구고 참고 또 참았다. 머릿속에 그녀의 세 귀여운 아이를 떠올려야만 억지로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미안해. 널 다치게 한 것은 다 내 불찰이고 내 잘못이야. 내가 칼을 가지고 가지 말아야 했었는데. 그럼 실수로 널 찌를 일도 없었겠지. 그러니까 네가 아량을 베풀어서 날 용서해줘.”“내가 지금 일부로 널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마. 근데, 잘못하면 벌을 받는 것도 당연한 거야. 난 네 친언니니까 널 용서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이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을걸. 집에 돌아가서 잘 반성할 길 바래, 앞으로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윤설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김신걸을 바라보았다.“네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으니까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을게. 내 몸 때문에 신걸 씨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원유희는 윤설의 말을 반박하고 싶었지만 병실에 있는 사람 중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누가 윤설이 혼자 칼에 부딪혀온 것이라는 얘기를 믿어줄까?“이만 가봐도 돼?”윤설은 정말 원유희를 이렇게 쉽게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유희에게 ‘사과’하라는 것이 김신걸의 뜻임을 알려주고 싶지도 않았다. 원유희가 알게 되면 분명히 김신걸이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고 착각하게 될 것이다.‘가 봐.”윤설은 대범하게 말했다. 원유희는 몸을 돌릴 때 입가에 옅은 냉소를 지었다. 예리한 김신걸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다 포착했다.원유희가 나가자 윤정도 따라 나갔다.“유희야, 괜찮아?”“괜찮아요.”“네 안색이 안 좋아. 얼굴도 좀 빨갛고, 무슨 일이 있었어?”윤정은 원유희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보았다.“누가 널 때렸어?”원유희는 얼굴을 돌렸다.“괜찮아요. 먼저 가볼게요.”“아빠가 데려다줄게.”“괜찮아요.”원유희는 할 말을 다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윤정은 그 자리에 서서
“괜찮아요! 그냥 엄마 데리고 해외 여행 가고 싶은 건데, 안 돼요?”원수정은 딱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해외여행 가고 싶은 이유도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 너무 답답해서 그래요.”한 곳에 갇혀있은 지 너무 오래되어 느낀 답답함과 짜증이었다. 심리적으로 문제 생기면 아이들을 만나기도 전에 먼저 무너질까 봐 걱정이었다.원수정은 원유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그래, 그게 어디든지 엄마가 같이 가줄게. 엄마도 너랑 엄청 여행 가고 싶었어! 근데 너 출국 가능하겠어? 전에는 제성도 못 나갔잖아?”“엄마가 그때 강구에서 사고 났을 때 김신걸이 이미 날 블랙 리스트에서 꺼냈어요.”원유희는 지금 김신걸이 자신이 출국한 일을 문제로 삼을지 말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김신걸의 눈에는 윤설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고 그냥 며칠 해외로 가 있는 건데 큰일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다음날 이른 아침, 원유희와 원수정은 다른 나라로 갔고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다. 지난번 원유희가 윤설에게 사과한 후부터 김신걸은 이틀 동안 윤설 보러 오지 않았다.윤설은 그저 간절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김신걸은 계속 윤설의 기대를 저버렸다. 늘 곁에 있어 준 사람은 장미선 뿐이었다.장미선은 과일을 깎으면서 말했다.“신걸이 정말 바쁜가 봐. 온종일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일도 해야 하고 애들도 돌봐야 하니까 당연히 바쁘겠죠.”윤설은 김신걸을 도와 변명했고 사실 일종의 자기 위로였다.“그러니까 아이가 중요하다는 얘기야. 원유희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김신걸은 원유희를 계속 봐줄 거라고. 설아, 아이의 힘을 무시해선 안 돼. 너한테 만약 아이가 있었더라면 김신걸은 절대 이런 태도가 아니었을 거야.”“신걸 씨 요즘 바빠요.”윤설의 표정이 엄청 어두워졌다.“아무리 바빠도 잠은 잘 거 아니야?”이 말은 화를 참고 있던 윤설의 심기를 건드렸다.“그렇다고 회사에 가서 신걸 씨랑 같이 잘 수는 없잖아요? 어전원에 애들이 있으니까 또 여러모로 불편하고요! 김신걸은 지금 시간
“많이 좋아졌어 잘 휴식하면 며칠뒤에 걸을 수 있대. 나 너무 퇴원하고 싶어. 여기 너무 답답해.”“답답하긴, 신걸이가 자주 보러 오잖아. 네가 얼른 나아져야 신걸이도 걱정하지 않을 거잖아.”“네.”윤설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장미선은 김신걸이 앉는 것을 보고 조급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유담이 집으로 돌아간 후에 몸은 많이 나았어? 아까 설이랑 얘기했는데 오늘 애들 보러 가려고. 어쨌든 설이랑 네가 결혼하면 그 애들도 다 내 손주가 되는 거니까.”“괜찮아졌어요.”김신걸이 말했다."그럼 됐어."장미선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미리 애들이랑 지내면 이제 너희들이 애 낳은 다음에 내가 잘 봐줄 수 있잖아.”윤설은 김신걸쪽을 힐끗 보고 싫은 척을 하며 말했다.“갑자기 왜 애 얘기가 나와요, 그게 다 결혼한 다음의 일이죠.”“결혼도 얼마 안 남았어! 약혼 다음에 결혼이잖아.”장미선은 멈칫하다가 자연스럽게 김신걸이랑 물었다.“신걸아, 전번에 혼인 신고 못했잖아. 그래서 날은 다시 잡았어?”장미선의 말이 끝나자 고요한 정적이 생겼다. 장미선 모녀 마음은 불안하기 시작했다. 윤설은 김신걸의 대답이 기대되면서 또 긴장되었다.잠시 후, 김신걸이 입을 열었다.“천천히 해도 돼요.”“전에 혼인 신고한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소식이 없어서 난 또 너희 둘이 다른 계획이 생긴 줄 알았어.”장미선은 웃음으로 어색함을 숨겼다.“설이 몸이 좋아지면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려고요.”김신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그래, 몸이 다 나아야 혼인 신고하러 갈 수 있지.”장미선은 걱정을 내려놓았고 윤설의 표정도 그나마 풀렸다.“그래, 너희 둘이 할 얘기도 많겠는데. 난 나가서 좀 돌아볼게.”장미선은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윤설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신걸 씨, 미안해. 우리 엄마가 계속 저 얘기를 물었는데 내가 상관을 안 했더니 자기랑 바로 물어볼 줄은 몰랐어.”“괜찮아.”윤설은 김신걸이 말이 적은 거 예전
윤정은 롤스로이스가 병원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리고 마음속으로 정말 김신걸이랑 상관없는 일인가 하고 의심했다.‘그럼 사람은? 갑자기 연락 안 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며칠 윤정은 계속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불안했다.그리고 원유희더러 사과하라고 강요한 일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전화를 걸어보았는데 전원이 꺼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일이 수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김신걸이랑 상관 없다면 설마 무슨 사고라도 난 거 아니겠지? 아니냐, 수정이도 연락 안 되니까.’김신걸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이미 대기하고 있었던 고건이 걸어왔다.“선생님.”김신걸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었다.“찾았어?”“네.”못 찾았더라면 고건은 김신걸을 찾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고건은 김신걸 뒤에서 걸으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원 아가씨가 원 아가씨 어머니랑 출국했어요.”김신걸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고 몸을 돌려 고건을 쏘아보며 말했다.“누가 출국하게 놔뒀어?”고건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어갔다.“그저께 아침 비행기로 몰디브에 갔지만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예약하지 않았어요.”김신걸은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을 드러냈다.‘해외로 갔다고? 제성을 나가는 것도 내 허락받아야 하는데. 역시 너무 봐주면 안 돼.”고건은 조심스레 추측했다.“설마 윤설 아가씨 일로 떠난 건 아니겠죠?”“감히?”김신걸의 검은 눈은 지금 매의 눈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웠다.“애들이 있는 한, 걔 어디에도 못 가!”윤정은 병원에서 윤설의 곁을 지키다가 막 떠나려고 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윤정은 폰을 힐끗 보고 병실 밖에 나갔다. 이 모습을 본 장미선은 조용히 뒤따라 나갔다.윤설은 그런 장미선을 보며 한심하다고 느꼈다.장미선은 살짝 열린 문틈을 통해 윤정의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찾았다고? 뭐? 해외? 언제 돌아오는데?”윤정이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장미선은 방으로 돌아왔다. “설아, 아빠가 회사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방금 누구랑 전화했어?"
호흡하는 것이 너무나도 잘 느껴져서 제성에 있을 때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도 없었다.백사장에 누워 바닷물 냄새를 맡으며 새파란 하늘을 보니 정화된 것 같았다.옆에 누워 있던 원수정은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았다."이것도 너무 예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나는 여태껏 온 적이 없었어. 그래서 누가 그랬지. 난 김씨 집안에 시집가서 호강을 1도 못했어……유희야, 신조어로 이렇게 얘기하는 거 맞아?”원유희는 웃었다.“네, 맞아요.”“그래도 딸이 최고야, 엄마를 얼마나 잘 생각해주는데. 아들을 낳았어 봐, 아들이 이렇게 여행을 보내주고 쇼핑을 같이 해주겠어?”“다 좋죠. 뭐.”원유희는 그녀의 세 쌍둥이가 생각났다.‘우리 집 아들들은 엄청나게 잘해 주는데.”원수정은 몸을 돌려 물었다."지금 기분이 많이 좋아졌지?"“네, 그래도 나와서 여행하는 게 제일 좋네요.”제성에 있는 것은 새장에 갇혀있는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지금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느끼며 햇빛을 받으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니까 엄청 편했다."엄마, 비행기 푯값은 내가 낼게요, 다른 건 엄마가 내요."원유희는 굳이 억지로 버티지 않았다. 아니면 몰디브에서 한 번 놀다가 파산할 수 있었다.“됐어, 비행기표도 다 넣어둬. 평소에 용돈 좀 주겠다니까 그건 안 받고. 이렇게 지내려고 안 받았어?”원유희는 부인하지 않았다. 예전에 이전에 아이를 데리고 있을 때 정말 돈을 절약하기 위해 하루에 한 끼만 먹기도 했다.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특히 김신걸이 아이를 발견한 후 더욱 부담이 없었다한 사람의 배만 채우면 되는 홀가분함을 느꼈다."참, 우리 핸드폰 아직 안 켰지?" 원수정이 말했다.“아뇨, 여기서 번호를 바꿔야죠. 아니면 로밍이 너무 많이 나와요. 어차피 현금으로 다 결제하면 되니까 핸드폰 없어도 돼요.”"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노니까 정말 좋구나." 원수정은 말하다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나자 벌떡 앉았다."큰일 났다!"원유희는 깜짝 놀랐다.
송욱이 약을 바꿔주러 왔을 때 윤설이 물었다.“퇴원해도 되죠? 이미 걸을 수도 있잖아요.”송욱은 이미 아문 상처를 보고 말했다.“네, 오늘에 퇴원하세요, 돌아가서 제때 약을 바꾸면 돼요.”장미선이 말했다.“뭐니 뭐니 해도 집이 최고지.병원이 아무리 좋아도 집만 못해.”송욱은 웃으며 말했다.“맞죠. 퇴원 수속해드릴게요.”윤설은 핸드폰을 들고 김신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신걸 씨, 송 선생님이 오늘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올래?"“사람 시킬게.”김신걸이 말했다.사람이라면 윤설이 시킬 수 있는 기사도 넘쳐났다. 김신걸보고 데리러 오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 목적이었다. 뜻밖에도 그는 오지 않았다.“회사……많이 바빠?”윤설이 참고 물었다."응, 애들도 회사에 있어서 떠날 수가 없어.""그럼 됐어, 내가 집에 있는 기사에게 데리러 오라고 하면 돼."전화를 끊자 윤설의 얼굴에는 실망과 분노로 가득 찼다.“신걸이 안 온대?”알아차린 장미선은 바로 불만을 토로했다.“신걸이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저번에 잠깐 오고 다시 오지 않았어, 전화 한 통도 없고. 매번 네가 먼저 전화를 걸어야 하잖아.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약혼녀 일보다 더 중요하게 챙길 수 있어?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윤설은 차가운 눈빛으로 손가락으로 이불을 꽉 쥐었다. 하지만 입으로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다.“됐어요. 김신걸의 아내가 뭐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어차피 사모님의 자리가 내 자리라면 내가 굳이 따질 필요가 있을까요?”“혹시나 다른 일이 생길까 봐 그러는 거지! 원유희가 해외로 가니까 김신걸 마음도 따라서 날아갔잖아!”“됐어요!”윤설은 그녀 때문에 짜증 나 죽을 지경이었다.“신걸……설마 원유희따라 해외로 나간 건 아니겠지?”장미선이 의심하기 시작했다.윤설은 장미선이 점점 터무니없고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못 들어줄 지경이었다.“그렇게 쉽게 들킬 거짓말을 왜 하겠어요? 그럴 필요 있어요? 김신걸이랑 보통 사람
윤정이 병실에 들어갔다.“왜 이렇게 오래 걸려?다 했어?"윤정은 장미선을 보면서 따로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장미선을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이 여자를 제대로 알고 싶어 했다.“왜?”장미선은 이상하게 여겨져 온몸이 불편했다.윤정은 또 이미 옷을 다 갈아입고 침대옆에 앉아있는 윤설을 바라보았다. 윤설에게서 그와 비슷한 그림자를 찾으려 했지만 보면 볼수록 앞이 흐릿해졌다.늘 아끼던 딸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윤설이 자신을 쳐다보자 윤정은 마음속의 의심과 충격을 숨기고 물었다.“다 됐어?”“네.”윤설이 일어섰다.장미선은 바삐 윤설을 부축했다.“조심해, 천천히.”윤정은 걸어가서 다 정리된 짐을 쥐고 뒤따라 나갔다. 의심은 가장 무서운 감정으로서 윤정은 의심 끝에 유전자 검사하러 갔다.집에서 윤설이 사용했던 컵을 찾는 것은 쉬웠고, 심지어 방에서 윤설의 베개 위에서 그녀의 머리카락 하나를 찾았다.다 준비된 후 윤정은 개인 병원에 가서 유전자 검사를 했다.휴게실에서 기다리는 윤정의 마음은 여간 초조하지 않았다.그전에도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원유희가 자기 딸임을 확인하고 그땐 기쁜 마음 뿐이었고 지금은 부정적인 결과를 받으러 왔다.어젯밤, 윤정은 하룻밤 동안 계속 이 일을 생각했다. ‘착각이 아닐까? 장미선은 결혼하자마자 바람피울 사람은 아니지 않나?;윤정은 그때 그저 가난한 청년이었고 가진 거라곤 불타는 의지밖에 없었다. 만약 그때 장미선이 이미 바람을 피웠다면 그럼 정말 악랄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윤정 씨, 유전자 검사 결과입니다.”의사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가져오고 말했다.“친자 불일치로 나왔습니다.윤정은 손을 떨더니 옆의 물컵을 엎었다. 컵은 땅에 떨어졌고 물이 그의 소매를 적셨다. 윤정은 유전자 검사 결과서를 들고 떨리는 손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래쪽에 있는 검사 결과를 감당하기 어려웠다.“왜 아니…….”의사에게 묻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 묻는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