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1609 챕터

제431화

“바쁘지 않아?”“아직.””간단한 안부를 물은 원수정은 카메라를 뒤집어 방을 향하게 했다.“보여? 전에 살던 방보다 너무 좋아.”“응, 보여.”“나 혼자 이렇게 큰 곳을 쓸 수는 없는데.”“크면 편하지, 뭐.”원수정이 카메라를 다시 돌려 그의 얼굴을 마주봤다.“내가 어떻게 당신한테 감사해야 하지? 그리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여기서 얼마나 살아야 할지 모르고, 심지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른다는 거야…….”“부담 갖지 마. 언제까지든 계속 살 수 있어, 나한테 감사할 필요도 없고. 내가 이러는 것도 다 유희를 위해서야.”윤정의 말에, 원수정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호텔에 대해서만 조금 더 이야기하다가 영상통화를 끝냈다. 어린 여자처럼 줄곧 윤정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일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한 느낌이 서로의 관계 발전에 더 좋지 않을까?방을 대충 정리한 원수정은 밖에 나가 쇼핑을 하며 옷을 샀다. 호텔에서 상점까지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사모님의 생활에 익숙한 그녀는 걷고 싶지 않아서 택시를 불렀다.이틀째 밖에 나가 놀고 있는 그녀. 매일 심심하고, 소비 외에 다른 즐길거리가 없다. 그래도 전의 호텔은 마작이라고 할 수 있었지…….4시가 좀 넘은 시각. 밖에서 돌아온 원수정이 호텔 로비에 들어섰고, 뒤에 있는 호텔 종업원이 그녀를 도와 차에 있는 크고 작은 쇼핑백을 들고 내렸다.“수정 씨.”원수정은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돌려 윤정을 보고 의아해했다.“어떻게 온거지?”“출장 온 김에 잠깐 들렀어.”말을 마친 윤정의 눈길이 호텔 종업원의 손으로 향했다.“쇼핑하러 갔다왔어?”“내 물건도 부쳐줄 수 없다는데, 당연히 가서 새로 사야지.”윤정이 그 말을 듣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물었다.“부쳐줄 수 없다니? 무슨 일이 생긴거야?”“일단 방으로 가. 내가 너희 집 그 두 사람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해주지.”한숨을 내쉰 원수정이 윤정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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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유희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쭈글쭈글했던지, 내가 왜 이렇게 못생긴 녀석을 낳았을까, 싶었다니까? 후에 자랄수록 예뻐졌기에 망정이지.”회상하던 원수정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옆에 있는 윤정도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그런데, 낳긴 했지만, 키울 용기가 없었어. 그래서 우리 오빠네 부부한테 맡기고, 개인적으로 생활비를 보내줬지. 나중에 오빠가 결코 좋은 아버지가 아니란 걸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들이 유희한테 잘해주도록 그저 더 많은 돈을 줄 수밖에.”“당신한테도 사정이 있었잖아.”“나는 늘 당신한테 아이의 존재를 알려주면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까 자문했어. 아이의 귀엽고 앳된 얼굴을 볼때마다, 사랑해줄 아버지가 없다는 게 안타까웠지. 우리 오빠 때문에 아이가 섭섭해 할 때마다, 정말 너의 친아버지는 부드러운 남자고, 너에게 웃어주고, 사탕도 사주고, 같이 유치원에도 가 줄 거라고 말하고 싶었어…….”윤정은 말이 없었다. 이건 그녀의 탓이 아니다.“과거 일 가지고 고민하지 마. 유희는 앞으로 아직 살 날이 많고, 우리가 계속 그 아이 옆에 있을 거야.”“그 아이가 앞으로 살 날은 김신걸이 다 망쳤어. 그때 오빠네 부부가 사고가 난 후, 유희를 김씨 가문으로 데리고 가서 김영에게 내 조카딸이라고 소개했지. 그 사람은 내 체면을 봐서 아이를 아껴줬는데, 그때 김신걸 눈에 들 줄은 몰랐지.”“그때 유희는 몇 살이었어?”윤정의 얼굴빛이 변한 걸 보고, 원수정은 그가 오해했다는 걸 알았다.“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유희를 괴롭혔어. 유희가 걔를 무서워하고, 찍소리도 못했지. 후에 유희는 외국으로 도망갔고, 김신걸도 갑자기 실종된 것 같았어. 더 이상 김영에게 돌아오지도 않고 제성에 나타나지도 않아서 유희도 괜찮을거라 생각하고 전화해서 그 애를 불렀는데, 뜻밖에도 김신걸에게 가로막혀서 호텔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김신걸이 당신 때문이라고 하는 걸 들었는데…….”“뭐가 나 때문이야, 헛소리! 내 말 들어봐. 애초에 김영이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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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바람이 불자 원수정은 호텔 쪽으로 걸어갔고, 윤정은 몸을 풀었다.하늘에 걸려 있는 달, 그리고 온 하늘에 가득한 별이 내일의 화창한 날씨를 말해주는 순간. 그러나 윤정의 마음은 그리 화창하지 않다. 망설여지고, 무겁고, 복잡한 마음…….그는 차마 원수정에게 헤어진 후 오랫동안 바깥 세상으로 나올 수 없었다고, 억지로 나온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이미 정이 없어진 전처와 재혼하는 그 괴로움은 딸을 대할 때만 좀 편해질 수 있다. 딸이 없을 때는, 모든 힘과 노력을 사업에만 쏟아부었다.시간은 빨리 흘러갔고, 그리운 마음도 희미해져갔다.다만 마음 속에 있던 사람을 다시 만나면 책임감이 더 강해지고 마음이 더 무거울 뿐이다. 원수정은 모를 것이다. 자신과 그녀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그녀에게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만약 유희가 정말 표원식을 좋아한다면, 윤정도 아버지로서 자연히 그녀 생각을 하게 되겠지. 원수정은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며 샤워하고 있다. 스위트룸에는 윤정의 그림자가 없지만, 그에게 이렇게 큰 담력이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급하지 않아, 한 번이나 두 번이나 똑같지 뭐.’원유희는 거실 바닥에 누워 세 아이들에게 눌려 장난치며 웃고 있다.“그만, 그만해…….”기운이 좋은 어린아이는 아무리 놀아도 피곤하지 않다. 갓 태어났을 때처럼 낮에는 잠도 안 자고 밤에도 힘이 넘친다. 그때 원수정과 아주머니는 모두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엄마 목 마르죠? 제가 물 따라드릴게요!”조한이 일어나서 물을 따르러 갔다.“물 마시고, 계속 같이 놀아요!”“음…….”유담의 말에 원유희는 입꼬리를 두 번 당겼다.“엄마, 다리 아프죠? 안마해 드릴게요!”상우는 옆에서 두 손으로 다리를 얼얼하게 꼬집는다.원유희가 품 속에 애교 부리고 있는 유담이를 안고 장난치고 있을 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엄마, 누가 찾아요! 제가 가져올래요!”유담이 작은 얼굴을 내밀고 일어서서 휴대폰을 가지러 갔다.“고마워,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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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그녀는 지금 6층에 있으니, 집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아빠 지금 5층이세요? 저 지금 동네 산책 중이예요!”전화를 끊은 원유희가 아이들과 황급히 인사를 하고 나갔다.문이 쾅 닫히고, 조한이 물컵을 손에 든 채 어른처럼 한숨을 내쉬며 묵묵히 물을 마셨다.원유희가 재빠르게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계단 모퉁이에 윤정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을 때, 윤정이 의아해했다.“동네 산책하고 있다며? 왜 위에서 내려왔어?”아버지가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알았다면,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그녀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동네 산책하다가 6층 아이를 만나서 데려다줬거든요. 올라가자마자 아빠한테서 전화가 온 거예요.”윤정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라는 단어가 순식간에 그의 마음을 건드렸을 뿐. 원유희가 잃었던 아이와 그녀의 성하지 못한 몸만 연상되었다.“아빠는 왜 이 시간에 왔어요? 밥은요?”뭔가 들킬까 두려워 원유희는 화제를 도렸다.“여기로 먹을 걸 좀 보냈거든, 지금 거의 다 왔다고 하니까 문 좀 열어봐.”“네.”원유희가 문을 열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 누군가가 저녁을 집까지 가져다주었다. 김신걸도 이전에 같은 행동을 했었는데. 부자들은 정말 제멋대로다.윤정은 원유희와 몇 번 식사를 같이 하면서, 딸과 자신이 입맛이 참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안 먹는 것, 좋아하는 것, 못 먹는 것이 다 똑같았고, 이 사실이 자신으로 하여금 그녀를 더 아끼게 한다.“너네 엄마를 보러 갔었어.”윤정의 말에, 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아버지가 어머니를 보러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너의 엄마가 나에게 표원식에 대해 말했어. 아직도 그와 연락하니?”윤정이 관심을 가지며 물었다.“그냥… 저번에 한 번 만났어요. 그냥 애들 때문에 만나는 거고, 나머지는 다 피해요. 저와 그 사람 사이 아무것도 아니예요.”그녀는 윤정의 말 뜻을 알아들었다는 듯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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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이 말을 들었음에도, 원유희는 이미 아무런 설렘과 기대도 없었다.“아빠, 제 상황을 모르시잖아요…….”“아빠도 알아, 그건 문제가 아니야. 표원식이 마음에 들면, 너희 둘의 감정만 확실하면, 다른 건 아빠가 다 해결할게.”엄숙한 표정을 보고, 원유희의 얼굴이 멍해졌다. 이게 맞는걸까? 비록 지금 김신걸이 그녀를 보고도 못 본 척하지만, 자신에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호적 문제가 남아있기에.“김신걸에게 답을 받아낼 테니, 그건 걱정하지 마.”윤정이 그녀를 위로했지만, 원유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 문제예요.”“무슨 문제인데? 네가 표원식한테 마음이 있으면 된 거지”원유희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이제 세 아이들의 일도 모두 나수빈에게 알려졌는데, 어찌 자기 아들을 그런 여자와 결혼시킬 수 있겠는가? 이전에 표원식과 표씨 가문과 함께 밥을 먹을 때, 그녀는 숨겨진 아이들을 걱정했다. 지금 알려진다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걸 알았기에.“이 일은 아빠한테 맡겨, 다 잘 되게 해줄 테니까.”윤정이 한 마디 반대도 없이 결정을 내렸고, 그녀는 정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만약 김신걸이 그녀와 표원식을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자유도 먼 일이 아닌 걸까?한번 떠 봐야 되나? 그럼 원수정의 집은 어떻게 하지? 그냥… 하나 하나 해 보자!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을 테니.윤씨 가문에서 식사 자리가 있다며 윤정이 원유희를 초대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윤씨 집안 세 식구와, 예비 사위 김신걸. 처음 먹은 식사와 많이 다르지 않고, 마음도 처음 식사 때보다 많이 적응했다. 다른 사람들은 결코 그녀를 불편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김신걸. 그의 기가 너무 강해서 공기 중의 산소가 부족하고, 호흡마저 원활하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였다.일주일 전 드래곤 그룹을 찾아가 굴욕을 당한 뒤 처음 만나는 자리. 본체만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장미선 모녀는 그녀는 보고 능청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지난번에 집을 빼앗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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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윤설은 숙녀처럼, 끼어들지 않고, 말을 가로채지 않으며 교양있게 대화하고 있다.“설이가 막 태어났을 때, 그렇게 많은 아이들 중에 혼자만 깨끗했지, 어릴 때부터 참 예뻤어!”장미선이 윤설을 칭찬하다가, 갑자기 윤정을 끌어들였다.“당신, 설이 태어날 때 당신 모습 기억나?”“내가 뭐 어땠는데?”윤정이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내가 못 본 줄 알고? 눈시울이 붉어져서, 손에 폭탄이라도 안듯이 조심스럽게 안는 모습 말이야.”장미선이 웃을 때, 윤정은 말없이 원유희에게 눈을 돌렸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접시에 있는 쇠고기를 썰어 입에 넣어 천천히 씹어 삼켰다.“유희야, 또 뭐가 먹고 싶니?”“네?”윤정의 물음에 원유희가 고개를 들어 대답할 때, 그녀의 입가에 후추가루가 묻은 걸 보고 윤정은 웃음이 터져서 물티슈를 들어 입가를 닦아주었다. 어린아이를 대하는 듯한 태도에 원유희는 얼굴이 붉어져서 물티슈를 가져와 스스로 닦았다.장미선과 윤설이 이 광경을 보자마자 안색이 변했지만, 김신걸도 현장에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냥 지나갔다.“저는 배 불러요, 더 안 먹어도 돼요.”원유희가 말한 순간, 윤정의 몸에 있는 휴대폰이 울리더니 문자가 왔다. 원수정이 보낸 문자. 다 본 후에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주머니에 쑤셔 넣었는데, 장미선이 예민하게 물어왔다.“왜? 사업 때문에 연락 온거야?”“별 일 아니야.”윤정의 말을 들으며, 원유희는 시선을 멈추었다. 장미선 이 사람은 의심병이 정말 심한 것 같다. 문자 한 통 내용까지 다 물어보다니.휴대폰을 놓은 후, 윤정이 말했다.“설이와 유희는 모두 내가 아끼는 딸이야. 설이는 좋은 짝을 만났지만, 유희가 걱정이지. 그래서 유희에게 잘 맞는 짝을 찾아주려고 해.”말이 끝나고, 원유희는 모든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김신걸은 아무 내색 없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장미선과 윤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 있다.그녀는 그저 김신걸의 반응에만 신경이 쓰였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듯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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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강경한 말투에, 장미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좋은 가문이든, 원유희는 김신걸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좋은 남자에게 시집가도 영원히 윤설에게 짓눌려 살 것이다. 그렇다면 뭐가 걱정인가? 다만, 원유희를 위해 일심전력으로 도와줄 생각을 하는 윤정의 그 마음이 그녀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윤정에게는 딸이 하나여야 마땅하다, 바로 윤설.원유희의 마음은 장미선 모녀에게 있지 않았고 모든 주의력이 김신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눈은 그쪽을 보지 않았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묶인 듯하다.말도 다 했고, 밥도 다 먹었다.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으며, 윤정의 태도도 확고하다.원유희는 윤정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아직 뭘 걱정해? 신걸이도 반대하지 않잖아, 반대할 자격도 없지.”원유희도 윤정이 그녀를 위해 모든 사람 앞에서 그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걸 알고 있다.“아빠, 표씨 집안과 표원식을 찾아가지 않으셔도 돼요…….”“왜, 싫으니?”“저는 지금 그런 생각이 없어요.”“네 뜻을 이해해. 표원식과 연락하면서 만약에 그런 생각이 생기면 언제든지 말해야 해.”“알았어요…….”자상하게 웃는 윤정에게 원유희는 건성으로 말했다.그녀는 알고 있다, 이미 불가능하다는 걸. 세 아이들이 가장 큰 문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문제……. 그래서 아무도 그녀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아파트로 돌아온 원유희는 일단 5층으로 돌아가 목욕을 하기 전에 김신걸의 위치를 살펴보았다.어전원.그녀가 예민한 게 아니라, 정말 김신걸에게 학대를 받아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목욕을 마친 그녀가 6층으로 올라갔고, 문이 열리자마자 조한이 새끼 펭귄처럼 앞에 서서 통통하고 작은 얼굴을 젖히며 말했다.“나는 엄마인줄 아라떠요! 엄마 오셔따!!!”유담도 서서 깡충깡충 뛰었다.“오래 기다려떠요 엄마!”“엄마, 여기예여!”소파에 서서 손을 들어 엄마의 주의를 끌려고 하는 상우의 포동포동한 두 발이 소파를 바짝 붙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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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집을 나온 두 사람은 계단으로 갔다. 원유희의 마음 속에는 표원식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의문으로 가득하다. 그냥 애들 보러 왔나? 오늘 방금 윤씨 가문에서 그녀와 표원식의 관계에 대해 얘기했는데, 마침 이렇게 만나다니.그러나 표원식은 이런 얘기가 언급됐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기에, 생각만 해도 마음이 좀 불편하다.“밥 먹으러 나갔던 거예요?”“네, 우리 아빠랑요.”“이틀 전에 윤 선생님을 만났어요, 제 삼촌과 식사 중이셨죠.”원유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알아보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식사까지 함께 한 사이라니. 단순히 사업을 위해서일까, 아니면…….“아빠가 뭐라고 하던가요?”“걱정돼요?”원유희의 물음에, 표원식이 농담을 던지는 듯한 눈빛으로 다시 물어왔다.“아니 제가 무슨 걱정이 있어요…….”“당신 아버지가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이인지, 사적으로 물어보셨어요.”“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요?”“뭐라고 대답했으면 좋겠는데요?”계단을 내려오던 표원식의 발이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그를 따라 멈춘 원유희는 시선을 한쪽으로 회피했다.“우리가 안 된다는 걸 알아요. 너무 많은 장애가 있고…….”“그래요? 근데 당신 아버지는 다음에 당신과 나와 셋이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셨어요. 그럼 거절할 거예요?”원유희는 대답하지 않았고, 표원식도 강요하지 않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그가 차에 타고 떠날때까지, 그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다음날 출근할 때까지 원유희의 머릿속에는 이 일이 떠나지 않았다.‘아빠와 정말 밥을 먹었다고? 언제? 어제 아빠와 만났을 때도 이런 얘기는 없었는데. 그냥 하는 얘기일까?’정말 셋이 같이 밥을 먹는다면, 윤정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녀도, 표원식도 분명히 알고 있다.“원 매니저, 10분 후에 나와 함께 총재실로 가요.”고선덕이 부서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하는 말을 듣고, 원유희의 심장박동이 터질 듯 커졌다.총재실… 김신걸이 있는 사무실 아니야? 다른 사람이 빌려쓰거나 그럴 일은 없겠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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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원유희의 몸이 뻣뻣해지고, 마음이 무겁고 불안해지다 못해 질식할 것 같을 때, 김신걸의 명령 소리가 들려왔다.“커피 한 잔 따라와.”원유희는 멍해졌다. 자신을 부르는 걸까? 아, 사무실에 그녀와 김신걸만 있으니 이런 일을 김신걸이 하지는 않겠지.“나는… 잘 못 따르는데.”“그럼 잘 할 방법을 생각해 봐.”원유희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와 탕비실에 가서 그에게 줄 커피를 따랐다. 이 층 사람들은 모두 쓸 수 있는 곳이기에 그녀도 이 공간이 낯설지 않다. 정수기, 각종 차, 커피, 그리고 커피 머신, 냉장고에는 갈아 놓은 원두도 있다. 커피 타 본 적은 없어도 어디서 본 건 있는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순서대로 해 보았다. 커피, 프림, 설탕, 젓기. 코를 컵 가장자리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향기롭다.커피를 들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아무리 좌우로 살펴봐도 고선덕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전화 받다가 어디로 간 걸까? 설마 돌아간 건 아니겠지?문을 두드리고 사무실로 들어간 후에도 안에는 여전히 김신걸 혼자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커피를 김신걸의 앞에 놓고 한쪽에 서자, 그가 한 입 마시더니 말했다.“입맛 떨어지네 진짜.”“…….”원유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다시 말했다.“그럼 내가 다시 다른 사람 구해서 다시 타다 줘?”“됐어.”김신걸은 또 한 모금을 마셨다.“커피 못 마시잖아? 위가 안 좋은 사람은 못 마신다던데…….”원유희가 묻다가, 김신걸의 날카롭고 깊은 눈빛이 다가오자 말을 바꿨다.“미안,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결혼할 상대가 있는 사람이 다른 남자한테 신경 쓰는 건 좋지 않은 거 아닌가?”김신걸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공격적인 눈빛.원유희는 그의 말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언제 그런 뜻으로 얘기했단 말인가?“오해했어. 나는 그저 선의로 말했을 뿐, 다른 뜻은 없어.”“네가 결혼한다고 오해한거니, 아니면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게 오해라는 거니?”“무슨 뜻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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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원유희는 약간 망설였지만, 퇴근하고 회사 건물을 나서자마자 익숙한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고 차에서 내린 표원식이 일부러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차 옆에 듬직하게 서서 웃으며 그녀를 보고 있다.“왜 왔어요?”“가는 길이라서요.”가는 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원유희는 웃으며 굳이 말하지 않았다.그녀가 조수석에 타서 안전벨트를 하자마자 상자 하나가 건네졌다.“이틀 전에 출장을 갔는데, 좋아 보여서 사왔어요.”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 그녀가 잠시 불편해하며 답했다.“교장선생님, 선물 안 주셔도 돼요. 이미 저에게 주신 도움만으로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는걸요.”“오늘 같이 밥 먹겠다고 동의한 것만으로 이미 보답하고 있어요.”표원식이 차의 시동을 걸었고, 차가 도로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원유희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표원식은 분명 그녀에게 마음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여기까지 왔겠는가.상자를 여니, 안에 팔찌 하나가 있었다. 첫눈에 확 띄는 정교하고 예쁜 무늬.“괜찮아요?”“예뻐요.”표원식의 물음에, 원유희가 웃으며 말했다.“좋긴 한데, 다음에는 사지 마세요. 예의상 주시는 거라고 해도 너무 비싸요.”“다음에 밥 사주시면 되죠, 비싸지 않은 것도 돼요.”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좋은 가운데, 원유희는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말했다.“이러시는 거 어머니께서 알고 계세요? 그분께서 이미 저에게 세 아이가 있다는 걸 알고 계세요. 교장 선생님, 저 때문에 두 분 사이에 갈등이 생기게 할 순 없어요.”표원식이 원유희의 불안한 안색을 보더니 말했다.“아니예요, 우리 부모님 생각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내가 무슨 하는 지 잊지 마요, 참을성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저한테 가장 큰 문제는 당신이예요.”원유희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식당에 도착했을 때, 윤정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고 원유희는 둘의 대화를 듣고 그들이 정말 처음 만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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