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온 두 사람은 계단으로 갔다. 원유희의 마음 속에는 표원식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의문으로 가득하다. 그냥 애들 보러 왔나? 오늘 방금 윤씨 가문에서 그녀와 표원식의 관계에 대해 얘기했는데, 마침 이렇게 만나다니.그러나 표원식은 이런 얘기가 언급됐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기에, 생각만 해도 마음이 좀 불편하다.“밥 먹으러 나갔던 거예요?”“네, 우리 아빠랑요.”“이틀 전에 윤 선생님을 만났어요, 제 삼촌과 식사 중이셨죠.”원유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알아보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식사까지 함께 한 사이라니. 단순히 사업을 위해서일까, 아니면…….“아빠가 뭐라고 하던가요?”“걱정돼요?”원유희의 물음에, 표원식이 농담을 던지는 듯한 눈빛으로 다시 물어왔다.“아니 제가 무슨 걱정이 있어요…….”“당신 아버지가 우리가 서로 아는 사이인지, 사적으로 물어보셨어요.”“그래서, 뭐라고 대답했는데요?”“뭐라고 대답했으면 좋겠는데요?”계단을 내려오던 표원식의 발이 멈추고, 그녀를 보았다. 그를 따라 멈춘 원유희는 시선을 한쪽으로 회피했다.“우리가 안 된다는 걸 알아요. 너무 많은 장애가 있고…….”“그래요? 근데 당신 아버지는 다음에 당신과 나와 셋이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셨어요. 그럼 거절할 거예요?”원유희는 대답하지 않았고, 표원식도 강요하지 않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그가 차에 타고 떠날때까지, 그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다음날 출근할 때까지 원유희의 머릿속에는 이 일이 떠나지 않았다.‘아빠와 정말 밥을 먹었다고? 언제? 어제 아빠와 만났을 때도 이런 얘기는 없었는데. 그냥 하는 얘기일까?’정말 셋이 같이 밥을 먹는다면, 윤정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녀도, 표원식도 분명히 알고 있다.“원 매니저, 10분 후에 나와 함께 총재실로 가요.”고선덕이 부서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하는 말을 듣고, 원유희의 심장박동이 터질 듯 커졌다.총재실… 김신걸이 있는 사무실 아니야? 다른 사람이 빌려쓰거나 그럴 일은 없겠지?총
원유희의 몸이 뻣뻣해지고, 마음이 무겁고 불안해지다 못해 질식할 것 같을 때, 김신걸의 명령 소리가 들려왔다.“커피 한 잔 따라와.”원유희는 멍해졌다. 자신을 부르는 걸까? 아, 사무실에 그녀와 김신걸만 있으니 이런 일을 김신걸이 하지는 않겠지.“나는… 잘 못 따르는데.”“그럼 잘 할 방법을 생각해 봐.”원유희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와 탕비실에 가서 그에게 줄 커피를 따랐다. 이 층 사람들은 모두 쓸 수 있는 곳이기에 그녀도 이 공간이 낯설지 않다. 정수기, 각종 차, 커피, 그리고 커피 머신, 냉장고에는 갈아 놓은 원두도 있다. 커피 타 본 적은 없어도 어디서 본 건 있는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순서대로 해 보았다. 커피, 프림, 설탕, 젓기. 코를 컵 가장자리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향기롭다.커피를 들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아무리 좌우로 살펴봐도 고선덕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전화 받다가 어디로 간 걸까? 설마 돌아간 건 아니겠지?문을 두드리고 사무실로 들어간 후에도 안에는 여전히 김신걸 혼자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커피를 김신걸의 앞에 놓고 한쪽에 서자, 그가 한 입 마시더니 말했다.“입맛 떨어지네 진짜.”“…….”원유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다시 말했다.“그럼 내가 다시 다른 사람 구해서 다시 타다 줘?”“됐어.”김신걸은 또 한 모금을 마셨다.“커피 못 마시잖아? 위가 안 좋은 사람은 못 마신다던데…….”원유희가 묻다가, 김신걸의 날카롭고 깊은 눈빛이 다가오자 말을 바꿨다.“미안, 내가 오지랖이 넓어서.”“결혼할 상대가 있는 사람이 다른 남자한테 신경 쓰는 건 좋지 않은 거 아닌가?”김신걸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공격적인 눈빛.원유희는 그의 말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언제 그런 뜻으로 얘기했단 말인가?“오해했어. 나는 그저 선의로 말했을 뿐, 다른 뜻은 없어.”“네가 결혼한다고 오해한거니, 아니면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게 오해라는 거니?”“무슨 뜻인지
원유희는 약간 망설였지만, 퇴근하고 회사 건물을 나서자마자 익숙한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고 차에서 내린 표원식이 일부러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차 옆에 듬직하게 서서 웃으며 그녀를 보고 있다.“왜 왔어요?”“가는 길이라서요.”가는 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원유희는 웃으며 굳이 말하지 않았다.그녀가 조수석에 타서 안전벨트를 하자마자 상자 하나가 건네졌다.“이틀 전에 출장을 갔는데, 좋아 보여서 사왔어요.”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 그녀가 잠시 불편해하며 답했다.“교장선생님, 선물 안 주셔도 돼요. 이미 저에게 주신 도움만으로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는걸요.”“오늘 같이 밥 먹겠다고 동의한 것만으로 이미 보답하고 있어요.”표원식이 차의 시동을 걸었고, 차가 도로로 미끄러져 들어갔다.원유희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표원식은 분명 그녀에게 마음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여기까지 왔겠는가.상자를 여니, 안에 팔찌 하나가 있었다. 첫눈에 확 띄는 정교하고 예쁜 무늬.“괜찮아요?”“예뻐요.”표원식의 물음에, 원유희가 웃으며 말했다.“좋긴 한데, 다음에는 사지 마세요. 예의상 주시는 거라고 해도 너무 비싸요.”“다음에 밥 사주시면 되죠, 비싸지 않은 것도 돼요.”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좋은 가운데, 원유희는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말했다.“이러시는 거 어머니께서 알고 계세요? 그분께서 이미 저에게 세 아이가 있다는 걸 알고 계세요. 교장 선생님, 저 때문에 두 분 사이에 갈등이 생기게 할 순 없어요.”표원식이 원유희의 불안한 안색을 보더니 말했다.“아니예요, 우리 부모님 생각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내가 무슨 하는 지 잊지 마요, 참을성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저한테 가장 큰 문제는 당신이예요.”원유희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녀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식당에 도착했을 때, 윤정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고 원유희는 둘의 대화를 듣고 그들이 정말 처음 만난 게
표원식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만났어요.”“그리고는? 더 없었어요?”“그녀에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 나 여사님에게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할 뻔했다고 말하니까 엄청 놀라셨죠.”“정말 명예를 신경쓰지 않으시네요. 그리고 교장선생님이신데, 만약 정말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얼마나 파장이 크겠어요? 저는 그런 편견 없지만, 다른 사람 말이 두려운 거예요.”“말 안했다니까요? 그냥 놀라게 해드린 거죠.”당시의 나수빈이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하니, 원유희는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그에게 쉽게 소개팅 상대를 찾아주지 못하겠지.차가 아파트 단지 밖에서 멈추었다.“왜 여기에 세워요?”“제가 데리고 들어가려구요.”“그렇게 시크하다고 알려진 교장선생님이 이렇게 낭만적인 줄은 몰랐네요?”“당신 앞이라서 더 그런가봐요.”표원식이 얼굴을 돌려 달콤한 미소를 띤 매력적인 원유희의 모습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그의 마음을 깨달은 원유희가 가슴이 두근거리며 발버둥치려 했지만 헛수고였고, 이끌려 아파트 앞까지 걸어왔다.“저는 여기까지만 데려다줄게요. 어차피 올라가도 잘 곳도 없으니까.”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진 원유희가 이리저리 둘러보았다.“팔찌는요?”원유희가 가방 속의 상자를 꺼내자, 표원식이 가져가서 연 뒤 안에 있는 팔찌를 원유희의 손목에 끼웠다. 가늘고 하얀 손목에 감긴 팔찌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을 매만지며 말했다.“예쁘네요.”“너무 능숙한데요? 예전에 다른 여자한테도 해준 적이 있나봐요.”“그건 비밀이고, 팔찌 살 때 연습 좀 했어요.”그리고 표원식의 키스가 그녀의 아름다운 코끝에 가볍게 떨어졌다가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갈 때, 원유희는 정신을 차리고 뒤로 물러섰다.“저는… 저는 먼저 올라갈게요.”“네.”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답하는 표원식을 뒤로 하고, 원유희는 몸을 돌려 복도로 들어가 2층에 올라가서야 숨을 고르며 멈췄다.심장 박동이 엉망진
그 이유는 첫째, 세 아이의 성장에 더 참여하기 위해서, 둘째, 아주머니를 좀 편안하게 해 드리기 위해서이다.“원유희.”그녀의 발걸음이 갑자기 굳어지며 고개를 돌려 걸어오는 나수빈을 보았다. 머리가 멍해져 반응이 느려진다. 왜 표원식의 어머니가 여기 있는 걸까.“뜻밖이지? 나도 의외였어. 네가 내 아들이랑 결혼하겠다고 하다니, 내가 지금 여기 온 건 엄마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달라고 묻고 싶어서야. 동의해야 해, 반대해야 해?”어젯밤 표원식이 집에 돌아오길 기다린 나수빈은 소개팅 이야기를 물었다가, 둘의 이야기를 들은 게 분명하다.원유희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원유희, 너도 아들이 있으면서, 나중에 네 아들이 너 같은 여자를 찾으면 받아들일 수 있겠니?”“서로 좋다고 하면 받아들일 거예요.”원유희가 용기를 내서 대답했다.“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들이 지금 어리기 때문이겠지.”나수빈은 화가 나서 실소가 터졌다.“나는 내 아들이 외모만으로 너한테 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뭘까? 너와 네 엄마에 관한 소문도 헛소문은 아니겠지.”표원식의 어머니를 존중하는 원유희라고, 이 말은 좀 불편했다.“아주머니, 그건 모두 오해예요. 저희 엄마는 억울하게 사실을 왜곡당했고, 저는 더욱 그래요. 저는 권력도 없고 지위도 없는 사람이예요, 아드님도 사람 외모만 보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어떻게 빈털터리 나쁜 여자한테 현혹될 수 있겠어요?”당연히 아니겠지. 나수빈은 자신의 아들을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줄곧 표원식 근처에 나타나는 여자들을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았다. 뜻밖에도 이 여자를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다니.얼굴을 숙인 원유희는 마음이 무거웠다. 어젯밤 표원식이 틀림없이 나수빈과 ‘소통’했을 것이다. 그 ‘소통’의 효과가 이렇다니.나수빈의 안색을 보니, 틀림없이 밤새 잠을 잘 못 잔 게 분명하다.“부모 마음은 다 똑같죠, 아주머니 심정 이해해요. 교장선생님께 연락해서 다시는 왕래 없도록 할게요, 더 난처하게 하지 않을거예요.”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는 자신의 ‘가족’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녀 마음속에는 엄마와 아빠뿐, 다른 사람은 가족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원수정은 강구에 있고, 윤정은 이미 자신의 가정이 있다.한 사람은 올 수 없고, 한 사람은 올 때 가족을 다 데리고 오지 않을까? 그 안에는 김신걸도 있겠지? 윤정이 오는 건 당연하지만, 장미선은 무슨 자격으로 그녀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올 수 있겠는가? 그런 악독한 여자가…….하지만 윤정만 부른다면, 곤란해 할 수도 있다.아무리 생각해도 원유희는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차피 약혼결혼도 아니잖아… 약혼하고 결혼하는거라면, 그때는 틀림없이 친어머니가 나타나야 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지.혼자 이리저리 생각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그녀는 윤정에게 전화를 했다.“누가 가길 바래?”“아빠가 결정해 주세요, 전 다 괜찮아요.”“너희 엄마는 여기 없는데, 아빠가 가족을 데리고 가도 괜찮니? 안심해, 그런 자리에서 함부로 말하지 않을 거야. 만약에 약혼하고 결혼하려는 거라면, 너희 엄마 쪽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보자.”“네……. 그런데 김신걸도… 오나요?”“갈지 안 갈지 설이한테 물어볼게. 괜찮아.”“네.”전화를 끊은 원유희는 방 안을 왔다갔다했다. 흥분되지 않는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자신은 정말 결혼할 수 있을까? 자유로워질까? 결혼만 할 수 있다면 그녀의 인생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그날 저녁, 표원식이 시간을 정했다. 이번 주 금요일 저녁, 아직 4일이 남은 시간.밤에 세 아이를 안고 자던 원유희는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표원식에게 호감이 있고, 세 아이도 이 아버지가 될 사람을 좋아하니, 이보다 더 적합한 대상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그녀와 김신걸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멀어진 관계는 보이지 않는 골짜기로 변하고, 다시는 접촉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원유희는 즐겁게 웃었
이전에 발급한 임시신분증을 가지고 호텔에 가서 시험해 본 원유희는 안심했다. 사용 가능해, 김신걸은 이제 정말 더 이상 자신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지.그녀과 표씨 가문 일에 대해, 아직 원수정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오고 싶어도 못 오는데, 기분이 나쁠 거야. 아니면 나중에 얘기하든가…….퇴근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녀는 집 아래쪽에서 표원식의 전화를 받으며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네, 방금 들어왔어요. 일은 언제 끝나요? 별일 없죠?”“교육청 사람하고 밥 먹고, 바로 나와서 전화한 거예요.”“교장선생님, 수고하셨어요~”“보러 가도 돼요?”“아니예요, 너무 피곤하게 그러지 마요, 일찍 집에 가서 자요.”그녀가 소파에 앉아 두 다리를 쭉 뻗고 발등을 팽팽하게 당겼다가 느슨하게 했다. 뽀얀 발가락의 장난스러운 모습.“알았어요.”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소파에 누워 기지개를 켠 원유희는 집에 오고 나서 정말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가, 위층에서 배고파하는 세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또 행복해졌다.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걸까?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고, 원유희는 얼굴을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누구지?아마 최근 생활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녀의 경각심이 떨어졌을수도. 그래서, 생각지도 않고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고 마귀처럼 우뚝 서있는 김신걸을 보았을 때, 원유희의 심장박동이 모두 멈춘 듯했고 얼굴색은 하얗게 질렸다. 한 손을 주머니에 꽂은 김신걸이 원유희의 놀란 표정을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겨 들어오는 동시에, 그녀의 두 다리가 힘없이 뒤로 물러섰다.“너… 뭐하러 왔지?”“정말 표씨 집안과 결혼할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여전히 나를 모르네.”“…무슨 뜻이야? 날 속였어?”원유희의 희망이 거품처럼 순식간에 터졌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왜…아니, 더 이상 날 통제하게 두지 않을 거야! 내 일에 상관하지 마…아!”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신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힘껏 누르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검은 눈동자는 예리하고 흉악하다. 원유희는 놀라서 눈물만 흘리며 폭행당하기를 기다렸다. 입술을 깨문 채…….쥐 죽은 듯 고요한 공기 속에 빠져 죽을 것 같을 때, 어깨를 짓눌렀던 손이 풀리면서 몸의 압박감이 사라지고 이어 김신걸이 떠나며 문이 쾅 닫혔다.소파에 꼿꼿이 누운 원유희는 한참이 지나서야 녹초가 되어 이마에 식은땀을 흘린다.‘믿기지 않아, 스스로 막아서 이기다니. 김신걸이 풀어줬어.’정신을 차린 그녀는 휴대폰을 찾아 김신걸의 위치를 확인했다. 동네를 떠났어.그녀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바닥에 앉아 푹신한 소파에 기대었다. 이번에 이렇게 했으면 앞으로도 괜찮겠지…….드래곤 그룹으로 돌아온 김신걸.회사에서 야근을 하던 고건은 다시 나타난 김신걸을 보고 다가가 인사했다.김신걸은 차가운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가 포악한 기운을 띠며 검은색 의자에 앉았다.“뭐 필요하신 거라도?”고건이 물었다.“파일.”“네.”고건이 서류에 서명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며, 생각에 잠겼다.‘지금 일하러 온 느낌이 아닌데, 안색이 뭔가… 불만인 것 같아.”원유의는 바닥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그리고 힘이 풀린 두 다리를 끌고 잠옷을 챙겨 욕실로 가서 찢어진 옷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김신걸은 너무 강제적이고 힘이 세어 그의 손에서는 어떤 사람이든 쉽게 부서진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상관이겠는가?원유희는 아침에 분명히 세 아이를 안고 푹 자고 있었는데, 밖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니 침대의 세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그녀 혼자뿐. 시간을 봤지만 다행이도 늦잠을 자지 않았다. 어린아이는 정말 체력이 좋다.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서자 세 아이가 얌전히 식탁 앞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고, 옆에는 표원식도 있다. 그에게 저녁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 아침에 이렇게 일찍 오다니.충분히 쉰 걸까?일어나서 그녀 앞에 다가오는 표원식의 눈빛이 이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