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발급한 임시신분증을 가지고 호텔에 가서 시험해 본 원유희는 안심했다. 사용 가능해, 김신걸은 이제 정말 더 이상 자신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지.그녀과 표씨 가문 일에 대해, 아직 원수정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오고 싶어도 못 오는데, 기분이 나쁠 거야. 아니면 나중에 얘기하든가…….퇴근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그녀는 집 아래쪽에서 표원식의 전화를 받으며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네, 방금 들어왔어요. 일은 언제 끝나요? 별일 없죠?”“교육청 사람하고 밥 먹고, 바로 나와서 전화한 거예요.”“교장선생님, 수고하셨어요~”“보러 가도 돼요?”“아니예요, 너무 피곤하게 그러지 마요, 일찍 집에 가서 자요.”그녀가 소파에 앉아 두 다리를 쭉 뻗고 발등을 팽팽하게 당겼다가 느슨하게 했다. 뽀얀 발가락의 장난스러운 모습.“알았어요.”두 사람은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소파에 누워 기지개를 켠 원유희는 집에 오고 나서 정말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가, 위층에서 배고파하는 세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또 행복해졌다.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걸까?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고, 원유희는 얼굴을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누구지?아마 최근 생활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녀의 경각심이 떨어졌을수도. 그래서, 생각지도 않고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고 마귀처럼 우뚝 서있는 김신걸을 보았을 때, 원유희의 심장박동이 모두 멈춘 듯했고 얼굴색은 하얗게 질렸다. 한 손을 주머니에 꽂은 김신걸이 원유희의 놀란 표정을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겨 들어오는 동시에, 그녀의 두 다리가 힘없이 뒤로 물러섰다.“너… 뭐하러 왔지?”“정말 표씨 집안과 결혼할 거야? 이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는데 여전히 나를 모르네.”“…무슨 뜻이야? 날 속였어?”원유희의 희망이 거품처럼 순식간에 터졌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왜…아니, 더 이상 날 통제하게 두지 않을 거야! 내 일에 상관하지 마…아!”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신
그녀의 어깨를 손으로 힘껏 누르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검은 눈동자는 예리하고 흉악하다. 원유희는 놀라서 눈물만 흘리며 폭행당하기를 기다렸다. 입술을 깨문 채…….쥐 죽은 듯 고요한 공기 속에 빠져 죽을 것 같을 때, 어깨를 짓눌렀던 손이 풀리면서 몸의 압박감이 사라지고 이어 김신걸이 떠나며 문이 쾅 닫혔다.소파에 꼿꼿이 누운 원유희는 한참이 지나서야 녹초가 되어 이마에 식은땀을 흘린다.‘믿기지 않아, 스스로 막아서 이기다니. 김신걸이 풀어줬어.’정신을 차린 그녀는 휴대폰을 찾아 김신걸의 위치를 확인했다. 동네를 떠났어.그녀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바닥에 앉아 푹신한 소파에 기대었다. 이번에 이렇게 했으면 앞으로도 괜찮겠지…….드래곤 그룹으로 돌아온 김신걸.회사에서 야근을 하던 고건은 다시 나타난 김신걸을 보고 다가가 인사했다.김신걸은 차가운 얼굴로 사무실에 들어가 포악한 기운을 띠며 검은색 의자에 앉았다.“뭐 필요하신 거라도?”고건이 물었다.“파일.”“네.”고건이 서류에 서명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며, 생각에 잠겼다.‘지금 일하러 온 느낌이 아닌데, 안색이 뭔가… 불만인 것 같아.”원유의는 바닥에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그리고 힘이 풀린 두 다리를 끌고 잠옷을 챙겨 욕실로 가서 찢어진 옷을 쓰레기통에 버렸다.김신걸은 너무 강제적이고 힘이 세어 그의 손에서는 어떤 사람이든 쉽게 부서진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상관이겠는가?원유희는 아침에 분명히 세 아이를 안고 푹 자고 있었는데, 밖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니 침대의 세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그녀 혼자뿐. 시간을 봤지만 다행이도 늦잠을 자지 않았다. 어린아이는 정말 체력이 좋다.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서자 세 아이가 얌전히 식탁 앞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고, 옆에는 표원식도 있다. 그에게 저녁에 오지 말라고 했는데, 아침에 이렇게 일찍 오다니.충분히 쉰 걸까?일어나서 그녀 앞에 다가오는 표원식의 눈빛이 이전보다
표원식이 가볍게 그녀의 얼굴을 주무르고 사랑의 눈빛을 보내고서야 몸을 돌려 차에 올랐다. 원유희의 뜨끈뜨끈한 얼굴을 뒤로 한 채, 표원식의 차는 떠났다.그녀는 결코 어젯밤에 발생한 일을 그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별 거 아닌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 가방과 휴대폰을 들고 다시 출근한다.금요일이 곧 다가왔다.“편하게 해, 긴장하지 말고.”전화를 걸어온 윤정의 말에, 원유희는 웃음을 터뜨렸다.“아빠, 도대체 누가 긴장해요? 그냥 밥 먹는 거예요.”딸에게 긴장을 들킨 것 같아서, 윤정은 조금 쑥스러웠다.“아빠는, 좀 아쉬워서…….”사실, 그는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안 지 얼마 안 됐고, 게다가 원유희가 겨우 20대 초반이라 여전히 부모님 밑에서 보호받고 애교부릴 나이라 그런지 딸의 결혼과 출산을 크게 원하지 않는다.하지만 어쩔 수 없지. 김신걸의 치근덕거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원유희도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괜찮아요, 아빠, 어차피 우리는 모두 제성에 있으니까, 제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그냥 밥 먹는 거잖아요. 아직 그 뒤의 일까지는…….”“밥 먹을 때 표씨 가문에서 어떻게 말하는지 보자, 아마 그 사람들은 급할 거야. 만약 이미 날을 잡았다면, 그것도 좋지.”윤정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알아요.”“퇴근할 때 아빠가 데리러 갈게.”“아니요, 교장선생님이 저를 데리러 오신다고 하셨어요.”“그래.”전화를 끊은 후, 원유희는 약간 넋을 잃었다. 사실 그녀도 빨리 날짜를 정해 일찍 예식장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랐다. 밤이 길면, 꿈도 많은 법.그녀는 몸을 돌리며 무의식적으로 구석에 있는 CCTV를 훑어보고,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당황하며 부서로 들어간 뒤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을 달랬다.괜찮아, 자신을 놀라게 하지 마, 김신걸은 그날 밤 떠난 후에 아무 말도 없었잖아?그도 겁을 먹은 거겠지.퇴근이 다가오자, 표원식이 전화했다.
“무슨 냄새죠?”원유희의 물음에,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백미러를 통해 보이는 그의 눈빛이 좋지 않아 보여 그녀는 바삐 자신의 입과 코를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눈앞의 시선이 흐려지기 시작하며 이내 어두워져 좌석에 쓰러졌다. 손에 든 휴대폰이 발판 위에 미끄러지며 떨어지고, 화면에는 적다 만 문자메세지가 보인다.“죄송하지만, 오늘 저녁에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제가 한턱 낼게요.”표원식은 인사를 하고 급히 떠났다. 차를 몰면서 원유희에게 전화를 거는데, 연결이 되지 않는다. 틀림없이 이 시간에 호텔에 도착했을 텐데. 운전기사마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표원식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두 가족은 매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윤정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 인사하고, 장미선 모녀에게도 고개를 끄덕인 뒤 원유희가 없다는 걸 발견했다.“유희는?”“내가 방금 묻고 싶었는데, 자네와 함께 온 게 아닌가?”표원식의 안경 렌즈 뒤 눈빛이 의혹으로 물들었을 때, 그의 몸에 있는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운전기사다.“교장선생님, 원유희 양을 못 만났어요.”윤정에게 말한 뒤 몸을 돌려 밖으로 나온 표원식의 목소리가 엄숙해졌다.“왜 만나지 못했지? 내 전화는 왜 또 받지 않았어?”“휴대폰이 차 안에 있었어요.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계속 기다리다가, 결국 위층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도 없었어요.”전화를 끊은 표원식은 다시 원유희에게 전화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그때, 안에서 윤정과 표원식의 부모가 걸어나오며 물었다.“왜 그래?”“유희가… 없어졌어요.”“뭐…? 무슨 뜻이야?”나수빈이 놀라서 말했다.“오늘 밥 먹기로 한 거 후회하고 없어진 거 아니야?”장미선의 말에 표씨 가문 부모들의 안색이 변했고, 윤정의 날카로운 눈빛이 스쳐 지나가자 그녀는 주눅이 들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윤정의 원유희에게 전화했지만, 여전히 아무도 받지 않았다.“김신걸은 어디에 있죠?”표원식이 윤설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그
차에 오른 윤설은 생각할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어 기사에게 드래곤 그룹으로 가라고 분부했다. 가는 도중에 온 마음이 들끓었다. 김신걸은 오늘 일이 있어서 바빠 식사 자리에 올 수 없다고 말했는데. 공교롭게도 원유희도 실종되어 식사에 오지 않았다.설마…….차가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 윤설은 차에서 내려 김신걸의 검은색 롤스로이스를 보았다. 지하 2층은 김신걸의 전속 차고이며, 윤설의 차만 들어올 수 있다. 설사 이렇다 하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안심하지 못했다. 어차피 김신걸에게는 많은 차가 있었으니까.꼭대기층에 도착하자, 비서실에서 그녀에게 김신걸이 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김신걸이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를 직접 본 윤설은 마음속으로 확실히 안심했다.“벌써 끝났어?”김신걸이 손을 흔들자 뒤따르던 고건이 물러나고, 윤설이 상황을 설명했다.“일이 생겼어. 두 집안의 식사 자리에 여주인공인 유희가 나타나지 않고 전화도 안 받지 뭐야. 도대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표씨 집안은 화가 나 있고. 누구라도 화가 날 수밖에 없지. 나는 정말 유희가 걱정되네. 이렇게 좋은 인연을 제멋대로 망쳐버리다니.”넥타이를 조금 풀어헤친 김신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없어졌다고?”“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겠어. 표원식이랑 아버지가 여기저기 사람을 보내서 찾고 있는데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어. 유희가 뭐 때문에 약속을 어겼을까? 이렇게 큰 일이 생기다니.”“그건 그쪽 일이야. 같이 밥 먹을래?”“좋아.”김신걸의 제안에 윤설이 달콤하게 웃으며 답하고, 두 사람은 김신걸의 차를 타고 밥을 먹으러 갔다. 가는 길에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장미선의 전화.“엄마, 어떻게 됐어요? 유희 찾았어요?”“못 찾았겠지. 너는 지금 어디 있니? 신걸이한테…….”장미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설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지금 나랑 같이 점심 먹으러 가고 있어요. 엄마는요?”“나는 집에 와서 지금 먹고 있지.”
하지만 멀쩡한 사람이 없어졌는데, 어찌 조급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는 원유희의 일처리 습관을 잘 알고 있다. 만약 가고 싶지 않았다면 이미 말했을 성격이지, 이렇게 일이 닥쳐서 실종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해.“표원식이 그렇게 아빠보다 신경을 쓰는데, 무슨 걱정이예요.”윤설이 눈을 부릅뜨고 몸을 돌려 나갔다.황혼이 사방으로 합쳐지고, 화려한 등불이 막 켜졌다.그와 반대로 집 안의 불빛은 어두워 보이고, 그저 몇 개의 벽등만이 미약한 빛을 내고 있어 질식할 정도로 음침한 기운이 든다.“음…….”의식을 찾은 원유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리둥절했다. 눈을 뜨니 푹신푹신한 소파에 누워 있었고, 방 안은 어두컴컴하다. 머리도 몸도 나른하고 무거운 상황.“깼네.”나지막한 목소리가 귀신처럼 고요함 속에서 울렸다. 원유희가 놀라서 얼굴을 돌리자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어두컴컴한 빛이 그의 윤곽을 더욱 음산하고 무섭게 만들고, 밤보다 더 어두운 눈동자는 칩거하는 매처럼 날카롭다.일의 전후 상황이 파도처럼 머릿속으로 밀려들자 그녀는 몸을 벌떡 일으키고 숨을 헐떡이며 맞은편의 무서운 남자를 바라보았다.“나를 보고 이렇게 놀라는 거야?”평온한 김신걸의 목소리가 더욱 미지의 위험으로 느껴진다.“그 차는 네가 부른 거였어. 표씨 집안과 밥 먹기 전에 나한테 이렇게… 뭐 어떻게 할 거야?”원유희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김신걸이 옆으로 손을 뻗어 소파 가장자리의 버튼을 누르자 집안의 불빛이 완전히 켜졌다. 집안을 보고서야 그녀는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했다. 바로 민이령의 집.그녀의 흔들리는 시선이 김신걸의 손가락에 걸쳐진 아름다운 팔찌로 향했다. 아주 익숙한……. 순간 자신의 손목을 확인해보니, 팔찌가 없다. 몸이 굳어서 숨 쉴 때마다 힘들다.“저번부터 보고 있었지, 누가 준 거야?”김신걸이 물었다. 점심 뭐 먹었냐고 묻는 것처럼 간단한 질문인데, 사방의 분위기는 지옥같다.“내가 샀어!”“무슨
원유희는 고통스럽게 힘없는 울음을 터뜨렸고, 김신걸은 미친 듯 얼굴이 붉어졌으며 검은 눈동자는 악마처럼 깊었다.“어때?”그가 그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너 죽어버려…….”원유희가 마지막 힘을 다해 그를 욕하자, 그가 그녀의 턱을 쥔 채 사납게 웃었다.“너야말로,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염라대왕을 만났을 거야.”“계속 해봐, 내가 죽어서 보여줄게!”원유희는 절망적으로 소리쳤지만, 그는 콧방귀를 뀌며 흥얼거렸다.“힘 좀 남겨놔, 또 울 때가 있을걸.”눈을 뜨니 세상에 흐리고 귓가가 잔잔하다. 천지가 뒤집힌 듯 온 세상에 그녀 혼자 남은 것 같다. 다시 태어나는 듯한 피곤함. 움직이려는 순간, 손목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손을 들어 보니 손목에 수갑이, 수갑의 다른 한 쪽은 침대 옆에 채워져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놀라서 힘껏 잡아당겨 봤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으…….”원유희가 힘을 다해 한창 숨을 헐떡이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며 먹을 것을 들고 잠옷을 입은 김신걸이 들어왔지만 그녀는 무시하고 손에 있는 수갑에만 신경썼다.“너… 이게 뭐야?”“고무로 된 거야, 너를 위해 맞춤제작했지. 이게 팔찌보다 좋지 않아? 마음에 들지?”이게 어떻게 정상인이란 말인가.“풀어!”“죽으러 가는거야?”그녀의 죽는다는 말에, 이 악마는 이런 방법을 생각해서 자신을 가둔 것이다. 이런 방법까지 쓰다니. 그녀는 울면서 손에 있는 수갑을 잡아당겼다.“김신걸, 풀어줘…….”“헛수고야.”그는 식판을 침대 머리맡에 놓고 음식을 먹으라고 했지만, 원유희의 극도로 부정적인 감정이 자극되어 손을 힘껏 휘두르며 식판을 전부 뒤집어엎었다.“꺼저! 꺼져!”김신걸이 침대 옆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온몸에서 저기압이 뿜어져나와 방이 마치 얼음창고 같았다. 짙은 위험이 그녀 자신을 감싸고 있음을 느꼈고, 공기 중의 찬 기운이 혈액 속으로 스며들어 그녀에게 진정하라고 말하고 있다. 냉정을 찾은 후에는 꼭 두려움이 같이 온다. 극도로 팽팽해지는
그녀가 아무리 불러도 밖에서는 대답이 없다. 마치 떠난 것처럼.원유희는 엄청난 힘으로 수갑을 잡아당겼지만, 결국 자신의 손목만 빨갛게 만들 뿐이었다. 힘이 회복되지 않은 데다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참을 수 없었는데, 몸부림까지 치고 나자 마치 허탈한 것처럼 침대 옆에 앉아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런 처지가 되었을까? 죽음으로 위협하면 김신걸도 후퇴할 줄 알았는데. 그러나 그는 후퇴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사납게 변했다.그녀가 어떻게 정말 죽음을 선택할 수 있을까? 부모가 있고 자식도 셋이나 있는데, 그저 도박을 했을 뿐이다. 도박에서 이길 알았는데, 진 땅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김신걸의 악랄함을 너무 과소평가했어…….시간은 이미 정오에 가까워졌다. 어제 저녁은 어떻게 됐을까? 김신걸이 이 위치를 절대 알렸을 리 없는데, 그녀의 터무니없는 실종이 어떤 혼란을 초래할 것인지 상상하기 어려웠다.표원식을 위해 순결을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또 김신걸에게…….그녀의 행복은 결국 꿈일 뿐, 아무것도 이룰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의 무서운 편집증은 이곳에 휴대폰, 장식 등을 모두 없애고 침대 머리맡까지 깨끗하게 정리했다. 모든 위험한 물건을 치운 거겠지.침대에 쓰러져 가슴이 심하게 답답하고 눈동자 속의 눈물이 계속 밖으로 흐르는데, 그녀는 닦기도 귀찮았다. 슬픔과 상처의 정서는 눈물이 닦여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피곤하게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었다.김신걸이 방에 들어왔을 때,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자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침대 옆의 그 연약한 자태는 그의 깊은 시선을 애써 미끄러지게 했다. 감히 그에게 반항하다니, 이게 바로 그 반항의 결과이다. 그는 그녀의 몸 깊은 곳에 낙인 찍었고, 도망갈 수 없다. 표원식은 요즘 일할 마음도 없이 원유희를 찾는 데 전념하고 있다. 사무실에 들어온 이수민이 초조하고 의기소침한 그 얼굴을 보며 말했다.“교장선생님, 그 차가 CCTV를 피해서요, 찾을 수가 없어요.”“김신걸을 조사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