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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2577 챕터

제321화

주서인은 더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작은 선물이라도 사줘 봐. 잘 달래서 화 풀어주면 모든 게 해결되는 거야.""아무렴 우빈 이 친엄마잖아. 우빈 이 그리고 조카랑 조카딸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걸 봐서라도 네가 살살 달래주면서 한발 물러서. 사내대장부는 굽힐 줄도 알아야 해."김은희도 딸의 말을 받아치며 아들을 말렸다."형인아, 우빈이를 생각해서 너희 둘이 어떻게든 쭉 살아야 해. 누나 말 듣고 예진이한테 선물도 사주면서 잘 어르고 달래보렴.""예전에 걔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니? 지금 너는 또 어떤지 다시 잘 생각해 봐. 네가 져 줘도 손해 볼 거 없단다."김은희는 아들 얼굴 보러 왔다가 아들이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며느리를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녀와 주서인이 나서서 일을 크게 만든 탓이 아닌가.그들이 주형인과 하예진한테 서로 더치페이하라고 부추기지만 않았더라면 하예진도 진지하게 시시콜콜 따지지 않았을 것이다."아니면 엄마가 네 아버지랑 같이 와서 여기서 살면서 아이 픽업 도와줄까?"김은희는 이어서 말했다."이제 우빈이도 유치원 다니게 되면 내가 픽업해 주고 예진이는 출근하면 되지 않니."주서인은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출근은 무슨, 우빈이 유치원 가면 동서도 둘째 생각해야지. 우리 주씨 집안은 대대로 남자가 너무 적다니까. 나는 남동생이라고는 형인이 밖에 없잖아, 한 명 더 있고 싶어도 말이야.""나라에서는 다자녀 가정제도까지 나왔는데 우빈이는 아직 동생도 없잖아. 형인아, 너희도 진짜 2세 생각해 봐야 한다니까. 하예진이랑 하루빨리 둘째 만들어. 지금부터 준비하면 내년에 우빈이 유치원 입학할 때쯤 둘째도 낳고 딱 좋잖아."주서인은 하예진이 출근하는 걸 원치 않았다.안 그래도 하예진은 혼인 전까지 꽤 실력 있는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행여나 다시 직장에 복귀한다면 곧바로 혼인 전의 자신감을 되찾고 수입도 올라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그녀를 다시 발밑에 둘 수 없는 일이다.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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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그리고는 엄마한테도 얘기했다."엄마, 누나랑 나가서 돌아다니며 쇼핑해, 맘에 드는 거 있으면 뭐든 사고."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카톡으로 곧장 엄마한테 90만 원 보냈다. 마음껏 쇼핑하라고 말이다."그래, 이따가 네 누나랑 나가서 돌아보고 옷 몇 벌 사려니까 너도 얼른 출근하렴. 퇴근해서 일찍 들어오는 거 잊지 말고."김은희는 출근길에 나서는 아들을 마중하며 눈 몇 번 찡긋했다. 퇴근하고 올 때 하예진 선물 좀 사 오라는 뜻이었다.하예진은 유모차를 밀고 나와 아들을 카트 위에 앉혔다, 그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저 우빈이 데리고 산책 다녀올게요.""가보렴."김은희는 어느 때보다 인자하게 웃었다.하예진은 순간 경계했다.시어머니의 이러는 모습을 보니 또 뭔가 골탕 먹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어머니와 형님이 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닐까?그게 뭐가 됐든 그녀는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이런 생각을 하자니 하예진은 더더욱 그들을 대꾸하고 싶지 않아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한편 하예정은 일을 끝마친 후 저녁밥을 먹었다. 심효진은 먼저 집에 돌아갔기에 그녀는 공예품을 포장한 뒤 택배회사에 연락해 기사님을 불러 물건을 받아 가게 했다.오늘 배송할 수 있는 공예품을 모두 고객한테 보내고 나서 하예정은 늦은 밤 11시 전에 문 닫고 퇴근할 수 있었다.전태윤이 점심에 주형인이 바람피운 증거를 가져왔기에 두 자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하예정은 고마운 마음에 전태윤에게 새 옷 두 벌을 더 사주고 싶었다.이번에 그녀는 명품 슈트 두 벌을 사주기로 했다. 인물이 워낙 잘생겼으니 그가 입으면 더 멋있을 것 같았다.남편이 잘생겼다고 칭찬받으면 그녀는 아내로서 괜히 뿌듯했다.하예정은 가게 문을 닫고 곧장 운전해서 갔다.한 유명 브랜드의 의류전문점에 도착한 하예정은 자리를 찾아 주차한 뒤 한편으로 전태윤에게 카톡 하면서 차에서 내렸다.전태윤은 아직 관성 호텔에서 클라이언트와 식사하며 비즈니스 중이었다. 하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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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장소민도 고개를 돌리고 자신을 등지고 서 있는 하예정을 바라보았다."저 아가씨가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어요? 난 저 아가씨를 처음 보는데요.""그럼 내가 잘못 봤겠죠. 우리를 보고 웃은 게 아닐 수도 있죠."장소민의 지인도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멀어지는 하예정의 뒷모습을 확인하고는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내가 잘못 본 게 맞나 보네요.""꽤 예쁘장하게 생긴 아가씨였어요. 귀티 나고 기품이 넘치는 거로 보아 귀하게 자란 아가씨 같은데 어느 집 여식인지는 모르겠네요. 장 여사랑 아는 사이인 줄 알았죠."지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관성의 젊은 아가씨들은 당연히 장 여사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죠."장소민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아들이 장남이었다. 전씨 그룹의 오너이자 가문에서도 어르신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전씨 가문의 아들들은 모두 뛰어난 인재로 극찬받고 있었다. 고등학생인 막내와 금방 성인이 되어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여덟째를 제외하고 나머지 일곱 아들들은 결혼 시장에서 각광받는 존재였다.전씨 가문은 관성의 최고 부자로 진정한 재벌이라고 말할 수 있다.그러니 누군들 재벌가 며느리 자리를 탐내지 않을 수 있을까?그리하여 장소민과 그녀의 두 동서는 상류사회에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재벌 사모님이 되었다. 결혼 적령기에 들어선 딸을 가진 집안은 어떻게든 전씨 가문 세 사모님의 환심을 사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장소민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한테 잘 보여도 쓸모없어요. 우리 가문은 애들 결혼은 애들이 알아서 하게 하거든요. 웃어른으로서 적당한 건의는 할 수 있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애들이 해요. 애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성품만 좋으면 우린 반대할 이유가 없죠."그녀도 맏며느리인 하예정이 눈에 차지는 않지만 착한 아이라는 것을 알기에 전태윤이 그녀를 아내로 맞겠다고 했을 때 아들에게 별다른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다.그녀는 이 결혼을 추진한 자신의 시어머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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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시어머니가 자신을 모르는 척한 행동도 하예정은 이해할 수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걸어서 차로 돌아온 하예정은 차키로 문을 열고 전태윤에게 선물할 옷을 조수석에 던져두고는 차를 운전해서 그곳을 벗어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발렌시아 아파트로 돌아왔다. 전태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베란다에서 화분에 물을 주었다.장미가 탐스럽게 핀 것을 본 그녀는 가위로 곁가지에 핀 꽃들을 몇 송이 잘랐다. 버리기에는 아까웠기에 거실로 가져가서 가시를 조금 다듬은 뒤, 꽃병에 꽂았다.그리고 이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가게 근처에 사는 이웃 아저씨였다. 전태윤에게 줄 옷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야 하는데 동물을 데리고 갈 수는 없어서 가까이 사는 정씨 아저씨에게 애들을 잠시 맡겼던 기억이 떠올랐다."아저씨, 죄송해요. 제가 애들을 깜빡하고 있었네요. 지금 데리러 갈게요."이웃 아저씨가 전화를 하지 않았더라면 고양이들의 존재마저 잊어버릴 뻔했다.'미안해, 얘들아. 요즘 내가 너무 바빠서 신경을 별로 못 써줬네.'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를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애들을 돌보는 것이 익숙지 않은 하예정이었다."예정 씨, 내가 지금 애들 데리고 아파트 근처까지 왔거든? 나와서 데려가기만 하면 돼."인심 좋은 아저씨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어쩐지 이렇게 늦게까지 데리러 오지 않길래 깜빡한 것 같더라고. 어차피 나도 할 일도 없어서 산책 겸 데리고 왔어."정씨 아저씨는 관상책을 몇 권 읽었다고 자신이 관상을 볼 줄 안다면서 자랑하고 다니는 이웃이었다. 그는 하예정의 관상을 보고 인생 초반에는 좀 힘들게 살아도 나중에 점점 부와 명예를 쌓을 관상이라면서 자신들과는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고 여겼다.그들 부부가 관성 중학교 근처에서 가게를 오픈한 뒤로 그는 한 번도 하예정과 마찰을 빚은 적 없었다. 김진우 역시 그의 눈에는 크게 될 상으로 보였다.물론 현재 김씨 가문의 재력을 놓고 보면 아저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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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정씨 아저씨의 말에 하예정은 하는 수 없이 대답했다."아저씨 조심해서 가요."정씨 아저씨는 세 발 스쿠터를 타고 왔었다.그는 웃는 얼굴로 하예정에게 손을 흔들며 다시 스쿠터를 타고 돌아갔다.아저씨를 떠나보낸 뒤에야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전화했다."어쩐 일이야?"전태윤의 동굴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언제 퇴근해요?"전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내가 보고 싶은 건가?'하지만 곧 전태윤은 상상을 그만두었다. 하예정은 그를 그리워할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요즘 들어 마음이 뒤숭숭했다."무슨 일이라도 있어?"전태윤은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고 되물었다. 그녀의 생각을 들은 후 대답하려 했다."저기, 오늘 부랴부랴 집에서 나오느라 열쇠를 두고 나왔어요. 문이 닫히는 바람에 지금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만약 당신이 야근하면 제가 당신 회사로 열쇠 가지러 가고 지금 퇴근하면 집 앞에서 기다리려고요."전태윤은 한참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지금 돌아가니까 올 필요 없어.""알겠어요. 그럼 집 앞에서 기다릴게요."전태윤은 가볍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태윤의 말을 들은 소정남은 자신이 또 상사를 대신 해 클라이언트와 만나 비즈니스 접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전태윤이 입을 열기도 전에 얘기했다."여긴 내가 있으니까 가 봐."전태윤은 친구의 어깨를 다독였다. 화장실에 갔던 고객이 돌아오고 그는 멋쩍게 급한 일이 생겨 가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양해를 구한 그는 경호원들을 거닐고 관성 호텔을 떠났다.소정남은 집에서 소개팅을 주선하면 꼭 참석하겠다고 다짐했다.'소개팅녀랑 눈이 맞아 결혼까지 할 수 있을 줄 누가 알아? 와이프가 있으면 나도 쟤처럼 전화 한 통에 모든 걸 내려놓고 달려갈 수 있어. 세상에서 와이프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하예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태윤이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얘네랑 나가느라 열쇠도 두고 간 거야?"전태윤은 문을 열며 와이프한테 물었다."아니요, 오늘 저녁엔 일찍 가게 닫고 쇼핑하러 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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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당신한테 주는 서프라이즈에요."전태윤은 쇼핑백을 받아쥐고 이리저리 훑어보았다."또 옷이야?"그는 쇼핑백을 열어 보았다.'이번엔 후하게 다 브랜드로만 골랐네.'"남자한테 선물을 준비해 본 적이 없어서 많이는 준비하지 못하고 요만큼만 준비해 봤어요. 전에 선물한 옷은 비싸지 않지만 이번엔 명품이에요. 그때 그 옷은 20만 원이었지만 이 옷은 200만 원이나 하는걸요. 돈을 몸에 걸치고 다니는 게 서프라이즈가 아니고 뭐예요? 전 지금껏 이렇게나 비싼 옷은 입어보지 못했어요."전태윤이 웃으며 대답했다."당신 성격과 지갑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이런 옷을 나한테 사준 건 정말 서프라이즈가 맞아."'지난번에 선물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돼. 그래, 이걸 서프라이즈라고 할 수 있지.'"제 언니를 도와 주형인이 바람 난 증거를 찾아줘서 고마워요.""나한텐 식은 죽 먹기야, 당신 언니가 내 누나기도 하잖아. 내가 내 누나를 돕는 건 마땅한 일이 아니야? 나한테 옷까지 선물하며 고마워할 필요까지야."'어쩐지 나한테 옷 선물한다고 했어. 고마워 그런 거였어.'그녀가 깍듯하게 대한다는 건 그를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아 도움을 받기만 하면 은혜를 갚고 싶은 것이었다.전태윤은 이런 생각이 들자 어쩔 바를 몰랐다.갓 결혼했을 적 그녀가 이렇게 자기를 대한다면 그녀가 예의 바르다고 생각했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그녀의 지나친 예의 바른 모습에 자신이 아직 그녀의 가족으로 되지 않았다고 느껴졌다.하지만 그녀를 나무랄 수 없었다.계약서를 작성한 건 그이지 않은가."언니가 항상 당신한테 잘하라고 했어요. 다음에 언니 만나면 꼭 제가 옷 사줬다고 얘기해야 해요."전태윤은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어. 누나 만나면 꼭 말할게, 내가 입은 옷들 모두 당신이 사준 거라고. 나한테 속옷까지 사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이 사준 거라고 말할 수도 있어.""속옷 없어요? 무슨 색깔 좋아해요? 200만 원이나 하는 슈트도 사줬겠다, 속옷 몇 벌은 충분히 사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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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엄마랑 통화를 끝낸 후, 전태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는 고양이를 안고 베란다의 그네 의자에 앉아 있는 하예정한테 물었다."나 몰래 우리 엄마를 만난 적 있지?"하예정은 멈칫거렸다.시어머님을 만난 얘기를 꺼낸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지?'하태윤은 그녀 앞으로 걸어와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너 오늘 우리 엄마 만났지?"하예정은 그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시어머니가 뭐라도 일러바친 줄 알고 바삐 해명하기 시작했다. "당신 옷을 살 때 어머님을 만났어요. 인사라도 드릴까 했는데 어머님이 저를 못 알아보시고 친구와 얘기하면서 지나가는 바람에 인사도 못 드렸어요."전태윤은 총명한 사람이다.심지어 자기의 친엄마다. 그는 비록 어릴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부모님과 멀어지지 않고 친하게 지냈다.하여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전태윤의 엄마는 하예정이 자기의 며느리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한테 알리기 싫었을 것이다. 첫 번째는 그가 이 바닥에서 기혼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하예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예정이라는 사람이 싫은 것이 아니라 출신이 전태윤과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엄마는 그를 가여워했다. 그의 할머니는 아홉 명의 손자가 있는데 그는 하필 하예정과 결혼하여 할머니의 은혜를 대신 갚는 것 같았다.전태윤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입을 열고 말했다. "우리 엄마가 눈이 좀 나빠. 그리고 안경을 끼는 것을 싫어하셔서 길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도 친하지 않으면 그냥 보고 인사 하지 않고 지나가."하예정은 사실을 알고 다시 입을 열었다."그렇구나. 어쩐지 어머님이 저를 보는 것 같았는데 저를 모르는 척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난처해서 인사를 다시 하지 않았어요.""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에 밖에 나가 쇼핑할 때, 안경을 끼라고 말씀드려야겠어. 집에 돌아가신 후 너를 본 것 같아서 나한테 전화했어. 그래서 오늘 우리 엄마 만났냐고 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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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두 사람은 누구도 싸웠던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화해했다. 하예정은 반년만 같이 살다 말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자상함에 그녀는 또 설레어 반년 계약을 깨버리고 싶었다.그녀는 자기만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어 반년이 지나 이혼을 한 후 그는 새로운 생활을 즐기며 살고 있는데 그녀는 그를 잃는 고통을 참아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을 거쳐 그를 잊어야 할까 봐 두려웠다.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는 쉬운 일이다.하지만 사랑했던 사람을 잊기는 몹시 어렵다."걱정하지 마요. 저랑 언니에게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기면 꼭 당신에게 부탁할게요."그녀는 그의 호의를 사양하지 않고 대답했다."우리 언니가 집에 돌아간 후, 통화해서 물어봤는데 아직은 아무 일도 없대요. 그리고 참을 수 있겠대요. 아직 시기가 안 됐으니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거예요. 지금 상황으로 보면 언니가 충동적으로 그 일을 면하면 아주 불리할 수도 있으니까요."주우빈을 위하여 그녀는 이름 없는 배우에서 영화제의 상을 휩쓰는 유명한 배우로 되었다.연기를 너무 잘하여 주씨 집안의 사람들이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언니의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또 왔는데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도 모르겠대요. 내일 우빈을 데리러 갈 때 물어보려고요."하예진은 내일부터 이씨 그룹에 출근하러 가기에 주우빈을 가게로 보내서 하예정이 돌봐준다.하예정은 조카를 태어날 때부터 돌봐주고 있어 두 사람의 사이는 아주 좋았다. 하여 울면서 엄마를 찾을 일은 없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보모를 구해서 우빈을 돌보는 건 어때? 우빈이가 지금 호기심이 많고 움직이기 좋아하는 나이기에 두 사람이 바빠서 애를 잘 보지 못할 때 밖에 나가 잃어버리면 큰일이야."전태윤의 생각은 아주 치밀했다.하예정은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일단은 고민해 봐요. 바쁠 때는 함부로 뛰어다니지 못하게 업고 있으면 되니까요. 도무지 안 될 경우에 보모를 구할래요. 모르는 사람한테 애를 맡기면 걱정돼서요. 우리가 신경 쓰지 않을 때 애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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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하예정이 멈춰 섰다.곧이어 전태윤도 하예정을 따라 멈춰 섰다. 전태윤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왜 그래?""아줌마 월급은 제가 낼게요. 처음부터 우빈이 돌보는 일로 데려온 거고, 제 친조카 우빈이 일이니까, 이모인 제가 내는 게 맞아요, 어떻게 당신한테 내라고 하겠어요."요즘 아줌마 월급도 거의 백만 원까지 줘야 한다.가정 생활비도 모두 전태윤이 대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게 한 것 같았다.전태윤은 못 봐주겠다는 듯, 하예정의 볼을 꼬집으면서 말했다. "너 자꾸 나랑 시시콜콜 시비 따지면서 선 그을려고 하는데, 우리 이제 한 식구야, 가족 사이에 그렇게 따지고 들어서 뭐 해? 너랑 혼인 신고하던 날 내가 이미 말했잖아, 널 신부로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널 먹여 살린다고.""우빈이가 날 작은 삼촌이라고 부르잖아, 나도 우빈이가 너무 귀여워, 이깟 돈 좀 내고 우빈이 잘 돌봐 줄 도우미 아줌마 데려오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 내가 바라던 바야."한참 뜸을 들이던 진태윤은 한마디 더 보탰다. "무엇보다 내 와이프가 덜 힘들었으면 해서 그랬어.""뭐라고요?""그러니까 내 말은, 이 돈은, 내가 내겠다고."전태윤은 제대로 말뚝을 박았다.말로는 설득이 안 되자, 하예정이 잠시 생각해 보다가 말했다."좋아요, 그럼, 당신이 내는 걸로 해요. 태윤 씨,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요?""무슨 일 있어?"하예정은 반려견 목줄을 쥐고 걸으면서 말했다. "우리 결혼한 지도 한참 됐는데 당신 고향 집 한 번도 안 가봤잖아요. 이번 주말에 시간이 되면 저를 데리고 당신 고향 집 한번 가볼래요?"시댁 식구들이 한번 방문 온 적은 있었지만 정작 못난 며느리는 시댁 문턱도 제대로 넘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하예정은 시댁 본가가 어디에 박혔는지도 몰랐다."보름 정도 지나면 할머니 생신이셔, 그날이면 모든 식구가 다 모일 거야, 그날에 시댁 식구들 얼굴 익히게 해줄게. 한 번에 모든 친척 지인을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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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주형인이 문고리를 세게 비틀었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하예진이 이미 문을 다 잠가 놓았기 때문이었다.주형인이 문을 두드렸다."예진아, 문 열어."예진은 문을 열어 줬지만, 주형인이 못 들어오게 문 앞을 가로막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예진아, 상의 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나 좀 들여보내 줘."이 방은 원래 부부의 사랑방이었으나 지금은 하예진이 독차지하고 있었다.주형인은 아주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하예진이 그의 누나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려가는 일을 계속하게 하기 위해 꾹 참고 내색하지 않았다."무슨 일인데 그래? 내일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시간도 늦었는데.""11시밖에 안 됐어, 나 밖에서 일 처리하고 돌아와도 지금, 이 시간이야."하예진은 주형인이 상의 할 일이 시어머니나 올케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짐작이 가서 문을 막은 몸을 비켜주면서 말했다. "일 끝나면 당신 방으로 돌아가서 자."주형인은 그날 밤에 술기운에 참지 못하고 그 짓을 저질렀지, 맨정신엔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을 거라고 속으로 되뇌었다.그러나 정작 하예진 앞에선 속과 다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 가져올 물건이 있어."말이 끝나자마자 주형인은 몸을 돌려 침실로 들어가 작은 비단함을 챙겼다. 퇴근 후 하예진 선물용으로 사둔 진주 목걸이였다. 비싼 목걸이가 아닌 몇만 원짜리 싸구려였다.곧이어 주형인이 그 비단함을 들고 사랑방에 들어왔다.하예진은 방에 있는 2인용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주형인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아들을 보았다. 어린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에 마음이 녹아내려 허리를 굽혀 아들의 작은 뺨에 뽀뽀하고 또 사랑스레 쓰다듬고서야 다시 허리를 펴고 하예진의 곁으로 와서 앉았다."자기야.""이름 불러."하예진은 아무렇지 않게 호칭을 정리하는 듯 보였지만주형인 입에서 다시 부인 소리를 듣는 게 구역질이 나도록 싫었다.주형인은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작은 비단 함을 건넸다. "예진아, 내가 사과할게. 전번에 손찌검 한 건 내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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