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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2577 챕터

제301화

"볼일 보거라."전씨 가문 할머니는 손자를 오래 붙잡고 있지는 않았다.통화를 마친 뒤,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전태윤은 검은색 회전의자에 몸을 기댔다. 오른손은 의자 손잡이에 올린 뒤 턱을 괸 그는 턱을 매만졌다. 살짝 꺼슬거리는 것이 수염을 깎을 때가 되었다.성소현과 그의 아내는 사이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아야 하지 않을까?두 사람이 이대로 계속 나아가다 친구가 되면 나중에 그가 하예정에게 정체를 밝혔을 때, 하예정이 사실은 연적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성소현이 화를 낼 게 분명했다. 그리고 화를 참지 못해 하예정에게 보복을 할 수도 있었다.그가 있는 한, 성소현이 하예정을 해치게 둘 리는 없었다.전태윤은 그저 생각할 뿐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자신이 아내를 지킬 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성소현을 무서워해야 한단 말인가?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면 지내는 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성소현과 친하게 지내는 건 하예정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성소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그가 뒤에서 무엇을 하든 사람들은 성소현을 떠올릴 테니, 그가 정체를 숨기는 것에도 도움이 됐다.전태윤은 그가 하예정의 친구 관계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죄송합니다. 이미지가 저희랑은 맞지 않는 것 같군요, 다른 좋은 기회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하예진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면접관인 날씬한 여자는 이력서를 돌려주었다. 그녀를 보는 두 눈에는 업신여김이 담겨 있었다.순간 멈칫한 하예진은 이내 얼굴을 붉히며 그 여자가 건네는 자신의 이력서를 받았다.면접을 이렇게 많이 봐봤지만 이번 면접관이 가장 직설적이었다. 대놓고 자신들과 이미지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하예진이 응시한 자리는 재무팀의 일반 사원 자리였다. 한때 재무팀장까지 했던 그녀에게 있어서는 이미 요구 조건을 최대로 낮춘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을 당했다.자신의 이력서를 움켜쥔 하예진은 애써 미소를 쥐어 짜내며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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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이렇게 뚱뚱해서는, 나중에 남편이 당신이 못생겼다고 몰래 젊은 여자 만나면 그때 가서 울지나 마요."그 말은 하예진의 아픈 데를 콕 찔렀다. 그녀가 다급하게 일자리를 찾는 이유가 바로 남편이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바람을 피우고 있어, 아들의 양육권을 얻기 위해 요구 조건을 낮추고 또 낮춰 일반 사무직에도 응시를 하고 있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 이런 무시와 조롱과 모욕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한 번만 더 뚱뚱하다고 말해 봐!"면접관은 사무실 책상을 빙 둘러 하예진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를 밖으로 밀며 입으로는 인정사정없이 욕설을 이어갔다."뚱뚱한 게, 뚱뚱해서는, 뭐요. 몇 번이고 다시 말할 수 있어요. 당장 나가요!"하예진이 뚱뚱해서 좋은 점은 바로 제자리에 서서 꿈쩍도 하지 않을 때면 면접관은 밀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사과해요. 이 사과, 반드시 받아내야겠어요. 사과하기 전까지, 안 갈 겁니다!"면접관은 그 말에 화가 치밀었다. 곧장 등을 돌려 책상 앞으로 간 그녀는 내선 전화기를 들어 경비실에 전화를 걸어 경비원에게 하예진을 쫓아내라고 말했다.이내, 경비 두 명이 도착했다.남자는 힘이 조금 더 센 데다 두 명이기까지 해,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곧장 하예진을 밀며 밖으로 끌고 나갔다."이거 놔요! 전 사과를 받아야겠어요! 저 여자가 절 모욕했다니까요!"하예진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다. 내내 일자리를 찾지 못한 다급함과 남편에게 배신을 당한 결혼 생활,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마치 하나의 불덩어리가 된 듯 하예진의 마음속에서 활활 타올랐다. 그녀는 지금 몹시 흥분하고 있었고 몹시 격분하고 있었다.그녀는 뚱뚱해 힘도 세,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자 경비원 두 명도 그녀를 어쩌지 못했다.면접관은 그 모습을 보자 면접실로 들어가 남직원 몇 명을 불렀고, 그들에게 경비를 도와 하예진을 끌고 가라고 지시했다.여러 남자들이 힘을 합친 끝에 하예진은 사무실 빌딩 밖으로 밀려났다."대체, 무슨 일이지?"클라이언트와 함께 사무실 빌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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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당신 회사라고요?"하예진은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의심을 거두었다. 회사 이름도 이씨 그룹이지 않은가.전태윤은 이동명이 그들 회사의 중요한 클라이언트라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이동명이 이씨 그룹의 대표이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이씨 그룹이 자리를 잡고 있을 때 그녀는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어, 이씨 그룹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동명과 이씨 그룹 대표이사를 연관 짓지 않았었다."이동명 씨, 저도 이 사달을 내고 싶지 않아요. 저 면접 보러 왔는데, 당신네 면접관이 제가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물었더니, 너무 뚱뚱해서라네요. 저의 몸매에 온갖 차별을 하고 있어 홧김에 몇 마디 했더니 아예 저보고 뚱뚱한 것이라고 하면서 나가라고 하더군요.""이동명 씨, 이 이씨 그룹도 관성에 유명한 대기업 중 하나라 전 당신네 이씨 그룹 직원은 몹시 교양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무례할 줄은 몰랐군요.""대표님, 저…"얼른 가까이 다가가 해명을 하려던 조아영은 자신을 쳐다보는 이동명의 시선에 감히 더 말을 잇지 못했다.이동명이 하예진에게 물었다."어느 부서의 면접을 본 겁니까?""재무팀 사무직이요. 전 예전에 재무팀장까지 한 적 있어 관련 경력은 충분해요."이동명은 그녀의 손에서 이력서를 받아 살펴본 뒤 말했다."잠시만 기다리세요. 조금 있다가 답을 주죠."말을 마친 그는 미안한 기색으로 클라이언트에게 말했다."도 대표님, 작은 문제가 생겨 먼저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VIP 접견실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그런 뒤 비서에게 도 대표를 모시고 가라고 눈짓했다.이동명은 사무실 빌딩 밖으로 나와 자신의 절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친구가 전화를 받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태윤, 나 네 처형 또 만났어. 우리 회사로 면접 보러 왔는데 우리 회사 면접관과 다툼까지 생겨서 하마터면 경비원들에게 쫓겨날 뻔했어.""…"전태윤은 뭐라고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의 처형은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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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이동명의 말에 조아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감히 해명도 하지 못한 채 연신 고개만 주억거렸다."대표님,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그런 뒤 하예진에게로 가 사과했다."하예진 씨, 제가 겉으로만 판단하고 모욕을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하예진도 화가 가라앉아 조금 민망한 기색으로 말했다."조아영 씨, 저도 잘못이 있어요. 저도 거친 말투로 화를 자극했어요. 부디 용서해 주세요."두 사람은 서로 사과를 했고, 조아영은 하예진에게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냐고 물었다.드디어 일자리가 생긴 탓에 하예진은 속으로 기뻐하며 미소 지은 얼굴로 말했다."저 언제든지 다 가능해요.""그럼 내일부터 출근하세요.""네, 고마워요, 조아영 씨. 감사해요, 이동명 씨."인사를 한 뒤 자신의 이력서를 챙긴 하예진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밖으로 나갔다."하예진 씨."이동명이 그녀를 불렀다.얼른 걸음을 멈춘 하예진은 등을 돌려 웃으며 말했다."다른 하실 말씀 있으세요?""내일부터 출근이라고 했죠? 매일 출근하기 전에 이쪽 정원 밖의 길을 따라 다섯 바퀴 러닝하고 출근하세요. 다 뛰지 못하면 출근 못 합니다."이동명도 하예진이 지나칠 정도로 뚱뚱하다고 생각했지만 친구의 체면을 봐서 하예진에게 일자리를 준 것이다.다른 동료들의 눈을 위해서라도 하예진은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있었다.그건 하예진에게도 좋은 것이었다.하예진의 얼굴에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아직 출근을 하기도 전에 대표 이사에게 매일 다섯 바퀴씩 뛰라는 요구를 받다니.회사 빌딩 밖의 정원을 보니, 한 바퀴가 적어도 1, 200m는 되는 것 같았다? 다섯 바퀴라니, 듣기만 해도 힘들어 보였다."알겠어요, 이동명 씨. 앞으로 매일 뛰도록 할게요."오늘 같은 일을 겪으니 하예진도 이대로 계속 살이 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명은 일자리가 간절한 그녀의 심리를 이용해 일자리를 빌미로 런닝을 해 다이어트를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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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이동명과 하예진이 다 떠나고 난 뒤에야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모두 대표이사와 하예진이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추측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들의 대표는 하예진을 꽤 챙겨주는 것 같았다."대표님의 친척은 아닐까요?""친척일 리는 없어요. 그 여자가 대표님을 '이동명 씨'라고 부르는 거 못 봤어요? 한껏 예의를 차린 호칭이잖아요. 어쩌면 두 사람은 서로 얼굴만 알고 교류는 별로 없는 사이일 지도 몰라요.""있잖아요, 혹시 우리 대표님잉 그 여자를 좋아하는 거 아닐까요? 우리 대표님 35살인데 아직 여자친구도 없잖아요."이동명도 나름 젊고 유망한 대기업 대표였지만 얼굴에 있는 흉터가 너무 눈에 띄는 데다 키가 크고 우람하고 눈빛이 날카로워, 언뜻 보면 본능적으로 조폭이나 건들이 떠올랐다.그 탓에 35살이 되도록 아직 여자친구도 없었다.사람들은 그 말을 한 남자를 쳐다봤다. 조아영은 아예 상대의 뒷통수를 탁 내리치며 말했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그 여자, 같은 여자인 우리의 눈에도 들지 못하는데 남자 눈에는 말할 것도 없지.""우리 대표님도 얼굴에 흉터가 있을 뿐이지 얼굴만 보면 꽤 잘생겼어. 대표님 신분으로는 결혼하려면 어떤 여자를 못 만나겠어? 굳이 그 뚱뚱한 여자에게 손을 대겠어?""게다가 하예진은 이미 결혼을 했어. 두 살짜리 아들도 있고."사람들은 그제야 두 사람을 이성적으로 엮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래도 하예진과 이동명의 사이가 궁금하기는 했다.이동명이 하예진에게 달리기로 다이어트까지 하라고 요구하다니. 그건 분명 하예진을 위하는 행동 아니던가. 두 사람 사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기엔 귀신도 믿지 않을 소리였다.이동명은 정말 억울했다. 이제 아무리 해명을 해도 소용이 없어졌다.…...성소현은 점심 열한 시에 곧바로 관성 중학교를 떠나 관성 호텔에서 전태윤과 우연히 마주치기를 기다렸다.하예정이 음식을 다 하자, 전태윤이 도착했다."삼촌."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주우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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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그 말에 전태윤은 입꼬리에 작게 경련이 일었다.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하예정에게 방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마찬가지로 그도 하예정의 방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또 한 번, 전태윤은 자신이 맺은 계약이 자신을 속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가장 먼저 계약을 어기려는 사람이 자신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있을까?하예정이 계약서를 어디에 숨겼었지? 그녀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몰래 계약서를 훔쳐 와 증거를 인멸할까?그런 생각이 전태윤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이내, 전태윤은 그 생각을 꾹 참았다.전씨 가문의 큰 도련님으로서, 그는 이렇게 뻔뻔한 짓은 할 수가 없었다."강아지 엄청 귀엽다."심효진은 강아지의 털을 매만지며 귀여움을 칭찬했다.전태윤의 안목은 참으로 뛰어났다. 고른 강아지와 고양이는 귀엽기 그지없었다.그러니 주우빈은 더 말할 것이 없었다. 전태윤의 품에서 강아지랑 놀겠다고 내려달라고 온갖 발버둥을 쳤다.하예정은 휴대폰을 꺼내 강아지와 고양이의 사진을 찍었지만 바로 SNS에 올리지는 않았다.전태윤은 전에는 그녀의 SNS를 시시각각 관찰했었지만 지금, 두 사람은 막 냉전을 끝낸 상태였다."예정아, 방금 찍은 사진 나한테도 보내줘."전태윤은 하예정의 기분이 좋은 틈을 타 멍석을 깔아주었다.하예정은 본능적으로 받아쳤다."제 연락처도 다 차단했는데 제가 어떻게 사진을 보내요? 알아서 찍어요. 마음대로 찍고 싶은 만큼 찍어요."전태윤은 침묵했다.한참이 지나, 그녀는 하예정의 곁으로 가 조용히 그녀의 옷자락을 잡았다.하예정이 그를 쳐다봤을 때, 전태윤은 얼굴를 살짝 붉힌 채 작게 말했다."예정아, 내가 잘못했어. 우리 서로 차단 풀어주면 안 될까?"하예정은 눈을 깜빡였다. 전태윤의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다. 그같이 오만한 사람이 간만에 이렇게 고개 숙이는 데다, 강아지와 고양이도 선물해 준 것을 봐 하예정은 통이 크게 그를 차단 목록에서 해제했다."앞으로 또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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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태윤 씨, 왔어요?"매부도 있는 것을 본 하예진은 매부를 향해 웃더니 곧장 다가가 아들을 안았다. 그런 뒤 주우빈의 얼굴에 세게 입을 맞추자 주우빈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처형."전태윤은 처형을 불렀다."어머, 웬 강아지랑 고양이야? 너무 귀엽다!"하예진은 아들에게 입을 맞춘 뒤에야 가게에 새 멤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태윤 씨가 키우라고 선물해 준 거야. 언니, 일자리 찾은 거야?"언니가 방금 전 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하예정은 오랜만에 봤다.하예진은 매부가 사 온 동물을 귀엽다고 칭찬한 뒤 동생에게 말했다."찾았어. 정말 우연히 말이야. 나도 아는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어. 예정아, 나 어디에 취직했는지 알아?"'"이씨 그룹이야."하예정은 그 대기업들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관성에서 제일 유명한 전씨 그룹도 친구가 자주 전씨 그룹 도련님을 언급했기에 알게 된 것뿐이었다. 그리고는 전태윤과 초고속으로 결혼했고, 전태윤은 전씨 그룹에서 일하는 탓에 더 잘 알게 된 것이었다.성씨 그룹은 성소현 때문에 알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대기업의 이름에 대해 하예정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이 대기업의 사람과 교류가 있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해 딱히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공예품이나 더 만드는 게 나았다.이씨 그룹을 들은 뒤 하예정은 웃으며 물었다."언니, 이씨 그룹 대기업 아니야? 거기서 이직한 옛 동료라도 만난 거야?"하예진은 드디어 일자리를 찾아 기분이 좋은 데다 동생의 앞에서 숨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사실대로 모든 과정을 동생에게 말했다.이야기를 다 들은 하예정은 조금 화가 났다. 언니는 조금 뚱뚱하기는 했지만 언니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조아영이라는 사람은 확실히 교양이 없어 보였다. 만약 이동명을 만나지 않았다면 언니는 그대로 쫓겨났을 게 뻔했다."예정아, 언니도 잘못한 게 있어. 말을 그렇게 험하게 했으니 조아영 씨가 화를 낸 거잖아. 이제 다 지나간 일이고, 일자리도 생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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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고개를 돌리자 하예정은 아예 그를 보지도 않은 채 음식만 챙기고 있었다. 하예정이 들고 잇는 음식을 보니 채소볶음 한 접시를 제외하고는 죄다 해산물이었다.그건 성소현이 선물한 해산물이었다.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하예정의 손에서 그릇을 빼앗았다."들어온 김에 대신 날라줄게. 괜히 왔다 갔다 하기 힘들잖아.""고마워요, 태윤 씨."막 걸음을 옮기려던 전태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왜 그래요?"하예정은 그가 그릇을 빼앗아 간 뒤 다른 그릇을 들었다. 그러다 어두워진 눈빛으로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본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옷이 더러워진 것도 아니었다."당신, 태윤 씨라고 안 부를 수는 없어?"전태윤은 홧김에 마음속의 불만을 털어놓았다.하예정과 지내면서 무슨 불만이 있으면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하예정에 추측하라고 두기에는 미안하지만 그녀는 그럴 시간이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그녀는 계약 내용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그럼 뭐라고 불러요?"전태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순간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그의 이름만 부르기에는 그도 어색했다.여보라고 부르기에는, 생각해보지 않아도 부르지 않을 것 같았다.그리고 전태윤도 어쩐지 하예정에게 남편이라고 불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마음대로 해."전태윤은 그 한마디만 내뱉은 뒤 음식 그릇을 들고 나갔다.하예정은 작게 중얼거렸다."태윤 씨가 아니라, 남편이라고 부르면 뭐 대답이나 해줄래요?"전태윤은 당분간 결혼 사실을 숨긴다고 말했고, 지금까지 그들이 부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정말 많지 않았다.하예정은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은 채 음식 그릇을 들고 날랐다.심효진과 하예진은 이미 테이블을 깨끗이 닦은 뒤 다 차려놓았다.부부가 음식을 들고나온 것을 보자 심효진과 하예정도 주방에 들어가 도왔다.비록 오늘은 할머니가 전태윤에게 하예정에게 새우 껍질을 까주라고 귀띔해 주지는 않았지만 한 번 경험이 있었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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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전태윤이 그렇게 말까지 한 마당에 하예진도 더 아무 말 없이 아들에게 일회용 장갑을 씌워줬다.식사를 마친 뒤, 전태윤은 아내를 도와 그릇을 거둬 주방에서 설거지를 했다.하예진은 동생의 앞에서 매부의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동생에게 전태윤에게 잘하라고 신신당부했다.그녀는 자신의 결혼생활이 실패했다는 이유로 동생이 결혼 생활에 실망을 할까 봐 걱정이었다.주형인은 쓰레기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남자가 다 쓰레기인 건 아니었다.이 세상에, 좋은 남편은 그래도 있었다.다만 하예진은 운이 좋지 못해 만나지 못한 것뿐이었다.하예정은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언니, 알았어. 그렇게 태윤 씨 칭찬만 수백 번 하지 않아도 돼. 난 들어가서 설거지나 도와야겠다."말을 마친 하예정은 괜히 언니가 옆에서 전태윤이 얼마나 좋은지 칭찬하며 전태윤에게 잘하라는 잔소리할까 봐 얼른 주방으로 들어갔다.듣고 있으면 마치 자신이 평소에 전태윤을 괴롭히는 것 같지 않은가.심효진도 옆에서 몰래 웃음을 터트렸다.막 설거지를 하려는데 발걸음 소리가 들려 와 전태윤은 고개를 돌려 주방 입구 쪽을 쳐다봤다. 하예정을 본 그가 무심하게 말했다."내가 할 테니까 당신은 좀 쉬고 있어. 한 상 가득 차리느라 고생했을 텐데.""당신이 와서 먹는다길래 그렇게 많이 준비한 거예요."하예정은 아예 그를 옆으로 밀어냈다."태윤 씨는 나가 차라도 마시고 있어요, 제가 할게요. 태윤 씨 처형은 제가 태윤 씨를 괴롭히고 학대할까 봐 매일같이 제 앞에서 '태윤 씨는 좋은 남자야, 꼭 잘해줘야 해.'라고 잔소리하는데, 귀에 딱지가 다 앉을 지경이에요."전태윤은 그녀와 설거지를 하겠다 실랑이를 하지 않았다. 손을 씻은 그는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처형은 겪어 본 사람이니, 잘 아는 거지. 안목도 있고, 틀린 말이 아니네.""…"하예정은 대꾸할 말을 잃었다."당신 형부가 바람을 피운 증거 가져왔어. 차에 있는데 지금 처형한테 가져다줄까?""이렇게 빨리 증거를 찾았어요?"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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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전태윤은 밖에 앉아 잠깐 쉬었다. 이내 회사로 돌아가야 할 때, 마침 설거지를 마치고 나온 하예정은 가려는 그를 보자 따라 나왔다.그는 조용히 차에서 서류 봉투를 꺼낸 뒤 하예정에게 건네며 말했다."여기 전부 다 있어."주형인이 불륜 증거를 받은 하예정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한 뒤 짙게 가라앉은 그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하예정은 주변을 둘러보다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가는 길 조심해서 가요. 회사에 도착하면 문자 보내고요. 잘 도착했는지 궁금해요."전태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차에 올라탄 뒤 그는 그윽한 눈으로 하예정을 몇 번 힐끔 보고 나서야 차에 시동을 걸고 떠났다.하예정은 제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차를 바라봤다. 왠지 두 사람 사이가 이상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조금 애정이 생긴 기분이었다.어쩌면 이대로 숨지 않고 다시 슬쩍 고개를 내밀어 사랑을 느껴봐도 되지 않을까?반년 계약이 아직 다 차지 않았으니 기회는 있었다.그렇게 생각한 하예정은 휴대폰을 꺼내 카톡으로 전태윤에게 문자를 보냈다."방금 전에 입 맞추고 싶었는데 옆에 사람이 있어서 못 했어요."메시지를 보낸 그녀는 전태윤의 답장을 기다리지는 않았다.잠시 망설이던 하예정은 이내 서류 봉투를 들고 가게로 돌아갔다.주우빈은 엄마 품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심효진은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놀다 들어오는 하예정을 보고는 물었다."너희 그이 갔어?""응, 출근 시간이잖아. 일도 바빠서 툭 하면 밤이 늦어야 집에 와."하예정도 고양이 두 마리를 쓰다듬었다.선물로 랙돌 고양이 두 마리를 턱턱 주는 전태윤은 그녀에게 사실 아주 잘해주고 있었다.강아지도 몹시 귀여웠다.동물이 생겼으니 조금 있다가 인터넷으로 강아지 사료를 좀 구매할 생각이었다."언니, 저기 작은 침대 있어. 우빈이 거기에 눕혀, 힘들게 안고 있지 말고."하예정은 다가가 조카를 안아 든 뒤 서류 봉투를 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태윤 씨가 친구한테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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