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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2577 챕터

제281화

하예정은 라면을 먹으며 언니에게 자냐고 문자를 보냈다.키보드 두드릴 시간이면 통화를 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한 하예진은 답장 대신 전화를 걸었다."예정아, 나 아직 안 자. 넌 이제 집에 들어갔어?"하예진은 자신의 동생 생활 패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그녀의 집에서 함께 지낼 때, 하예정은 제일 늦게 잠들고 제일 빨리 일어나는 사람이었다.하예진은 동생이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를 차리고 집안일을 했던 것은 다 자신의 남편이 기분 나빠할까 봐 걱정돼서 그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다달이 돈도 보태줬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그래도 주형인에게 공으로 빌붙어 지낸다고 한 소리를 들었다.침대 옆자리가 비어있지만 이제 하예진도 더는 상관없었다.하예정은 지금 오직 동생만 마음에 두고 있었다."응. 지금 야식 먹고 있어. 언니, 나 언니한테 할 말 있어. 진우가 오늘 관성 호텔에서 모임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형부를 만났대. 예쁜 여자랑 같이 있었다더라. 진우말로는 형부가 그 여자를 엄청 잘 챙겨주는 게 다정한 커플같다고 하더라.""진우는 형부 이름만 알고 만나 본 적은 없잖아. 뒤늦게 생각났다고 나한테 알려줬어. 유진테크 사장이라고 하는 걸 보면 열에 아홉은 형부가 맞는 것 같아. 언니 그 사람 재산 같은 거 빼돌리지 못하게 잘 주시해. 언니 스스로도 꼭 지키고."요즘 세상에, 아내를 죽이는 일은 너무나도 많이 벌어졌다.하예정은 언니에게 자신을 보호하라는 말부터 했다.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혼하면 그만이었다. 남자 하나때문에 목숨까지 잃는 건 너무 무가치한 일이었다.동생의 말을 들은 하예진은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사실 그녀는 주형인이 바람을 피웠을지도 모른다고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주형인은 이제 겨우 30이 조금 넘은 나이에 그럭저럭 잘생긴 데다 직장에서도 잘나가고 있었다. 밖은 고사하고 회사 안에만 해도 어리고 예쁜 여자들이 아주 많았다. 매일 회사에서 어리고 예쁜 여자들만 만나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몸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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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눈물을 닦은 하예진은 감정을 추스른 뒤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예상은 하고 있었어. 다만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 몰랐던 거지."주형인은 바람을 피우면서도 아직 그녀에게 숨긴 채 이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주우빈때문일 것이다. 주우빈은 아직 어려 보살핌이 필요한데 시부모는 딸의 아이를 봐줘야 하니 아이를 돌볼 사람이 필요했다. 주형인은 늘 팔이 안으로 굽어 자기 가족만 챙기는 사람이었다.그는 자신도 아끼는 누나를 부모님이 챙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이혼을 하게 된다면 주씨 집안에서는 분명 주우빈의 양육권을 가져가려 하겠지만, 주우빈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모를까, 주형인은 자신의 부모가 힘들게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을 마음 아파했다.주형인은 아마 아들이 유치원에 다니고 나서야 이혼 이야기를 할 게 뻔했다.지금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건 무시와 냉대뿐이었다."언니, 아직 증거가 없으니까 아는 티는 내지 마. 나중에 증거 다 모으고 나면 다시 얘기해. 난 그저 언니한테 미리 마음의 준비하라고 알려주는 것뿐이야. 혹시라도 무슨 짓이라고 벌이면 어떡해."하예정은 언니의 울먹이는 듯한 소리를 들었지만 아는 체하지 않았다. 언니에게도 감정을 쏟아낼 시간이 필요했다.울어서 된다면 그녀는 언니가 속 시원하게 울게 내버려 둘 심산이었다.3년의 결혼 생활로 한 남자의 본모습을 알아내는 건 몹시 고통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녀의 언니는 이제 막 서른이 넘은 젊은 나이였다. 주형인은 이미 불륜을 저질렀으니 그런 남자는 더는 필요 없었다."그래, 예정아. 언니 노력해 볼게. 너도 이제 저녁 먹어, 언니 괜찮아. 언니가 지금 열심히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도 다 이혼 준비를 위해서였어."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나서 친척들에게 매정한 취급을 받았을 때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고 동생과 함께 힘겹게 지금까지 살아왔다.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것뿐, 하늘이 무너진 것도 아니니 하예진은 무너지지 않았다."언니도 빨리 자. 나쁜 생각 하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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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한참을 울던 하예진은 주형인이 돌아온 뒤에야 눈물을 닦고 잠든척했다. 그녀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귀를 쫑긋 세우고 방밖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가정 폭력 사건 이후부터 두 사람은 각방을 쓰고 있었다. 아마도 주형인은 잠들었을 때 하예진이 정말로 자신을 토막 낼까 봐 두려웠던 모양이다.방문이 조용히 열렸다. 주형인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문 밖에 서서 아들과 아내가 잠든 것을 보고 나서야 방문을 닫고 손님방으로 향했다.방문을 닫은 그는 곧바로 서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주 사장님.""회사 밖인데, 오빠라고 해."주형인은 옆방에 있는 와이프가 들을까 봐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오빠, 집에 잘 들어갔어요? 너무 걱정돼서요. 술을 그렇게 마셔놓고 혼자 운전해서 집에 간다니까 걱정돼 죽는 줄 알았어요. 앞으론 이러면 안 돼요. 음주운전 위험하잖아요. 경찰한테 잡히면 좀 귀찮아요?"서현주는 전화 너머로 주형인을 걱정하며 어르고 달랬다."그래, 네 말대로 할게. 앞으론 음주운전 안 하고 대리 부를게. 현주야, 일찍 자. 굿나잇 인사 하려고 전화했어."주형인의 머릿속엔 지금 온통 서현주뿐이었다. 오늘 밤에도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있다 마지못해 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다시 서현주의 예쁜 얼굴, 섹시한 몸매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도 그리워졌다.그는 서현주의 모든 것이 그리워졌다.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서현주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주형인은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오빠, 일찍 자요. 내일 아침 또 출근해야 하잖아요. 잘 자요, 꿈속에서 만나요."서현주는 휴대폰에 대고 뽀뽀했다."뽀뽀."주형인은 웃으며 말했다."이건 뽀뽀가 아니야. 내일 다시 해줘. 난 프렌치 키스를 원해. 현주야, 난 네가 너무너무... 알지?""오빠, 잘 자요."서현주는 일부러 그의 말을 못 알아들은 척,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주형인은 서현주의 말에 더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서현주는 여우처럼 그의 마음을 꽉 잡고 더 깊은 관계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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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술을 많이 마셔서 냄새나. 얼른 가서 샤워나 해."하예진은 이마를 찌푸리며 발로 그를 툭툭 찼다.하예진안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생은 그녀에게 주형인이 발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먼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몰래 증거를 수집하라고 했다.하예진은 주형인이 아직 자기한테 해코지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지금 과학의 발전해 경찰의 수사 속도는 날로 빨라지고 있어, 주형인이 그녀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다면 언젠가 밝혀지게 될 것이었다.그는 자신의 미래와 목숨을 담보로 기꺼이 그녀의 목숨과 맞바꿀 사람이 아니었다.주형인은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샤워하러 향했다.샤워를 마친 그는 다시 아들 곁에 누웠다. 하지만 몇 분 뒤 다시 일어난 주형인은 아들의 발밑에서 위오 올라오더니 하예진의 다리를 더듬기 시작했다. 의도가 다분했다.그는 하예진의 몸매에 정이 뚝 떨어졌지만 서현주는 내내 애만 태우는 데다 지금은 몸이 달아오른 터라 하예진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두 사람은 합법적인 부부가 아닌가.예전 같았으면 그가 이렇게 만지면 하예진은 얌전히 맞춰주곤 했다.오늘 밤, 하예진은 주형인이 허벅지를 만지자마자 곧바로 발로 차버렸다. 갑작스러운 발길질에 주형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러자 주형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주형인은 하예진에게 욕설을 퍼부으려고 했지만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들며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인 하예진의 모습에 전에 칼을 들고 자신을 쫓아오던 광경이 생각났다.목 끝까지 차올랐던 욕설이 하나도 뱉어지지 않았다."꺼져!"하예진은 슬리퍼를 던지며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애 깨우기만 해 봐!"주형인은 얼굴을 붉힌 채 하예진에게 손가락질을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끝내 씩씩대며 방을 나섰다.하예진은 방문을 닫은 뒤 아예 문까지 걸어 잠갔다.한 시간 전의 동생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정말 주형인과 잠자리를 가질 뻔했다. 뭐가 됐든 두 사람은 아직 부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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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하예진은 장 보러 간 게 아니었다. 낮에는 일자리를 찾고 주로 저녁이나 되어야 장을 봤다. 저녁에 장을 보면 싸서 돈도 절약할 수 있었다. 아직 직장은 구하지 못한 데다 남편도 더는 믿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궁핍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게 다 동생이 당시에 수를 좀 둬 따로 돈을 모으라고 해줬던 덕이었다.사실 결혼 초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임신 준비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예정은 반대하면서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여자들은 자신만의 고정 수입이 있어야 하며 남자를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남편이 잘해주고 있었기에 하예진은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다. 일단 남편이 싫증을 내거나 바람을 피우게 된다면, 직장이 없어 수입이 없는 사람은 열세에 처하기 마련이라 쉽게 우울에 빠졌다.그녀는 어리석게도 주형인과의 사랑이 돈독하니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다.주형인은 그녀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라고 했고 그녀는 두 사람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하고 또한 아름답게 꾸미기를 원했다. 그래서 주형인의 제안을 수락했고 몇 년 동안 일해서 모은 몇천만 원을 전부 꺼내 집을 꾸몄다. 그는 그녀에게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임신 준비를 하고 돈 걱정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그의 감언이설을 믿고 상사의 만류에도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에 충실했다. 그 결과, 그녀는 무엇을 얻었는가?상처밖에 없었다. 하예진은 유모차를 밀면서 동생의 서점으로 향했다.바로 발렌시아 아파트로 갈 수 있었지만 아침 일찍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걸으면서 지난 일을 생각하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이혼 준비를 하고 있고 마음의 준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과대평가했던 듯싶었다. 그녀는 속이 상했고,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그도 그럴 것이 12년을 알고 지냈는데 감정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다.하예진이 유모차에 주우빈을 눕혔을 때도 주우빈은 자고 있었다. 하예진은 주우빈을 안고 나온 뒤 다시 유모차에 눕혀 재운 것이었다.장소가 바뀌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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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그녀는 1층 내려오자마자 전태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근처 산책하는 척하던 경호원들은 계단을 내려오는 사모님 모습에 본능적으로 등을 돌리고 못 본 척 산책을 계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은 도련님이 사모님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하예정은 멈춰 서서 몸을 돌려 전태윤을 바라봤다. 전태윤은 차키를 쥐고 하예정을 향해 말했다."그래도 같이 가지."처제는 주형인의 가정폭력에도 용감히 맞서는 사람으로 나약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그런데 남편이 바람 핀 사실을 안 처형이 참을 수 있었을까?어쩌면 부부가 또 한바탕 다퉜을지도 몰랐다. 전태윤은 자신의 아내가 운동을 했기에 주형인이 그녀를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따라가야 했다. 적어도 주형인이나 주씨 집안사람들은 자신을 보고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그는 하예정의 남편으로, 그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뒷배였다.그는 하예정이 어떤 난관에 부딪쳤을 때 그에게 잘 보일 기회를 주길 바랐다.전태윤은 손을 뻗어 하예정 손에서 도시락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하예정의 손을 잡고 차로 향했다. "이따가 가게로 데려다줄게."전태윤이 굳이 가겠다고 하니 하예정은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하예정은 언니 집에 도착하고 나면 언니네 집에서 국수 한 그릇이라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어찌 되었건 빈속에 출근하게 둘 수는 없었다."어젯밤, 언니와 통화하는 거 들었어."전태윤은 미리 소정남을 시켜 주형인이 바람피웠다는 증거를 조사하게 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더욱이 경호원을 통해 호텔에서 우연히 주형인과 그의 애인과 마주쳤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당시 두 사람은 냉전 중이었다.하예정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진우가 어제 관성 호텔에서 재계 모임에 참가했는데 형부가 젊고 예쁜 여자와 다정하게 있는 것을 봤대요. 아마 형부의 애인이겠죠. 주형인 그 나쁜 놈이 이제는 바람까지!""언니한테 숨기지 않고 바로 말해줬어요. 이런 일은 숨겨서는 안 돼요. 주형인은 물론 주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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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하예정은 언니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잠깐 생각한 후에 그냥 대답했다.”네.”가는 길 내내 두 부부 사이엔 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전태윤은 원래 수다를 떠는 성격이 아니었고 하예정도 언니 일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 새로운 화제를 찾아 대화를 이어 나갈 기분이 아니었다. 게다가 진태윤이 배경 음악도 틀지 않았으니 차 안엔 정적만이 흘렀다.하예정은 고개를 살짝 돌려 창밖 거리의 풍경을 내다보았다.광명 아파트에 거의 도착할 때쯤 하예정이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가 전화를 받자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언니, 일어났어? 우빈이도 일어났지? 내가 전복죽 좀 많이 썼는데 언니랑 우빈이도 좀 주려고 가져왔어.“하예진이 멈춰 서서 유모차에 탄 아들을 보면서 말했다.“우빈이 아직 자는 중이야. 예정아, 언니 지금 밖이야. 우빈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왔어. 지금 거의 너희 서점 근처까지 왔으니까 거기로 갈게. 집 말고 거기서 보자.”“그래? 지금 어디야? 위치 공유해 줘. 지금 거기로 데리러 갈게. 같이 서점으로 가자.““그래.“많이 걸어서 그런지 예진이도 힘들었다.원래 살이 쪄서 뚱뚱한데 먼 거리를 걸어오니 더더욱 힘들었다.하예진는 곧바로 동생에게 위치를 공유해 줬다.언니의 위치가 확인이 되자 하예정이 전태윤에게 말했다.“태윤 씨, 언니가 집에 안 계시대요. 지금 내 가게로 오고 있는 길이라니까 이곳으로 먼저 가주세요. 언니랑 우빈이를 데리고 다시 가게로 가는 게 좋겠어요.”“알았어.”하예정이 위치 정보를 보여주자 전태윤은 앞길 목에서 U턴해서 다른 길로 들어섰다.하예진은 본인이 많이 걸어온 만큼 전태윤이 운전하고 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분도 되지 않아 하예진이 기다리고 있던 자리까지 차가 도착했다.하예진은 유모차를 민 채로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언니.”차가 멈추자마자 하예정이 차에서 내려 언니에게로 다가갔다.“이모.”주우빈은 금방 잠에서 깼는지 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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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언니가 이혼하고 우빈이의 양육권을 빼앗기면 어떡하지?'주씨 집안사람들이 하씨 집안 친척만큼이나 성격이 "일품"이라 우빈이를 주씨 집안에 맡겼다가는 아이가 앞으로 어떤 나날을 보내게 될지 상상하기조차 두려웠다.주우빈은 태어나서부터 두 자매가 키웠으니 하예정한테 주우빈은 조카라기 보다는 아들 같은 존재라서 지금 이 상황이 그녀에겐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조카인 주우빈을 주씨 집안에 뺏길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해졌다.“언니,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빈이의 양육권을 우리가 가져야 해.”하예진이 조용히 말했다.“그 집에 우빈이를 남겨두면 우빈이가 잘 지내지도 못할 거야. 구박을 당할지도 몰라.”예진이는 입술을 꼭 깨물면서 조용히 말했다.“내 모든 걸 걸어서라도 우리 우빈이 양육권 가져올 거야.”전태윤이 운전하면서 말했다.”처형이 일자리를 구한 뒤 이혼소송을 걸어 양육권을 얻어야 해요. 안 그러면 양육권을 빼앗기기 쉽죠.”아이를 하예진이 키우고 있고 아이가 엄마를 더 잘 따른다고 해도 수입이 없으니 주형인이 주동적으로 우빈이의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양육권 쟁탈에 있어서는 하예진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나도 이제 열심히 일자리 찾을 거야. 우빈이를 위해서라면 일반직이라도 괜찮아.”지금 상황에 회계 팀장은커녕 다른 직무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뚱뚱한 체형 때문에 다들 좋은 이미지로 봐주지 않는 것 같았다.원래는 일자리를 천천히 찾아볼 계획이었지만 주형인이 외도를 저지른 사실을 안 후 한가하게 이것저것 고를 때가 아니었다. 일단 아무 일자리라도 하나 찾는 것이 시급했다.“네.”전태윤이 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에 도착했다.전태윤은 가게로 들어가지 않았다.“태윤 씨, 이거 받으세요.”하예정이 도시락 두 개에서 하나를 전태윤에게 건네면서 말했다.”아침 아직이잖아요. 이거라도 회사에 가져가서 드세요. 굶으면 안 되죠, 위에 안 좋아요. 방금 가게에서 다시 데웠어요.”전태윤은 그윽한 눈빛으로 하예정을 한참이나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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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우빈이가 남긴 죽을 내가 먹었어."하예정은 입맛이 없었다.우빈이가 도시락에 들어있는 죽을 다 먹지 않자, 하예정이 먹어버렸다. 하예정은 배가 고프지 않았고 배가 부르지도 않았다. 더 먹을 생각이 없었다. 심효진은 아침을 먹고 왔다.하예정은 사양하지 않고 독식했다.하예정은 국수를 빠르게 먹었다. 국수 한 그릇을 빠르게 먹어버렸다.하예정이 설거지하려고 주방에 들어가자, 심효진이 그이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어봤다."예정아, 언니 눈 상태를 봤어? 부은 것 같은데, 혹시 운 것은 아니야?"하예정이 말을 하지 않고 설거지했다.한참 후에야 하예정이 속삭였다. "진우가 그러는데, 어제저녁에 재계 모임에 나갔다고 형부가 한 여자를 데리고 참석한 것을 봤대. 둘이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던데,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없을 거야. 진우가 집에 들어가서 생각이 나서 나에게 말했어. 나도 언니한테 말해줬어.""뭐?"심효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형부가 바람났어! 더치페이하자고 하고 예진 언니한테 폭행한 이유가 바람나서 그런 거야."과연 남자는 마음이 바뀌면 증조가 나타났다."그 바람둥이 자식 정말 쓰레기네!"하예정이 대답하지 않고 설거지를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하예진이 우빈이를 껴안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하예정은 마음이 아팠다. 언니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예정아."심효진이 하예정의 어깨를 두드리며 속삭였다."아직 슬퍼할 때가 아니야."하예정이 입술을 깨물면서 흘리는 눈물을 멈췄다. 그리고 우빈이 곁으로 다가갔다."언니."하예진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언니."하예정이 다시 한번 말했다.그제야 하예진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리면서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하예정에게 응했다."언니, 우빈이를 효진이한테 맡껴."심효진이 눈치 빠르게 다가가 우빈이를 껴안으면서 우빈이를 달랬다. "우빈아, 우리 장난감을 사러 갈까?""좋아요."심효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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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예정아. 내일부터 네가 우빈이를 픽업해. 난 네 가게까지 뛰어서 올 거야. 다이트할 거야!"하예진은 주형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서 그이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이미지로 좋은 직장을 찾겠다고 마음 다짐했다."그래."하예정은 하예진에게 운동을 유지해서 살을 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예진아."하예진이 갑자기 하예정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주 크게 대성통곡했다.하예진은 마음이 아주 아팠다.여러 해 동안 조심스럽게 유지했던 사랑이 이렇게 됐는데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예진은 아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당당한 척했던 것이었다.하예정도 언니를 끌어안으면서 눈시울이 붉혀졌다.15년 전에 부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하예진이 학교에 가서 하예정을 데리고 집으로 갔을 때의 모습과 같았다. 하예진은 하예정을 보자마자 껴안고 울었다. 하예정은 그때 이유를 몰랐다.하예진이 하예정에게 말했다."예정아, 우리는 엄마와 아빠를 잃었어."그 말을 들은 하예정은 머리가 하얘지고 하늘이 무너졌다. 다지 정신을 차렸을 때 언니가 우는 모습을 발견했다. 하예정도 이미 하예진처럼 펑펑 울고 있었다."언니."하예정이 하예진을 껴안고 울먹이면서 말했다."언니, 울어,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질 거야."하예정과 하예진은 힘들게 오늘까지 살아왔다. 두 자매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때 또 새로운 시련을 겪어야 했다."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벌써 알고 지낸 지 12년이나 됐어. 10년 동안 사랑했고 나한테도 얼마나 잘해줬는데? 힘든 세월을 함께 겪으면서 항상 날 지켜주고 아껴줬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나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는데.""결혼하지 3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약속을 잊은 거야? 예정아,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평소에 꾸미지 않아서, 우빈이를 낳으면서 뚱뚱해져서, 직장을 잃어서, 공감대가 사라진 거야?""언니, 언니 잘못이 아니야. 언니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어. 언니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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