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은 장 보러 간 게 아니었다. 낮에는 일자리를 찾고 주로 저녁이나 되어야 장을 봤다. 저녁에 장을 보면 싸서 돈도 절약할 수 있었다. 아직 직장은 구하지 못한 데다 남편도 더는 믿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궁핍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게 다 동생이 당시에 수를 좀 둬 따로 돈을 모으라고 해줬던 덕이었다.사실 결혼 초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임신 준비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예정은 반대하면서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여자들은 자신만의 고정 수입이 있어야 하며 남자를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남편이 잘해주고 있었기에 하예진은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다. 일단 남편이 싫증을 내거나 바람을 피우게 된다면, 직장이 없어 수입이 없는 사람은 열세에 처하기 마련이라 쉽게 우울에 빠졌다.그녀는 어리석게도 주형인과의 사랑이 돈독하니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다.주형인은 그녀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라고 했고 그녀는 두 사람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하고 또한 아름답게 꾸미기를 원했다. 그래서 주형인의 제안을 수락했고 몇 년 동안 일해서 모은 몇천만 원을 전부 꺼내 집을 꾸몄다. 그는 그녀에게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임신 준비를 하고 돈 걱정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그의 감언이설을 믿고 상사의 만류에도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에 충실했다. 그 결과, 그녀는 무엇을 얻었는가?상처밖에 없었다. 하예진은 유모차를 밀면서 동생의 서점으로 향했다.바로 발렌시아 아파트로 갈 수 있었지만 아침 일찍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걸으면서 지난 일을 생각하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이혼 준비를 하고 있고 마음의 준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과대평가했던 듯싶었다. 그녀는 속이 상했고,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그도 그럴 것이 12년을 알고 지냈는데 감정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다.하예진이 유모차에 주우빈을 눕혔을 때도 주우빈은 자고 있었다. 하예진은 주우빈을 안고 나온 뒤 다시 유모차에 눕혀 재운 것이었다.장소가 바뀌었
그녀는 1층 내려오자마자 전태윤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근처 산책하는 척하던 경호원들은 계단을 내려오는 사모님 모습에 본능적으로 등을 돌리고 못 본 척 산책을 계속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은 도련님이 사모님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하예정은 멈춰 서서 몸을 돌려 전태윤을 바라봤다. 전태윤은 차키를 쥐고 하예정을 향해 말했다."그래도 같이 가지."처제는 주형인의 가정폭력에도 용감히 맞서는 사람으로 나약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그런데 남편이 바람 핀 사실을 안 처형이 참을 수 있었을까?어쩌면 부부가 또 한바탕 다퉜을지도 몰랐다. 전태윤은 자신의 아내가 운동을 했기에 주형인이 그녀를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따라가야 했다. 적어도 주형인이나 주씨 집안사람들은 자신을 보고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그는 하예정의 남편으로, 그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뒷배였다.그는 하예정이 어떤 난관에 부딪쳤을 때 그에게 잘 보일 기회를 주길 바랐다.전태윤은 손을 뻗어 하예정 손에서 도시락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하예정의 손을 잡고 차로 향했다. "이따가 가게로 데려다줄게."전태윤이 굳이 가겠다고 하니 하예정은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하예정은 언니 집에 도착하고 나면 언니네 집에서 국수 한 그릇이라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어찌 되었건 빈속에 출근하게 둘 수는 없었다."어젯밤, 언니와 통화하는 거 들었어."전태윤은 미리 소정남을 시켜 주형인이 바람피웠다는 증거를 조사하게 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더욱이 경호원을 통해 호텔에서 우연히 주형인과 그의 애인과 마주쳤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당시 두 사람은 냉전 중이었다.하예정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진우가 어제 관성 호텔에서 재계 모임에 참가했는데 형부가 젊고 예쁜 여자와 다정하게 있는 것을 봤대요. 아마 형부의 애인이겠죠. 주형인 그 나쁜 놈이 이제는 바람까지!""언니한테 숨기지 않고 바로 말해줬어요. 이런 일은 숨겨서는 안 돼요. 주형인은 물론 주씨 집안
하예정은 언니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잠깐 생각한 후에 그냥 대답했다.”네.”가는 길 내내 두 부부 사이엔 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전태윤은 원래 수다를 떠는 성격이 아니었고 하예정도 언니 일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 새로운 화제를 찾아 대화를 이어 나갈 기분이 아니었다. 게다가 진태윤이 배경 음악도 틀지 않았으니 차 안엔 정적만이 흘렀다.하예정은 고개를 살짝 돌려 창밖 거리의 풍경을 내다보았다.광명 아파트에 거의 도착할 때쯤 하예정이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가 전화를 받자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언니, 일어났어? 우빈이도 일어났지? 내가 전복죽 좀 많이 썼는데 언니랑 우빈이도 좀 주려고 가져왔어.“하예진이 멈춰 서서 유모차에 탄 아들을 보면서 말했다.“우빈이 아직 자는 중이야. 예정아, 언니 지금 밖이야. 우빈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왔어. 지금 거의 너희 서점 근처까지 왔으니까 거기로 갈게. 집 말고 거기서 보자.”“그래? 지금 어디야? 위치 공유해 줘. 지금 거기로 데리러 갈게. 같이 서점으로 가자.““그래.“많이 걸어서 그런지 예진이도 힘들었다.원래 살이 쪄서 뚱뚱한데 먼 거리를 걸어오니 더더욱 힘들었다.하예진는 곧바로 동생에게 위치를 공유해 줬다.언니의 위치가 확인이 되자 하예정이 전태윤에게 말했다.“태윤 씨, 언니가 집에 안 계시대요. 지금 내 가게로 오고 있는 길이라니까 이곳으로 먼저 가주세요. 언니랑 우빈이를 데리고 다시 가게로 가는 게 좋겠어요.”“알았어.”하예정이 위치 정보를 보여주자 전태윤은 앞길 목에서 U턴해서 다른 길로 들어섰다.하예진은 본인이 많이 걸어온 만큼 전태윤이 운전하고 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분도 되지 않아 하예진이 기다리고 있던 자리까지 차가 도착했다.하예진은 유모차를 민 채로 길가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언니.”차가 멈추자마자 하예정이 차에서 내려 언니에게로 다가갔다.“이모.”주우빈은 금방 잠에서 깼는지 비몽
'언니가 이혼하고 우빈이의 양육권을 빼앗기면 어떡하지?'주씨 집안사람들이 하씨 집안 친척만큼이나 성격이 "일품"이라 우빈이를 주씨 집안에 맡겼다가는 아이가 앞으로 어떤 나날을 보내게 될지 상상하기조차 두려웠다.주우빈은 태어나서부터 두 자매가 키웠으니 하예정한테 주우빈은 조카라기 보다는 아들 같은 존재라서 지금 이 상황이 그녀에겐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조카인 주우빈을 주씨 집안에 뺏길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해졌다.“언니,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빈이의 양육권을 우리가 가져야 해.”하예진이 조용히 말했다.“그 집에 우빈이를 남겨두면 우빈이가 잘 지내지도 못할 거야. 구박을 당할지도 몰라.”예진이는 입술을 꼭 깨물면서 조용히 말했다.“내 모든 걸 걸어서라도 우리 우빈이 양육권 가져올 거야.”전태윤이 운전하면서 말했다.”처형이 일자리를 구한 뒤 이혼소송을 걸어 양육권을 얻어야 해요. 안 그러면 양육권을 빼앗기기 쉽죠.”아이를 하예진이 키우고 있고 아이가 엄마를 더 잘 따른다고 해도 수입이 없으니 주형인이 주동적으로 우빈이의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양육권 쟁탈에 있어서는 하예진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나도 이제 열심히 일자리 찾을 거야. 우빈이를 위해서라면 일반직이라도 괜찮아.”지금 상황에 회계 팀장은커녕 다른 직무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뚱뚱한 체형 때문에 다들 좋은 이미지로 봐주지 않는 것 같았다.원래는 일자리를 천천히 찾아볼 계획이었지만 주형인이 외도를 저지른 사실을 안 후 한가하게 이것저것 고를 때가 아니었다. 일단 아무 일자리라도 하나 찾는 것이 시급했다.“네.”전태윤이 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에 도착했다.전태윤은 가게로 들어가지 않았다.“태윤 씨, 이거 받으세요.”하예정이 도시락 두 개에서 하나를 전태윤에게 건네면서 말했다.”아침 아직이잖아요. 이거라도 회사에 가져가서 드세요. 굶으면 안 되죠, 위에 안 좋아요. 방금 가게에서 다시 데웠어요.”전태윤은 그윽한 눈빛으로 하예정을 한참이나 바
"우빈이가 남긴 죽을 내가 먹었어."하예정은 입맛이 없었다.우빈이가 도시락에 들어있는 죽을 다 먹지 않자, 하예정이 먹어버렸다. 하예정은 배가 고프지 않았고 배가 부르지도 않았다. 더 먹을 생각이 없었다. 심효진은 아침을 먹고 왔다.하예정은 사양하지 않고 독식했다.하예정은 국수를 빠르게 먹었다. 국수 한 그릇을 빠르게 먹어버렸다.하예정이 설거지하려고 주방에 들어가자, 심효진이 그이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어봤다."예정아, 언니 눈 상태를 봤어? 부은 것 같은데, 혹시 운 것은 아니야?"하예정이 말을 하지 않고 설거지했다.한참 후에야 하예정이 속삭였다. "진우가 그러는데, 어제저녁에 재계 모임에 나갔다고 형부가 한 여자를 데리고 참석한 것을 봤대. 둘이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던데,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없을 거야. 진우가 집에 들어가서 생각이 나서 나에게 말했어. 나도 언니한테 말해줬어.""뭐?"심효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형부가 바람났어! 더치페이하자고 하고 예진 언니한테 폭행한 이유가 바람나서 그런 거야."과연 남자는 마음이 바뀌면 증조가 나타났다."그 바람둥이 자식 정말 쓰레기네!"하예정이 대답하지 않고 설거지를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하예진이 우빈이를 껴안고 멍하니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하예정은 마음이 아팠다. 언니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려고 했다."예정아."심효진이 하예정의 어깨를 두드리며 속삭였다."아직 슬퍼할 때가 아니야."하예정이 입술을 깨물면서 흘리는 눈물을 멈췄다. 그리고 우빈이 곁으로 다가갔다."언니."하예진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언니."하예정이 다시 한번 말했다.그제야 하예진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리면서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하예정에게 응했다."언니, 우빈이를 효진이한테 맡껴."심효진이 눈치 빠르게 다가가 우빈이를 껴안으면서 우빈이를 달랬다. "우빈아, 우리 장난감을 사러 갈까?""좋아요."심효진이
"예정아. 내일부터 네가 우빈이를 픽업해. 난 네 가게까지 뛰어서 올 거야. 다이트할 거야!"하예진은 주형인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서 그이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이미지로 좋은 직장을 찾겠다고 마음 다짐했다."그래."하예정은 하예진에게 운동을 유지해서 살을 빼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예진아."하예진이 갑자기 하예정을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주 크게 대성통곡했다.하예진은 마음이 아주 아팠다.여러 해 동안 조심스럽게 유지했던 사랑이 이렇게 됐는데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하예진은 아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당당한 척했던 것이었다.하예정도 언니를 끌어안으면서 눈시울이 붉혀졌다.15년 전에 부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하예진이 학교에 가서 하예정을 데리고 집으로 갔을 때의 모습과 같았다. 하예진은 하예정을 보자마자 껴안고 울었다. 하예정은 그때 이유를 몰랐다.하예진이 하예정에게 말했다."예정아, 우리는 엄마와 아빠를 잃었어."그 말을 들은 하예정은 머리가 하얘지고 하늘이 무너졌다. 다지 정신을 차렸을 때 언니가 우는 모습을 발견했다. 하예정도 이미 하예진처럼 펑펑 울고 있었다."언니."하예정이 하예진을 껴안고 울먹이면서 말했다."언니, 울어,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질 거야."하예정과 하예진은 힘들게 오늘까지 살아왔다. 두 자매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때 또 새로운 시련을 겪어야 했다."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벌써 알고 지낸 지 12년이나 됐어. 10년 동안 사랑했고 나한테도 얼마나 잘해줬는데? 힘든 세월을 함께 겪으면서 항상 날 지켜주고 아껴줬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나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는데.""결혼하지 3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 약속을 잊은 거야? 예정아,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평소에 꾸미지 않아서, 우빈이를 낳으면서 뚱뚱해져서, 직장을 잃어서, 공감대가 사라진 거야?""언니, 언니 잘못이 아니야. 언니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어. 언니 잘못이 아니야."
하예진은 감격해하며 말했다."예정아, 제부는 정말 좋은 남자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옆에서 널 지켜 주면서 돈도 대주고 힘도 되어주고 너무 잘 선택했어, 잘살아 봐."하예정은 대답했다."언니, 잘 살게."언니에게 전태윤과의 결혼 유효기간이 반년이고 그저 명의 부부라는 것을 말하면 속상해할 게 뻔하니 당분간은 비밀로 해야 했었다."예정아, 언니 결혼 때문에 절대 영향받지 마, 제부를 믿어야 해, 비록 말은 없지만 그래도 실속은 있는 사람이야.""언니, 절대 안 그래."하예진은 자신의 혼인 때문에 동생의 마음과 결혼까지도 영향을 받을 가봐 걱정을 했다. 하예진이 보기에 제부는 동생한테 잘하는 아주 괜찮은 남자였다.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야 알듯이 예전에 주형인도 하예정한테 잘하지 않았었던가?전태윤은 사무실로 돌아와 비서한테 소정남을 지금 오라고 말하려던 찰나 소정남이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대표님, 여기 원하던 증거."소정남이 서류봉투를 전태윤 앞에 내놓고 앉으면서 말했다. "전부 이 안에 있어, 주형인의 애인은 바로 그의 비서 서현주였어."전태윤은 봉투 안의 증거들을 꺼냈다. 서현주가 주형인의 간을 보고 있는 관계로 그 둘은 아직 호텔에 가지는 않고 그저 같이 쇼핑하거나 밥을 먹는 사진 외에는 가벼운 스킨십만 하는 사진들뿐이었다.다음은 서현주의 기본 자료와 주형인이 지금까지 서현주에게 돈을 쓴 증거들이었다. 소씨 집안의 정보망은 대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형인이 서현주한테 줬던 선물들이 무엇인지, 얼마인지, 언제 줬는지에 대한 증거사진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있었다. 전태윤은 증거사진을 보고 나서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주형인이 처형한테 주는 생활비가 고작 60만 원밖에 안 돼, 그것도 더치페이하기 전이었고 더치페이하고 나서는 30만 원밖에 안 줘.""하지만 서현주한테 주는 선물 중에 제일 싼 귀걸이마저 몇십만 원이고 서현주와 밥 먹으러 갈 때면 비싼 곳으로만 갔어."전태윤은 하예정과 혼인신고를 하던 날이 생각났
그는 하예진이 일을 찾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직 찾지 못한 것도 알고 있었다.왜냐면 하예진은 결혼 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그건 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직도 일을 못 찾은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형인이 바람이 난 것을 알게 된 바에 일을 가리지 않고 찾을 것이고 아마 금방 찾게 될 것이었다."이건 쉬운 일이야. 그녀한테 일자리를 마련해 주면 되잖아.""하예정이 나한테 물어본 적이 있어, 하지만 우리 회사는 지금 재무팀장은 필요 없을뿐더러 재무팀도 인원이 차서 자리가 없어. 게다가 내 신분을 숨겼는데 처형을 우리 회사에 들여오기는 곤란해. 그래서 그때 나는 이 일을 상관 안 하고 처형 혼자 일을 찾게 한 거야." 전태윤은 하예진의 일자리를 구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미안하지 않았다.그는 인재를 중요시할뿐더러 원칙도 지키는 사장이었다.하예진은 직장을 떠난 지 3년이 넘어서 업무가 생소할 거라 전씨 그룹에는 들어오기 힘들 것이었다. 하예진이 직장으로 돌아오려는 것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것인데 전씨 그룹의 관문은 못 넘을 게 뻔하였다.그의 원칙은 인맥을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일상생활에서는 하예정때문에 원칙을 어긴 적이 많지만 사업적으로는 하예정을 위해서 원칙을 어기고 그녀의 언니한테 일자리를 찾아주지 않았다.만약 하예진이 능력이 되어 전씨 그룹에 들어올 수 있다면 그는 대단히 환영해 줄 것이었다.하지만 하예진을 무작정 그룹에 들어오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소정남도 침묵을 하다가 말을 했다."다른 일을 찾을 생각은 없대? 큰 회사만이 재무이사가 필요한데 보통 다 자리가 차서 더 이상 채용을 하지 않거든.""그녀는 생각을 바꿀 거야."점심에 하예정에게 가져다줄 생각으로 전태윤은 증거들을 서류 봉투 안에 넣어 서랍에 보관했다."너희 부부 화해는 했어?"소정남이 관심하면서 물었다.전태윤은 그를 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도 하예정과 자신이 화해를 했는지 감이 안 잡혔다. 서로 말도 하고 그도 다시 발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