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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하예진은 장 보러 간 게 아니었다. 낮에는 일자리를 찾고 주로 저녁이나 되어야 장을 봤다. 저녁에 장을 보면 싸서 돈도 절약할 수 있었다.

아직 직장은 구하지 못한 데다 남편도 더는 믿을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궁핍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게 다 동생이 당시에 수를 좀 둬 따로 돈을 모으라고 해줬던 덕이었다.

사실 결혼 초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임신 준비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예정은 반대하면서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여자들은 자신만의 고정 수입이 있어야 하며 남자를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이 잘해주고 있었기에 하예진은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다.

일단 남편이 싫증을 내거나 바람을 피우게 된다면, 직장이 없어 수입이 없는 사람은 열세에 처하기 마련이라 쉽게 우울에 빠졌다.

그녀는 어리석게도 주형인과의 사랑이 돈독하니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었다.

주형인은 그녀에게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라고 했고 그녀는 두 사람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하고 또한 아름답게 꾸미기를 원했다. 그래서 주형인의 제안을 수락했고 몇 년 동안 일해서 모은 몇천만 원을 전부 꺼내 집을 꾸몄다.

그는 그녀에게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임신 준비를 하고 돈 걱정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는 그의 감언이설을 믿고 상사의 만류에도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에 충실했다.

그 결과, 그녀는 무엇을 얻었는가?

상처밖에 없었다.

하예진은 유모차를 밀면서 동생의 서점으로 향했다.

바로 발렌시아 아파트로 갈 수 있었지만 아침 일찍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걸으면서 지난 일을 생각하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이혼 준비를 하고 있고 마음의 준비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과대평가했던 듯싶었다. 그녀는 속이 상했고,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

그도 그럴 것이 12년을 알고 지냈는데 감정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예진이 유모차에 주우빈을 눕혔을 때도 주우빈은 자고 있었다. 하예진은 주우빈을 안고 나온 뒤 다시 유모차에 눕혀 재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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