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1화

"볼일 보거라."

전씨 가문 할머니는 손자를 오래 붙잡고 있지는 않았다.

통화를 마친 뒤, 휴대폰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전태윤은 검은색 회전의자에 몸을 기댔다. 오른손은 의자 손잡이에 올린 뒤 턱을 괸 그는 턱을 매만졌다. 살짝 꺼슬거리는 것이 수염을 깎을 때가 되었다.

성소현과 그의 아내는 사이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아야 하지 않을까?

두 사람이 이대로 계속 나아가다 친구가 되면 나중에 그가 하예정에게 정체를 밝혔을 때, 하예정이 사실은 연적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성소현이 화를 낼 게 분명했다. 그리고 화를 참지 못해 하예정에게 보복을 할 수도 있었다.

그가 있는 한, 성소현이 하예정을 해치게 둘 리는 없었다.

전태윤은 그저 생각할 뿐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자신이 아내를 지킬 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성소현을 무서워해야 한단 말인가?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면 지내는 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성소현과 친하게 지내는 건 하예정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적어도 성소현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

그가 뒤에서 무엇을 하든 사람들은 성소현을 떠올릴 테니, 그가 정체를 숨기는 것에도 도움이 됐다.

전태윤은 그가 하예정의 친구 관계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았다.

......

"죄송합니다. 이미지가 저희랑은 맞지 않는 것 같군요, 다른 좋은 기회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하예진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면접관인 날씬한 여자는 이력서를 돌려주었다. 그녀를 보는 두 눈에는 업신여김이 담겨 있었다.

순간 멈칫한 하예진은 이내 얼굴을 붉히며 그 여자가 건네는 자신의 이력서를 받았다.

면접을 이렇게 많이 봐봤지만 이번 면접관이 가장 직설적이었다. 대놓고 자신들과 이미지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하예진이 응시한 자리는 재무팀의 일반 사원 자리였다. 한때 재무팀장까지 했던 그녀에게 있어서는 이미 요구 조건을 최대로 낮춘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을 당했다.

자신의 이력서를 움켜쥔 하예진은 애써 미소를 쥐어 짜내며 면접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